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프스키와 뒤러 - 해석이란 무엇인가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3
신준형 지음 / 사회평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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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221

 

파노프스키와 뒤러-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신준형 / 사회평론

 

 

 

 

         그림의 해석이란?

 

1. 왜 파노프스키와 뒤러인가? 파노프스키는 미술사가이고 뒤러는 화가이다. 두 사람은 이질적이면서 동격이다. 저자는 뒤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파노프스키의 시각을 공유해보는 시간을 우선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 두 사람은 모두 독일인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러나 좀 더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적으로 독일인이라는 것을 갖다 붙이기엔 애매모호하다. 뒤러의 할아버지는 사라센의 위협을 피해 헝가리에서 건너온 이주민이었다. “나는 두 사람의 작업을 통해 소위 르네상스 미술사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미술이나 미술사학사 면에서 모두 논의하고 싶었다. 나는 르네상스 미술과 미술사학사의 중요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소개하는, 다시 말하면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우주를 비추는 소우주의 역할을 하는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압축적 핸드북을 쓰고자했다. 실제로 파노프스키는 각각 르네상스 미술과 르네상스 미술사학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접하고 있다.”

 

 

3. 유럽의 16세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 흔히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독일의 종교개혁을 꼽는다. 독일의 뒤러는 두 사건의 한 가운데에 서 있던 화가다. 그는 최초로 르네상스의 양식을 북유럽에 들여왔다. 뒤러는 재능 있는 후학에게 체계적으로 미술을 교육하기 위해 북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술이론서들을 직접 저술했다.

 

 

4. 파노프스키는 르네상스 미술사의 첫 삽을 떴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방법론인 도상해석법은 르네상스 미술의 심층에 존재하는 소위 내재적 의미의 규명을 목표로 했다. 내재적 의미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정신적 경향성을 말한다. 파노프스키는 미술에 나타나는 시각적 징후를 통해 시대의 정신성을 읽어내려 했다. 파노스프스키가 이처럼 병리학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이래로 르네상스 미술사 연구는 어떤 방식이로든 이 의미의 문제를 다뤄야했다.

 

 

5.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두 가지 논점에 주력한다. 첫째, 파노프스키의 도상해석법, 즉 그림의 심층에 숨어있는 의미를 추구하는 방법론이 사실상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프로이트의 심리분석, 에드거 앨런 포가 쓴 추리소설의 모티프와 구조적 유사성을 띠고 있으며, 이처럼 의미와 상징에 천착하는 그림 독법이 현대 서구 문화의 공통된 유산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둘째, 쿤의 패러다임과 푸코의 담론개념을 도구로 삼아 파노프스키의 르네상스 연구가 지닌 정치적 측면, 그 헤겔적인 역사주의의 실체와 권력 욕구를 드러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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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뽑은 야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신상필 지음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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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뽑은 야담신상필 / 현암사

 

 

1. 아주 먼 옛사람들의 언어생활은 서로 필요한 정보에 치중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고, 먹고 살아가는 문제 이상 더 중요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계단식 연령 충 구조가 형성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걸어 온 인생의 여정에서 보고 듣고 겪은 것이 많다. 이렇다한 오락거리나 소일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에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는 재주꾼이 있는 곳이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갔다.

 

 

 

2. 조선시대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귀와 입으로 오고 갔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더욱 빨리, 멀리 전해져갔다. 이야기꾼에는 세 부류가 있었다. 강담사(講談師)는 원래 말재주가 뛰어나 자신이 경험하거나 전해들은 내용을 새롭고 실감나게 구성하여 들려줬다. 강창사(講唱師)는 마치 사람들 앞에서 판소리를 들려주듯이 이야기를 장단과 가락에 곁들여 노래로 불러줬다. 강독사(講讀師)는 사람들이 즐겨 읽던 이야기책을 손에 들고 혼자서 연기를 하듯이 읽어줬다.

