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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이 부를 때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43
탁경은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4년 12월
평점 :
국어 선생님을 좋아해서, 딱 이유는 그거 하나였다.
지원이는 독서 동아리에 들기로 했던 베프 하윤이까지 꼬셔서 국어 선생님이 지도 교사인 ‘마이 상담소’ 동아리에 들어갔다. 또래 상담자 교육까지 받고 효미, 예린이와 함께 마이 상담소를 지켰다. 비록 상담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연애 상담을 시작한 마이 상담소에 상담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연애는 커녕 모태 솔로였던 지원은 의외의 상담 재능을 발견한다. 잘 풀리나 싶던 그 때, 예린이로 인해 일어난 상담실에 댛한 악플과 동아리 구성원들 각자의 마음에 더 큰 문제가 발견된다.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상처를 입은 지원, 고민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가족들 때문에 힘든 하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효민, 완벽주의자 부모때문에 힘든 예린은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하며 자기 마음 속 문제도 들여다보게 된다. 완벽한 해결은 어렵고, 또 그 해결은 당사자가 해야하는 법이지만 누군가 내 고민에 귀기울여 주고 내가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없는 고민도 만들어하던 그 때, 10대.
별의별 고민을 다 했던 것 같다.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부터 시작해 ‘사람은 왜 태어나고 죽음 뒤엔 무엇이오나’같은 개똥철학부터 성적, 외모, 친구 사이, 선생님, 가족 문제 등등 그 시절에는 친구가 전부였다.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원, 하윤, 효민, 예린을 보며 그 시절 나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들으면 쓸데없다 말하는 시시한 고민들부터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심각한 고민까지.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들어달라는 건데 그게 어려운 어른들. 그래서 또래 상담을 하는 마이 상담소 친구들을 찾는 학생들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영원을 약속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에 작은 소용돌이가 칠 때, 그 순간 내가 부르면 달려와주는 친구.
기꺼이 시간을 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아직 세상살이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친구의 고민 하나가 세상이 무너지게 심각하고 소중하던 순수하고 열정 넘치던 그 시절 한 꼭지를 보는 것 같아 기분 좋아지는 소설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여유와 괜한 조바심없이 마음을 훅 털어놓는 사람 한 명쯤은 있는 10대를 보내길, 내 작은 책 친구들에게 그런 상대가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