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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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4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 21세기북스

 

 

카라바조. 이 땅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 매우 치열한 삶을 살다간 사람.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삶이 그러하듯, 그가 걸어간 삶의 여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200010, 이 책의 지은이 김상근 교수는 대학원생 신분으로 박사학위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 중이었다. 그 때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와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다. 그것은 지은이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39년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던 천재 화가. 후원자나 고객의 주문에 의해 작품의 내용과 구도가 결정되던 시대에 그들의 예술 감각을 조롱하는 그림을 그렸던 사람. 미켈란젤로와 경쟁하며 거장의 작품을 마음껏 뒤틀었던 인물.(미켈란젤로 사후 카라바조는 자신의 이름에 미켈란젤로를 넣었다고 알려져 있다). 밤거리의 패싸움과 살인의 추억으로 얼룩졌던 화가. 살인자의 신분으로 이탈리아 반도 끝까지 도망쳤지만, 추기경과 귀족들의 비호를 받으며 생을 마칠 때까지 충격적인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던 반항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은총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표현했던 화가. 카라바조.

 

 

 

지은이는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안에 걸려있는 카라바조의 두 편의 걸작 성 바울의 회심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를 보면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카라바조가 차지하는 미술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그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지은이는 카라바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개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는 미술평론가가 아니다. 미술사나 르네상스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저 카라바조가 살았던 16세기 말, 17세기 초의 이탈리아와 로마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한 사람이고, 카라바조의 작품을 사랑하는 평범한 애호가일 뿐이다.” 그러나 지극한 겸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지은이는 천재화가의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삶의 흔적을 되짚어보면서, 르네상스 시대와 16세기 종교개혁이 어떻게 마감되었는지를 매우 깊숙이, 치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카라바조가 르네상스의 대거장 미켈란젤로와 한판 승부를 겨룬 내용과 카라바조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대목이다. 그 당시 로마의 재무장관 체라시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새로운 로마 시대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탈리아 예술가 사이에선 신과 같은존재로 자리매김했던 미켈란젤로의 그림과 동일한 주제를 카라바조에게 의뢰한다. 그것은 사울의 개종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라는 작품이었다. 체라시 장관이 같은 제목의 그림을 카라바조에게 의뢰한 속뜻은 무엇이었을까? 체라시는 이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대희년을 맞이한 새 로마에 새로운 천재 화가가 탄생했다. 그가 바로 카라바조다!” 지은이는 카라바조의 성 바울의 회심을 이렇게 묘사한다. “사울이 바울이 되는 회심의 순간을 그리면서 카라바조는 미켈란젤로를 위시한 많은 르네상스 화가들이 즐겨 묘사했던 우주적 사건이나 천군천사의 나팔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구름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는 요란스러움을 과감히 생략한다. 바울의 회심은 지극히 내면적인 사건이었으며, 어둠을 뚫고 찾아오는 한 줄기 빛처럼 평범한 인간에게 찾아온 하나님의 신비로운 은혜임을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카라바조의 이 작품은 그의 많은 작품 중 가장 종교개혁적인신학을 담고 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카라바조의 살인사건에는 어떤 사연이? 이러저러한 사유로 카라바조는 거의 노숙자 신세가 된다. 불량배 건달 친구들과 어울려 로마의 밤거리를 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카라바조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라누치오 토마소니와 사소한 내기 게임을 하는 중에 판돈 문제로 패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카라바조와 토마소니 사이에 일대일 격투로 변했고, 카라바조는 토마소니의 하복부를 단검으로 찌르고 만다. 카라바조도 머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칼에 찔린 토마소니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곤 도피 생활이 시작된다. 도피 생활 중 유력자의 도움을 받아 은신하며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도피자로서의 그의 불안한 심리는 그 당시 그린 엠마오의 저녁식사두 번째 판에 스며들어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카라바조의 작품만큼이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카라바조연구자들의 저술과 인터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두 가지 귀중한 자료를 전해주고 있다. 카라바조가 이 땅에 머물렀던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초반의 예술계의 현황, 그리고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에 의해 주도되었던 종교개혁의 여파와 가톨릭교회의 개혁 운동이 맞물려 있던 교회의 움직임이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글의 중간 중간 들어있는 카라바조와 미켈란젤로의 작품 도판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동감이 있다. 책의 부록으로는 한태동 교수의 ‘1차원적 구조‘2차원적 구조로 본 카라바조라는 논문을 기초로 한 글과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17세기 문헌과 기록이 함께 실려 있다. 이 또한 귀한 자료이다      

 

 

 

 

    

