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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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07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데이비드 실즈 / 문학동네

 

 

삶의 마지막 순간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는 자연스럽게 죽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라며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니까.” 미국의 경제학이자 정치학자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 되던 해 스스로 음식 섭취를 끊고 그의 유서에 적힌 소원처럼 또렷한 정신으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한다. 복에 대한 정의는 각기 다르겠지만, ‘복 받은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든다. 또 한 가지 의사와 의학에 대한 냉소적인 견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좀 지나친 감도 있다. 의료 일선에서 환자들의 질병과 주야로 씨름하는 의료진들이 들으면 서운할 이야기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스코트 니어링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삶과 죽음이 아니라, 건강함과 그렇지 못함, 살아있음과 그렇지 못함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을 주제로 한 책들은 그나마 손길이 닿지만, ‘죽음을 미리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은 살아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부터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분위기다. 죽는 것은 여전히 두렵지만, ‘죽음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다소 완화된 듯하다는 말이다.

 

 

언젠가 죽는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이다. 우리는 모두가 죽는다라고 붙이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제목만 봐서 깊이 있는 인문학 서적 같다.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다 죽을 정도일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볍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부분도 있다. 노화와 죽음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예술학 석사이자 영문학과 교수,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소개되는 지은이는 의학이나 생물학 쪽은 별도의 코스를 거치지 않은 듯한데, 인간의 탄생과 사멸에 이르는 단계를 신뢰할 만한 자료와 데이터를 인용해가며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삶을 말해야 한다. 마치 어두움을 설명하기 위해서 빛이 필요하듯이..

 

 

생명의 탄생

 

한 판 시합을 해보자. 내 이야기 대 내 아버지의 이야기. 이것은 내 몸의 자서전이고, 내 아버지 몸의 전기(傳記)이고, 우리 두 사람 몸의 해부학이다.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고, 아버지의 지칠 줄 모르는 몸 이야기다.” 글의 중심엔 지은이가 생존기계라고 이름 붙인 97세의 아버지가 버티고 있다. 아무리 100세 시대를 바라본다 할지라도 97세의 영감님은 아직 흔치않은 존재이긴 하다. 지은이도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나보다. 그래서 이렇게 죽음에 관한 자료를 쏟아 부어 아버지를 매장하려나보다. 왜 나는 아버지에게 한시 바삐 수의를 입히지 못해 안달인가? 아버지는 강하고, 아버지는 약하며,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며, 아버지가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고, 아버지가 내일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 이 문장만 보면 지은이가 이상성격자가 아닌가 의심을 가질 사람도 있을법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지극히 정상이다.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글은 유년기와 아동기부터 시작해서 노년기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주관적(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웃이야기), 객관적(자료와 데이터)으로 이어간다. 아울러 유머러스하다.

 

태아는 엄마의 자궁 속에 얌전히 앉아 엄마가 먹여주기만 기다리지 않는다. 태아의 태반이 엄마의 조직에 혈관을 뻗어 공격적으로 침투해서 영양소를 뽑아낸다.” 나무뿌리는 물줄기를 찾아 필사적으로 손을(발인가?)뻗힌다. 태아나 나무뿌리나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생존은 전쟁이다.

 

성장

 

성장기는 어떤가? 성장기 자녀들을 두고 있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글들이 중간중간 실려 있다. 출생에서 청소년기로 가는 성장은 서로 다른 두 단계에 따라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출생 후 2년까지의 기간으로, 급격하게 성장하지만 성장 속도는 감속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2세부터 사춘기가 시작될 때까지로, 매년 일정하게 성장하는 단계이다.” 성장 과 노화에 대한 스토리엔 빠짐없이 평균수치가 이어진다. 책 제목과 달리 살아있음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식재료이긴 하나 꼭 먹이고 싶을 때, 슬그머니 다른 식재료와 혼합해서 먹이듯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할 죽음

 

죽음은 삶이라는 임시직 후에 찾아오는 상근직이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_프랜시스 톰프슨. ‘걷는 것은 넘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우리 몸의 생명은 죽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유지된다.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독설가답다.

