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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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채식 열풍이 분지가 꽤 되었다. 언제부턴가 유명인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비건‘을 외쳤고, 그들은 생명과 환경보호의 선구자로 주목을 받았다. 한편 나 같은 고기 러버들은 저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가 되었고, 그런 불편한 프레임에 대한 반항으로 더욱 열심히 고기를 씹고 뜯었으며 채식 권장을 외면해왔다. 사실 육식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고기를 사 먹기 전까지의 과정이 문제이며 그 과정을 바꾸고 개선하려면 소비자들이 이렇게라도 나서야만 한다는 것인데, 이 채식 권장이 초반에 마케팅을 워낙 이상하게 해놔가지고 지금까지도 육식과 채식 간에 냉랭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아무튼 사회적 시선에 따라 환경 파괴범이 된 나님이 이 책을 고른 건 세계 환경보호에 갑자기 관심이 생겼다기보다 순전히 제목에 끌려서이다. 이래서 마케팅이 중요하다.


도시생활을 접고 귀촌 한 저자의 축산 에세이집이라 할까. 육식파였다가 채식파로 개종한 저자는 가축을 직접 키워봄으로써 축산업이 낳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마주해 독자에게 전한다. 관심을 안 두면 전혀 몰랐을 내용들을 알려주어 유익하긴 하나 챕터마다 분량이 적어서 빈약하다는 게 흠이다. 물론 이런 문제에 관심조차 없는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겠지만, 축산에 뛰어든 저자의 굳은 자세에 비하면 여러모로 가벼워서 아쉬웠다. 아무래도 귀촌 생활 일지처럼 썼다 보니 이래도 되는걸까,하는 노파심의 글이 많았다. 후반부에서는 꽤 진지한 이야기도 하던데, 이게 에세이인지 칼럼인지 기사인지 성격이 모호하다. 편집자가 전혀 개입을 안 한 건가.


저자는 돼지를 키웠지만 책에서는 다른 가축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여러 종의 가축이 왜 어우러져야 하는지도 알게 해주었다. 한 가지 종만 많아지면 생기는 자연 파괴와 질병들이 고스란히 인간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런 문제를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 약도 뿌리고 위생관리를 하지만, 가축 A의 문제를 가축 B가, 또 가축 C가 해결해주므로 꼭 인공적인 해결방안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농장 축산이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해 공장 축산으로 가고 있다. 열악한 사육 환경, 단기간에 성장시키는 촉진제, 죽어라 출산하는 가축 어미들. 그래도 생명체인데 이렇게밖에 못 키울까 싶지만 농촌인구는 감소하는데 가축과 소비자는 증가하니 어쩌면 좋으랴. 또한 도시가 커질수록 농촌에 각종 혐오시설이 세워져 젊은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고 노인들만 남는 현상도 심각하다. 이렇듯 지금의 축산업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맞물려있었고, 나는 이런 속 사정들을 철저히 외면하며 살았구나 싶어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저자가 돼지를 직접 키우게 된 이유인즉슨, 가축의 생명을 존중하며 기른다면 감사의 마음으로 고기를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먹고 먹히는 자연의 순환과정을 체득하고자 했으나, 잡아먹기 위해서 생명을 기른다는 것이 윤리적 차원에서 엄청난 장벽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저자는 초심을 유지하려 직접 도축을 하고 고기를 삼킨다. 그리고 나서 채식을 선언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농촌 사람들은 대부분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환경문제 같은 거창한 이유보다도 수많은 사체를 보고서 육식할 마음이 싹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이 책으로 채식주의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하루빨리 국내의 축산업 환경이 더 좋아지길 바란다. 내가 건강한 고기를 오래오래 먹을 수 있게.


* 저자 인터뷰 :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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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21-10-24 14:57   좋아요 4 | URL
고기러버이시군요, 물감님은^^ 저는 미디엄 웰던내지는 김치콩나물삼겹살에 환장하는 채식주의자입니다만ㅋㅋ 고기를 그렇게 맛있게 먹는 니가 할 말은 아니라며 친구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는 하지만 나름 채식주의자임을 설파하고 다닙니다~
정말 제목에 시선이 확 가는데요?^^

개종ㅋㅋㅋ 저자가 귀촌한지 얼마 안 되신 분인가요? 갈팡질팡하게 되는 초반에 쓴 에세이일까요? 이것저것 뒤섞인 생각들로 인해 결이 거친 거겠죠. 뭐든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정체성이 잡히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무르익어야하나 봅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사소한 소제목에서부터 본문의 배열 방식이나 각주, 이미지 삽입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어떠냐에 따라 비슷한 내용이라도 눈길을 더욱 끄는 책이 있거든요.