P.S : 책표지 그림은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이다. 다윗은 목이 잘려진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표정에 시선이 간다. 골리앗은 아니, 내가 저런 꼬마한테...” 한편 다윗은 거봐, 내가 뭐랬어. 까불지 말라고 했잖아..” 다윗의 얼굴엔 골리앗을 향한 연민의 감정도 묻어있다. (쎄인트의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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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6-04-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바조의 뒷 얘기가 이렇게 파란만장한지 몰랐네요-, 덕분에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쎄인트saint 2016-04-15 10:41   좋아요 1 | URL
예...저도 이번 기회에 카라바조 팬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안에선 카라바조가 이미 국민의 문화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고, 현재 유럽에선 카라바조 광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켄 윌버의 신 - 당신이 성장할 때 신도 진화한다
켄 윌버 지음, 조옥경.김철수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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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3

    

켄 윌버의 신 】       켄 윌버 / 김영사

 

 

머리글이 전체 분량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책을 더러 보긴 했지만, 이 책은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머리글이라고 해서 책의 내용을 어떻게든 가볍게 만들어주려고 애쓴 지은이의 친절함을 기대했다가는 실망감만 남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지은이를 호불호가 강한 존재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의 생각과 논지는 참으로 대단하다. 지은이가 23세에 쓴 첫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은 인간의식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으로 평가받는다.

 

 

 

지은이는 이 책을 스스로 종교심리학과 종교사회학에 대한 개론적인 소개서라고 이름 붙인다. ‘종교적또는 영적이란 말만큼 통합된 정의를 내리기 힘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유형의 종교는 인간의 기본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어떤 종교는 억압하고 고통을 주며, 어떤 종교는 해방시킨다. 앞으로 종교는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인간의 정신을 지배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은이는 다양한 종교적, 영적인 참여에는 진정성의 정도가 개입된다고 한다. 나아가 그런 심도를 판정하거나 판단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합리적 영성과 초()합리적 영성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정당성과 진정성 사이에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지은이가 표현하는 사상의 핵심은 통합 방법론적 다원주의(Integral Methodological Pluralism)’이다. 이를 모든 사람은 옳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모든 사람들은 비록 부분적일지라도 내놓을 만한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 탐구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가를 밝혀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진실 모두를 어떻게 함께 짜 맞출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종교라는 단어의 용법을 9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비합리적 참여로서의 종교’, ‘극단적으로 의미심장하거나 통합적인 참여로서의 종교’, ‘불멸 프로젝트로서의 종교’, ‘고착/퇴행으로서의 종교’, ‘통속적 종교’, ‘비교(祕敎)적 종교’, ‘정당한 종교’, ‘진정한 종교등이다. 이중에서 진정한 종교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가? 이는 일차적으로는 종교적 핵심으로 간주되는 특정 차원의 수준으로의 변용을 공인하는 종교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의 모택동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예로 든다. 물론 이와 같은 사례를 종교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느냐 하는 논쟁이 관여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거의 종교와 같은 의식의 변화를 주었다는 점에선 수긍이 가는 면이기도 하다. “중국의 모택동주의(Maoism)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또는 갖고 있었지만) 진정성에 있어서는 아주 평범한 수준이었다.” 마오이즘은 분명 사람들을 대규모로 통합한 면이 있다. 중국내 사회적 연대감과 일정 정도의 의미 및 가치를 제공했다. 끝없는 민중혁명이라는 불멸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오이즘엔 진정성이 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신화적, 합리적 영역에 국한된 적응만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말하건 마오이즘엔 오로지 신만을 초양심적으로 실현하면서 거기에 적응하게끔 만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모택동주의에 그쳐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마오이즘은 현재 중국내에서 정당성을 일부 상실했다. 중국인들에겐 불편한 진실인 문화혁명과 그에 따른 일련의 사건들은 정당성의 위기라는 말로 대치될 수 있다.

 

 

 

지은이는 당연히 신흥종교에도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쓸 때, 1978년에 발생한 존스타운의 대규모 자살사건이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추천 서문을 쓴 로저 월시(현재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초개인심리학의 선구자)는 윌버가 갖고 있는 신흥종교에 대한 견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이제는 한물간 신화적 수준에 계속 매달리려는 시도, 둘째는 현재 진행 중인 합리적 세속화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 셋째는 소수이긴 하지만 합리성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집중적인 요가적, 영지적 수행을 통해 합리성을 넘어섬으로써 초합리적 변용을 시도하는 것 등이다.

