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도서 목록 중 하나.엄청난 S급을 중고로 구입했으나 사고 나서야 펜자국을 발견한 나란 멍청이..새 해 자정 0시 0분을 기준으로 한 나라에 죽음이라는 존재가 사라진다.쉽게 말하면 영생의 나라가 된다.아무도 죽지 않게 된다.그로 인하여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다.가장 먼저 장의사들이 직장을 잃고, 보험회사에 보험중단 전화가 빗발치며,종교계와 철학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끊이질 않으며, 노인들의 인구증가 문제와, 마피아와 군대 대립 등등.중반부터는 ‘죽음‘의 입장에서 전개 된다.‘죽음‘은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을 인간들에게 알리고 죽어야 할 운명들에게 편지를 보내어당사자들은 일주일 후 죽게 된다.그런데 한 첼리스트에게서 그 편지가 다시 회수된다.그래서 그 첼리스트를 죽이기 위한 죽음의 이야기가 나온다.뭔가 ‘책도둑‘의 사신과는 많이 다른 느낌의 사신이었다.중반부까지는 엄청난 흥미와 몰입력으로독자를 즐겁게 해준다.그러나 그후부터는 참 작가가 길이 막혔구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삼천포로 빠진다.그래, 사신이 등장하고 편지가 역회신되는 내용까진 좋았다만, 이야기가 완전 힘을 잃어버려서 마치 창피함은 내 몫이 되버린 그런 기분.
친구가 나의 소설공모작 원고를 잃어버렸다.그 친구는 누군가에게 죽었고 나는 졸지에 살인용의자가 된다.나의 원고는 다른 누군가의 소설이 되었고 그 작품은 대박을 치게 된다.신인상이라는 꿈을 빼앗긴 대신 복수라는 꿈을 꾸게 되는 주인공.와나 이런 미쳐버릴 상황을 어찌해야 할꼬.내가 정성들여 쓴 서평을 누군가가 도용해서 좋아요 백만개 받아 알라딘에서 온갖 상품과 혜택 다 준다고 생각해보라.원펀치 투코피 쓰리강냉이로도 분이 안 풀릴 것이다.여튼 이 작가는 서술트릭으로 유명한가 본데읽어보면 아 이런 형식이구나 하고 좋아할 게 아니라,그냥 독자 농락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늘상 반전을 겪을 때처럼 감탄이 나오진 않는다는 말이다.꽤 재밌게 읽었지만 심각한 사태에 비해너무 가벼운 묘사와 전개여서 별 3개 주었다.재미랑 평점은 별개니까.
작가의 명성과 시크한 표지에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게 좋겠다.여자로써, 아내로써, 엄마로써 VVIP급 자부심을 가진 조앤은 여행 중 사막 속 어느 모텔에 발이 묶이게 된다.머무는 동안 할 게 없다보니 계속 과거만 회상하는데아 글쎄, 회상씬이 대부분이라 뭐 이런 과거형 소설이다 있지 싶었다.삶에 만족해 왔건만 지난 기억 속에서 작은 흠조차 용납 못 해 혼자 울그락 붉으락 하는 게 황당할 따름이다.자신만이 정답이며 교과서이며 정석이라 믿는 조앤.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절대 인정 못 하면서겉으로는 존중하려는 척 하는 가면 쓴 헛똑똑이시다.여태껏 온갖 마찰과 분쟁이 있었음에도어째서 스스로 올바른 삶이었다 믿어왔을까.계속되는 성찰 속에서 오류를 인정하고 참회함으로써 마침내 지난 날의 혐오스런 허물들을 벗게 되는 이야기.온실 속 화초들은 스스로를 돌아볼 줄 모른다.남들이 만들어 준 비단길만 따라가면 그만일 테니까.그러나 화초라고 무조건 기품있고 고귀한게 당연한 건 아니지.그 배경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아름답다고 인정 받는 것이다.
피타는 지배층에 잡혀가서도 캣니스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다.그의 경고는 곧 판엠의 안전을 위한 설득이지만이 진흙탕 싸움을 끝내기 위해 총대를 매고 반란군 대표가 되기로 결심한 주인공.그러나 남들이 짜놓은 플랜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원래 변화를 주려면 정해진 틀을 깨뜨리고 마이웨이 해야 하는 법이거덩.로미오와 줄리엣이 싸워야만 한다면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두 남녀의 운명의 장난을 좀 더 구경하길 원했는데너무 손 쉽게 피타가 구출되었고 작은 헤프닝 마냥 끝난게 아쉽다.마지막 편인데 혁명을 위한 동맹이나 액션의 비중은 거의 없고, 다 끝나가는 마당에 뭐 이런 장면까지 설명하나 싶은 구간만 가득해서 이 시리즈도 결국 타이타닉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읽었다.여튼 전쟁은 결국 그 어느 쪽도 이득을 가져오지 못했다.그렇게 시궁창 같았던 시간들이 지나며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돌아오고 꽃은 피어난다.다 읽고나니 갑자기 한국의 현실이 보인다.나 살기도 벅찬데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뭘 물려줄 수 있을까.지금 이 한국 사회에 탈출구는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우리 현실도 사실상 헝거게임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전쟁같은 인생살이 속에서 비록 승자는 없더라도 말이다.
‘13계단‘으로 인정받은 작가의 차기 작품으로써 역시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다.유명한 일본소설들이 많다지만일본 특유의 라이트한 맛은 좀처럼나와 맞지 않고 늘 모호했다.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감성은 장르 불문하고, 거기서 거기인 내겐 대부분 일회용품에 가까웠다.그러나 이 작가는 그런 가벼움이 없고 영미권의 하드보일드한 맛이 제법 있는지라 애중하는 작가가 되었다.이번 책의 플롯은 스피디한 전개와 심리묘사가 특장점인 추격전이다.살인 현장을 목격한 야가미는 의문의 집단과 경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극한 상황에 치닫게 되면 호랑이 기운이라도 솟아나나? 밤새 도주하는데 지치지도 않아;;야가미가 필사적으로 질주하는 동안, 반대편에선 그레이브 디거가 나타나서 연쇄살인을 시작한다.무엇보다 정계와 경찰계의 부정부패와 부조리함을 다루고 있어, 한 층 더 심각한 분위기를 형성한다.다카노 가즈아키는 캐릭터 채색을 잘 하는 것 같다.그래서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컬러가 있다.또한 독자들이 궁금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 부분을 극대화 시킨다.장르소설에는 몇가지 줄기들이 끝자락에 가서한 줄기로 되는 구성을 흔히 볼 수 있다.그러나 뜬금없이 등장하는 사건과 단서간의 개연성 부족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작가는 그 갭을 아주 잘 메웠다.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수록 감탄에 감탄을 더하게 된다.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