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담동 살아요, 돈은 없지만 - 청담 사는 소시민의 부자 동네 관찰기
시드니 지음 / 섬타임즈 / 2024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손꼽히는 부자 동네 청담동. 셀럽들이 즐겨 찾는 고급 레스토랑, 명품 매장, 유명 연예인, 슈퍼카 행렬, 세련된 브런치 문화가 떠오르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이미지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저자 시드니는 <청담동 살아요, 돈은 없지만>에서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다움이 중요한 이유를 몸소 경험하고 이를 생생한 에피소드로 전달합니다.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그 진짜 모습을 담아낸 책입니다.
청담동에 대한 편견과 환상을 유쾌한 에피소드로 뒤집어 놓습니다. 명품과 화려함을 무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있는 소소한 갈등과 진솔한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풀어놓은 에세이는 웃음과 공감,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청담동이라는 이름은 부유함과 고급스러움을 상징합니다. 작가는 이곳에서 자신과 동네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질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해진 청바지와 낡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자신이 화려한 청담동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에 대해 고백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저자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이 동네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예상 밖의 따뜻함과 인간미를 발견합니다.
청담동 주민들은 겉보기와 달리 소탈했습니다. 청담동 주민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일깨웁니다. 슈퍼카에서 백발 할아버지가 내리는 이야기는 명품차가 단순히 과시용이 아니라, 그 안에 삶의 연륜과 여유가 담겨 있음을 암시합니다. 철물점 아저씨 딸이 제일 잘나간다는 에피소드에서는 청담동에서도 스펙과 배경보다 진솔함이 더 빛나는 가치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청담동 사람들이 과시에 대한 욕구 자체가 없어 보였다는 점도 편견을 깨뜨립니다. 다들 저처럼 놀랐나봅니다. 작가가 브런치에 연재한 '청담동은 명품을 안 입는다' 글이 누적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기며 많은 관심을 받았으니까요.
저자는 청담동 주민들이 실제로는 명품을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 단정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청담동에 산다는 자체가 모든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형편인 줄 알고 마음을 열었는데 백억 부자 친구도 있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흥미로운 관찰미가 돋보이는 에세이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활발히 운영되는 맘카페를 청담동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청담동 특유의 문화와 관계가 깊다고 설명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공간을 보호하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청담동에서 기절하면 언제쯤 발견될까”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은 이곳에서의 고립감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이곳 주민들이 대체로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다고 관찰합니다.
청담동의 단점과 빈틈을 조명하기도 합니다. 독립서점이 없는 청담동의 문화적 허점을 지적하며 독립서점이나 예술적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은 화려함 이면에 자리 잡은 공허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쓰리 청담'이라는 표현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청담초-중-고로 배정되는 단지가 오히려 학구열이 떨어져 기피지역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담고의 이사 예정으로 이 말도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청담동에서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인 팁과 철학적 성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청담동 로컬로 살아남는 법에서 저자는 부자 동네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법을 유쾌하게 들려줍니다.
저자는 청담동 이웃들을 만나며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람들은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내적인 안정감과 인간적인 관계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입니다.
시드니 작가는 자신만의 청담동 보호색을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자 동네든 평범한 동네든,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태도라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부자 동네 청담동에서 소시민이 발견한 ‘화려함 뒤의 평범함’을 기록한 관찰 에세이 <청담동 살아요, 돈은 없지만>. 이 에세이의 매력은 청담동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청담동이라는 특정 공간을 통해 우리 모두가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비판합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라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상기시킵니다. 화려함에 대한 환상을 깨고,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하고 유쾌한 메시지를 전하는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