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정원일기 - 어느 특별한 수목원의 기록
이영자 지음 / 샘터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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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이지만 정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

<아침고요수목원>의 5년간의 생생하고 담백한 일상이 담긴,

꽃과 나무가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말을 들려주는 책 <아침고요 정원일기>. 

 

 

겨우내 애쓰고 공들여 피는 꽃의 개화를 진심으로 축복하고

봄눈에 고개 꺾여 버린 튤립을 보며 가슴이 아리고......

사계절마다의 꽃들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그저 만개한 상태에서 이쁘다 정도만 연발할줄 아는 나에게 또다른 감성을 안겨주었다.

 

농약을 치기 싫어 장미를 포기하고 병충해에 강한 덩쿨장미들만 남겨놓게 된 일화에서는

'꽃의 여왕' 장미를 대신할 각종 여러해살이풀들이 어울려 피운 꽃들의 하모니는 여왕의 아름다움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한다. 이를 통해 팀워크를 조화롭게 이룰 줄 아는 사람에 대한 경영의 지혜까지 일깨워준다.

 

평소 꽃에 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꽃 이야기만 나왔다면 사실 지루했을듯.

하지만 저자의 일상과 지혜가 버무려진 글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소중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맛이 있었다.

정원을 선물해 준 그런 남편을 둬서, 비록 고생은 했지만 가꿈을 배워나갈수 있게 되어서 부러움도 슬쩍 든다.

 

나의 꽃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미 내 가슴속에

피어 있기 때문이다

 

- 아침고요수목원 설립자인 남편이 이 책의 저자인 아내에게 바친 시

 

 

이런 멋진 정원이 우리나라에 있다는게 자랑스럽기도 하다.

계절마다 그곳에 가서 꽃과 나무들이 주는 숨이 멎는 아름다움을 맛보고 싶고

저자의 생각이 담겼던 그 장소들, 그 꽃들, 그 나무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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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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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고백>의 작가로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의 신간 <모성>

 

10월 20일 오전 6시경, Y현 Y시 Y초 현영주택 정원에 시내 현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17)이 쓰러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Y경찰서에서는 여학생이 4층에 있는 자택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사고와 자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여학생의 담임선생님은 "성실하고 반 학생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아이다. 특별히 고민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어머니는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기른 딸이 이렇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17살 여고생이 자기 집에서 떨어졌다는, 사고로도 자살로도 판명되지 않은 사건의 기사를 서두로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왜 나는 딸을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길러냈는가.'에 관한 엄마의 고백에서는 진심을 담아 칭찬하고 언제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며 태양같은 존재로서의 그녀의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하다.  문화센터 회화교실에서 만난 다도로코와 결혼을 하면서 다도로코 집안사람들은 칭찬하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이란걸 깨닫지만 깊은 호수같은 남편의 어두움을 해님같은 자신이 잘 보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모두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임신을 했을 때는 사랑을 담아, 훌륭한 작품을 완성시키듯 태교하며 엄마의 칭찬을 끊임없이 갈구했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성심성의껏 사랑을 주고,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우며 자신처럼 사랑받는 아이가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도 자신의 소중한 엄마를 슬프게 하는 말을 할 때면 (물론 그녀 혼자만의 생각이다) 역시 딸은 다도로코 피가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엄마가 손녀를 향해 '보물'이란 단어를 써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엿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아이, 딸의 회상으로 건너가면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올바로 행동하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행동읗 하며 외할머니에게 말을 할 때에도 엄마가 바라는 말들만 하게 된다.

외할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셨지만 엄마는 '네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식의 사랑 정도로만 느낄 뿐이다.

자신의 존재는 엄마가 그린 행복이라는 그림의 일부분 소도구일 뿐.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한 걸까. 

- p48

 

그러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그녀의 엄마와 아이가 장롱에 깔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집에 불까지 나버린 사건.

한 사람밖에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를 낳아준 이를 구하는가, 자기가 낳은 이를 구하는가......

그녀가 순간 먼저 손을 내뻗어 구하려던 쪽은 아이가 아닌 엄마였다.

하지만 '부모라면 자식을 구해야지. 아이를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길러라.'는 엄마의 마지막 유언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가족의 관계가 이어진다.

 

『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대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

- p222

 

어떻게하면 엄마가 나의 존재를 받아줄까.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늘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엄마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러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깨닫는데...

사건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지..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모성의 사전적 의미는 여성이 자기가 낳은 자식을 보살피며 키워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인 성질이다.

하지만 <모성>의 나... 그녀에게 있어서 '어머니'라는 단어는 사랑하는 엄마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냥 정작 자신의 아이에게는 어머니로 불리고 싶지는 않아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딸에게는 있고 자신에게는 없는 엄마라는 존재.