아주 오래 전에 귀농하신 분이 쓰신 책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오리를 이용해서 잡초 및 해충을 없앤다는 내용이 있었죠. 당시 오리 농법에 대한 내용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이전까지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던 친환경 농법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거든요. 농사 방법부터 가축을 키우는 일에 이르기까지 천적을 이용한 방법은 계속 연구되어야 할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이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느림을 수용한다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잡아먹기 위해서 가축을 기른다는 건 양심적으로 선뜻 뛰어들기 어려워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생존경쟁이 치열한 생태계에서 필요악 아닐까요. 다만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용인되어야 할 행위라고 생각해요.
배부른 사자는 먹잇감이 지나가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던데. 먹을 것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냉장고에서 출발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필요 이상의 먹이를 욕심부리게 된게 아닌가 하구요. 저장할 수 없다면 썩을 수 있는 유기물은 저절로 나누게 되지 않을까요.
돈도 먹을 것처럼 유통기한이 있어 소멸이 된다면 악착같이 모으려는 사람이 없을 텐데요.ㅋㅋ
닭의 사육 환경을 TV에서 본 적이 있어요. 한동안 닭고기가 달리 보이고 꺼려지기는 하더라구요.

이 모든 생각의 결론은 하나, 인간은 욕심을 줄여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댓글을 달았더라면 더욱 많은 의견을 적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글을 쓴다는 게 조심스럽기는 하네요. 다만 저는 물감님의 리뷰에 대한 리뷰를 한 거라 여기시면 되겠습니다~ㅎ

물감 2021-10-24 20:22   좋아요 4 | URL
말이 러버이지, 그냥 남들이 좋아하는만큼 좋아합니다. 채식도 좋아하고요 ㅎㅎ 일단 이 책은 재미가 있습니다. 초보 귀농인의 좌충우돌 에피소드 모음집이라 피식피식하면서 읽었어요~ 편집자가 방향만 잘 좀 잡아줬으면 좋았을텐데요 ^^;

말씀하신 친환경 농법도 연구하고 잘 살리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훨씬 나아지겠네요! 그러나 지금의 축산업을 돈벌이로만 보는 사람들과, 필요이상으로 식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바뀌기 힘들 듯 합니다. 저번에 읽은 <소송>을 예로들자면 냉장고는 아무 잘못이 없겠네요. 역시 사용자가 문제입니다 ㅎㅎㅎㅎ

평소 채식과 환경문제에 일가견이 있으시니 책을 읽지 않고도 이만큼의 의견을 내시는 게 아니겠어요?ㅋㅋ 그래도 뭐 기회되시면 읽어보시와요~^^ 리뷰에 대한 리뷰,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1-10-25 07:19   좋아요 3 | URL
공장식 축산이 전염병, 온실가스주범인건 다 아는데 최소비용 최대생산이라는 경제적 효율성때문에 바뀌기힘든 현실이죠.
동물복지 얘기했다가 그럼 단백질 필요한 가난한사람들은 고기 무슨 수로 먹냐고 따져서 아무말도 못한적도 있네요.ㅠ
근데 참 정육점에서 1 한우 다 외국에서 들여온 GMO옥수수 먹고 근육사이 보기좋게 마블링 낀 고긴데 그게 최상급으로 팔리는게 저는 참 씁쓸합니다. 유전자조작 옥수수 먹고 몸만불린 소 건강이 그게 정상일까요? 아휴 참 답없는 고민입니다.

