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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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우리나라 형법에 무려 17년여 만에 형법체계에서 <인신매매죄>라는 새로운 범죄가 편입되었다. 기존에는 약취유인죄로 다뤘지만 이제는 성매매, 성적착취, 장기적출 등을 목적으로 한 모든 종류의 인신매매 행위를 처벌 할 수 있게 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기지 않는 사슬의 형태로 존속된 노예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죄악으로 비인간적이고 반인류적인 행위이다. 고대에는 승전국의 노예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강제 유괴의 형태로 이뤄진 매매로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직접 인도 뭄바이를 잠입 취재하며 완성시킬만큼 법조계에서 일하는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잘 어우러져 실화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힘들만큼의 사실감과 긴장감 그리고 스펙타클한 전개감이 돋보이는, 국제인신매매를 소재로 한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인도 상위 중산층 집안의 일곱살 아할리아와 두살어린 시타 자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축이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지진의 여파로 쓰나미가 몰려와 삽시간에 가족을 잃은자매. 학교 수녀님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는 길에 얻어 탄 어느 트럭 운전수에게 납치된다. 단 하루만에 가족이 바다에 몰살당하고 두 자매는 납치되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 두 자매에게는 파도가 부셔 버린 기억속에서의 세상만이 존재할 뿐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한편 워싱턴에서 로펌 변호사로 일하는 토머스는 자신의 어린 딸의 유아돌연사를 겪은 아버지로서의 슬픔, 회사 동료와의 외도, 인도인 아내와의 별거, 훤한 대낮에 벌어진 유괴 사건의 목격, 회사에서의 입지.. 등으로 인해 삶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법률구조단체 CASE 인도 뭄바이 지부에서 일하며 어린 두 자매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토머스는 인신매매가 혐오스러운 범죄이긴 했으나 도덕적인 이유만으로 뭄바이에 간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단 하나의 분명한 목표였던 연방판사직을 위해 경력을 쌓아가려는 목적이었을 뿐이었다. 인신매매는 전 세계의 비극이지만 딴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었다는 토머스처럼 나 역시 제3세계의 먼 나라 이야기일뿐... 테이큰, 트레이드, 휴먼 트래픽킹, 맨온파이어..등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구출 액션에만 빠져들었을뿐,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고뇌해본적이 없던것이 사실이다.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두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고 지켜주지만 수치심의 구렁에서 빠져나갈 방법 따위는 없었다. 영원한 수치심 속에 사는 것이 숙명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뭄바이 매음굴 급습으로 언니 아할리아는 구조되었지만 동생 시타는 이미 헤로인 밀수 운반책으로 이용되어 머나먼 프랑스로 옮겨졌고 시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심장이 죄여오는 느낌이었다. 포주와 인신매매범, 부패 공무원, 십자군 같은 변호사, 노예신세로 전락해 버리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온갖 학대의 사연이 존재하는 지하세계의 암흑으로 뛰어든 토머스의 이야기와 두 자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스피디한 진행을 이뤄 손에서 놓기 힘든 마력을 지니고 있다.
 
치유되려면 의지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인생이란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 p 228
 
먼저 구조되었던 언니 아할리아가 사설보호소에서 부활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희망의 푸른 연꽃을 꽃피우며 외로움과 고된 생활에 지쳐있을 동생 시타를 기다리는 마음을 보면 목이 메여온다. 동생 시타는 자살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면서도 세상이 그들의 자유를 앗아가든, 그들의 순결을 훔쳐가든, 그들의 가족을 짓밟고 터무니없는 물길로 휩쓸어가 버리든, 그들의 추억만은 빼앗아 갈 수 없었다. 오로지 시간만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고, 시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굴하지 않고 견뎌낼 작정이었다. 시타에게 남은 것은 과거밖에는 없는 현실. 꿈을 꿀 수 조차 없는 미래가 없는 현실. 두번의 탈출 실패로 시타는 결국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언니의 얼굴을 머릿 속에 그려 봐도 어두운 그림자만 떠오를 뿐 과거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인도, 프랑스, 미국.. 세 나라를 거치며 이 모든것이 겨우 두 달 반 동안에 시타에게 일어난다. 시를 읊거나 낱말 놀이를 하는 것도, 언니가 곁에 있는 척하는 것도, 기억을 더듬어 행복을 꿈꾸는 것도 그만. 그저 벽만 멍하니 쳐다보거나 납득할 수 없는 자신의 업보를 곱씹으며 시간이 갈수록 어둠이 그녀를 잠식한다.
 