 

 

 

이 책을 통해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부분은 초개인(超個人)심리학이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융의 분석심리학은 제1의 심리학,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은 제2의 심리학, 인본주의 또는 실존주의 심리학을 제3의 심리학이라고 한다면, 이를 보다 발전시킨 제4의 심리학을 초개인심리학이라고 한다. 초개인심리학에서의 超個人이란 글자 그대로 개인의 초월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인격 및 자아를 넘어선 자각과 정체감의 경험 및 그런 상태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켄 윌버는 초개인심리학의 탁월한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다. 단숨에 이해하기 힘든 책이다. 책을 읽는 것은 지은이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쯤, 켄 윌버의 통합비전(김영사)을 읽었으나, 여전히 켄 윌버는 나에게 버거운 존재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종교가 주는 심리적, 사회적 기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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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하는 힘 - 보통 사람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고바야시 다다아키 지음, 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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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1

 

지속하는 힘 】        고바야시 다다아키 / 글담출판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항심(恒心)이 있는 곳에, 항산(恒産)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이지만, ‘꾸준함을 이길 장사는 없다라는 말도 좋아한다. 사실 이 두 말()을 좋아한다고 밝힌 지도 몇 해 안된다. 그전엔 남들 다하는 직장생활 말곤 꾸준히 한 것이 없었다. 내세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 말들이 좋다고 밝히는 것은 몇 해 동안 꾸준히 해온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북 리뷰(서평)를 남기는 일이 그것이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냥 읽기만 했더니, 남는 것이 없었다. 어떤 때는 읽어놓고도 처음 만나는 느낌인 경우도 있었고, 더 심한 경우는 책을 사서 대충 읽고 서가에 꽂아놓고는 서점에서 다시 구입한 책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남긴 햇수가 6년째 접어든다. 최근 3년 동안의 리뷰 카운트를 보니까, 2013년도에 234, 2014년에 267, 2015년엔 263권의 리뷰를 올렸다. 물론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꾸준히 읽고 쓰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정적으로 리뷰 올리는 공간도 처음엔 6~7곳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 20곳으로 늘렸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소모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저 내 복이려니한다.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순전히 이 책의 지은이 스토리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서른을 맞이하며 인생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뭐라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에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하면서 자조(自嘲)적인 나날을 보내던 중 블로그 여명기인 2004년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업데이트를 하면서 블로그 운영에 익숙해질 즈음 서평 메일 매거진 지식을 힘으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업데이트해왔다. 매스컴에도 소개되며 수만 명에 이르는 독자를 보유하게 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당신도 블로그나 매일 매거진을 시작해보라는 말이 아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습관 사이클

 

지은이가 생각한 습관 만들기 과정은 시작한다’, ‘지속한다’, ‘그만둔다이 세 가지로 축약된다. 조깅을 예로 든다. 조깅을 하려면 당연히 조깅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조깅하는상태를 유지하려면 조깅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계속 달릴 수만은 없으므로 어느 순간에는 멈추게 된다. ‘시작하다지속하다는 말은 그리 어렵지 않다.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그만 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지은이는 그만둘 수 있을 때 비로소 습관화가 완성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을 계속 들어본다.

 

    

    

스스로 하드워커였다고 고백한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보통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장시간 근무가 꼭 긍정적인 귀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하루 4시간, 그것도 오전에만 일을 한다. 어떻게 그렇게 확 줄일 수 있었을까? “갑자기 확 줄인 게 아니에요.” 그렇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서서히 꾸준히 변화를 주는 방법밖에 없다.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두지 못하는것은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쉼 없이 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유혹의 악마와 이성의 천사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건 하고자 하는 본성에 따라 뇌가 이 욕망을 채우고자 하기 때문에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을 참지 못하고 할 때가 많다. 내 안의 악마가 천사를 이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지은이의 경험담이 자주 소개된다. 그는 오후가 되면 꼭 간식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세끼 식사에 간식까지 꾸준히 흡입하다보니 순식간에 체중이 늘어났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먹는 양을 한꺼번에 줄이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음식 대신 수분을 섭취했다. 간식량을 조금씩 줄이면서 대신 차를 많이 마신 것이다. 차를 많이 마시면 배가 부르고 포만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조금씩 체중을 줄여나가다가 체중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난 뒤 간식을 먹는 안 좋은 습관을 끊을 수 있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란 말이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근거 있는 자신감은 그 맛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강조하는 부분들은 이미 다른 자기계발서 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지속성에 초점을 맞춰서 습관의 정체를 풀어나가고, 일단 시작을 하고, 도중에 그만두지 않기 위한 메커니즘 만들기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점이다. 근거 있는 자신감은 지속성과 관련이 있다.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처음에 북 리뷰를 쓸 때는 내가 읽은 책을 정리해놓는다는 다소 소극적인 행위였다면, 이젠 내가 올린 리뷰를 통해 읽을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더욱 진지하게, 꾸준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로 바뀌었다. 아울러, 내 삶의 다른 부분에도 밝고 긍정적인 변화가 왔다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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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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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2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김상근 / 21세기북스

