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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왼쪽 귀에 보청기를 끼는 '산이'에게는 늘 왼쪽에 서서 산이의 왼쪽 귀 역할을 해주던 '메아리' 누나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누나가 죽고 엄마도 친구들도 산이 앞에서 누나 이야기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닫힌 누나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누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나만 싹 사라진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누나 목소리... 누나가 쓰던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산이는 누나가 마저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누나와 늘 함께라, 누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산이는 누나의 흔적을 따라가며 모르고 있던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산이와 산이 엄마만 누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산이의 친구들, 누나의 친구들, 선생님들이 기억하는 누나의 기억, 엄마의 아픔과 메아리 누나와 함께 워터파크에 갔던 두나 누나가 느끼는 죄책감과 후회까지. 메아리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애도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메아리가 좋아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다 같이 도서관에 모여 메아리를 추모하는 과정을 통해
산이는 누에고치에서 날개를 펴고 날아 오르는 배추흰나비처럼 세상을 향해 혼자서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 후회되는 마지막 순간
늘 곁에 있어주던 누나가 친구와 함께 워터파크를 간다고 신이 나던 날, 산이는 혼자 신난 누나에게 심술이 났고 그래서 화를 냈다. 다른 날과 달리 누나도 산이를 무시하고 나가버렸다. 그게 산이와 메아리의 마지막이다.
산이는 이 순간이 두고 두고 후회됐을거다. 누나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펴보며 더 이상 누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기 보다는 누나의 흔적을 하나라도 더 갖게 된 것에 위로받는 산이.
애도는 떠난 사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시간이다. 애써 감추기보다는 상실의 감정을 나누고 떠난 이를 기억하며 충분히 슬퍼하는 시간을 가져야 진짜 이별과 마주할 수 있다.
진짜 이별이란, 함께 했던 시간을 늘 가슴 한 켠에 남겨 두고 기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