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2016-042

    

엘리베이터 】      이재익 / 클랜시 에브리북

 

 

엘리베이터는 일상에서 편리함도 많지만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일상 속의 익숙한 공간이기도 하다. 재난 프로그램에선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는 생존법도 알려준다. 엘리베이터 추락 직전 점프를 하면 충격을 피할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췄을 때 무리하게 힘을 주어 문을 열기 위해 힘을 가할 때, 기계의 오작동을 유발해서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하면 어찌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두 손으로 승강기 내부의 안전 바를 최대한 넓게 잡고, 벽에서 10~15센티 가량 몸을 떨어뜨린 후, 무릎을 살짝 굽혀 기마자세를 취하라고 권유한다. 침착하게 이 자세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버틸 수가 있기 때문에, 넘어져서 발생하는 2차사고 예방 및 추락 시 신체가 받는 내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에브리북(http://www.everybook.co.kr) 의 웹 소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엘리베이터(http://www.everybook.co.kr/book/book_series.php?book_set_idx=256&m_id=1)는 제목 그대로 일상 속의 공간인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발밑으로 아가리를 벌린 어둠은 깊고 무거웠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그 심연 속으로 현준은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빛도 열기도 소리도 모조리 빨아들여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시커먼 공간 속에서 오직 중력만이 그의 감각을 자극하며 아래로, 아래로 몸을 잡아 끌어 내린다.

아무리 손을 휘두르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그저 추락하고 있을 뿐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행히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현준 외에 남자 하나, 여자 둘이 더 있었다.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통해 확인한 건물의 구조는 지하 3층부터 최상층인 50층까지 모두 합해 53층 건물로 짐작된다. 엘리베이터는 지상 2층에 멈춰 서 있었다. 비상호출도 먹통이다. BI 쇼핑몰 빌딩.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보듯 생면부지의 네 사람의 불안감과 당혹감이 뒤엉켜서 갈등이 시작된다. 서로 무척 예민해진다. 더욱 의아스러운 일은 이 네 사람이 어떻게 엘리베이터에 탄 후 정신을 잃게 되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쪽 두 분도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여기였다는 거죠?” 과연 누구의 짓일까? 이 네 사람을 엘리베이터에 가둔 것은? 그리고 어떤 목적을 갖고 있을까? “엘리베이터는 멈춰있고 문은 열리질 않아요. 비상호출 버튼도 먹통이고.” 네 사람 중 그 누구도 휴대폰이 없다. 아니 없어진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에 이미 휴대폰은 사라졌다. “이래선 119를 부를 수도 없겠네요.” 네 사람은 일단 각자 소개를 하기로 한다. 상대방이 누군지 알면 뭔가 이 황당한 상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으로 각자 자기소개를 마치자마자 엘리베이터 안 모니터에 뜬 글씨는 네 사람을 경악하게 만든다.

 

 

자기소개가 끝났나요?

지옥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범인은 엘리베이터안의 상황을 잘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네 사람의 대화 내용까지도 모두 듣고 있다. 거기에 더해 엘리베이터는 저절로 작동되어 5층까지 올라가고 멈췄다.

 

 

당신들은 엘리베이터를 나갈 수 없다.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엘리베이터 천정에는 전기까지 흐르고 있다.

 

이제 게임을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미션을 설명하겠습니다.

 

잠시 장면이 바뀌어서 중학생 여자아이가 학교 수련회를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다시 엘리베이터 안

 

앞으로의 지령에 따라 참가자는 충실히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게임의 최종 목적은 최상층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제시된 미션을 해결할 때마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갑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문이 열리고 참가자는 자유의 몸이 됩니다.

 

만약에 미션을 성공하지 못하면, 엘리베이터는 하강이 아니라 추락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다. 문제는 이미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의 옷에 카드 형식으로 들어 있었다. 각자의 몸에서 카드를 찾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공통점은 하나의 사건, 여중생이 수련회장에서 겪었던 사고와 연관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베이터 밖에선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엘리베이터를 멈춰보려는 시도를 해보지만, 폭탄이 설치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관리자들과 경찰은 난감해한다.

 

 

모니터엔 계속해서 글자가 뜬다. 도망자’, ‘위증자’, ‘협잡꾼’. 엘리베이터는 계속 움직인다. 후반부엔 반전이 대기 중이다. 범인에게 내부협조자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뜻밖의 인물이 함께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땅을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서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치밀한 구성의 스릴러다. 누군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은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나를 다시 친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 같지만, 결코 악인의 형통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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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 갈 곳 잃은 민심, 표류 중인 국가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
김형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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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44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      김형오 / 21세기북스

 

 

국가는 무엇인가? ‘국가라는 단어 속엔 정치가나 권력가의 모습이 많이 떠오르는가? 평범한 국민들의 일상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국가라는 이미지는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지도자,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없는 것이다. 나라의 지도자가 누군지 모를 정도의 평안한 삶이 곧 민초들의 천국이라는 고전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리더는 많고도 많은데 건강한 영혼이 실리지 않은 리더들의 천국이라는 표현이 지나칠까?

