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황소연 옮김, 김인곤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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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서양 철학사오가와 히토시 / 다산에듀

 

 

1. 서양의 철학사를 읽는 것은 서양의 철학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그들의 삶을 붙잡았는가? 그리고 그 생각들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러나 막상 그들, 서양 철학자들을 만나보려면 머리가 무거워진다. 하늘도 안 보이는 빽빽한 밀림 속을 들어가는 기분이다.

 

 

2. 이 책에는 모두 50명의 철학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각 철학자의 주요 개념을 두 가지씩 소개한다. 따라서 총 100가지의 철학개념이 나온다. 각각의 철학자가 주장한 각 개념들은 숙성된 지혜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3. 소크라테스의 양 손에는 무지의 지()’대화법이 들려있다. ‘무지의 지에 대한 입장은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가 서로 다르다. 소피스트들은 무엇이든지 아는 체한다. 몰라도 아는 척한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알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겸허하게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진리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알고자 노력하면, 지혜와 지식이 늘어나서 현명해질 기회가 생긴다. 진리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지의 지개념이다. 묻는 것은 한 순간의 수치이지만, 묻지 않는 것은 평생의 수치가 될 수 있다.”

 

 

 

4. 저자는 각 철학자들의 철학 개념을 시대별로 엮었다. 책 한 권에 50명의 철학자들을 담다보니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책 제목 그대로 곁에 두고 읽는 서양 철학사이다. 각 철학자들의 서적을 읽기 전에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삼을만하다. 그리스철학부터 중세 신학까지, 르네상스 시대부터 근대 초기까지, 영국 경험론과 대륙 합리론의 대립에서부터 독일 관념론까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독일, 프랑스 철학 그리고 현대 사상의 주요 개념, 마지막으로 사회와 정의 등 각 챕터 별로 간결하지만 깊이와 넓이도 나름 한 몫 한다.

 

 

 

 

5. 19~20세기, 현상학과 실존철학에선 나의 존재란 무엇인가?’가 화두다. 메를로퐁티의 몸을 통제할 수 있을까?’몸과 세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가 시선을 끈다. 과연 인간은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사실 몸을 통제한다는 것은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넘어간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몸을 현상학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데카르트가 주장한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을 극복하고자 했다.” 즉 자신의 신체가 경험하는 바는 물질도 정신도 아닌, ‘애매한 존재방식이라는 것이다. 신체는 지각의 대상인 동시에 지각의 주체이다. 그렇다면 몸과 바깥세상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메를로퐁티는 이 바깥세상을 세계라고 표현한다. 그는 신체를 대상물과 인간 지각과의 매개체로 포착했다. “자신의 몸은 단순히 의 몸이라는 사실을 뛰어넘어 세계와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의 신체는 마음의 알갱이를 결정하는 존재이자, 세계와 연결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6.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아마르티아 센(50번째 인물)을 만나본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답하는 사람이 처한 개인적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마르티아 센은 이러한 상황의 잔가지를 정리하고 한 줄기만 남겨뒀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태가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한 경제개념이 바로 아마르티엔 센의 잠재능력이다. 인도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센은 수많은 경제학자가 외면한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아시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센이 주장하는 잠재능력은 자기계발에서 언급하는 잠재능력과 다르다. 애초 센은 롤스의 평등 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잠재능력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기본적 잠재 능력을 실현하는 일이다. 우선은 몸을 움직여서 이동하거나, 공동체 사회생활에 참가하는 일이 가능하게끔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센은 인간이 양질의 생활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상태에 있고 싶은지와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가 결부됨으로서 생겨나는 기능들의 집합이, 바로 잠재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요컨대 센은 생활의 질을 소득이나 효용으로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능력의 관점에서 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센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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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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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리안 모리아티 / 마시멜로

 

 

1. 소설의 무대는 아름다운 해변에 인접해있는 피리위 초등학교다. 초반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학부모들을 상대로 퀴즈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초등학교와 맞닿은 곳에 사는 폰더 부인이 초등학교에서 들리는 고함소리가 궁금해서 그냥 못 있는다. 창을 통해 강당 발코니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목격한다. “내가 경찰에 연락해야 할까?”

 

 

2.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퀴즈 대회의 밤 6개월 전으로 간다. 마흔 살 생일을 맞이한 매들린은 아들을 차에 태우고 피리위 초등학교로 가고 있다. ‘우리 아이 제대로 준비하기라는 제목의 예비학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매들린을 통해 여성이 나이를 먹어가는 심리 상태의 한 단면이 그려진다. “마흔은 열다섯 살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정말 재미없는 나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인생 한가운데 고립된 나이. 마흔이 되면 아무것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흔이란 나이는 진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마흔이란 촌스러운 나이가 모든 충격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3. 역시 예비학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선 제인이란 여성이 다른 몇 여인과 함께 이 소설의 중심에 위치한다. 제인과 매들린은 우연히 친해지게 된다. 제인은 싱글맘이다. 초등학생 또는 입학을 앞 둔 자녀를 둔 여인들 중에 가장 어린 편이다. 여인들 간의 갈등이 대단하다. 치맛바람이 태풍 수준이다. 물론 이 점이 소설의 메인 테마는 아니다.