물감 2021-10-25 13:0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부터 고깃값 올랐다는 말을 들으면 한숨 나오는데 동물 복지를 마냥 지지하기도 어렵고 그러네요ㅠㅠ 환경보호를 위해 해외 수입으로만 돌릴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어요. 인간이 더 먹기 좋은 고기를 먹기 위해 가축들이 얼마나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는건지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소송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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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았었다. 주기적으로 나를 질문하고 검토하며 알아가기를 즐겨 했다. 나와의 시간을 가질수록 성향과 취향은 확고해지고, 그 방식들은 여러모로 퍽퍽한 삶에 윤활제가 되어주었다. 아무튼 이만하면 나는 자신을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확고했던 모든 게 조금씩 변하면서 적잖은 당황에 빠졌다. 심경에 어떤 변화가 온 것도 아닌데 어느새 싫어했던 것들을 좋아하게 되고, 좋아했던 것들이 피곤하게 느껴졌다. 이상했다. 그럼 이전까지의 내 모습은 허울뿐이었던 걸까.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지만 늘 하던 대로 다시 나를 알아갔고, 다행히 지금은 잘 살곤 있다. 아무튼 난 이런 사람이야, 하고 정의했던 내가 틀렸음을 마주할 때에 겪는 혼돈은 정체성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나의 믿음과 신념이 흔들릴 때, 나의 정의가 금이 갈 때, 나의 존재가 거부당할 때 어떻게 해야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뭐 그리 피곤하게 사냐고 하시겠다면... 그래, 니 똥 굵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죄인이 되어있었다. 누군가 그에게 소송을 걸었고 그래서 법원의 감시를 받아야 한단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법정에 불려가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청원서를 작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법원 사람들은 도통 알 수 없는 말이나 해대고, 법은 갈수록 그의 죄를 선명하게 비추었다. 그냥 죄를 인정하고 목숨을 부지하는 편이 최선일까. 아니면 죽더라도 끝까지 떳떳하고 당당한 게 맞는 걸까.


법학 전공자답게 카프카는 법에 대한 글과 작품을 많이 썼다. 하지만 전공보다도 종교가 그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주었음을 텍스트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비롯하여 카프카의 작품들은 독자마다 다른 해석을 품게 만드는데, 그것은 카프카가 해석을 거부하는 글을 쓰기 때문이란다. <소송>의 경우 사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설명되어있지 않고 곳곳에 구멍을 의도적으로 파두었다. 누군가에게 고소를 당하고 소송에 휘말리지만 고소인이 누군지, 소송의 사유는 무엇인지 나와있지 않다. 마치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는듯이. 그리고 비워둔 구멍에 기독교 관점을 개입하여 더욱 해석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카프카의 작품은 도덕, 종교, 철학 어떤 시각으로 보든 간에 그럴싸한 이해를 가져다주는데 정작 저자는 이렇다 할 말도 없이 세상을 떠났으니 뭐가 맞는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미완작으로 출간되었으니 참된 해석을 가지지 못한 쪽이 더 신비스럽고 좋지 않나 싶다.


카프카의 작품들은 그가 죽은 후에 출간되었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많다. 우리가 읽는 것들은 저자의 미완성 원고라서 교정이 안된 부분이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구간이 수두룩하다. 그 구멍들을 독자의 상상과 짐작으로 채워 넣기 나름인데,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작품 색이 크게 달라지곤 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카프카의 책이 과연 고전문학으로 불릴만 한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많은 고전들이 다 다른 해석과 관점을 낳더라도 결국에는 비슷한 깨달음에 도달하는데, 카프카의 작품은 그렇지가 않다. 여러 갈래로 해석이 나뉘는 데다 해석을 거부하는 글이라니, 내가 무엇을 느끼고 판단하든 아니라고 한다면 고전을 읽는 의미가 있긴 할까. 어떤 감상이든 간에 독자만의 것으로 남아야 하는데 그것조차 거부당하는 기분이 든다. 많은 비평가들이 카프카를 포스트모더니즘이니, 일의적 시점이니, 체험 화법이니 하는 다양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데, 안 그래도 난해한 작품을 그런 복잡한 말들로 설명해줘야만 겨우 알아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추앙받을만한가 싶은 거지. 혹자는 내 독해력의 문제 아니냐 할지 모르겠는데, 꼭 머리가 좋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고전보다 전공서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을까. 몇 권 더 읽다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고.


성당에서 신부가 말한다. 동일한 사안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과 잘못 이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다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답도 되고 오답도 될 수 있단 말인데, 그걸 명확히 하려고 법이 존재하는 게 아니던가? 이 책은 법원과 연관된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어째 하나같이 중의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주인공은 만나는 이마다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결국 법을 이길 수 없을 거란 내용이었다. 이게 참 주인공 입장에서 보자면 법원은 온통 부조리뿐이고 그저 권력으로 행사하는 부패 집단이나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는 저자의 노골적인 의도가 느껴지는데, 오랜 시간 속에서 법이 지닌 허점을 카프카는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법은 선이 되었다가 악이 되기도 하고 중립도 되었다가 이도 저도 아닌 존재로 비춰진다. 이것은 물론 인간에게도 해당되나, 불완전한 인간과 달리 완전무결해야 할 법이 완전치 못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들게 해 독자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있다. 인간을 보호해주는 신성한 법이 가면을 쓰고서 인간을 궁지로 몰아넣는 아이러니함이란.


