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풍선 웅진 세계그림책 112
사카이 고마코 글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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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키우면서 풍선이 있는 곳에선 두 아이 모두 언제나 풍선 하나씩을 챙겨 집에 오곤 한다.  

돌잔치, 학습지 광고, 놀이 동산 등등 

하룻밤 지나고 나면 쭈글쭈글해져서 이내 쓸모없어지고 처치 곤란인 그 풍선이 아이들은 왜 그렇게 좋은지. 

 이 그림책엔 딱 우리 둘째만한 꼬마 여자 아이가 엄마 따라 외출했다 노란 풍선 하나를 얻는다. 

헬륨 풍선인지 날아갈까봐 손가락에 풍선을 묶어 집에 돌아오는 아이의 모습이 완벽한 우리 집 꼬맹이다.  

집에 오자마자 풍선을 풀어 놓으니 풍선은 천장에 매달려서 도통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꼬마는 풍선하고 놀고 싶은데 이건 천장에만 붙어 있으니... 이럴 땐 "엄마~"를 힘껏 불러줘야지. 

꼬마만큼 귀여운 엄마는 풍선을 내려 아이 키만하게 동동 떠 있게 해주었으니  

그 앙증맞은 방법이란 풍선 실 끄트머리에 숟가락을 매달아 줬다. 

아이는 풍선과 친구가 되어 같이 소꼽놀이도 하고 바깥에 나가 모래 놀이도 하고 신이 나서 놀다가 

갑자기 분 바람에 풍선은 나무 가지에 걸려 버렸다.  

엄마도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에 다음 날 날이 밝기를 기원하며 잠자리에 드는 데... 

풍선이 걱정되서 잠 못 드는 우리 꼬마... 창 밖을 바라보니 달처럼 보이는 노란 풍선 

아이는 꿈에서 또 풍선과 함께 놀겠지. 

 

오늘도 나는 아파트 장터에서 풍선 하나 얻어가길 원하는 아이에게 그냥 지나쳐 가자고 했다. 

학습지 영업 사원과 댓거리가 귀찮았고 내일이면 또 처치 곤란이 될 그 풍선이 짐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림책 속 그 귀여운 엄마가 되지 못한 미안함에 머리 속에 풍선이 동동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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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생쥐 베틀북 그림책 94
비벌리 도노프리오 글,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김정희 옮김 / 베틀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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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코너에서 미리보기 페이지를 보면서

독특한 눈높이로 바라본 그림이 참 재미났다.

미리보기 페이지 이상의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를 기대하면서 구매한 책을 펼쳐 보았다.

더 이상의 내용이라고 할만한 것은 글쎄... 세대를 잇는 우정?

스토리 상으론 다소 어색한 부분을 느꼈다. 매끄럽게 읽히는 맛도 덜 하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흥미가 덜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눈높이는 참 재미나다. 메리가 처음 생쥐와, 생쥐가 메리를 처음 만나던 그 순간

고개를 숙여 작은 구멍을 통해 마주친 두 눈... 그 높이가 주는 재미로 덜한 재미를 잊을 수 있었다.

 

우리집 아이들은 엄마가 다리를 숙여 녀석들 얼굴 앞에 얼굴을 두고 야단치면 더 잘 먹히고

눈 마주치고 안아주면 더 사랑하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하고 아마 작가도 그런 의미에서 요런 그림을 그린게 아닐까 혼자 짐작해 본다.

학습지 이름도 그래서 지어진거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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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대모험 - 보물찾기 이야기 속에 숨은 그림 찾기 키다리 그림책 2
헨드리크 요나스 지음, 여인혜 옮김 / 키다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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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할 요소가 너무 많은 그림책이네요.

일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물, 대모험 그리고 찾기...

쓰러질듯 기울어진 집이지만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인형놀이하는 것 같은 등장인물들의 집.

