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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 Book Review 〉
《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_애덤 바일스 / 열린책들 (2025)
바일스 : 2008년 『나의 투쟁』을 쓰기 시작한 순간으로 돌아가서, 첫 줄을 쓸 때 이렇게 여섯 권에 달하는 긴 소설이 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나요?
크네우스고르 : 아뇨, 전혀요. 처음엔 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4~5년의 노력 끝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 했어요. 진짜 절박했죠. 소설만 완성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팔이라도 잘라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아, 허구는 안 되겠구나. 그냥 있는 그대로 써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2017년 3월 28일, 월요일 인터뷰 내용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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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만 완성할 수 있다면....” 이 언급에 공감할 작가들이 많을 듯하다.
인터뷰집을 읽다보면, 인터뷰이의 답변보다 인터뷰어의 질문을 주목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그 답변이 다채롭게 나오기 때문이다. 때로는 인터뷰이가 평소에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에 답하는 과정 중에 인터뷰이 스스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사념들이 정리되는 시간이 된다고도 한다.
위에 인용한 질문은 사실 평범하지만, 책에 실린 인터뷰어의 질문은 깊이 있고 예리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소설가)들의 작품은 물론 작가 주변의 상황까지 미리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으리라 짐작한다. 인터뷰이인 노르웨이의 작가, 편집자, 출판인인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는 허구가 섞이지 않은 순도 100%의 〈그냥 있는 그대로 쓴〉 『나의 투쟁』 (희대의 인물 히틀러의 『나의 투쟁』과 같은 제목이라 달갑지 않지만...)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소설인지 회고록인지 경계가 애매모호한 이 소설은 6권까지 나왔다는데, 나는 3권까지 읽었다. 읽으면서 자주 ‘가다서다’했다. 한 남자의 일상이야기를 이렇게 초 근접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도 완전 멈추지는 못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괴팍한 사나이의 다음 걸음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암튼 크네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신기하지만, 내게도 독특한 독서경험이었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별 볼일 없는 나의 삶도, 소설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 책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이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은 조지 휘트먼에 의해 1951년에 오픈했다. 시작은 초라했으나, 지금은 단지 서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애정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서점에서 벌인 많은 행사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유명작가들의 인터뷰이다. 이 책을 엮은 애덤 바일스는 이 서점 문학 디렉터로 있으면서 수백 명의 작가와 인터뷰를 했다. 이 책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진행되었던 작가와의 대화 중 고르고 고른 인터뷰를 실었다고 한다. 인터뷰는 서점에 온 방문객들(또는 팬들)과 함께 진행한다.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시작으로, 작가의 작품 하나(거의 대표작)를 놓고 인터뷰를 행한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면모가 호화롭다. 총 20명이다. 아직 못 만나본 작가, 작품들을 만나봐야겠다는 계획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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