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지 식단 조절로 18kg을 뺐다.
이제 운동을 해야 한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자전거 타기.
이 나이 먹도록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어릴 적엔 자전거가 집에 있을 만큼 넉넉하지 않았고, 집 앞 도로에서 자전거 교통사고를 목격하고는 이후 배우는 걸 포기했다.
5인 가족, 나 빼고 자전거 네 대.
널따란 평지에 자전거도로도 잘 닦여있는 동네 살면서 자전거를 못 타는 건 생활의 불편까지 가져왔다.
머리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 못 타면 다리가 고생한다. 뭐 운동이 될 거라고? 천만에. 아예 안 걷는 게 문제.
구청에서 자전거 교실이 있어 신청했다.
주 3일 3개월. 꽤 길다.
처음엔 따릉이로 가까운 곳 이동하는 정도의 수준으로만 목표를 잡았는데 어랏!
자전거교실 1개월 차에는 따릉이 수준.
2개월 차에는 한강 라이딩.
3개월 차에는 장거리 라이딩까지 가능하단다.
목표 수정.

첫날, 두 발로 자전거를 끌다시피 하고 자전거 익숙해지기.
둘째 날, 안장 높여 페달에 발올리고 굴리기.
셋째 날, 큰 자전거로 바꿔줬다.
나, 생각보다 잘한다. 이놈의 운동신경이란. ㅋㅋ
넷째 날, 운동량 및 라이딩 지속시간 늘리는 중.

자전거 배우는 곳이 한강과 가까운 곳이다.
자전거로는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도보로 35분이 걸린다.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데 이게 한 시간에 두 번 운행, 그래서 버스 시간 안 맞으면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곳이다.
그래, 걸어보자.
평소 하루 1000보도 잘 안 걷던 내가 변했다.
어제는 처음으로 왕복 도보, 물론 시속 6km 정도로 속보로 걸었다. 지방을 태워야지!
날이 좋아 꽃구경도 하고, 음악도 듣고 좋았다.
아침마다 귀찮다, 제낄까? 내적 갈등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집을 나서니 좋긴 좋다.
자전거도 이제 속도를 즐기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는 것도 워치가 자동으로 인식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러나 극복하기 힘든 게 있으니 바로 안장통.
하체 근력보다 안장통때문에 오래 못 타겠다.
한 달쯤 타면 좀 괜찮아지려나?

어젯밤, 평소보다 피곤해서 책도 안 읽고 그냥 뻗음.
아침에 일어났더니 워치가 이리 알려준다.
안 하던 운동했다고 칭찬은 안해주고...ㅠㅠ
올 하반기에는 자전거로 행주산성 가서 국수를 꼭 먹고 올 테다.
올봄은 안되겠고, 내년 봄에는 안양천 벚꽃길을 자전거로 즐기리라.
아! 가을 단풍을 즐기러 가면 되겠구나.
무엇보다 기분이 좋은 건 늘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올해의 목표'에서 올해는 적어도 하나는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이 벌써부터 즐겁다.
새로운 시작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식단 조절이 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전거 타기도 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익숙해지자.
내가 자전거 타기 시작한 건 어찌 알았는지(?) TV에서 자전거 관련 방송을 했다.
이것도 다 운명인건가...
EBS 평생학교 자전거 편, 눈높이 설명이 친절하고 좋았다.
앞부분 못봐서 유튜브 검색하니 8회까지 공개되어 있다.
괜히 방송시간 맞춰 기다렸네. ㅋ
짧은 편이라 금방 훑어봤다.
https://youtu.be/mQuGuLaPtEY?si=XANsyOZglbDVoX1g
자전거 관련 책도 읽고 싶어 담아놨다. 주말에 몽땅 대출각. 천천히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