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김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덥혀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 - P72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 P11
날개는 더이상 날개가 아닌 것이 되고, 나비는 더이상 나비가 아닌 것이 된다. - P49
알라딘이 보낸 추천 알림이었나...로 기억하는데,무슨 생각으로 읽고싶어졌었을까?제목에? 저자가 유명한 것 같아서?게다 교수래...사긴 좀 모험이고, 2분컷 집앞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근데, 도서관에 참 미안하네예산도 많지 않아 보이든데....담부턴 좀 더 알아보고 신청하자죄송합니다 🙏
"네가 없으면 이제는 내가 불편해. 그러니까 관둬."그 정색하는 얼굴과 음성이, 한 여성을 붙잡음이 아닌 수족 같은 부하나 비서를 가리킨다는 걸 알면서도 조각은 마음 어딘가 파인 도랑에 미온수가 고였다. - P231
사라진다.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 P342
지식인이나 정치인, 재벌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노인이라고 불리지 않으며 그들도 스스로를 노인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민에게만 노인이란 칭호를 붙인다. 노인이 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만 문제가 된다. 이것은 나이듦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 P184
나이에 따라 인간의 권리가 다르지 않다면, 노후(老後)라는 말부터 없어져야 한다. 노전(老前) 생활이 따로 없듯이 노후 생활도 없는 것이다. - P187
"군대 다녀와야 어른 된다. 철든다" "남자 된다", "사람 된다" 등우리 사회의 일상적 언설은 병역 의무 수행이 시민권뿐만 아니라 문화, 정서, 의식 등 모든 차원에서 ‘인간됨‘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인식에서는 "어른, 사람=남성"을 뜻하게 된다. 여성을 ‘철들게 하기 위해‘ 입대를 권하는 사람은 없다. 군 가산제 논쟁 때마다 등장하는 남성 논리인 "여자들이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라는 비난이 있는데,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무와 권리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출 경우. 국가는 개인을 ‘국민‘, ‘시민‘으로 인정하고, 국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 의무는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행했다고 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군 가산제제도는 여성과 장애인 등 처음부터 국방의 의무가 면제된 사람들에게 그 면제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격이다. 면제의 기준을 문제삼아 여성과 장애인의 징병을 주장할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면제된 의무를 안 했다고 해서 개인의 권리와 생존권(취업권)을 박탈하거나 감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성은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 것이 아니라 배제된 것이다. -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