본문에는 죄목이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만큼 주인공이 중죄를 범한 게 아니냐는 말도 더러 있다. 그러면 어떻게 잡혀가지도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생활하도록 놔두는가 하는 모순이 붙는다. 그러니 법 대 인간이라는 일차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어떤 이의 서평대로 세상은 원래 부조리하고 인생은 원래 억울하게끔 설계되어있다는 쪽으로 확장해서 보는 게 맞겠다. 법원은 주인공의 자유를 끝없이 억압하려 하고 주인공은 그 강제성에 계속해서 저항한다. 끝내 처참히 패배하고 말았지만. 이 같은 인물과 시스템(조직)의 대결 구도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부조리함에 굴복하는 자와 맞서는 자 중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콕 집어 말할 수가 없다. 다만 인간의 정체성이 저항과 극복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카프카는 강조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이 정도 매달렸으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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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10-18 22:50   좋아요 4 | URL
누가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정체성을 발견한다...이런 생각을 하셨군요.
저보다 훨씬 나으시네요.ㅎ
저는 너무너무 답답한 상황 속에서 무력한 K의 모습이 무섭고 이상했어요. 마지막 K의 대사도 안 잊혀요. ˝개 같은 결말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고 답답한 곳이지...이런 생각만 했더랬죵

물감 2021-10-19 07:13   좋아요 2 | URL
저도 뭐 이리 엿맥이는 야기만 하는지 의아했는데요, 대놓고 삐딱하게 쓴 저자를 생각하다보니 다른 시각들이 열리긴 하네요ㅋㅋㅋ결말도 참 인상적이고요😎

붕붕툐툐 2021-10-18 22:57   좋아요 3 | URL
오~ 완전 관심 가는 책입니다~ 물감님, 자신에 대해 관심 많은 거 저랑 비슷하셔용~ 동질감~ 물감님이 좋아하시는 건 냥이들!!🐱🐱

물감 2021-10-19 07:15   좋아요 2 | URL
저랑 비슷하신 툐툐님도 카프카에 도전하세요ㅋㅋ

참, 저는 동물키우기에 질색하던 사람이었어요. 이거또한 바뀐 점이군요 허허헣

붕붕툐툐 2021-10-19 21:15   좋아요 1 | URL
오~ 고양이들 입양 계기도 궁금하네용!! 다음 고양이 페이퍼에서 다뤄주심 안될까요?ㅎㅎㅎㅎㅎ

물감 2021-10-20 18:36   좋아요 1 | URL
ㅋㅋㅋ네, 기회되면 3탄에 써볼게요

그레이스 2021-10-18 23:33   좋아요 5 | URL
이 소설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변신보다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더 직설적인듯 보이지만 많은 함의가 있다는 생각.
마치 꿈을 꾸듯 벌어진 법정!
잠에서 깨어났다지만
혹시 이 법정을 꿈꾸고 깨어난 주인공이 잠자가 아닐까요?
카프카가 패소한 인간의 부조리에 대항하기 위해 변신하는!

물감 2021-10-19 07:22   좋아요 3 | URL
변신은 아직 안봐서 모르겠는데 말씀하신걸로 봐선 변신도 난해할 것 같네요 ㅎㅎ 카프카의 글은 수능시험처럼 어려운데 풀어야만 할 것같은 인상을 줘요^^;
부조리에 대항하려 변신한다라? 의미심장한 발상같습니다!

새파랑 2021-10-19 08:30   좋아요 2 | URL
이 책 읽으려고 리커버리판으로 구매했는데 물감님의 평을 보니 어려워 보이네요 😅 카프카의 작품은 다 어려운거 같아요~!

물감 2021-10-19 08:55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은 어려운 책들도 잘 읽고 리뷰하시니까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ㅋㅋㅋ
도끼형님 작품들을 타파하실 정도면 카프카 작품도 타파할 수 있으실 거에요 ^^

나비종 2021-10-20 20:14   좋아요 3 | URL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에게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삶을 주로 살았어요. 예전을 생각하면 제가 빠져있던 순간들이 많았죠. 크고 작은 요소들이 변화를 만들어냈겠지만 저를 더욱 귀하게 여기게 된 계기 중 책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어요. 좋고 싫음이 점점 뚜렷해집니다. 인생 뭐 있나 싶어서 좋아하는 걸 많이 하게 되구요. 싫은 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놓아버리구요.
취향이 변하더군요. 그 변화를 먹을 거에서 가장 많이 실감합니다.ㅎㅎ 어렸을 때 엄마께서 바밤바, 비비빅, 단팥빵 등 팥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걸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저런 걸 왜 드시나, 줘도 안 먹을 거라며. 올 여름에는 비비빅과 바밤바만 냉동실에 꽉 차 있었거든요.ㅎㅎ
정신적인 면에 대해서는... 믿음, 신념, 정의 같은 건 조금씩 변화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몸이 변화하듯 정신도 성숙되니까 조금씩 깊어지면서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닐까요?^^