 

 

4. 각 꼭지글 말미에는 긴장감이 도는 대화들이 이어진다. 퀴즈대회 그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살인사건이라고? 작가는 독자들의 추리력을 테스트한다. 끼워 맞춰보시지요. 짐작해보시지요. 사람 사는 동네는 어차피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 단지 내색을 안 하고, 가급적 안 부딪히고 살려고 할 뿐이다. 그리고 누구나 가슴에 돌을 하나씩 얹어놓고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셀레스트라는 여인. 그 돈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와 그녀의 부()를 질병 대하듯 한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다. 셀레스트는. 그리고 그녀는 가정 폭력의 희생자다.

 

 

5. 에이드리언 퀸런 경사 : 희생자가 사망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금 부검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희생자는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졌고 골반이 으깨졌으며 두개골 기저 부분과 오른쪽 다리, 척추뼈 아래가 부러졌다는 겁니다.

 

 

 

6. 소설의 줄거리를 너무 소상하게 옮겨도 작가와 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작가 이야기를 해본다. 전 세계가 주목한 베스트셀러 작가. 리안 모리아티. 감각적인 문체, 짜임새 있는 구성, 매력적인 스토리로 영미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중견 여류작가이자 뉴욕타임스가 뽑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소개된다. 얼마 전 이 작가의 허즈번드 시크릿을 재밌게 읽었다.

 

 

7. 작가는 그녀 특유의 섬세함과 소설에 대한 탄탄한 구성력을 토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시작과 결말을 연결시킨다. 그 누구보다 고통의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감추고 살아야 했던 셀레스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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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토의 자유 지만지 고전선집 540
정을병 지음, 이봉일 엮음 / 지만지고전천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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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토의 자유정을병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소크라테스의 말로 시작이 된다. “.... 사람들이 쾌락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이상한 무엇인 것 같더군. 그것은 쾌락의 정반대인 것처럼 보여지는, 다시 말하면 고통이라는 것과도 이상한 관계가 있는 모양이야. 그 둘은 동시에 하나의 인간에게 주어지려고는 하지 않으나, 마치 둘이면서 하나의 머리에 묶여 있는 것처럼 사람이 그 한쪽을 추구하여 붙잡으면, 언제건 간에 다시 한쪽을 자연히 붙잡게 되거든...”

 

 

2. 책 제목에 등장하는 까토는 누구인가? 까토(BC 85~ BC 46)라고도 부른다. 이는 같은 이름을 가진 까토(BC 234~ BC 149)의 증손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까토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인으로 카이사르와 대적해 로마 공화정을 수호한 것으로 유명하고,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3. ‘죽음에 대한 태도 또는 입장은 한 사회의 문명적 수준을 가늠하는 여러 잣대 중 하나가 된다. 그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이 죽음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사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더 분명하긴 하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죽은 자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자유의 문제이고(죽은 다음에 느낄 가능성이 많다. 죽기 전엔 두려움이 대부분이다), 산자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애도의 문제다.

 

 

 

4. 까토의 자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까토의 죽음을 대입해야한다. 물론 작가는 독자에게 이 둘의 모습을 교차시켜 보여주고 있다. 소설적 화자는, 죽음에는 그것을 회피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비겁한 죽음과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맞이하는 용감한 죽음이 있다고 말한다. 현자(賢者)는 늘 후자를 선택한다. 소크라테스와 카토는 각각 자신들을 고발하고 추격해 온 메레토스와 카이사르에게 머리를 조금만 숙였으면 죽음의 사신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양심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이유로, 작가는 두 사람을 모두 현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5. 이 책엔 플라톤의 파이돈이 등장한다. 까토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며 읽은 책이다. 까토의 마음이 머물던 곳은 쾌락과 고통, 혼의 독립, 혼과 윤회, 선한 사람들의 혼과 쓸모없는 자들의 혼, 애지(愛智)의 역할, 죽은 자에 대한 신령(神靈)의 판결, 소생(蘇生)에 대한 감사등이다.