 

 

지금 우리의 삶은 정상궤도를 돌고 있는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엔 너무 팍팍한 사회가 아닌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면, 과연 이 사회와 이 나라엔 진정한 리더가 있기나 한건가? 나라 안에 대형 사건, 사고가 터져서 수많은 인명이 순식간에 숨을 거두어도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의지가 안 보인다.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버젓이 그 자리에서 자리만 보존하고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어둠의 생각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리더 다운 리더가 없는 것은, 리더를 키우지 못한 사회적 책임도 크다. 리더는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만들어져야 한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우리 자신이 먼저 돌이켜 반성하자는 것입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그 책망의 손가락질을 우리 자신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절망하고 분노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부족한 성찰의 책이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절망의 시대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참된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지은이는 그리스 고전이 기록된 그리스 아포리아 시대의 실감나는 현실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아울러 아포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가 성찰해야 할 가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들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등이다.

 

 

 

아포리아? “아포리아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 길 없음의 상태이자 출구 없음의 상태를 뜻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 국가적 아포리아 상태를 겪었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대형 사고들이 떠오른다. 1994성수대교 붕괴 사건’, 1995삼풍백화점 붕괴그리고 최근 세월호 사건까지 이어진다. 천재지변인가? 모두 인재(人災)이다. 아포리아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위기 상황에선 어찌 비상조치라도 취해 볼 수 있지만, 아포리아 상태에선 무능, 무대책, 무책임등의 단어만 떠오를 뿐이다. 그리스에서 생겨난 이 말의 원래 뜻은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를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지나칠까?

 

 

리더의 자질이 없는 자는 척박한 땅에 만족하라.’ 헤로도토스는 역사적 사건의 발생 원인과 그 사건이 남긴 역사적 의미에 대해 탐사를 시도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된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로 불렀다. 헤로도토스는 그의 불멸의 저서 역사에서 우매한 군주 크로이소스를 첫 번째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지위와 재산 그리고 하늘 끝까지 닿을 것 같은 권력에 도취되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착각하며 살다갔다. 자신의 왜곡된 행복 추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지도 모르고(생각조차 안하고)세상을 떠났으리라 생각된다. 헤로도토스는 크로이소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내세우며 군주의 거울로 삼고 있다.

 

 

 

지은이는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그리스의 마지막 군주의 거울로 이름 붙인다. 그리스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빠졌던 대형 사건이 세 가지 있다.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그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어둠의 터널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플라톤 이 세 사람은 거듭되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군주의 거울을 비춰줬다. 여기에 크세노폰이 가세한다. 키루스의 교육은 리더십에 대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깊은 성찰이 보존되어 있는 지혜의 책으로 기록된다. 이 책엔 참담한 아포리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시대의 리더가 성찰해야 할 인문학적 가치들이 제시되어 있다. 지은이는 특별히 이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별도의 장으로 묶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그 소제목들만 봐도 리더들이 무엇을 잊고 살아가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정의의 수호자가 돼라’, ‘세월의 변화를 직시하라’, ‘스스로 고난을 함께 나누라’, ‘군주다움을 끝까지 지켜라’, ‘사람들은 군주의 뒷모습을 본다’, ‘초심을 잃지 마라

 

 

 

군주는 상대적 개념이다. 백성이 없다면 군주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통치를 받아야 할 대상이 없다면 통치할 사람도 필요 없다. 팔로워가 없다면 리더도 없고,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만 이끄는 사람도 필요하다. 너나없이 리더만 되려고 혈안이 되어가고 있는 사회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초심을 잊어버리게 된다. 아니, 아예 초심부터 작정하고 권력의 욕심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도 많다. 권력의 맛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지고, 욕심이 이성을 앞지른다. 자신의 잘못은 그럴 수도 있지이고, 타인의 잘못은 그럴 수가 없지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의 젊은이들이 리더십에 대한 철저한 공부를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중간 중간 들어있는 그리스 신화, 역사와 관련된 명화와 사진들이 자칫 고루한 이야기들의 나열로 생각될 그리스 고전들의 이해를 돕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개인 소장본으로 분류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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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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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로선 보기 드물게,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각 사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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