그리고 그 안의 너저분한 모습들... 그 속에서 보물지도가 있는 것을 알고

구불구불 마치 게임기 속 게임 캐릭터들이 움직이듯 미로를 따라 보물지도를 찾고

손닫는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손쉬운 재료로 비행기를 만든다.

딱 우리집 꼬마녀석 둘이서 하는 놀이랑 똑같다.

이불로 동굴을 만들고 먼지를 먹든말든 그 안에서 꼼지락꼼지락 그리고선

각종 탈것과 녀석들의 플라스틱 의자 같은 것을 테이프와 신문지로 덕지덕지

우주선도 되었다가 버스도 되었다가 변신도 다재다능한 꼬마녀석들의 발명품.

 

그림책 주인공들은 원숭이가 많은 섬으로 가 보물을 찾지만

우리집 녀석들은 꽃이 많이 그려진 마루 카펫에서 보물을 찾든 범인을 잡든 늘 그런 비슷한 놀이를 한다.

 

그림 곳곳에서 수수께끼 풀 듯 숨은 그림을 찾는 데

페이지마다 제시된 모든 것을 찾았건만 우리집 꼬마와 엄마는 "망치"를 찾지 못했다.

망치찾으시면 어디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우리집에선 항상 가위가 없어져 뭔가 만들기만 하려면 그 놈의 가위와 풀을 찾으러 동분서주..

공부 좀 할라치면 꼭 지우개가 없어져 동분서주~

현실에서도 보물찾듯이 모험하듯이 그렇게 하하호호 유쾌하면 좋으련만

집에서 그렇게 구석구석 찾아 헤매면 늘 벼락같은 불호령을 치게된다.

"정리 좀 하라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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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여행사 - 연못 탐험대 모집 과학 그림동화 30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그림, 이영미 옮김 / 비룡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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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은 둘째는 자연관찰 시리즈를 들이파고 읽지만 그에 비해 큰 아이는 구조, 공간, 역학 이런 것에 더 관심이 많다. 필요할 때 찾아 보는 스타일이라 특별히 자연관찰 종류를 즐기지 않는 녀석에게도 이 청개구리 여행사는 무척 재밌는 책이었나보다.

엄마가 읽어 주는 내내 연못 속에서 사는 동물의 이름을 짚어 보고 왜 그런 이름이 되었을까 유추도 해보고 녀석이 알고 있는 내용도 설명을 덧붙여 준다.

청개구리가 연못에 버려진 패트병으로 만든 배를 타고 연못 탐험을 떠나는 달팽이와 공벌레 부부 그리고 무당벌레...

물 속에 살지 않는 녀석들이 물 속 탐험을 떠나는 모양이다. 공벌레는 어떤 벌레인지 엄마도 잘 몰라 일단 패스~

패트병 배에 동승한 큰 아이도 함께 출발!

유아 인지용 세밀화 자연관찰도 아니고 선명한 사진이 퍽퍽 팍힌 자연관찰 책도 아니건만 오히려 책 속에 등장하는 곤충이며 동물 이름이 더 자세히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

청개구리 여행사의 가이드가 훌륭해서인가?

송장헤엄치기는 왜 이름에 송장이 붙었을까? 장구벌레는 왜 장구벌레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엄마가 먼저 질문해보고 같이 생각해보고

엇~ 하루살이 애벌레도 물속에 사네? 하고 엄마도 모르던 내용을 짚었더니 아들 녀석은 한술 더 떠 "엄마 하루살이 애벌레는 물속에서 1년을 살고 나와 육지에서는 딱 하루 산대요. 그러니까 366일 사는 셈이죠" 하며 잘난척이다.

아이의 생각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 부분은 바로 물총새 부분...

엄만 왜 이 새는 물총샌가? 화살처럼 잽싸게 낚아채서 물총새인가? 했는데

아들 말을 들어보니 정말 멋진 생각이다.

"엄마 여기 보세요. 물총새가 먹이를 잡아 챌 때 패트병 배로 물이 튀잖아요. 물총 쏜거처럼... 그래서 물총샌가봐요.."