 

어떤 나이에 머물러 영원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몇 살이기를 택하겠는가?를 물었더니18~24세는 27. 25~29세는 31. 30~39세는 37. 40~49세는 40. 50~64세 사이는 44. 그리고 64세를 넘은 사람들은 59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30, 40대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지은이는 30~40대에 고인이 된 유명인들(작가, 예술가등)을 천연덕스럽게 집어넣어 이 사람들도 이렇게 갔지만, 우리 기억에 계속 남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모차르트는 35세에 죽었다. 바이런은 36세에, 라파엘로와 고흐는 37세에 죽었다

 

 

마지막 한 마디

 

내가 이 땅을 떠나면서 딱 한 마디만 하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할까? 바라는 것은 한마디라도 제대로 남기고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명료하다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팔 저 팔에 링거를 꽂고 산소마스크를 하고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 가는 모습은 진짜 싫다.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긴 하다. 지금 그러고 누워 있는 사람도 절대 스스로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책 속에 인용된 유언중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내가 가진 모든 것은 한순간의 것이었다.’ 에스파냐의 왕 펠리페 3세는 이런 말을 남겼다. ‘통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을, 내 왕국에서 살아온 세월을 자연 속에서 고독하게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오직 하느님과 함께 지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얼마나 평온하게 죽었겠는가. 얼마나 당당하게 하느님 권자 앞에 나아가겠는가. 죽음 앞에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면 그 모든 영광과 재물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미국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그것이 왔는가, 그 유명한 것이..’ 미국의 풍자만화가 제임스 서버의 말을 들어본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젠장’. 평생 금주가였던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제임스 크롤은 한 모금만 마시겠습니다. 이제는 술 마시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겠지요.’

 

이 책을 어디로 분류시킬까? 인문학쪽도 아니고, 과학(생물)분야도 아니고, 성장에세이도 아니고, 지은이의 표현처럼 파괴적 논픽션(?)’ (창조적 논픽션과 반대되는). 노화와 죽음이 건포도 식빵의 건포도처럼 박혀 있지만, 어쨌든 재미있다. 책을 읽다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사그라지는 불빛을 생각한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죽음을 상대하는 일이 그렇다. 갈 땐 가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그 불빛을 잘 유지하다가 훅하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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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것들 - 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정준호.박성웅 외 지음, EBS 미디어 기획 / Mid(엠아이디)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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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05

 

독한 것들박성웅 · 정준호 외 / EBS MEDIA 기획 / MiD (엠아이디)

 

 

인간 사회에선 너무 이기적으로 강해도 탈이다. 뒤통수에 부딪는 말이 있다.“독한 것”  독한 것도 독한 것 나름이다. 선한 뜻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하는 착한 독함이 있는가 하면 인륜을 저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부딪히고 싶지 않은 나쁜 독종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생태계로 가본다. 생물의 진화를 두고 볼 때 그 요인은 여러 갈래로 해석되지만, 결국은 생존이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든 곳으로 바뀌고 있다할지라도, 그래도 그 중 낫다. 아직은 변화를 위해 목숨까지 내 놓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EBS 다큐 프라임 진화의 신비, 을 편집해서 출간한 이 책에선 역시 ()’이 주제다. 생태계에서 독은 특이하다. 제작자들은 여러 의문을 갖고 시작했다. 독이란 무엇인가? 왜 독을 가진 생물들은 자신의 독에 안전할까? 이들이 독을 가지도록 한 진화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독을 생각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논어<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지만 독도 독 나름이고, 정도의 차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1g으로 1천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치명적인 미생물 독소인 보톨리누스 독소는 아주 적은 양을 정확하게 사용하면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에 효과적이다. 성형외과에서 효자 역할을 든든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안다.

 

 

독성학

 

여태껏 독()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느냐? 어느 정도 끼치느냐? 해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준이었다. 독성학의 연구와 개발이 진척되면서 이제껏 추정 이론으로만 기록되었던 생태계 독소, 독성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 독을 제대로 아는 것은 의외로 수확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독을 사용하고, 동물은 그 독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독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진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의 생태계는 엄혹한 자연 속에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

 

문제는 평형을 유지하던 독의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편리성으로 어느 특정 종자를 없애기 위해 좀 더 독한 어느 것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면서 오는 현상이다. 국내에선 식용개구리가 바로 그 녀석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탕수수두꺼비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사탕수수두꺼비의 강력한 독에 오스트레일리아 토착 동물들은 끔찍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남미의 습지에 살던 그 두꺼비들이 어떻게 그곳에 왔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개입 때문이다. 사탕수수밭의 해충, 딱정벌레를 퇴치하겠다고 도입한 사탕수수두꺼비, 인간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외래종의 유입은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던 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어설픈 인간의 개입은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책은 독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독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독화살개구리, 상자해파리, 바로 앞에 이야기한 사탕수수두꺼비, 바다뱀 등등 수없이 많은 그리 친밀하지 않은 생물들이 소개된다. 끼리끼리 독한 라이벌들도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독을 통해 인간세상에서 이 활용되는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영감의 원천,