 

 

 

3. 조선 후기에 들어와선 이 이야기들이 문자화되기 시작한다. ‘야담(野談)’ ‘야담집(野談集)’이 만들어졌다. 19세기엔 300편 전후의 작품이 수록된 ‘3대 야담집으로 일컬어지는 편자 미상의 청구야담계서야담, 이원명의 동야휘집이 출현할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 사람들 간의 교류가 매우 활발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다양하게 바뀌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4. 이 책은 야담집 가운데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뽑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이한 것이다. 조선 시대를 살다갔던 사람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모습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5. 이야기들을 소주제로 묶었다. 사랑, 거지 양반, 재주꾼, 재물, 여성, 기인 그리고 기이한 이야기 등이다. ‘사랑이 문학의 소재가 된 것은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었다. ‘보쌈하면 여인들을 상상하는 것이 정상이다. 보쌈 당한 총각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영남 지방의 어떤 진사가 도둑의 두목이 된 이야기는 그 시절 삶의 모습을 짐작해보는 시간도 된다. 도둑의 부두목쯤 되는 이가 진사에게 자기소개를 한다. 하는 짓은 도둑질인데, ‘도둑’, ‘훔친다는 표현을 안 하고도 자기소개를 멋들어지게 한다. “저는 만 리나 떨어진 바다 위의 섬에서 수천 명의 무리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복이 없는 팔자로 태어났는지라 다른 사람의 남는 물건이나 쌓아 둔 재물을 가져다가 쓰고, 먹거나 입는 것 모두를 남들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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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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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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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김하나 / 김영사

 

 

 

1. 책 제목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을 보면 마치 농담, 유머집 같다. 농담(弄談)의 사전적 의미는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농담이 문학적 소재가 된 일도 있다. 밀란 쿤데라, 오쇼 라즈니쉬와 천재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등이 떠오른다. 이 책은 농담집이 아니다. 유머집도 아니다. 그러나 재미있다. 그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빛깔 생각들, 발상의 전환, 관례를 깨트리는 일상의 단면, 좀 덜 힘들게 살아가는 방법 등을 카툰처럼 그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2. 저자가 소개하는 크래시 배기지(Crash Baggage)'는 삶에 대한 태도에까지 영향을 주는 듯하다. 크래시 배기지는 이탈리아산 여행 가방이름이다. 이 하드 케이스는 표면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다. 새로 산 여행 가방이 비행기 수화물 칸에서 치이거나 거리에서 이리저리 부딪쳐 표면이 패면 참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이 가방은 제작할 때부터 그 아픈 마음을 앞서가게 한다. 미리 손상되어 있으니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된다. IBM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찌그러진 가방이니 누가 가져가지도 않을 것 같다. 수화물 벨트에서 찾기도 쉽겠다. 크래시 배기지의 슬로건은 ’handle without care'. ‘마구 굴려주세요이다.

 

 

 

3. 1971년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차리기 위해 자금을 빌리러 영국에 갔을 때 이야기는 여러 번 접했으면서도 볼 때마다 새롭다. 동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기업가를 불신하던 상대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 주였다던 이야기다. “이것이 한국의 지폐다. 우리나라는 이미 1500년대에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들었을 정도로 기술력을 가진 나라다.” 영국은 정주영 회장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주었고 우리나라엔 조선 사업이 시작되었다. 크리에이터 김홍탁은 이순신 장군을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는다.

 

 

 

4.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 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 김영승의 반성 16. 요즘 국내의 정치, 사회를 보면 참 답답하다. 취하고 싶다. 맨 정신으로 바라보기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취해서 바라보면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답이 보일까? 그러나 어쩌랴 나는 술을 못 마신다. 그러나 취하고 싶을 때 꼭 술이 있어야만 할까? “이 쫀쫀하고 사람을 죽이도록 쥐어짜는 나라에서도 어떻게든 취하는 날들이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든 시에든 덕에든 음악에든 자연에든 사랑에든 그건 당신 뜻대로.”

