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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동물복지의 모든 것 -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박하재홍 지음, 김성라 그림 / 슬로비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에게 친절한 인류를 꿈꾸는 래퍼 박하재홍 저자의 책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류 사건으로 동물 권리에 관해 조금이나마 언론에 조명된 지난해였다. 게다가 서울시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동물보호과'가 신설되어 적극적인 행정 반영 의지를 표현하기도. 이렇듯 동물복지의 시대가 열리는듯 하지만서도 한편에선 강남 모 아파트내 길고양이 감금 사건처럼 우리 주변의 동물복지에 관해 안타까운 일이 많은 현실이다.
전시동물과 반려동물, 농업이나 제조업에 이용되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동물들의 상황을 분석하고 복지 방안을 모색해보는 동물복지에 관한 책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 동물복지는 동물권리의 아래 개념이다. 동물권리란,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철학이다. 동물에겐 기본적으로 본성에 따라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 사람은 동물의 본성을 마음대로 침해하며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동물권리의 이론이다. 이에 비해 동물복지의 개념은 좀 더 유연하다. 동물을 이용하되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심한 공포나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 그것이 바로 동물복지다. 』 - p9 |
책 제목이 의아했다.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는 돼지는 지능이 높고 활발하므로 지루한 걸 못 참는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2003년 유럽연합의 동물복지 규칙 개정때 유럽연합 회원국은 모든 돼지에게 의무적으로 장난감을 제공하도록 조치하겠다는 규정이 포함되었고, 덴마크의 경우 진흙 목욕 수렁 제공이라는 규정까지 추가되었다. 좁은 공간에 돼지를 가두면 물이나 진흙이 없는 상황에서 돼지는 배설물을 온몸에 발라서라도 체온을 식여야 한다고 한다. 본래 깨끗한 걸 좋아하는 돼지지만 우리 현실이 돼지를 더러운 동물로 만들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충남 '새농민 농장'의 친환경 돼지농장을 기점으로 서서히 돼지 농장의 복지향상이 확대되고 있긴하다.
『 동물복지는 현실적인 원칙이다. 사람의 통제하에 살아가는 모든 동물이 기본적인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규칙과 제도를 정하는 것이다. 규칙과 제도를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 내놓게 되면 강제력을 지닌 법으로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동물복지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자비며, 인간을 돕고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
- p13 |
항생제에 쩔은 동물을 섭취한 인간
원래 가축의 전염병을 방지할 목적으로 사료에 첨가했던 항생제. 그런데 사료 1톤에 항생 2~3kg을 섞었더니 돼지, 소 닭의 성장 속도가 50%나 증가하는 결과가 나옴으로써 항생제 남용의 사태가 벌어졌다. 설마 우리나라는 아니었겠지? 천만의 말씀. 2002년에는 축산물에 사용한 항생제 비율이 전 세계 최소 수준이었으며 스웨덴에 비해 30배나 많은 양이었다. 2006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축산물 항생제 사용은 호주의 37배나 되었었고 공장식 축산의 대표 국가인 미국보다도 2.5배나 더 높았다는 것. 다행히 2011년에야 항생제 사료를 금지 조치했지만 솔직히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믿지 못할 지경이다.
자연상태의 닭의 수명은 20년 넘게도 살 수 있지만 공장식 축산 닭들은 육계용은 35일이라는 초고속 생을 살고, 산란계 역시 채 2년을 넘기지 못하는 짧은 생을 산다.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은 '동물복지 생산시스템'을 적용한 닭고기 식품으로 생지옥 같은 기존의 도축현장과 달리 동물복지 생산시스템이 적용되는 도축장의 닭고기를 사용한다고 홍보했다. 이러한 동물복지 생산시스템의 확대는 급물살을 타야한다. 세계 최대 육우 수출국인 호주에서도 소들에게 '인도적 도살'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사육, 운송, 도축에 이르는 전 과정의 동물복지 제도가 앞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와 함께 연결될 계획이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대공원의 뻐드렁니 호랑이 크레인의 사연이나 얼마전에 있었던 호랑이 사육사 사망사건 등 동물원의 실태, 제돌이를 통해 알려진 돌고래 산업, 그외 쇼 동물들 역시 법적 제도가 미흡한 상황이다.
『 노아의 방주처럼 진정한 피난처로 거듭날 수 있는 동물원에만 면허가 발급될 수 있기를 소원한다. 』 - p103 |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 문제도 빠질 수 없다.
준비없이 맞이한 반려동물을 유기동물로 전락시키는 습관, 새로 사고 버리는 악순환의 고리, 공장식 축산 농장들과 다를바 없는 형편인 강아지 공장 등 애완동물을 예뻐하는 동물애호가가 아닌, 반려동물을 존중하는 동물보호 인식이 필요하다. 베를린의 경우 동물보호소 입양률이 98%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로마시는 반려견 산책을 매일 정기적으로 강제하는 법이 있어 개 산책을 게을리하면 벌금을 물릴 정도다.
반려동물로 인한 사람 사이의 갈등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진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좋은 답안을 찾아야 한다. 2012년 울산에서 애견운동장 설립으로 공원관리소의 민원처리 부담과 이웃갈등 감소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있었고 이후 몇군데 반려견 놀이터가 생긴 상황이다. 길고양이 관련한 정책도 올바른 방향으로 좀더 박차를 가해주면 좋겠다.
『 동물을 존중하는 정서는 사람에 대한 차별 의식을 줄어들게 한다. 』 - p219 |
동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동물을 '배려'하는 마음은 지성있는 우리 인간이 노력해야 한다.
누가 이 땅이 우리 인간만의 것이라 했던가.......
그간 동물보호, 동물복지 관련 책은 전문서적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저자가 직접 쓴, 우리나라 현재의 상황에 맞는 동물복지 실황을 부담없는 에세이느낌으로 쉽게 다가오는 언어를 가졌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