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리본
헨닝 망켈 지음, 홍재웅 옮김 / 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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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반드시 책 맨 뒤에 ‘옮긴이의 말‘부터 읽고 주행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어리둥절한 느낌을 내내 지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난 이 작품이 무슨 스웨덴과 중국의 합작인 줄 알았다. 먼 나라 이웃나라 읽는 줄.

시작은 스웨덴의 살인 사건이 나오다가, 갑자기 중국인이 미국에 팔려가는 내용이 나온다. 뭐 이렇게 뜬금없지 싶으면서도 읽단 읽어보지만 계속해서 중국 스토리만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정녕 스웨덴 소설이 맞나 했는데, 알고 보니 원제목은 스웨덴어로 ‘중국인‘이라는 뜻이었음. 근데 왜 빨간 리본으로 바꾼 건지? 제목과 내용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본다. 참고로 빨간 리본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단서인데, 마지막 장까지도 이 리본에 대해서 별반 설명이 없었다능.

이 책은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역사/다큐로 바뀌다가 사회문제로 또 바뀐다. 이렇게 복합 장르를 다룰수록 개연성이 필수인데, 이건 요즘 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작품이다. 게다가 독백이나 대사만 나오면 번역 때문인건지 그 어색함 때문에 흐름이 자주 끊어졌다. 작가가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모저모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개연성 없이 그냥 나열만 해서 어딘가 뼈대 없는 느낌이었고, 교과서적인 문체 때문에 문학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

중국의 공산주의, 마오쩌둥의 역사와 혁명. 이런 걸 왜 스웨덴 작가가 설명하냐고요. 이걸 알고 싶어서 산 게 아닌데. 차라리 역사 교재를 사다가 공부하고 말지. 이 책에 흥미를 느낀 분이 있다면 강력히 말리고 싶으나,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도 여럿 있으니 알아서 판단하시길 바란다. 아무튼 두 번은 못 읽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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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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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특한 구성이다. 50명의 주인공이 차례대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마다 엮인 인물들로 인해 각각의 단편이 하나의 장편을 이루는 느낌을 준다. 또한 우리 가정에서, 이웃에서, 사회에서, 뉴스에서 쉽게 볼법한 내용들이라 공감도 되고, 아련하기도 하며, 사는 건 참 거기서 거기구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고 놀라듯이 이 책도 가련한 세상살이에 찌든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게 되더라. 평이 대부분 좋은 편이지만 자칭 프로까칠러로서 단점 하나 꼽자면 50명은 너무 많아...

한편 한편의 호흡이 너무 짧았고 차분히 읽기엔 맞지 않음. 차라리 30명 정도로 줄이고 각 챕터의 분량을 늘려도 될 듯했다. 50가지의 사연들이 전부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책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에게는 짬 내서 읽기 좋은 작품이지만 역시 나는 장편이 더 잘 맞음. 여튼 낫 배드 쏘쏘한 시간이었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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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자살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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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분량답게 복잡한 스토리를 간략히 정리해본다.

아내가 1년 전 가출함. 남편이 정신 자살 연구소를 찾아가 치료를 받음. 이후 아내의 메일함에서 딴 남자와 바람피우던 사실을 알게 됨. 그 남자는 얼마 뒤 차 안에서 칼에 찔려 죽어있음. 유일 목격자인 남편은 살인자가 될까봐 도주함. 변호사 고진 일행은 이 모두가 4년 전 한 사건의 연장선임을 알게 됨.

저자의 이력이 참 화려하다. 판사였다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작가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참 빠듯할 텐데 글 쓸 시간이 되나? 작품도 한두 편이 아니던데. 여튼 그의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은근 무거우면서도 대중적인 필력을 갖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이 작가의 작품들이 한국에서 여러 번 수상을 했다는 것인데, 법조계에 있으면서 이런 글재주를 어떻게 갈고닦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뭐 그건 그거고 이 작품도 전형적인 타이타닉 플롯이라 갈수록 침몰한다. 사건의 진상도 똥망인데 유일 매력남인 연구소장을 이런 식으로 보내버리다니. 어이없는 결말 때문에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뚝 떨어져 버렸다. 주인공이 범죄자는 아니지만 ‘어둠의 변호사‘라는 닉네임이 붙은 건 고객보다도 자신의 유희를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며, 복잡한 법계 절차보다는 뒷단에서 꼼수로 쉽게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단다. 그래서 이 주인공도 슈퍼맨보다는 배트맨에 가까운 사상을 가진듯한데, 어딘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주인공인 ‘유가와 교수‘를 많이 닮아있다. 유가와 보단 덜 까칠한 버전이랄까. 근데 그게 더 인간미 있어 보인다. 법의 그물망을 피해 활동하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듯싶다만.

