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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정신》은 책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엇인가, 그리고 책에 담긴 내용인 '생각'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다루는 메타북에 관한 이야기다.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얼마나 다른 해석이 가능한지, 편견은 수많은 편견을 접함으로써 해소되며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다 읽는 시점은 내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끝나는 시점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비판적으로 읽어내기에 좋은 메타북을 통해 독자 입장에서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려준다.
『 이 세상 모든 책은 하나하나가 다 편견이다. 인간은 모두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들을 뿐 아니라 쓰고 싶은 것만 쓴다. 사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 해석조차 패러다임의 지배를 받는다. 』 - p8
그러다 보니 고전 목록으로 우리 삶에 자리 잡은 '고전'에 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고전 중에서도 비판을 숨기거나 비판에서 비켜나게 만들었던 것들이나 비판적인 비평을 숨기며 걸작이라는 이름으로 우상화된 책이 현재의 고전 목록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역사 속에서 실제로 세상을 바꾼 '좋은 책'은 현재 알려진 고전 목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전 목록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지조차 아무도 모른다. 고전 목록에 있는 고전을 의심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저작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를 책과 혁명의 관계를 통해 알아본다.
루소의 대표작은 상류층 일부만이 읽은 <사회계약론>이 아니라 시민 대부분이 독자층이었고 40년간 무려 115쇄를 찍은 연애소설 <신엘로이즈>란 사실을 아는지. 프랑스대혁명은 계몽사상사로서의 사회계약론이 프랑스 혁명을 일으킨 게 아니라 유명한 연애소설 작가로서의 <신엘로이즈>가 그 기원이라는 것을 국가의 번영과 포르노그래피 사이의 기묘한 상관관계를 통해 알려준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과학의 역사를 통해 책을 '제대로' 읽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갈릴레오, 뉴턴 등의 책을 통해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위대한 책의 정확한 요약본과 해설서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고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책, 성경 등을 통해 입맛에 맞게 추려내고 재구성된 편집된 저작물의 상황을 설명한다. 고전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역사적 의미가 더 중요한 경우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게 해 줄 책들을 읽어 준비된 상태에서만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즉, 책에 먹히지 않고 책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 메타북의 권위를 우산처럼 받쳐 들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튼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지, 다른 의견을 가진 저자는 없는지, 있다면 그 저자의 생각은 어떤지 챙겨봐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메타북을 읽기 전에 '하룻밤의 지식여행'과 같은 시리즈에서 진화론, 인류학, 진화심리학, 유전학 등을 다른 얇은 책을 통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 p222
정치적으로 이용된 본성과 양육의 과학, 20세기 초 과학상식이었던 우생학 광풍은 당시 과학은 누구의 정치적 입장에 유리한가에 따라 사회적 지지를 받은 셈이고 오늘날까지도 그 흔적이 존재한다. 과학책 역시 비판적으로 검증하며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겠다.
잘못된 인용, 왜곡된 인용, 의도적인 엉터리 해석, 잘못된 해석은 다윈의 이론을 바탕을 둔 것이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며 우생학을 지지한 프랜시스 돌턴, 사회다윈주의자 허버트 스펜서에 의해 정작 최적자생존이라 말한 적도 없고 경쟁보다는 공생을 강조했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요상하게 비치게 된다. 우생학 지지 나치즘이 물러난 시점에도 우생학적 사고방식은 낙태, 산아제한으로 이어졌고,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파블로프 조건반사 이론은 이후 추종자들이 탐욕적인 환원주의 이론으로 만들어버려 극단적인 환경론이 양산되는 사태로 이어진다. 사회적 지지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과학이라는 이름 역시 그 균형이 무너져왔다.
평소 과학교양서에 관심 많아 에드워드 윌슨, 최재천의 주요 이론과 그에 반대되는 스티븐 제이 굴드, 제레미 리프킨의 이론을 고루 읽으면서 느낀 균형감각을 생각해보면서 저자가 말하는 과학책 제대로 읽기는 특히 공감이 많이 된 부분이었다.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란 부제처럼 다양한 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점, 책 학살의 역사와 배경, 메타북을 바르게 읽는 방법 등 책을 올바르게 읽어야 할 독자의 권리와 의무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 책이다. 이후 우리나라와 관련한 주제를 다룬 이 책의 2권에 해당하는 책을 낼 계획이 있다는데 이 역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