 

 

이 책을 통해 나는 먼저 비전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에 리더가 갖춰야 할 자격 조건을 살폈다. 리더십이 무너지고 사라진 이유를 짚으면서 리더십의 소생과 부활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지은이 김형오는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외교안보연구원, 국무총리실, 청와대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1992년 국회에 첫발을 들인 뒤 지역구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국회의 여러 요직을 거친 뒤 스스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이유는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지금은 책을 벗 삼아 살며 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민주적 리더십 구현을 위해 그 토양이 되는 정치 구조와 문화의 변혁에 역점을 둔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 합의의 정치가 왜 안 되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안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제는 선민의식, 엘리트 리더십이 아닌 시민의식, 대중 리더십의 시대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주인의식이 부족한 국민은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중우 정치, 선동 정치의 표적이 될 뿐이다.”

 

 

 

지도자는 누구인가? 19대 국회 4년 동안의 입법 실적이 역대 국회 중 가장 저조하다고 한다. ‘식물 국회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 뒤에 숨지 말고 문제 위에 올라타라는 말이 있다. 맞서면 사흘이고, 도망가면 삼년이라는 말도 있다. 왜 우리 정치, 시회지도자들은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걸까? “근본 원인은 결국 사회적 환경과 잘못된 교육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도자 교육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은이는 다시 묻는다. 지도자는 누구인가? “나라의 진정한 지도자는 바로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이 깨어나고 또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아레테는 기원전 그리스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가치였다. ‘또는 탁월함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쓰이지만 원뜻은 용기, 설득력 그리고 명예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미결 상태로 남아있다. 우리에게 아레테가 있기나 했는가? 혹시 존재했다면, 아레테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것이 아닐까? “왜 우리에겐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진 제복다운 제복이 안 보이는지, 왜 국민 생명과 직결된 부서가 기피 대상이 됐는지를 철저히 진단하는 일이 먼저다.”

 

 

 

지은이가 201410월에 계명대학교에서 열린 실크로드 국제 학술회의의 기조연설에서 한 메시지는 아무리 지금 대한민국이 어렵고 힘들고, 안개 속에서 더듬거리는 것 같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는 지은이의 염원이 담겨 있다. “오늘 우리는 21세기 새로운 차원의 지구적 네트워크로서의 뉴 실크로드를 다시 조명합니다. 중심은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늘 이동합니다. 내가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네트워크의 중심입니다. 시발역이면서 간이역이고 동시에 종착역이기도 합니다. (......) 오늘 이곳에서 로그인한 이 실크로드 네트워크는 관련국 모두가 중심이고 주인공입니다. 침략과 정복, 전쟁의 시대에 굿바이 메시지를 날립시다. 평화와 공존, 번영으로 가는 21세기형 뉴 실크로드 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해 손에 손을 잡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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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 갈 곳 잃은 민심, 표류 중인 국가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
김형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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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이 책에서 민주적 리더십 구현을 위해 그 토양이 되는 정치 구조와 문화의 변혁에 역점을 둔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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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인간사랑 중국사 4
왕이쟈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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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성에 관한 156편의 짤막한 스토리들을 열두 가지 각기 다른 주제로 분류해 보여준 뒤, 지은이의 분석과 해석을 뒤따른다. 중국인의 성의식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중국, 중국인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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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인간사랑 중국사 4
왕이쟈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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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왕이쟈 / 인간사랑

 

 

 

중국인들에게 성이란 무엇이었을까?

 

, 청 시대의 소설 속의 성이나 색정적인 이야기는 갈등과 충돌이 뒤섞여있다. 중국 남녀들이 일찍이 겪었던 쾌락과 고통, 호기심과 흥분, 부끄러움과 분노, 순결함과 비열함, 함성과 신음, 잔인함과 자비로움, 그리고 탐닉과 해탈이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중국인이 성()이라는 길 위에서 어떤 마음의 길을 걸으며 어떤 의 역정을 겪었는지를 이해하는 귀한 자료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의 합성과 분해 방법을 응용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성행위는 비록 다양하고 다채롭지만 남성, 여성, 생식, 쾌락, 경쟁, 이익, 건강, 도덕, 법률, 권력, 그리고 예술 등 몇 가지 원색을 서로 다른 비율로 합성하고 배합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성이 가진 명확하게 가리기 힘든 갖가지 맛은 그것의 명확하게 가리기 힘든 갖가지 색에 달려있다고 한다.

 

 

본능의 변천은 바로 문명 심리 메커니즘의 변천이다. 진화하는 과정에 서로 다른 시대와 서로 다른 민족은 서로 다른 성 의식, 그리고 성 문명과 성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리하여 성에 대한 이미지는 시대와 민족, 의식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더욱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인의 성이라는 블랙홀로 들어가서 겹겹이 싸인 어두침침하고 흐릿한 안개를 밀어젖히면, 더욱 놀랄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색정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방종과 억압 중국인의 두 가지 성 문화

 

역사에 어두운 사람은 중국인은 성 방면에서 지금까지 서양인보다 더 억압적이고 보수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중국의 유가(儒家)가 비록 보수적이지만 서양의 교회보다는 훨씬 더 진보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성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바로 중국의 유가였다.