알고 보니 이 책은 지금까지의 작가 색깔과 좀 다르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다시 기대를 걸고 몇 권 더 읽어보기로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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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7-12 01:30   좋아요 1 | URL
괜시리 읽고픈 충동, 리뷰 감사해요

물감 2018-07-12 07:12   좋아요 1 | URL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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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에는 아몬드 크기와 모양의 편도체가 있는데, 그것이 사람의 좋고 싫음의 감정들을 담당한다. 그 편도체가 잘못된 건지 주인공은 6세 때에 감정 표현 불능증, 즉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으로 진단을 받게 된다.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이 증상은 모든 이들을 불쾌하게 만들었고 아무도 이 ‘사회의 괴물‘에게 손 내밀어 주지 않았다. 게다가 불의의 사고로 가족들이 죽고 다치는 일까지 일어나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게 된 주인공 인생에 한 전학생이 끼어들게 된다. 사고 치며 살아온 전학생은 주인공을 괴롭히다가 그의 증상을 알고 본인의 불행과 비슷한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전학생의 태도에 주인공은 감정이란 것을 조금씩 알아가려고 한다.

언젠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불에 화상을 입거나, 뾰족한 물건에 찔리거나 해도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던 그 사람은 어려서부터 몸에 상처 자국이 가득했으며, 그걸 본 나는 평범하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군대를 갔더니 세상에 전국 팔도에서 모인 또라이 천지였으며, 사회에 나와보니 대체 어떻게 입사했나 싶은 사람이 한 트럭이었다. 그렇지만 모두 본인이 정상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겠지. 나도 누군가에겐 비정상으로 보일 거란 생각을 하면 평범하단 건 축복이 틀림없다.

주인공 가족들이 사고를 당할 때 멀리서 구경만 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전학생을 구하러 간 것은 평범치 않은 주인공이었다. 그 누구도 주인공에게 괴물이라고 놀릴 자격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 안에 키우고 있는 괴물은 모른 체하면서 눈앞에 사람이 나와 다르면 일단 편견부터 가지고 대한다. 나 또한 그렇겠지만 이젠 그러지 말자고 조용히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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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9 17:07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많아서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타인의 고통에 동조하지 못하는 시대를 위한 필독서인가요.

물감 2018-07-09 17:18   좋아요 0 | URL
필독서라 하기엔 가벼운 감이 있지만 저는 좋았어요. 추천할 정도는 되는것 같네요☺

wonheemom 2018-07-09 17:36   좋아요 1 | URL
어린이가 읽기 좋은가요?

물감 2018-07-09 17:38   좋아요 0 | URL
전학생이 욕을 좀 하는 편이지만 수위는 높지않습니다. 가독성은 어린이한테도 좋은 편이에요😀
 
더블 - 두 개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
정해연 지음 / 사막여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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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와 불륜관계인 주인공 도진은 남편과 이혼 후 자신에게 오겠다는 그녀를 목졸라 살해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고도 그의 아드레날린은 콸콸콸 샘솟기만 한다. 보다시피 이 남자는 사이코패스이다. 그리고 노련한 베테랑 형사이다. 오래간만에 휴가를 얻어 지방의 캠핑장에서 며칠간 묵기로 하는데 묵었던 방 싱크대 밑에 웬 시체가 관절이 꺾인 채로 장식돼있었다. 사이코패스답게 시체를 꺼내어 즐겁게 요리하던 중 그에게 휴가 복귀하라는 호출이 온다. 거물급 국회의원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시체는 바로 그 국회의원이었다. 범죄를 전부 뒤집어쓰게 생긴 도진은 멘탈을 부여잡고 후처리 작업에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하드보일드 한 장르소설이다. 주연이 몇 없어서 그런지 뚜렷한 캐릭터들이고 강렬한 색깔을 보여준다. 주인공 본인이 범인이고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수사에 장단을 맞춰야 한다니, 이거 완전 일본 만화 <데스노트>의 주인공이랑 캐릭터 겹치는데?

겉으론 정의로운 척 평정심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론 두뇌를 풀가동해야 한다. 수면 위의 백조가 물속에서 열심히 발길질하듯이 말이다. <데스노트>를 보면 주인공이 월드 클래스급 범죄자인데도 L에게 들키지 않기를 응원하게 되는데 이 작품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제발 장주호에게 꼬리 잡히지 말라고 바라게 된다. 아무튼 두 사람의 두뇌싸움과 고도의 심리전 때문에 진범이 궁금하지 않은 게 단점이다.

제목이 더블인 이유는 두 번의 살인을 뜻하지만, 인간이 지닌 두 가지의 인격도 포함한다. 사이코패스뿐 아니라 정상인들도 얼마든지 양면성을 가지고 살고 있음을 지적하는 작품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소굴인 경찰계의 부패함은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내용이었고, 밤낮 수고하고도 욕을 바가지로 먹는 삶에 익숙해지는 강력반 형사들의 고충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재미도 있고, 메시지도 있고, 필력도, 완급조절도 다 좋았는데 213p의 마지막 세 줄이 두 번 연속 인쇄되어있다. 읽은 게 또 나와서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음. 오타도 아니고 이건 편집자가 검수를 안 한 거라고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해외 작품들은 꼼꼼하게 작업하면서 국내 작품들은 설렁설렁하는 출판사가 많은 듯. 좀 그러지 맙시다. 나는 띄어쓰기 하나에도 민감한 예민보스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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