 

분위기를 좀 바꿔서 독이라는 주제가 문학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이야기는 어떨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엔 마녀들이 묘약을 만드는데 그 중심엔 독()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선 매년 다산의 여신인 데메테르를 기리는 엘레시우스 제전을 치렀다. 엘레시우스 제전에선 키케온이라는 음료를 마시고 강력한 환각효과와 미래에 대한 계시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의식 중 하나였다. 키케온은 물과 보리, 향신료를 섞어 만드는데, 오늘날의 학자들은 맥각에 오염된 보리를 일부러 집어넣어 환각을 유도하며 집단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졌던 것으로 추측한다. 오늘날에도 맥각에서 추출한 물질은 마약류 중 가장 강력한 환각제로 쓰이고 있다. 바로 LSD이다. 오늘은 금요일. LSD까지는 안 가더라도 날도 더워지고 불금이다. 치맥과 함께 할 사람들이 많을 듯. 맥각이라는 단어 때문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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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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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03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베크만 / 다산책방(다산북스)

 

 

까칠남

 

오베는 59세다. 그는 사브를 몬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의 사람이 있으면, 마치 그 사람은 강도고 자기 집게손가락은 경찰용 권총이라도 되는 양 겨누는 남자다.” 로 시작된다. 이 첫 문장을 보며 좀 염려가 되었다. 오베라는 이 까칠한 남자가 과연 나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을 읽던 중 맘에 안 들어서 책을 덮어버리면 어쩌지. 더러 신경을 안 쓰이게 만드는 사람도 피곤 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맘에 안 드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

 

까칠하기로 따지면 나도 만만치 않다. 며칠 전엔 모 인터넷 서점 블로그 담당자가 하도 느슨해서 한마디 세게 해주었다. ‘정 관리할 능력이 안 되면 그만두라, 내가 좀 심하긴 했다. 그 담당자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처음엔 좀 바빠서 그러려니 이해했다. 그러나 계속 지켜보니 바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담당자는 엄청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 점에선 미안하게 생각하나 순수하게 그 인터넷 서점을 아끼는 마음이 컸다고 나 스스로 합리화시킨다.

 

좀 느긋하게 살면 좋지 않아요?”

 

오베가 직장 생활 말년에 자주 들은 이야기다. 어지간히 마음에 서운했나보다. 소설 초반에 몇 차례 반복된다. 일자리 부족과 그로 인한 나이든 세대의 은퇴가 거론되면서 젊은 친구들이 오베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보낸 사람(거의 그렇듯이)이 하루아침에 빌어먹을세대가 된 것이다.왜냐하면 이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31세이고, 너무 꽉 끼는 바지를 입으며, 더 이상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길 원치도 않는다.” 그리고 조금 느긋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겁니다’, ‘여유를 가지세요가 인사다. 이젠 집에 가서 푹 쉬라는 말이다.

 

 

흑백과 컬러

 

당신이 없을 땐 하루 종일 집이 너무 넓어져. 자연히 그렇게 돼. 살 수가 없다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아내가 어딜 갔나? 어째 아이들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오지? 이 무똑뚝한 사내가 한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린 것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오베는 아내의 친구들이 자신과 결혼한 그녀를 이해 못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그들을 탓하거나 비난을 못한다. 사실이니까. 오베는 흑백으로 이뤄진 남자였다. 반면 그의 사랑스런 아내 소냐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오베는 유용한 물건들을 좋아했다. 소냐는 사랑스러운혹은 가정적인것들을 좋아했다. 거의 그렇게 살긴 한다. 간혹 유용사랑사이의 분별력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좀 지켜봤더니 오베의 아내 소냐는 이 세상에 없다. 소설은 오베의 현재와 아내 소냐의 회상 사이를 오간다.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누군가가 그에게 묻는다면, 그는 그녀(소냐)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오베의 우직하고 변함없는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 부조화속의 조화다. 소냐가 죽기 전에 어디 레스토랑에라도 같이 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을 다시 쳐다본다.어떻게 저 여인은 저런 남자하고?” 오베는 그 시선을 느끼면서 오히려 더 당당하다. 소냐가 오베를 만나기 전에 그녀의 인생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했던 것은 딱 세 가지였다. , 아버지, 고양이. 소냐가 오베를 만나기 시작했을 때 소냐에게 오베는 결코 뚱하지도 거북하지도 까칠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그는 (둘만의)첫 저녁 식사 테이블에 올라 있던 살짝 부스스한 분홍색 꽃이었다.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꽉 잡았다.” 소냐가 꽃으로 비유했으니 오베를 천연기념물 감으로 표현해야겠다. 결국 그는 어째서 그가 그녀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인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자기가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되었는지를 또렷이 이해하게 되었다.

