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도의 불행에 답하다 ㅣ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2
브라이언 채플 외 지음, 허동원 옮김 / 지평서원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주 주일저녁에 지방 장로님이 별세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은퇴후 집과 교회만 오고가셨다는 장로님, 언제나 인자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장로님, 아직 한국인의 평균 수명에 훨씬 못미치는 장로님의 별세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럴 때 담임목사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자신도 사랑하는 성도를 잃은 슬픔을 추슬러야 하고, 비탄에 잠긴 가족들을 시간마다 위로해야 하고, 갑작스런 죽음에 의아해 하는 성도들에게 합당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임목사는 죽음에 관한 실존적인 질문을 할 겨를도 없이 입관, 장례(발인), 하관 예식 등을 집례해야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물론 교단에서 발행한 예식서가 훌륭한 가이드가 되고, 가끔씩 특별예식에 맞는 설교문도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이 일반적인 자료 수준이다. 불행은 갑작스럽게 닥치기에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목회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트집잡기일뿐이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고 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치고 지역교회를 담임하는 브라이언 채플이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고 목회자들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줄 역작을 펴냈다. 사회적인 비극과 자녀를 잃은 다양한 상황과 특별한 사연이 있는 죽음과 유명한 사람의 죽음과 우리나라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그리스도인의 자살까지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9년째 OECD 국가중에 1위로 매일 39명이 평균 37분에 한명꼴로 자살한다니 교회도 교인의 자살에 대한 예방대책과 함께 장례예식을 위한 매뉴얼이 시급히 필요한 실정이었다. 채플은 서문에서 불행도 하나님의 주권아래 있으며 하나님은 불행한 일을 통해서도 선한 목적을 성취해 가시며 예수님의 십자가는 하나님이 궁극적으로 선하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자신의 아들을 아끼지 않고 죽이셨는데 까닭없이 우리에게 불행을 주시지 않으신다. 우리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어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전화위복이 될 줄로 믿어야 한다. 채플은 여러 신학자들과 지역교회 목사들이 목회 현장에서 실제로 선포한 설교들을 추려 그 설교가 있기까지의 배경을 설명하고, 설교자가 무엇에 관심을 가졌는지를 알려주고, 또 그 설교가 어떤 전달 방식으로 선포되었는지도 설명해 준다. 단순히 설교문만 올린 게 아니라 설교의 배경도 알려주기에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설교로 다가온다. 이 책은 전쟁을 대비해 국방력을 키우듯이 불행을 대비해 소장해야 할 필독서이다. 국방력이 강하면 전쟁 억지력이 생기듯이 내용을 소화시킨다면 불행도 저만치 멀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