아... 엄만 평생 물총새는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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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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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멀쩡히 살아 계신데도 엄마라는 말만 나와도

눈물부터 글썽인다.

제목과는 별 상관없는 이 책의 표지를 보며 읽어봐? 말아?를 잠시 고민했고

그래도 자꾸 끌리는 마음...

 

내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나갔다가 할인도 안 되는 대형서점에서

원래 맘먹고 나갔던 것처럼 이 책을 집어 왔다.

 

주말 저녁 아이들과 즐겨보던 오락프로그램을 등지고

남편 밥을 앉히고 찌개를 끓이며 그렇게 짬짬히 그래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어 내렸다.

 

그렇게 끊어서 봤기 때문에 그나마 눈물을 덜 훌쩍였는지 모른다.

 

참...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다 게워낼 수 없는 멍하고 아득한 내 마음

 

언젠가 엄마 엄마.. 서로 목청 높여 엄마를 불러대는 7살, 4살 난 내 아이들에게

"엄마한테도 엄마가 있어" 라고 말했다. 그 때 내 아이들은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엄마한테도 엄마가 있대.. 웃겨" 라고 말하더라.

 

어느 새 내가 엄마가 되버렸다.

부르기만 해도 가슴 짠해지는 엄마...

 

얼마 전 바로 그 내 엄마는 당신의 귀엽고 사랑스럽던 딸이

제 새끼를 낳아 알뜰히 살뜰히 얼마 쯤은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어느 구석은 당신보다 더 세련되게 아이들 치닥거리를 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라.

"너희 키울 땐 그런 게 없었어. 사진찍어주고 컴퓨터에 올리고.. 그렇게 애들 커가는 거 기록하는

널 보면 부럽기도 하더라."

 

아쉬운 마음이셨을까?

 

나는 하루 종일 엄마 엄마를 달고 사는 내 새끼들이 어쩔 땐 귀찮기도 하고

어서 이 녀석들 떼내고 내 시간을 가져야지...  싶은데.

 

언젠가 내가 사춘기 시절

유난히 계절타던 내가 가을엔 기분이 이상해져... 라고 했더니

엄마가 "엄만 논에 물들고 은행잎 노래지면 그 색이 너무 고와 마음이 짠해지더라" 하셨다.

그 뒤로 20년쯤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나름 참 충격적인 말이었나보다.

그 날 밤 내 일기장엔 "엄마도 여자인가보다" 라는 문장을 적어 놓았다.

 

올 여름 엄마랑 나란히 앉아 "엄마 나는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눈물이 난다" 했더니

엄마가 그러셨다. "육십 넘은 나도 엄마라는 말 들으면 목이 멘다."

요즘은 부쩍 엄마 자란 그 시골 집, 장독대, 그리고 공부 많이 안 시켜줘 원망스럽던 외할머리가 자꾸 생각나신단다.

아이가 늦게 들어선 엄마 때문에 내내 마음 고생하시고

나 처음 낳아 내려갔을 때 나를 등에 업고 우리 딸이 낳은 딸이라며

동네방네 자랑하셨다던 외할머니... 내 기억에 없는 그 외할머니는

엄마가 서울로 올라 올 때면 순천 장에서 들통 하나로 단감을 사서 쟁여 주셨단다.

 

난 모르는 엄마의 기억들...

내 아이들이 자라 모를 내 기억들...

 

늘 같이 하고 늘 옆에 있을 것 같아 특별한 기억도 특별한 사건도 없는 우리 엄마가

어느 날 사라지신다면...

지금 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거고

난 그러면 또 내 딸을 데리고 너희 외할머니는.... 하고 읊조리는 날이 오겠지.

 

내리사랑... 이라는 말로

다독이기엔 내가... 내 남동생이 엄마에게 준 셀 수 없는 무관심과 상처가 너무 크다.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지만

전화할 수 없다. 눈물이 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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