 

 

원칙 대 원칙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혼자(16세 때)되어 거의 고아처럼 성장한 오베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우직함이 붙는 성실성과 정직성을 물려받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로, 그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더욱 더 구별했다. 아울러 실천하는 사람과 말만 하는 사람들을 구별했다. 오베는 점점 더 할 일을 찾아서 나섰고, 말을 줄이고 더 실천을 했다. 오베의 삶의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원칙이다. 때로 그 원칙 때문에 많지도 않은 친구나 이웃과 불편해질 때도 있지만, 그에겐 삶의 매뉴얼 같은 원칙이 있다. 오베가 맞서는 원칙이 있다. 바로 관료들의 원칙이다. 탁상공론, 실적위주의 원칙들이다. 소설에선 시의회의원, 복지담당 직원 등 관료, 공직자들이 등장한다. 오베에겐 그들의 모습이 단 하나다. ‘하얀 셔츠’. 그들과 성격이 다른 확고한원칙이 오베 안에 있다. 그리고 그들과 싸운다. 거의 전쟁이다. 한편, 오베는 현 시대에서 낀 세대이다.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댔다.”

 

 

 

절대로 나약한 남자는 아니지만

 

오베는 눈을 감고 소냐를 생각했다. 그는 삶을 포기하고 죽는 종류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잘못됐다. 이 모두가,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이제 그는 그의 목과 어깨 사이의 우묵한 부분에 그녀의 코끝이 닿는 걸 느끼지 못한 채 어떻게 인생을 꾸려가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오베는 빨리 소냐 곁에 가고 싶어서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나는 당연히 실패 할 줄 알았다. 자살을 성공하면 나머지 소설분량은 어찌 메우려고. 어쨌든 사는 것도 힘들지만, 죽는 것도 쉽지 않다. 천장에 고리를 만들고 목을 걸었더니 끈이 끊어졌다. 그리곤 실패에 대해 연신 투덜대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친구 집의 라디에이터를 고쳐주러 갔다. 달리는 열차와 충돌해서 소냐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선로에 떨어진 어느 남자를 구한다. 차에 시동을 걸고 배기가스를 잔뜩 들여 마신 후 먼 길을 떠나려 했지만, 차의 배기가스도 차에서 미처 가시지 못한 채 옆집 젊은 남자를 병원에 데려가느라 바빴다. 그 뒤로도 한 번 더했다. 장총으로. 그러나 역시나 성공 못했다. 아마 소냐가 좀 천천히 오라고 하는 모양이다. 아직 더 할 일이 남았나보다.

 

 

 

문장력 강화를 위해

 

소설은 슬프게도 재밌지만 문장력 강화에도 좋은 모델이 된다. 소설가를 꿈꾸거나 문장력을 더욱 탄탄히 다져보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맛깔스러우면서 깊이가 있는 표현과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그녀는 말하는 걸 좋아했고 오베는 조용히 있는 걸 좋아했다. 돌이켜보면, 오베는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다고 말할 때 그들이 뜻하는 게 바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오베는 소냐가 하는 말을 꼼짝 않고 다 들어준다는 것이다. 너는 시끄럽고 나는 조용한 것 좋아하니 따로 놀자가 아니다. 이런 표현도 좋다.한때 가까울 수 있을 만큼 가까웠던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중 한명은 과거를 잊길 거부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오베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친구 루네를 방문했을 때. (고집불탱이 둘이 싸우고 한 동안 서로 안 만났다. 루네는 자기 아내 외에 반응을 보이는 인간은 오베 밖에 없다) 하나 더.사람들이 슬픔을 공유하지 않을 경우, 슬픔은 대신 서로를 더 멀리 밀어낼 공산이 크다.” 좋은 표현을 기억해두기 위해 포스트잇을 수십 개 붙였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하긴 처음이다.