 

 

6. 이 소설의 작가 정을병의 출세작은 1965, 66현대문학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개새끼들19668월에 발표된 중편소설 까토의 자유가 뽑힌다. 개새끼들5. 16 군사쿠데타 이후 병역 미필자를 강제 징집해 국토건설단공사 현장에 투입시켜 인권을 유린한 사건을 고발한 작품이다. 제주도의 깡패 도로가 오버랩 된다. 까토의 자유는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꾸려한 정치적 시도에 대해 카토의 관점에서 해석한 작품이다. 60년대 한국 사회의 실존적 자유의 문제를 다룬 정치적 알레고리 작품이다. ‘실존적 자유의 문제는 반세기를 넘긴 현재도 여전히 이 땅에 남겨진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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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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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프랜시스 크릭 / 김영사

 

 

1. ‘화성통신이 화제다. 화성에서 흐르는 물, 소금천 개천의 발견이 관심에 모인다. 이는 곧 인류의 화성 거주 가능성 때문이다. ‘나 홀로 화성 생존기를 그린 영화 마션에선 부족한 식량을 얻기 위해 자신의 배설물을 이용해 감자를 키운다. 물은 우주선 연료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낸다. 인간이 화성에서 살고 싶다면, 산소와 물, 식량, 에너지 그리고 주거 공간이 필수요소로 준비되어야 한다. NASA2020년 화성에 산소발생기 목시를 보내 화성 대기 중 산소비율을 높일 예정이다.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는 행성인 화성은 계속해서 인간의 관심 영역 중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이다.

 

 

 

2. 이 책의 저자 프랜시스 크릭은 좀 독특한 과학자다. 1916년 영국 태생인 크릭은 분자생물학과 신경과학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물리학을 공부한 뒤, 영국 해군에서 무기개발에 참여했다. 전쟁 후엔 생물학을 공부했다. 1962년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DNA 분자구조의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크릭은 생명의 기원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정향 범종설(定向 汎種設) 이라는 이론을 제안했다.

 

 

 

3. 정향 범종설은 생명이 지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구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는 외계 생명체에 의하여 생명의 씨앗이 지구에 뿌려진 것이라는 이론이다. 물론 학계에 대단한 충격을 주었다. 1981년 크릭이 정향 범종설을 널리 알리기 위해 펴낸 저서가 바로 이 책 생명 그 자체 : 40억 년 전 어느 날의 우연(Life Itself) 이다.

 

 

4. 이 우주 천지에 지구 말고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에 대한 궁금점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는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물리학자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우주에 사람처럼 생각할 줄 아는 생물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아마도 그런 생물체는 지구를 식민지로 만들려 했을 것이라고 거들면서, “정말로 그런 일이 모두 벌어졌다면, 지금쯤 그들은 벌써 이곳에 도착했겠지. 그래서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요컨대 페르미는 외계의 지능을 가진 존재가 지구를 방문하여 식민지로 만든 증거가 없으므로 우주 속에 우리가 홀로 존재한다는 논리를 펼친 셈이다.

 

 

 

5. 크릭은 서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르미의 논증을 당연시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페르미 논증의 각 단계를 자세히 따져 보는 것이라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우리가 확신 할 수 있는 사실은 단 하나다. 생명이 언제 어디에서 생겨났든 그 시작은 아주 오래전이었다는 점이다.” 하도 오래 전 일인지라, 확실한 것보다 불확실한 것들이 많다.

 

 

 

6. “생명의 기원 문제는 기본적으로 탄소 화합물의 화학, 즉 유기화학의 문제다. 다만 특별한 틀 속의 유기화학이다.” 이 말은 자연스럽게 DNARNA 이야기로 넘어간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화학자들은 RNA가 먼저 생겨났고 DNA는 그 다음에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RNADNA보다 반응성이 더 크기 때문에 원시 지구의 환경에서도 쉽게 합성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함께 한다. “적어도 지구의 생명은 단백질과 핵산이라는 두 고분자 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단백질은 다재다능함과 높은 반응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반대로 핵산은 복제에 안성맞춤이지만, 섬세하고 재주 많은 단백질에 비해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RNADNA는 생분자 체계의 멍청한 금발 미인이나 다름없다.”

 

 

 

7. 화학, 생물 공부는 일단 이쯤에서 멈춘다. 크릭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크릭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은 하나로 이어진다. 생명이 지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영원히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질문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우주의 다른 곳으로 우리와 같은 형태의 생명을 퍼뜨려야 할까? 퍼뜨려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크릭의 복잡한 이론과 생각도 나름 도움이 되지만, 그의 염려가 더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동감이다. “내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바는 단 하나,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우리에겐 앞으로도 수천 년의 시간이 더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알게 될 것이고, 어려운 숙제를 더 잘 다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 세계의 정치적 안정이 무한히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 어쨌든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너무 밀어붙이지 말자는 것이다. 은하를 함부로 오염시켜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화성 바라기들이 마음에 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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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이야기, 이야기의 시대 - 이야기로 읽는 한국 현대사
신형기 지음 / 삼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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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일들. 그리고 시간들..그래야 지금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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