죄의 인정과 죽음의 선택지에서 누구도 다른 이의 선택을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생명의 무게만큼 묵직한 선택일 거니까요. 가치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 테니. 가치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니까요. 대부분의 인간들이 비난하는 상황조차도 그게 100%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몇몇 극단적인 극악무도한 사회 범죄자들은 인간이 아니므로 우리랑 종이 다르니 논외의 대상이구요.ㅎㅎ

카프카가 해석을 거부하는 글을 썼다면 사후 자신의 작품을 태워버리라고 했다던 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도덕, 종교, 철학의 3종 세트에 드높은 경지에 이른 자만이 그의 책을 그나마 독해할 수 있겠군요. 저같은 평범인은 음... 어렵습니다~ㅋ
‘머리가 좋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고전보다 전공서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을까.‘ 후련한 멘트~~ 물감님께 엄지척!!!ㅎㅎ

법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라고 본다면 도구는 사용하는 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니까요. 칼만 해도 음식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기도 하니까. 꽃도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도 정신을 교란시키는 마약이 되기도 하니까. 저는 이런 맥락에서 법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에서 ‘항상성‘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주변 환경이 변하더라도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요. 체온을 유지하고 혈당량을 유지하는 식으로요. 인간의 정체성이란 얼마나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항상성을 유지하느냐로 정의될 수도 있겠다 싶네요. 음, 생각이 깊어져야 하는데 잡다해진다는 느낌이 강해지는 저녁입니다~^^;;

물감 2021-10-22 15:05   좋아요 3 | URL
오, 저도 남한테 맞춰주기 바쁜 타입이었어요. 지금도 그건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타인중심에서 자기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거?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제가 너무도 좋습니다. 안그래도 힘든 세상인데 뭘 일부러 피곤하게 살아왔나 싶어요 ㅎㅎㅎ

음식 취향의 변화를 말하시니 저도 여러가지가 떠올라요~ 특히 특정 음식보다는 입맛의 변화인데요, 자극적인 맛보다 삼삼한 맛의 음식들이 잘 들어갑니다. 팥이 들어간 것들도 물론 잘 먹고요 ㅎㅎ 정신적인 면의 변화는 좋고 나쁨을 가르기보다 어느 쪽이든 그럴 수 있다...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더 편하기도 하고요. 무수히 많은 ‘다름‘을 최대한 인정하며 살려고 하거든요 ^^;

생명의 가치나 무게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얘기하지만, 죽음은 그럴 수 없는 것 같아요. 당사자가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기까지를 타인이 알면 뭐 얼마나 알겠나 싶고요. 그래서 요제프가 저항을 서서히 관두는 걸 보면서도 크게 아쉽거나 슬프지 않았던 거였나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정말 궁금합니다. 카프카는 미완성이라도 꽤 많은 글과 작품을 썼던데, 왜 없애버리고 싶었을까. 집필할 때는 분명 남들이 읽어주길 바라며 썼을텐데요. 여튼 지난번 보니것 작품의 난해함과는 결이 달라서 좋았어요. 나름 해석하는 재미도 있고요 ㅋㅋㅋ

그러고보니 사용자가 문제일 뿐 도구는 정말 아무 잘못이 없네요! 다만 ‘법‘이라는 단어가 지닌 이미지 때문에 법은 좀 다르게 생각했나봐요. 그런데 넓은 의미로 보면 법도 인간의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구나 싶어요~

항상성. 좋은 거 배웠습니다 ㅎㅎ 나비종님의 과학적인 접근과 사고가 참 좋아요. 저에겐 전혀 없는 것이라^^ 이런 걸 보면 나비종님, 평범인이 아닌데요? 자부심 가지셔도 됩니다 ㅋㅋㅋㅋ 10월도 수고하셨습니다~~

scott 2021-11-05 16:19   좋아요 2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11월 가을
귀요미 냥이군들 3탄 페이퍼 올려 주삼 3333

물감 2021-11-05 18:17   좋아요 2 | URL
아하 당선이 되었군요ㅋㅋ감삽니다. 3탄은 내년에~~~

그레이스 2021-11-05 16:53   좋아요 1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물감 2021-11-06 06: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독서괭 2021-11-05 16:56   좋아요 2 | URL
물감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냥이 페이퍼 언제나 환영입니다 ㅋ

물감 2021-11-06 06:54   좋아요 2 | URL
ㅋㅋㅋ책리뷰보다 냥이페이퍼가 더 힘드러유ㅋㅋ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11-05 17:29   좋아요 2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물감 2021-11-06 06: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 11월도 파이팅 하세요!