 

 

마무리

 

더 이상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다. 오베 - 멋진 사내다. 까칠하다고 피할 필요는 없다. 알고 보면 여린 사내다. 단지 미소 짓는 방법을 못 배웠을 뿐이다. ‘융통성을 어디에 써먹는 물건인지 모를 뿐이다. 그리고 오베 같은 인간은 점차 멸종 단계다. 이 소설은 인구 900만 명의 스웨덴에서 출간 즉시 70만부가 팔리며 유럽 전역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생각해봤다.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먼 그대가 아니고 바로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오베가 고집만 세우고 까칠하게만 사는 것이 아니라 뚝뚝함 속에서 사랑과 베풂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대가 오베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냥 한 번 웃어줬으면 좋겠다. 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지 말일이다. 그도 웃고 있다. 속으로, 아니면 집에 가서 혼자라도 웃을 것이다. 오베식 표현으로 마무리한다. “빌어먹을, 울리긴 왜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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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 시선 지만지 고전선집 606
토머스 하디 지음, 윤명옥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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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02

 

하디 시선(詩選)토머스 하디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햇빛이 어찌나 화창하던지,/ 우리가 플린트쿰애시를 떠나/ 웃음 터져 나오는 목초지에서, 예순 마리의 젖소와 함께/ 그리고 양동이와 노래와 사랑 - 너무나 무모한 사랑과 함께다시 한 번 목장 일을 하고 있었을 때/ 햇빛이 어찌나 화창하던지!”    _‘우리는 밭일하는 여자들일부

 

눈이 부시게 푸르른 오월의 하늘 밑에서 이 시를 읽다보니 더 생동감이 있다.

 

2. 토머스 하디는 생전에 1,000편이 넘는 시를 썼지만 하디 생존 당시엔 시인으로서는 과소평가되었다. 최근에 와서 시인으로서의 위상을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하디의 시에도 그의 소설에서처럼 다분히 염세적이고 절망적, 비극적인 느낌이 잠겨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디의 시는 서정적인 향취가 느껴지는 시들도 제법 있다.

 

3. 겨울철이 다가오네/ 그러나 내 사별의 고통을/ 겨울이 다시 가져올 수는 없으리/ 어느 누구도 두 번 죽지는 않으니// 꽃잎이 날리네/ 그러나 그것은 한 번 겪은 일이기에/ 그 떨어지는 광경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는 없으리// 새들이 무서워 약해지네/ 컴컴할 정도의 외로운 서릿발 속에서/ 나는 늙은 힘을 잃지 않으리/ 힘은 떠난 지 오래 되었지만// 나뭇잎이 암갈색으로 얼어붙네/ 그러나 친구들은 차갑게 변할 수 없으리/ 이 계절에 그에게는/ 옛 시절의 친구들이 아무도 없으니// 폭풍은 해를 끼칠지 모르네/ 그러나 사랑은 상처를 줄 수 없으리/ 심장이 없는 그의 가슴이/ 올해 다시 상처를 입을 리 없으니// 밤이 검은 외투를 입고 있네/ 그러나 죽음은, 모든 의구심을 접고서/ 희망 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겁줄 수 없으리. _‘어둠 속에서전문. 하디보다 앞서간 첫 번째 부인 엠마(Emma)를 회상하며 쓴 시다. 삶과 죽음 사이에 창조 공간이 존재한다. 꽃잎이 날리고, 나뭇잎이 암갈색으로 얼어붙는다. 생전에는 별로 살갑지 않은 대상이었던 부인 엠마가 죽고 난 후 시 창작의 에너지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녀에게 미처 담아주지 못한 사랑이 시로 바뀌었으리라. 하디는 그녀가 죽은 후 10년간에 걸쳐 가장 많은 시를 썼다. ‘그러나 죽음은, 모든 의구심을 접고서/ 희망 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겁줄 수 없으리하디에게 죽음은 불행한 삶에서 해방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고통이 불가피한 세상에서 고통을 중단시키는 유일한 행복이다. 삶 속에서 죽음을 보고 죽음 속에서 삶을 보길 원한다. 그리고 그는 궁극적으로 이 땅의 호흡을 멈추고 그분 앞에 다다르길 소망한다. 시 제목 밑엔 구약 성서 시편 1024절 말씀이 적혀 있다.

저는 마른 풀잎처럼 생기를 잃고 제 가슴은 메말랐사옵니다.”