 

 

5.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글은 불행도 행복으로 뒤집는 재주를 부려봤으면 하는 욕심을 품게 한다. 세로쓰기 글씨로 되어있던 책, 신문 등이 어느 날 글씨가 누워버렸다. 가로쓰기로 바뀐 것이다.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았을까? 좋아라 한 사람이 많았을까? 1940년대의 미국 화가 잭슨 플록은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놓고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가 꼭 이젤에 있어야만 한다는 법은 없었다. 한옥의 들장지문도 발상의 전환이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희한하게 내 마음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기억들도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책에 실린 글과 함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내 친척 어르신의 신혼 시절 이야기가 오버랩 된다. 신랑은 거시기 두쪽 밖에 없었다. 신부 쪽은 다행히 끼니는 굶지 않을 정도였다. 어렵사리 서울 시내 변두리 옥탑 방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신부가 장롱을 장만해왔다. 어찌어찌 방으로 들여놓긴 했는데, 높이가 맞지 않아서 세워 놓을 수가 없었다. 장롱을 바꾸면 된다구? 장롱을 바꾸려면 시골로 다시 보내야 하는데 장롱 값이나 운반비나 마찬가지였을 때다. 그 시절은. 어쩌랴. 서 있는 자세가 정석이던 장롱은 누워버렸다. 주인보다 먼저 누운 장롱은 침대가 되었다. 그 시절 침대는 호텔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었다. 옥탑방은 호텔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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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
김홍탁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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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김홍탁 / 이야기나무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100가지 단상

 

1. 꾸준함을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국의 질 좋은 잔디를 벤치마킹위해 한 외국인이 물었다. “어떻게 했길래 잔디 상태가 이렇게 좋은 거죠?” “좋은 종자를 심어 성실히 가꾸는 거죠.” “너무 뻔한 대답 아닌가요? 무슨 비법 같은 게 없습니까?” “그걸 500년 이상 꾸준히 해왔다는 거죠.” 빈티지의 가치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빈티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인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만이 그것을 해결한다.” 우리는 빠른 시간 내에 뭔가를 얻으려 애쓴다. 그것도 부당한 방법으로..

 

 

 

2. 책을 읽는 것도 습관이다. 안 읽는 것도 습관이다. 나는 다 읽은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주고 싶을 때 우선 그 사람이 책을 읽을 만한 사람인가? 아닌가? 속으로 따져본다. 그냥 책을 준다면 마다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받아가서 다른 사람을 주던, 그냥 꽂아놓던, 라면 냄비 받침대로 쓰던 아무튼 공짜니까 받으려한다. 그래서 그럴 사람한테는 아예 책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이 책의 저자가 갖고 있는 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많은 사람이 책의 가치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위대한 영혼과 대화하는 것을 지루하고 졸린 고전이라고 치부해버린다. 페이지마다 한 땀 한 땀 장인이 수놓듯 생각과 상상력을 입힌 책을 15천원 안팎에 구입해 읽는 것을 아까워한다. 그러면서 어디서 진리를 찾아야 하냐고 한탄한다. 손만 뻗으면 책장에 진리가 숨 쉬고 있는데...”

 

 

 

3. 이 책의 저자 김홍탁은 누구인가? 이름이 참 개성 있다. 미안한 소리지만, 갑자기 막걸리 한잔이 먹고 싶어진다. “세계가 주목하는 광고인이자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마케팅의 선두주자.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통합 캠페인과 공유가치 창출의 디지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한민국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데 앞장서 왔다.” 이외에도 따라붙는 수식어가 무지 많다. 결론은 멋지고 근사하고 실력 있는 광고쟁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이 넓고 깊다. 따뜻하다. 광고쟁이라고 광고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광고/디자인/마케팅’, ‘정치/사회’, ‘문화/예술’, ‘IT/경제등을 테마로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100가지 단상이 저자가 쓰고, 찍은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다.

 

 

 

4.금반지가 존재하기 위해선 금과 손가락이 들어갈 구멍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전부라고 생각해 버린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니까, 구멍은 그저 우연히 만들어진 공간이라 생각할 뿐, 그것이 금반지의 본질이 될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멍이 없다면 그것은 반지란 본질에서 아예 제외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금반지의 본질이 구멍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5.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변질되었나? 본질에서 멀어지고, 몸과 마음이 해리(解離)된 상태로 살고 있는가? 불안해서? 스트레스가 쌓여서?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해서? 요즘 부쩍 주변에서 결정 장애증후군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느 분식집의 아무거나메뉴가 아무렇게 생긴 것이 아니다. 분식점 사장의 고육지책으로 만들어진 메뉴다. 이 책이 인문, 철학서처럼(철학서적을 읽는다고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철학서적은 답안지가 아니긴 하다. 문제지다) 큰 도움을 못 줄지언정, 대략적이나마 방향을 제시해주리라 믿는다. 글이 산뜻하고 깔끔하다. 복잡하게 치장을 하지 않았다. 명색이 본질을 생각하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서 시작해 봅시다. 삶의 질()을 높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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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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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 아르테(21세기북스)