신은 대체 어디 있는거지? - p331
 
우리가 얼마나 타인의 불행에 둔감할 수 있는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Human Trafficking 인신매매. 악의 얼굴을 구별하기 힘든 세상에서 토머스가 이 책에서 쓴 시로 희생자들의 영혼을 보듬어주고 싶다.
 
우리는 태양을 건넌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자가
시간의 바늘에 드리워진다
우리를 낳은 빛이
명명하는 이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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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으로 내가 생겨났다고? - 아빠가 들려주는 놀라운 진화이야기
더그 O. 헨센 지음, 룬네 마크후스 그림, 황덕령 옮김, 최재천 감수 / 그린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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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으로 내가 생겨났다고? 아빠가 들려주는 놀라운 진화 이야기

더그 O 헨센 글 | 룬네 마크후스 그림 | 황덕령 역  | 최재천 감수 | 그린북

출간일 2013.03.15  | 페이지 60 | 판형 B5

 

나는 어떻게 생겨난거야에서부터 엄마는? 엄마의 엄마는?... 맨 처음에 생긴 원숭이는 어떻게?....

생물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부모라면 한번쯤 질문을 받게 되는 부분이다.

쉽게 빠지기 쉬운 답변의 오류가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원숭이가 사람으로 변했다고 전달하는 과정쯤 가면 잘못된 오류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 생기게된다. 생각이 있는 아이는 그 말을 들으면 "그런데 지금은 원숭이도 있고 사람도 있잖아" 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때부터는 부모가 헷갈리기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내가 자연과학분야 중에서도 특히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소라게라는 생물을 탐구하면서부터이기도 했지만 아이의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진화와 관련된 다양한 설명기법의 책을 탐닉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생명의 나무의 뿌리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는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는 연령대에서는 이만한 그림 자료가 딱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모두 별들의 가루라고 할 수 있단다.

가장 가깝게는 엄마, 아빠에게서 왔지만.

 

생물의 조상 이야기는 나무에 비유해서 설명을 하면 그 늬앙스를 잘 전달할 수 있다. 나무줄기를 이용해 계속 거슬러 올라가는 설명 기법이 이 책에서 나온다. 인간은 털 달린 무언가에서 시작이 되었을테고, 지구 생명체 중 처음으로 뇌를 가진 동물은 편형동물이었고, 그것은 아메바와 박테리아로 거슬러 올라가고 박테리아는 지구의 어떤 생물에서 시작되었을테고 그러한 어떤 생물은 우주와 별, 지구 탄생에 이르는 빅뱅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과학계에 알려진 기본 이론이다. 예전에 읽었던 <우주 속으로 걷다> 라는 책은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했던 방식이었는데 어린이책으로서의 진화이야기를 다룬 <빅뱅으로 내가 생겨났다고?> 책은 방대한 진화이야기를 한편의 마인드맵으로 그려내듯 군더더기 없고 명쾌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잘 어우러져 유치~초등저학년 아이에게 완벽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이 책은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습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을 준다. 이러한 부분이 여타의 이 수준의 책들중에서도 특히 이 책이 나에게 감동으로 와닿은 부분이었기도 했다. 10만년 후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 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공룡의 나무가지가 뚝 부러지는 것으로 설명한것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수준에 완벽하게 와 닿을것이다.

