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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ㅣ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평점 :
별명이 '청산가리'라면 어떤 기분일까?
주인공 두현이의 별명이다.
두현이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가장 아픈 상처가 놀림거리가 되어버렸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청산가리로 시작한 이야기이기에 독하디 독한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자현기계공업고등학교와 자현고등학교는 같은 재단이다. 특성화고와 인문계고라는 차이가 있지만 운동장을 같이 쓴다. 두현이는 자현기계공고에 다닌다. 집안 형편 때문에 특성화고로 진학을 결심한 절친한 친구 '준수'를 따라 진학했다. 두현이를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형석이는 자현고등학교에 다닌다. 어느 날 갑자기 친한 척 다가온 재경이는 자현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기계공고로 전학을 왔다. 그리고 강태는 번번히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다 퇴학 위기에 처한다. 그들이 이야기다.
드러나는 상처, 그렇지 않은 상처를 가진 이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복국 한 그릇으로 위로해주는 조부모가 있고 친구가 있고 선생님이 있다. 그리고 단단한 쇠를 깎는 '밀링'의 과정에 몰입하며 더딘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재경이가 오빠의 사고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실습업체 사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며 두현이는 상처를 직면하는 용기를 내본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나 너희들에게는 더 그래."
라는 선생님의 말처럼 돈, 학벌로 차별받는 세상은 특성화고 아이들에게 더 가혹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 진학이 목표인 인문계 아이들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그래도 연중무휴 금강복집 문을 여는 두현의 할머니 할아버지,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기능올림픽 같은 데 나가지도 않았지만 내 실력이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며 회사를 일군 장귀녀 사장, 방황하는 학생에게 끝까지 정성을 들이는 정명진 선생님처럼 각 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은 막막하기만한 청소년들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무엇을 하든 기대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이릉ㄹ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하나 더 더하자면 세상을 밝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이라는 꿈을 꾸게 한다.
주인공이 고2이지만 입시 말고 다른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겠다 싶었다. 소설 속에서조차 소외되는 특성화고 친구들의 이야기라 더 관심이 생겼다.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취업으로 고민하는 아이들도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바람에는 다를 바가 없다.
사회의 편견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성화고, 인문계고 나눠서 생각하는 못된 버릇말이다.
오빠가 실습 나간 회사에서 기계 사고로 목숨을 잃고 그 사과를 받아야겠다 나선 당찬 재경이는 소설 속 인물로만 보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대학에 왜 가려고 하냐 물으면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아 그만큼의 시간을 더 벌고 싶다고 말하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특성화고 학생들은 그 시간을 벌지 못하고 거친 사회의 파도에 휩쓸려가는 것만 같다. 자기를 잘 지키고 건사하는 법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