 

 

1.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무슨 소리인가? 뉴기니의 중앙 산악 지역으로 가본다. 이 지역은 1932년까지 지구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지역이었다. 울창한 삼림으로 인해 그곳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상태에서 살던 원주민들이 백인을 처음 보고는 신 혹은 귀신으로 생각했을 정도이다. 1956년 미국의 생물학자 대니얼 칼턴 가이듀섹은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질병을 뉴기니에서 발견했다. 매년 100명 중 한 명이 중추신경계 퇴화로 사망했다. 증상으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고(따라서 이 병은 관련된 부족의 언어에서 떨다를 뜻하는 쿠루병으로 불렀다).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없었으며, 다양한 감염증이 뒤따랐다. 이쯤 되면 감()이 온다. 이들에겐 식인풍습이 있었다. 가까운 친척의 시신을 먹는 것이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었다. 그들은 고인의 살과 내장 및 뇌를 익혀 먹었고, 빻은 뼈를 채소와 함께 조리해 먹었다. 지금은 없어진 풍습이다. 연구자들은 쿠루병의 원인을 이러한 풍습과 연관시킨다. 그러나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다. 식인 풍습은 그 지역에서 쿠루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대부터 시작된 듯하다. 백인의 간섭으로 식인 풍습이 종식된 이후로는 쿠루병이 점진적으로 줄어들었고,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여기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듯했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 조사가 시작되었을 즈음 원주민 정보 제공자들이 식인 풍습을 무척 상세하게 전해주었지만 식인 풍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2. 그런데 새삼스럽게 쿠루병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것은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상장 장애를 해소하고, 여성의 불임을 해결하는 데 쓰인 치료 방법이 문제다. 인간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호르몬을 주입하거나, 인간의 뇌에서 떼어낸 막을 이식한 후 아이들과 여성들이 사망한 사건이 이슈가 된다. 이 사안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단호하다. 인간의 몸에서 추출한 물질의 잦은 사용이 과거의 의학에 비하면 과학적으로 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신이고 맹신이다. 수년 전까지도 효과적이라고 여겨졌던 처치법이 유해하지는 않더라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현대 의학은 그런 처치법을 금지한다(번역본에는 빠졌지만, ‘해야가 들어가야 의미가 확실해진다. 따라서 금지해야한다가 좋겠다) 달리 말하면, 미신적 풍습과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행위 간의 경계는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다.”

 

 

 

 

3. 이 책의 저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벨기에 브뤼셀 태생이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41년 미국으로 망명한다. 여러 논문과 저서를 내놓았다. 종래의 인류학, 사회학의 근친상간 및 친족 관계를 총망라한 대작 친족관계의 기본 구조논문과 함께 프랑스로 갔다. 파리에서 삶을 마감했다. 인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으로서의 구조주의를 개척하고 문화상대주의를 발전시켰다.

 

 

 

4. 이 책에 담긴 글들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의 요청을 받아 쓴 것이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어로 쓴 16편의 글을 모아, 여태껏 발간된 적이 없는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레비 스트로스는 법학, 문학, 철학, 사회학 등을 비롯해서 문화인류학, 구조언어학, 사회인류학 등에서도 깊이 있는 학문을 추구했지만, 시대의 관심사에도 주목하며 그 시대를 논쟁거리로 다뤘다. 대표적인 예가 미친 소파동이다. 앞서 언급한 쿠루병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소를 공격하며 소비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안기는 같은 계열의 질병이 소에게 먹인 소의 골분을 통해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이 소에게 소의 골분을 먹인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례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6세기에 프랑스를 피로 뒤덮었던 종교전쟁 동안 굶주림에 지친 파리 사람들은 납골당에서 빼낸 인간의 뼛가루를 주재료로 만든 빵으로 연명 했다는 것을 당시 기록에서 확인했다.”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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