 

인간은 엄청나게 많은 생물들 중 한 종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인냥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지구에서 나타나는 현재의 멸종사건은 우주적인 관점에서의 재앙이 아닌 단순히 인간에 의한 멸종을 초래하고 있는 지구 역사상 유일한 일이다. 다른 종을 희생시키며 번성하는 인간의 모습은 미래의 이 지구의 모습이 어떻게 될 지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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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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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저 / 김지원 역 | 북폴리오
출간일 2013년 03월 18일 | 500페이지 | 정가 14,000원

 

 

사랑이란.. 사랑의 작용 원리는, 사랑이라고 느끼는 그 감정을 유지하는 방법은 뭘까.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 주는 사랑.. 사랑이란 감정을 당시에는 만연히 느꼈던 시기를 저 깊은 곳에서 꺼내야만 할 정도의 아스름한 감정으로만 남아있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이 사랑이란 것조차 모르게 삶에 스며든 무언가도 나름의 진정한 사랑의 의미일까. 나는 책장을 넘기며 행간에서 이 모든 사랑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지능형 컴퓨터의 정의를 세웠던 천재 과학자이자 수학자로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해독을 담당했던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가 바로 2012년. 이 책의 원서가 출간되었던 해이다. 비운의 삶을 살았던 앨런 튜링의 자살과 닐 아버지의 자살, 앨런 튜링이 생전에 말했던 미래의 인공지능 컴퓨터.. 저자는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썼을까... 인간의 죄악과 미덕, 그 중에서 본질인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을 인공지능 컴퓨터에 대입해 풀어나가려는 탁월한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아버지의 자살, 이혼을 겪은 30대의 남자가 있다. 그저 혼자였을뿐이지만 자급자족의 생활이라고 위안삼으며 샌프란시스코 도시생활을 시크하게 독신남으로 살아가고 있는 닐 바셋 주니어라는 이름의 남자. 그는 언어학적 컴퓨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며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그 입력 데이터들은 바로 98권이나 되는 이십년치의 일기의 주인공인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장인 것이다. 그것은 5천장이 넘는 생각과 이야기, 다양한 문구, 인생의 철학, 의학적 조언이 담긴 산더미 같은 사고와 상호 대화하는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능형' 컴퓨터. 30퍼센트의 확률로 인간을 속일 수 있는 컴퓨터를 말한다.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만든 인공지능을 지향하는 닥터 바셋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컴퓨터는 초기에는 몇가지 대화의 기술을 이용하여 일기에서 적당한 대답을 찾는 것 뿐이었다. 컴퓨터가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수도 없었고, 생각을 따라가지도 못했고,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가려내지 못했다. 2년동안의 작업동안 1퍼센트도 인간을 속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의 과제는 이 인공지능이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 바로 불확실함과 마주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설득력 있는 인간의 목소리로 통일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닐 바셋 주니어가 살아생전 느꼈던 부자지간의 사랑의 부재를 철저하고 꼼꼼하고 폐쇄적이면서도 유쾌할 정도로 객관적인 방대한 양의 일기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마음의 고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놀라운 내용도 없고 페이지마다 가득한 온갖 의견과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아버지를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진정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에, 닐 스스로 감상적인 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사로운 일이 있을때마다 닥터 바셋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는 닐. 닥터 바셋의 대답에서 그것이 일기에 있었던 문장인지 닥터 바셋이 만들어낸 문장인지 혼란이 오는 시점에서 어느쪽이든 말도 안 될만큼 마음의 위안이 되는 답을 찾는 닐의 모습은 아버지와 그 자신을 향한 내면의 깊은 곳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튜링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한 일환으로 닥터 바셋에게 질문하는 능력을 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닥터 바셋은 닐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추론하여 인식하고 자신의 일기 중에서 빠진 년도의 일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닥터 바셋을 대신해 그 과정을 찾아가는 닐의 행동은 살아생전 아버지와의 사랑의 부재에 대한 이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직 지능형에는 부족한 닥터 바셋의 공백은 '본능과 두뇌에 대해 생각하느라 인간을 조합하는 중대한 요소를 빠뜨린 거라면?' 의문에서 답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이나 사물에 결속감을 느끼거나 아끼는 것을 느끼는 마음 자체는 단순히 예를 들면 결혼생활 유지라는 수준이지만, 자신과 세상 사이의 모든 상호관계의 일부로서의 사랑에 관한 것. 모든 상호작용이 사랑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감정과 호르몬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채움의 주체이니 닥터 바셋에게는 심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컴퓨터가 항상 연결을 찾도록 만드는 것, 채우고 채움 상태로 머무르는 것. 이것이 닥터 바셋을 통해 느낀 사랑에 관한 닐의 이론이었다.