 

 

유가의 경전인 예기(禮記)는 성에 대해 엄격한 규범을 만들었다. 이 경전은 혼인 안에서의 성은 유일하게 예에 맞는성 활동이며, 혼인의 목적은 후손을 널리 이으며’, ‘방탕과 음란을 방지하고’, ‘금수처럼 겪어야 하는 부끄러움을 멀리하기위해서라고 했다. 중국인의 성에 대한 방종과 억압 문화에 대한 역사를 볼 때, 이들이 아주 이른 시기부터 전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방종이나 억압, 쾌락이나 도덕, 개방이나 보수 등은 모두 사람마다 각자의 견해가 다르고, 그 폐단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이야기들을 보면, 중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성에 대한 이미지는 개방과 보수, 방종과 억압 사이에서 서로 대치하며 양보하지 않는 관계라기 보다는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상태라고 볼 수 있다. 큰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춘추시대의 공자에서 서한 중엽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성에 대한 천칭 저울은 오른쪽으로 점점 기울었다. 다시 말해, 더욱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면으로 흘렀다. 그러나 위진남북조부터 수나와 당나라를 거쳐 북송 초기에 이르기까지는 오히려 왼쪽으로 기울었다. 갈수록 방종해지고 자유로워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북송 중기에서 남송 말기를 거쳐 명나라 초기에 이르기까지는 다시 추가 오른쪽으로 기울며 또 다른 보수화의 물결이 일었다. 그런데 명나라 중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는 반대 물결이 일어나 점점 개방적이고 관대해졌다. 그 뒤 청나라 초기 이후에는 이제 갖가지 도덕으로 다시 정돈되면서 단정해졌다.” 어수선한 이야기지만, 결론적으로 성에 대한 방종과 억압, 개방과 보수는 중국의 긴 역사 속에서 서로 증감 관계였으며, 새것과 헌 것이 뒤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발이 작아야 열녀각이 크다 여성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착취

 

전족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역사에서 함풍환제는 한족 여자를 특별히 좋아했다. 황제가 총애한 네 여인 가운데 능파라는 여인이 있었다. 능파의 가냘픈 발은 마치 벗겨낸 죽순처럼 작았기에 길을 걸을 때면 곁에서 부축을 해야 했다. 하늘하늘 가느다란 허리를 가졌기에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출 정도였다. 그녀가 꽃 사이를 사뿐사뿐 걸어갈 때면 하늘하늘한 모습이 꼭 선녀가 바람타고 날아가는 것 같았다. “전족은 중국 여인을 에서 으로 끌어들였다. 그리하여 남성의 미적 감각과 쾌감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켰다. 다른 입장에서 보면, 서양 여인의 바짝 졸라맨 신체는 비록 겉으로는 우아하고 매혹적이지만 잠자리에서는 받아들일 만한 것이 없다. 그러니까 중국 여인의 자그마한 발의 신묘한 작용에 비한다면 완전히 보기만 좋을 뿐 쓸모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전족은 중국만의 독특한 산물이다. 인류학자 브레인은 지난날 서양 여성의 몸을 옥죄는 코르셋이나 아프리카 원주민 여성들의 인위적인 척추 굽힘, 목에 고리 끼우기, 아랫입술에 조형물 끼우기 등을 여성의 신체를 훼손시키는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예술이라는 표현이 거슬리긴 하다. 중국에서 전족은 남성들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남성 권력의 상징적 유물이라고 생각된다.

 

 

문명과 본능의 갈등, 충돌, 타협의 성의 역사

 

성()은 드러나 있는 것보다 감춰진 면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의 역사를 보면, 그 시대 또는 지역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왕이쟈는 대만 태생이다. 대만대학 의과를 졸업한 후 의사의 길을 버리고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았다. 인문, 문학, 예술, 그리고 심리학을 넘나들며 전 방위적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이는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 선인들이 남긴 짤막한 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해석한다. 인간의 사랑과 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성이란 문명과 본능의 갈등이며 충돌과 타협이라고 진단한다. 사랑과 성에 관한 156편의 짤막한 스토리들을 열두 가지 각기 다른 주제로 분류해 보여준 뒤, 지은이의 분석과 해석을 뒤따른다. 보다 시야를 넓혀 중국인과 서양인의 성과 사랑을 비교하고 대비한다. 중국인의 성의식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중국, 중국인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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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1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 담론은 인류가 존재하는한 흥미로운 담론이지요. 책이 재미있을 것 같네요. ;^^

쎄인트saint 2016-03-19 21:54   좋아요 0 | URL
예..저자의 독특한 시각과 열심있는 고증수집이 함께 어우러진 성 담론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