그들은 각자 사랑을 갈구하고 있던 것이다.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엄마와 딸의 고통스러운 내면의 회상과 고백의 여정을 내밀한 아픔을 도려내듯 콕콕 찌르기도 하면서 조곤조곤하게 들려주며 그들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손을 놓지 못하게 한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

모성은 인간이라면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화두는 대다수의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모성애가 없다고 지탄받으면 그 엄마는 인격을 부정당하는 착각에 빠져, 자기는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틀림없이 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왠지 들키고 싶지 않은 내면의 깊은 곳을 들춰내는 불편함이 있을 정도로 엄마의 입장에도 공감을 하게 되는 모습이 나에게서도 느껴졌다. 이 작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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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여행 - 당신에게 주는 선물
이한규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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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문득, 하루가 주어진다면......

 

온전히 하루가 생겨도 사실 집안 청소에 밀린 일 하느라

그렇지도 않을 땐 그냥 퍼져 쉬느라 하루를 훌쩍 보내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방콕족에게 있어서 어디 나서기란 쉽지 않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디 고즈넉한 곳에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쉬고 싶다라든지, 무작정 걷고 싶다라든지.. 등등

집밖으로의 일탈(?)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혼자서라도 전혀 외롭지 않은 곳,

훌쩍 여행을 떠나보는 용기가 있다면...

자신만의 감성과 추억을 만들어 보자고 권하는 책 <하루여행>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시간여 거리의 장소도 있고, 오고가는데 책 한권 읽어낼 수 있을만한 거리까지 

향수에 젖어볼 수 있는 감성 충만한 곳들,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을 때,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가기 좋은 곳들을 소개한다.

교통편이 괜찮으면서도 혼자서 여행하기 좋은 곳이 생각외로 많다.

하루여행이므로 숙박지 소개는 별도로 해두지 않고 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위해

보는 것만으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그 장소들...

무작정 떠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도 있지만 설레임도 가득하다.



그렇게 나만의 하루 여행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행복감이 충만하여 에너지가 업 될까.. 아니면 계속 밖으로 돌아다니고 싶어질까 ^^

내 하루의 짧은 여행이 모여 내 삶을 완성해 나가는 그런 쉼표같은 여행을 나도 만끽해보고 싶다.

이젠 실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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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미루지 마라 - 하버드대 긍정심리학 보고서
탈 벤 샤하르 지음, 권오열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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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마이클 샌델의 <정의>, 예일대 셸리 케이건의 <죽음>과 더불어

세계적인 긍정 심리학 교수 하버드대 탈 벤-샤하르의 <행복>.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로 불린다고 한다. 그 중 앞서 두 권은 책으로 이미 나왔고,

이번에 탈 벤-샤하르의 <행복> 주제에 관한 책이 와이즈베리에서 <행복을 미루지 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행복 이론 바탕은 선택의 결과가 먼 미래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일을 택할지 결정하는 일의 어려움이란 의미를 지닌 프로스트의 개인적 딜레마와 관련이 있다.

깨어있는 삶의 매 순간 우리는 각종 선택과 마주한다. 우리는 자신이 갈림길에 있음을, 즉 이런 선택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해서 그것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순간순간 내리는 선택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처한 환경과 상관없이 인간은 누구나 자기 주변과 내부에서 가능성을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 즉 선택하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하기로 선택하기는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을 높이는 마음 자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마음가짐은 우리가 거의 매 순간 내리는 선택, 특별한 사건을 겪은 뒤 내리는 선택, 인생의 큰 결정과 관계된 선택에 관해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정확히 알고 있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특정 사례들을 일반화하고 그것을 우리 삼 속에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일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행동을 자극하는 그 무언가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걱정은 결코 내일의 슬픔을 없애주지 못한다. 그저 오늘의 기쁨을 말려 버릴 뿐이다. - 레오 부스카글리아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세상에 할만하고 숙고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많다.

무익한 걱정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마라. 』  p110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행복을 미루지 마라> 편에서는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속박된 삶이 아닌, 현재가 가져다주는 풍요를 온전히 만끽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초점을 맞추는 연습, 컴퓨터나 전화기에 현재를 상기시키는 화면보호기를 설정할 수도, 호흡이나 다른 신체 감각, 또는 심지어 물리적 환경에 몇 시간마다 1분간만 집중해도 그날 하루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주의력 결핍장애도 있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박사과정에서 제적 경험도 있고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틀에 박힌 일상에 몇 개의 행복 부스터를 주입하며 수시로 삶 속에서 즉각적인 만족을 경험하는 것으로 열정과 활력의 흐름을 만들어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행복감을 만끽하게끔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좀 더 사실적으로 와 닿는다. 어려운 것은 대개 만족을 지연시키는 것과 그것을 움켜쥐는 것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몸과 마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현재의 매 순간이 가능성과 선택으로 충만해 있음을 깨닫고 선택하기를 선택하도록 행복을 선택하는 방법 101가지 이야기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함께 행복에 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우리 마음속의 벽을 걷어내며 행복의 실체에 관해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선택권이 있다.

그리고

나는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선택은 매 순간

내면의 잠재력을 해방시킨다.