 

아버지와의 관계 외에 이야기의 커다란 나머지 한 축은 여자와의 관계를 나타낸다. 결혼생활의 실패, 쿨함을 넘어서는 가벼움만을 유지하는 관계가 일상인, 우리가 누군가에 대한 탐구가 아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을 하는 방식을 가진 닐의 생활은 점차 다른 이들의 관계를 보며 그리고 닥터 바셋의 조언을 들으며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에 속해보려는 마음을 찾게 된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견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 그녀의 영적 보조자, 약간의 부르주아적인 책임감이, 약간의 닥터 바셋스러움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닐. 그냥 옆에 있어주고 계속 노력하면 된다는 그의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을 이것으로 대신한다.

 

결국에 아무것도 없다.

사랑은 자기 실현이다. 사랑은 자력이다. 이 모든 것이 도움은 되지만

불완전한 설명이고 서로 상충되고

결국에 어떤 결론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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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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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기업가 정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워드 스티븐슨은 워런 버핏을 닮은 사업감각,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모리를 닮은 마음씨와 정신, 스타워즈의 현명한 제다이 기사 요다를 닮은 외모를 가진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겸비한 멘토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심장마비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나 두번째 인생을 살면서 수년 동안 하워드와 그의 애제자 에릭이 나눈 대화를 기초로 제자 에릭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인생의 제2막을 맞이하던 그 순간을 <전환점>이라 지칭하고 전환점을 통해 지금 이대로가 아닌 '앞으로 어떻게'라는 시선과 인생 경영계획을 꾸준히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주 기조로 잡고 있다. 생사의 기로를 넘어서고 그가 한 말은 살아온 삶에서 특별히 후회되는 일이 없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삶과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말인 필생의 일이란 것을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가 하는 의문으로 시작된 대화들.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찾아오는 <전환점>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말고 거기에서 기회를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전환점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해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전환점이란 기회의 덩어리면서도 절대 오래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스스로에게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은가 아니면 방향을 바꿔야 할 때인가" 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전환점이다.

 

전환점을 인지했다면 잠시 멈추라고 한다.

예컨대 경제적 안정이 삶의 목적이었던 경우에도 진정한 인생목표보다 근본적인 가족 행복을 위한 퍼즐의 한 조각이었을 뿐, 유연하고 변화가능한 전체적인 미래의 삶을 그려보고 일과 삶이 계속 변하고 있는데도 전략을 바꾸지 않고 작년 혹은 몇 년 전에 결정했던 장기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면 목적과 수단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지 않은 셈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우리는 '할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을 죄다 섞어서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것' 하나의 커다란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는다. 끝없이 자가증식하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면 '지금 당장'이라는 주술에서부터 깨어나야  할 것이다.  p142

 

우리는 위험부담을 꺼려한다. 위험이란 것은 결과와 불확실성의 조합일 뿐이므로 위험을 줄이려면 예측가능성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빛을 밝히는 방법은 용기를 '선택'하는 것. 인생은 어려울 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거절과 실패는 엄청난 동기부여 에너지가 내재된 적대적 전환점일 뿐이다.

 