서니데이 2021-11-05 18:14   좋아요 2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물감 2021-11-06 06: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새파랑 2021-11-05 18:24   좋아요 2 | URL
멋진 리뷰 였는데 역시나~!! 물감님 축하드려요 ~!!

물감 2021-11-06 06:58   좋아요 2 | URL
그랬나요ㅋㅋㅋ강한 인상을 남긴 걸 보니 애쓴 보람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

초딩 2021-11-07 11:23   좋아요 2 | URL
아 소송으로 당선! 멋지네요!~~~~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물감 2021-11-07 18: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ㅎㅎ

러블리땡 2021-11-07 22:27   좋아요 2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물감 2021-11-07 22:3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당선이라 그런지 기분 좋네요ㅎㅎ 부족한 글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럽땡님🙂

다락방 2021-11-09 14:05   좋아요 3 | URL
저 물감님 리뷰 읽고 필립 로스 네메시스 읽고 너무 좋았는데 어쩐지 이 책도 물감님은 별 셋 주셨지만 저는 읽고 넘나 좋아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입니다..

물감 2021-11-09 16:58   좋아요 1 | URL
제가 별점 짠돌이라 그렇지, 재미는 있었어요. 가독성도 나쁘지 않았고요. 특히 해석하는 맛이 아주그만입니다🌝
 
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모 연예인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뉴스 기사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어떤 피해자들은 이제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가해자를 용서해줄 모양이던데, 나는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트라우마가 피해자의 인생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가해자들은 알지 못한다. 따라서 트라우마 극복을 하기 위해 가해자를 용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근데 사실 학교폭력보다 심각한 것이 가정폭력이다. 학대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단지 보호자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충성해야만 한다. 그 아이들은 훗날 성인이 되고도 공포에 발목 잡혀서 평생을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어른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똥꼬발랄한 겉표지에 속지들 마시라. 단맛 1%와 쓴맛 99%의 카카오 초콜릿 같은 작품이시다.


멀쩡한 집 놔두고 자동차 트렁크에서 주무시는 인간들을 트렁커라고 부른다. 낮에는 멀쩡하게 있다가 잘 때만 트렁크에 들어간다. 트렁커가 된 배경과 사연들은 다 고만고만하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두려움에서 도망치다 찾아낸 장소가 트렁크였던 것이다. 그 공간은 피난처이자 안식처였고, 세상과 단절되어 철저히 혼자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세상에 상처 입은 트렁커 두 남녀가 만났다. 둘은 보드게임을 하며 친해지고, 벌칙으로 과거를 얘기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담담히 고백하는 남자와 달리 솔직하지 못했던 여자는 제 과거를 지어내거나 바꿔서 말해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자의 기억들은 흩어지고 자아가 갈라졌기 때문이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보드게임을 통해서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자연스럽게 교차되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눈은 과거를 보고 있어도 머리는 지금의 모습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연들이 두 사람을 트렁커로 만들었겠구나 하는 짐작과 동시에 트라우마에서 해방되는 힌트가 과거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준다. 과거 시점으로 점프하는 플롯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끊김 없이 푹 빠져서 읽었다. 이 작가님도 내 스타일이심.