 

지금 이 순간 내면의 잠재력에 유의할 때,

우리의 삶은 탄력이 붙고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순간이 중요해질 때 인생이 중요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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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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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버나딘 요양원. 해럴드에게, 이 편지를 받고 좀 놀라실지 모르겠네요.』 로 시작하는 의문의 편지 한 통이 해럴드 프라이에게 온 날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편지를 보낸 이는 20년 전 양조 회사에서 경리로 일했던 퀴니 헤네시라는 여자인데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작별 인사의 편지이다. 놀라면서도 어찌 보면 담담하게 쓴 답장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려던 순간 도저히 편지를 놓아 버릴 수 없는 해럴드. 다음 우체통까지 좀 더 걷기로 하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다 계속 북쪽을 향해 걷게 된다.

그러다 한 주유소 소녀의 말.. "하지만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해요. 믿어야 한다는 거예요. (...) 인간의 마음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주 많아요. 하지만 있잖아요, 믿음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소박한 확신이 어린 소녀에게서 아주 당연한 것처럼 나오다니.. 해럴드는 그 자리에서 곧장 북쪽을 향해 계속 걷게 된다.

 

『 "해럴드 프라이가 가는 길이라고 전해 주세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내가 구해줄 거니까. 나는 계속 걸을 테니, 퀴니는 계속 살아 있어야 한다고." (...) "지금 당장 출반한다고요. 내가 걷는 동안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고. 이번에는 내가 실망 시키지 않을 거라고 전해 주세요."

 

 

예순 살이 훨씬 넘은 은퇴자 해럴드 프라이.

무기력하다는 깨달음에 짓눌리는 삶을 살아온 그는 우체통을 몇 개씩이나 그대로 지나칠 정도로 사념에 빠져 북쪽을 향했다. 세인트 버나딘 요양원은 그가 사는 곳에서 무려 1,000km나 떨어진 끝과 끝에 자리 잡은 곳이다. 해럴드는 예상치 못한 일은 한 적이 없이 살아왔다. 편지를 부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그의 생각이 자리잡혀 등산화나 나침반도 없고 갈아입을 옷은 물론 휴대전화도 없이 그렇게 계획이란 것이 없이 그냥 북쪽을 향해 걸을 생각이었다. 도대체 퀴니라는 여자는 해럴드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순간적인 결정.

자신이 한없이 약하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신이 붙기 시작한다. 자유의 느낌, 미지의 장소를 밀고 들어간다는 느낌이 유쾌해진다. 차로 지나다니던 같은 길을 걸어서 가자 삶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 어떻게 전에는 이런 것을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는지. 퀴니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신념으로. 그저 한발 앞에 다른 발을 내놓기만 하면 된다는 그 단순성이 즐거웠다.

 

『 이제 자신이 느리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자신이 걸어온 거리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 p61

 

가는 길에 아내 모린과 요양원의 퀴니 그리고 길을 나서게 용기를 준 주유소 소녀에게 각각 엽서를 써 가며 계속 걷는다.

아내 모린의 입장에선 정신이 멍해지는 충격, 노여움, 고통스러운 모욕감이 휘감기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어 안쓰러웠다.  데면데면한 아들 데이비드와 평생 대립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이며 살아왔던 과거를 기억하고 아파하며 길을 걷는 해럴드. 걷다 보면 기억 하나가 갑자기 마음속에서 솟구쳐 오르고. 그만의 고통이 있는 사연들을 끄집어내며 속죄하듯 걷고 또 걷기만 한다. 해럴드는 걸으면서 이십 년 동안 피하려고 했던 과거를 묶은 끈을 풀어가고 있었다.

 

해럴드의 과거와 걷기를 생각하며 그제야 그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게 되는 아내 모린.

그들이 이십 년 동안 키워 온 침묵과 거리는 심각하여 평범한 말조차 공허하게 들리고 상처를 줄 지경에 이르러 있었지만, 해럴드가 처음으로 모든 역경에 맞서서 자신이 믿는 일을 한다는 점, 그런 생각에 미치자 그녀가 떠나지 않고 살아온 이유는, 해럴드와 있을 때 아무리 외롭다 해도, 그가 없는 세상은 훨씬 더 황량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란 걸 깨닫는다.

 

『 과거는 과거였다. 자신의 출발점을 피할 도리는 없었다.』 - p176

 

차를 타고 가면 될 것을 왜 굳이 걸어야만 했던 것일까에 관해 처음엔 어찌나 답답하던지. 한편으론 마음 가득 경이감과 더불어 안타까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끼며 어느 순간 해럴드의 걷기를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거의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87일 만에 요양원에 도착한 해럴드. 그제야 비로소 그의 앞에 놓인 진실을 깨닫게 된 해럴드의 반전과도 같은 상황에 나 역시 매우 놀라며.....

걷기가 과거의 고통을 풀어내게 된 점에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나 자신만의 순례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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