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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가 - 복음서 내러티브 개론
데이빗 로즈 외 지음, 양재훈 옮김 / 이레서원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에 대한 문학적 해석의 한 형태인 서사비평은, 신약 성경 중에서 이야기 본문인 복음서를 주로 연구한다. 마태복음은 킹스베리, 마가복음은 로즈와 미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탄네힐, 요한복음은 컬페퍼가 이 분야의 선구자다. 우리나라에는 [이야기 마태복음(1988)], [요한복음 해부(1983)] 그리고 서사비평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서사비평이란 무엇인가?(1990)]가 소개되었다. 그렇지만 서사비평의 원조는 신약학자인 로즈와 영문학자인 미키가 저술한 [이야기 마가(1982)]이다.(다른 책들은 이 책의 연구방법을 따르고 있다.) 이야기 마가가 신약학자 듀이를 가세시켜 거듭났다.(1999)
개정판에는 최신 성경해석 방법론이 반영되었다. 페미니스트 비평, 해체주의 비평, 문화 해석, 사회과학비평 등. 특히 서사비평과 독자반응비평의 결합이 눈에 띤다. 마크 포웰의 예언이 적중한 느낌이다.(서사비평... 51쪽) 성경연구가 저자와 본문 중심에서 (저자와) 본문과 독자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시대적인 흐름이리라. 이 책이 여러 방법론을 가미했다고 염려할 것은 없다. 저자들은 다양한 방법론을 충분히 소화하여 독자들이 배탈나지 않도록 음식을 넣어 주고 있다. 단어를 통해 따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문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마가복음을 해석하기 위해서 5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내레이터, 배경, 플롯, 등장인물, 수사법. 그렇다고 자료비평과 양식비평처럼 본문을 조각내지 않는다. 저자들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마가복음)를 5가지 각도로 바라볼 뿐이다. 멋진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다시 보여주는 스포츠 중계처럼. 마가복음의 내레이터는 3인칭이다. 3인칭 중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레이터는 이야기의 모든 세계를 알고 있다. 우리는 내레이터의 시각에 따라 인물을 평가하고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플롯은 사건과 등장인물과 배경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수사법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마가복음은 여러가지 반복법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들의 의도는 마가복음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읽도록 한 것이고, 그 계획은 실현되었다.
이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제1장 원문 번역이다. 저자들은 원문을 바탕으로 마가복음을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하였다. 장과 절을 없애니 또다른 묘미가 있다. 유진 피터슨의 [The Message]도 이렇게 흥미로울까?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다. 책 값을 부풀렸다. 이레서원은 176쪽인 원서를 448쪽으로 만드는 수고를 하였다. 신국판으로 만들었으면 훨씬 저렴했을텐데... 전문서적은 독자층이 엷기 때문이리라. 내용이 많지 않으니 쉽게 읽히는 장점은 있지만... 글자체도 예전에는 흐릿했는데 이 책에서는 선명해졌다.
이 책은 '복음서 내러티브 개론'이라는 부제처럼 서사비평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서사비평의 새 장을 연 기념비적인 이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에 빚을 진 다른 책을 나중에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학자가 쓴 책 중에서는 [누가복음 새로 읽기], [문학-역사비평이란 무엇인가?], [신약성서의 그레꼬-로마적 읽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서사비평(문학적 성경해석)의 새싹이 움트고 있다. 당신도 이 대열에 합류해 보라. 성경을 보는 새로운 눈이 열릴 것이다. (이 글은 2003년 7월 4일 라이프북에 실었던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