남자답지 못하단 이유로 부친에게 폭력을 당하며 살아온 남자는, 자신이 겪었던 그대로 부친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줄 계획이다. 반면 그의 옛이야기를 듣던 여자는 뒤죽박죽된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한 노파에게 길리운 고아들 중 하나였던 여자는 그 사육장에서 더럽고 추잡한 일들을 보고 겪으며 살았다. 이 과정에서 자아가 분열되었고 그래서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온통 나쁜 기억들 뿐이니 이대로 다 잊고 살면 좋으련만, 간간이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이 속을 뒤집어대니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고, 그들만의 안식처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남자는 기울어진 건물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하고, 여자는 유모차를 판매하는 베테랑 직원이다. 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볼 때 상당히 아이러니한 그림이다. 남자의 가족들은 부친의 폭력을 보고도 모른척했다. 그야말로 균형이 깨진 집안에서 자란 남자는 세상 어디에도 균형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여자 또한 부모에게 버림받고 동네 똥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생명에 대한 가치를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얼마든지 삐뚤어질만한 삶을 걸어왔지만 이들은 타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을 삼았다. 어쩌다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는 설명이 없었지만, 내 눈엔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트라우마에 대항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트렁크는 여전히 그들의 성소였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세상과 소통할 날을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두 사람 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다. 폭력은 욕하고 때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아픈 기억을 들춰내는 것 또한 폭력이다. 그렇기에 언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를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는 건 평생을 폭력에 시달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트렁커들끼리도 마냥 솔직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 보는 내내 가슴 아프게 했다. 그래도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씩이나마 통제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피해자들이 언제까지고 그런 아픔 속에 지내서는 아니 될 일이다. 다들 좋은 사람 만나 아픔에서 해방되어 건강한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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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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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이다. 아프간인의 비탄과 절규를 노래하는 작가만의 먹먹한 감성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호세이니의 글은 가슴 깊숙이 후벼파서 늘 읽기가 힘들다. 그래서 재독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읽고 있으면 인물들의 아픔이 내 것처럼 느껴져 숨이 막혀온다. 이 책은 연작소설이라서 전작들보다 더 많은 아픔을 다루고 있다. 가족과의 이별, 빼앗긴 고향 땅, 전쟁과 죽음, 버려진 생명 등. 온갖 ‘부재‘로 인해 생긴 아픔들을 총망라해서 보여주는, 반드시 독자를 울려보겠다고 작정한 듯한 작품이었다.


여러 중단편들을 엮어놓은 거라 요약은 생략한다. 어린 남매의 생이별로 시작하여 먼 훗날의 재회로 끝이 나지만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그 많은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핵심 내용은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의 상실감. 또는 멀리 떠나와 뿌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공허함. 이것들을 무엇으로 달랠 수가 있을까.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에 대한 내용이 많다. 자식에게 따듯한 부모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모도 있다. 반대로 자식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의 부재는 곧 불화를 낳는다. 오해는 서로를 멀어지게 만들었고, 시기는 상대방을 죽음에 몰아넣었다. 자신의 삶을 인정받기 위해 가족에게서 해방되었지만 마음 한 켠은 여전히 괴롭고 불편했던 사람들. 왜 있을 때 더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왜 항상 지나고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걸까.


그립고 보고픈 이를 마음으로 외치면 그것이 산을 울리고 메아리로 돌아온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존재가 산이라니.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사는 기분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코로나로 전 세계인이 고립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혼자의 시간이 편한 것도 있겠으나, 자주 보던 사람들의 부재가 갈수록 우울하고 지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로 그런 감정이 더 크게 자라난다. 어째 서평이라기보다 감상문이 돼버렸지만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하자. 아고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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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9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9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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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마다 원픽 장르가 있을 텐데 내 경우는 스릴러소설이었다. 지금은 과거형이지만 그것만 미친 듯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질리도록 보고 나니까 장르문학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에 공감해버렸다. 주인공의 직업도 한정돼있고, 기승전결도 비슷비슷하고, 범행 동기도 별게 없어서 어떤 감동, 감화를 기대할만한 장르는 못된다. 정크푸드만 먹으면 건강을 버리듯, 장르문학만 읽으면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어쩌다 읽어주는 게 좋다. 이건 순수 내 경험에서 나온 것임을 밝혀둔다. 내 독서 패턴은 강약 중강약이라서 묵직한 작품 뒤에는 스릴러소설로 머리를 식혀주는데, 이런 식으로 슬럼프 없는 독서 생활을 꽤 오래 유지하고 있다. 여튼 기분전환을 위한 책도 나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데 그것마저 귀찮을 때는 이렇게 코넬리옹의 작품을 집어 든다. 


1편에서 해리 보슈의 나이가 무려 마흔이었다. 시리즈물의 주인공이 마흔으로 시작하다니 좀 그렇다 싶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그의 나이는 오십 줄에 들어섰다. 28년의 형사 생활을 끝으로 은퇴한 보슈. 이제는 조용히 지내도 되겠고만 지독한 직업병이 그를 가만두질 않는다. 남는 게 시간뿐인 그는 수년 전의 미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아직까지도 발목이 붙잡혀있는 기분이라며 고뇌에 빠졌지만 이번 건 솔직히 그냥 몸이 근질근질한 걸로 밖에 안보인다. 