하워드는 어떻게 전환점을 인지할 것인지, 인생의 목적과 수단을 구분할 것인지, 용기를 선택할 것인지, 삶의 균형을 잡을 것인지, 선택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명확히 할 것인지, 이러한 것들이 실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스스로를 속이는 착각들에 빠지는 요인들 등을 세세하게 조언해준다. 큰 틀은 여느 자기관리서의 주제가 될 수 있는 항목들이지만 하워드가 들려주는 소소한 조언들은 그의 심성에 걸맞게 위엄과 중후함이 담겨 마음의 잔물결을 일으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경험많은 노인이 이렇게 해라 라고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큰물결이든 잔물결이든 가슴을 두드리는 조언을 해주는 진정한 멘토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참고인 역할로 충분하다는 하워드. 하워드 자신이 받은 선물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지혜의 순환이 이루어지기를 꿈꾼다는 제자 에릭의 말처럼 진정한 멘토를 이 책을 통해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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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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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이면서 미술을 사랑하는 저자라면 미술작품을 바라보더라도 자신의 주 분야인 화학쪽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미치게 될터이다. 이 책은 예술과 물감과 안료의 변화, 색의 특성 등을 화학적 요소를 포함한 과학의 접점 찾기라고 보면 된다. 개정증보판에는 화학적인 주제를 담을 글 8편을 보강했고, 11편의 '미술관에서 나누는 과학토크' 라는 칼럼이 추가되었다. 명화에 대한 새로운 새로운 해석을 통해 예술적 감성과 인문적 소양을 키우면서 그 안에서 과학적 사고까지 함양하도록 돕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는 사실 착각을 하며 한참을 읽고 있었다. 왜 이 작품의 해석에는 화학을 품은 내용이 전혀 없을까? 놓친게있나? 하며 갸우뚱거리기도 했으니. 화학자가 미술 얘기를 한다는 의미였지 이 책에 나온 모든 작품을 화학이란 주제 한가지로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교양미술 관련 책에서는 주로 작품의 배경,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바탕위주의 미술감상을 읽어왔다면, 이 책은 그림에서 숨은 상징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은 그림을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므로 그러한 작품의 바탕 언급과 더불어 과학적인 요소의 해석이 있다는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일 것이다.

 

 

과학분야 중에서도 화학을 집중적으로 다룬 부분은 미술재료와 관련된 부분이다.

표지에 나온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작품해설에는 소설, 영화화 된 <진주 귀고리 소녀>에 나타난 안료의 오류를 지적한다. 작품에 나타난 노란색은 영화에서 말하는 인디언 옐로도 아니며, 원작소설에서 말하는 광물성 안료인 마시코트도 아니고 실제는 납과 주석으로 된 노랑이었을거라고 한다. 이는 과학적으로 발견된 시대 흐름에 맞춰 지적된 오류이다.

 

 

 청금석이라는 광물에서 채취한 울트라마린으로 불리는 파란색 안료의 귀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다. 귀하고 비싸서 구하지 못해 결국 미완성으로 남게 된 작품들이나 대체해서 사용했다가 탈락,변색되어 본래의 의도와 멀어진 안료 이야기들은 작품의 본래 의도가 안료로 인해 와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천재였다한들 화학만은 정복하지 못한게 아닐까 할 정도로 미술재료에 관한 화학적 지식에 약한 면을 보였던 기름성분의 유화와 수분이 함유된 템페라 기법을 혼합하여 그린 그림이 많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화도 흥미진진하다.

 

▲ 재료 혼합의 실수로 심한 균열과 박락, 어두워진 색채로 후대에 수없이 복원작업이 이뤄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 당시 푸른색 안료의 재료였던 귀하고 값비싼 청금석

 

▲ 왼쪽은 자연 울트라마린, 오른쪽은 합성 울트라마린

 

새로운 염료와 안료들이 개발되어 봇물터지듯 등장한 안료, 물감튜브의 발명, 스펙트럼에 의해 색이 결정된다는 과학적인 발견과 진보의 결과 등으로 미술사는 과학의 힘을 입어 일보전진하게 된다.

 

이렇듯 시대를 거슬러갈수록 안료와 관련된 화학분야 이야기는 빛을 발하고 있는데, 합성안료가 나온 이후 시점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얼핏보면 화학이란 분야와 관계없는 순수하게 화가 배경과 그림느낌에 대한 해석으로 작가만의 독창적인 해설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다수 언급되어 내가 원했던 주제의 취지를 잃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화가들의 과학적 사고방식, 그림의 구조 등 대체로 폭넓은 과학의 눈으로 해설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나의 챕터내에서도 왔다갔다 하는 부분 등 글맛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 책이지만 예술작품이란 것이 그 당시의 종교, 과학 등 역사적인 바탕과 개인의 인간 감성을 연계하는 것이므로 이런 눈, 저런 눈으로 본 관점측면에서의 집중분석의 주제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테고 이 책은 과학자의 시선에서 과학요소를 접목시켜 해설을 한 셈이니 다양한 시선으로의 감상이란 측면에서 만족감을 대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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