당시 사건은 이러했다. 한 영화제작사가 은행에서 거액의 현찰을 빌렸고, 촬영 현장에서 강도들이 나타나 총격전을 벌이며 현찰 가방을 들고 튀었다. 원래는 보슈의 담당 사건이었지만 다른 곳으로 넘겨졌고, 끝내 풀지 못한 채 여태껏 방치되어왔다. 그 사건이 있기 전,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연출된 영화사 직원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보슈는 두 사건이 연결돼있다고 직감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수사를 해야 하는 보슈. 돈의 행방을 쫓던 중 미제 사건을 담당했던 FBI 요원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되고, 그 사건이 테러리스트와 연관돼있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이것은 똥밭에서 지뢰 밟은 남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


형사 소설의 주인공을 은퇴시키고도 멀쩡히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이 사기급이다. 이번 작품은 제 맘대로 사건을 수사하려는 은퇴 형사와, 사건에서 손 떼라고 협박하는 경찰국과 FBI의 기싸움이라고 보면 된다. 경찰국의 경고를 무시한 보슈는 FBI에게 붙잡혀서 혼쭐이 난다. 그러나 FBI의 약점을 가지고 그들을 휘어잡는 보슈. 경찰 배지는 반납했어도 여전히 그는 만렙이다. 캐릭터가 코요테에서 능구렁이로 바뀌긴 했지만.


이 시리즈의 액기스는 역시 주인공의 고독과 심연에 있다. 경찰에서 빠져나온 보슈가 드디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현역 시절의 자만심을 인정했고, 공권력이 없는 현재의 초라함을 뼈져리게 느꼈다. 또 누군가의 말대로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행동했던 보슈는, 이제서야 피해자의 관점으로 사건을 볼 수 있게 변했다. 나이를 먹더니 드디어 철이 든 걸까, 아니면 경찰을 관둔 뒤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걸까. 여튼 지날수록 인간미는 숙성되고, 방황은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물론 작가는 또 다른 고뇌를 보슈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히에로니머스 보슈란 이름은 곧 저주의 운명이니까. 마지막 장면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행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슈의 생애에서 가장 기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니었을지. 삶의 지표를 만났으니 은퇴하고도 열심히 사셔야겠군. 난 은퇴하면 흔들의자에서 느긋하게 독서와 커피를 즐길 겁니다. 내가 그때까지 과로사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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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26 12:24   좋아요 2 | URL
과로사하지마세요..

물감 2021-09-26 13:09   좋아요 1 | URL
제 글이 한 달이상 안올라오면 의심해주세요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6 13:17   좋아요 2 | URL
그러지마요 ㅜㅜ

scott 2021-09-26 12:58   좋아요 2 | URL
물감님 과로사 하시면 안됨!

냥이들 집사!
건강 잘 챙기셔야함요 ฅ^•ﻌ•^ฅ

물감 2021-09-26 13:16   좋아요 2 | URL
ㅋㅋㅋ그래야죠, 스캇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ㅜㅜ

붕붕툐툐 2021-09-26 21:33   좋아요 3 | URL
물감님, 언제 한번 스릴러 소설 대추천 해주세요!!(과로사 걱정하는 분에게 넘 무리한 부탁이었나용?ㅎㅎ)

물감 2021-09-26 22:04   좋아요 0 | URL
ㅋㅋㅋ그래볼까요? 워낙 고수들이 많아서 자신없지만 준비해보겠습니다^^;

- 2021-10-25 17:24   좋아요 1 | URL
저는 스릴러 소설 다락방님 때문에 처음 읽어봤는데요… 인생 재미를 위해 좀 취미 붙여볼까 싶습니다ㅋㅋㅋ 해리보슈가 시리즈가 9까지 나온 것이라면 9까지 누군가는 다 읽어왔다는 뜻일테니 눈에 담아둬야것어요 ㅎㅎㅎ 물감님 페이퍼는 정말 제가 안읽어온(?) 장르의 책들로 가득해서 새로운 독서세계를 열어주십니다 ㅋㅋㅋ 쭉 잘읽었습니다!!

물감 2021-10-25 18:19   좋아요 1 | URL
의도치 않게 영업에 성공했군요ㅋㅋㅋ알라딘 분들은 장르소설을 잘 안읽으시더라고요...잘 만든 스릴러소설은 웬만한 스테디셀러보다 재밌답니다😀 기분전환은 스릴러소설이 쵝오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