 

 

4. “내 인생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꽤 만족하며 신뢰하는 삶을 살았다/ 삶이, ‘이것을 받아하고 말하기에, 그것을 받았고/ 삶이 떠나하고 말하기에, 삶을 버렸다/ 만일 내가 아예 삶을 살지 않았더라도/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이렇게 말하고 말았을 텐데/ ‘그 사람이 삶을 거부했군, 삶을 적당히 썼을지도 모를 텐데’.” _’평온한 사람의 묘비명전문

 

스스로 꽤 만족하며 신뢰하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삶은 그런대로 괜찮다. 받으라고 하기에 받고, 떠나라고 하기에 떠나는 삶. 대안은 없다. 그러나 우린 받으면 영원히 갖고 싶고, 그 가짐의 행복이 클수록 떠나는 것은 참 싫다.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삶을 생각하는 것은 곧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다.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이나 마찬가지다.

 

 

5. 하디는 처음엔 시()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만 써서는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 한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가난과 절친인 이 땅의 시인들이여~)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러나 몇 편의 소설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날린다. 돈도 제법 벌었다. 런던에 저택을 마련하고 시골에 별장도 짓고, 런던 사교계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배에 기름기가 많아져서 그런가? 전원생활로 모든 것을 옮긴 후 발표한 소설들이 세상 사람들의 신랄한 비평을 받자 그는 크게 낙담한다. 악평에 유난히 민감했던 하디는 비평가들이 자신의 문학작품을 보는 시야가 좁다고 반박도 해봤지만, 결국 그는 소설 쓰기를 접고 다시 시 쓰기로 돌아간다. 다행스러운 것은 처음 시를 쓸 때처럼 배가 고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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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경영전략을 배우다 - 전쟁 사례에서 찾은 경영전략의 성공 공식 13
김경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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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01

 

전쟁에서 경영전략을 배우다김경원 / 21세기북스

 

1. 전쟁과 경영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보통 우리는 어떤 일을 좀 치열하게 치렀다는 말을 하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비록 전쟁터에는 안 나가봤지만 전쟁을 하듯 그렇게 했다는 뜻이다. ‘전쟁을 치르듯했다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무척 어수선한 속에서 목숨이 오가듯 절박한 마음도 함께 했다는 뜻이다. 경영의 규모가 크건 작건 떠나서 대충 운에 맡겨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실제 전쟁터에서 살아남듯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

 

 

2. ‘전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대를 움직이는 방법을 포함한 계책들을 망라한 것이다. ‘전략은 영어로 ‘Strategy’. ‘장군을 뜻하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전쟁터에서 장군이 어떤 지혜나 책략을 갖고 전쟁에 임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라진다. 한 두 사람의 생명이 걸린 것이 아니다. 수천, 수만 명의 목숨이 장군의 생각에 매달려있다.

 

 

3. ‘전략의 영어 어원은 그리스에서 나왔으나 가장 오래된 전략이론서는 중국의 손자병법이다. 기원전 5~6세기에 활약했던 전략가 손무(孫武)손자병법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여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명한 서양의 전략서 들도 많다. 경영학에서 경영전략이론이 대두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62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였던 알프레드 D. 챈들러가 미국 기업의 흥망사를 다룬 책에서 경영학자로는 처음으로 전략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챈들러는 경영전략을 기업의 기본적인 장기 목표와 목적들을 결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경로들을 선정하며, 이에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4. 이 책의 지은이 김경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필드 이코노미스트로 소개된다. 여러 캐리어를 거쳐 현재 복합시설인 디큐브시티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전쟁 및 경영의 사례와 교훈을 통한 전략 수립 단계’, ‘전략 실행 및 실행 후 단계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전쟁사례와 경영사례를 비교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5. 많은 전쟁 사례 중 아무래도 ‘6. 25전쟁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 민족이 고,,신 삼국 통일이후 처음 겪는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지은이는 스피드가 만능이 아니다는 사례로 6. 25 전쟁 당시 작전 스타일의 차이가 상반된 전과로 기록된 미국 해병대 스미스 소장과 알몬드 중장의 예를 든다. 스피드를 내세운 알몬드 중장은 결국 잠복하며 기다리던 중공군에게 참패를 당하고, 좀 늦더라도 후방을 최대한 든든히 다지면서 사단을 이끌고 가던 스미스 소장이 이끄는 병력은 손실이 적었다. 이 사례와 국내의 대우그룹을 연결시킨다. 19908, 한때 재계 랭킹 1, 2위를 다투던 대우그룹이 70여 조원의 부채를 남기고 도산했다. 대우그룹의 몰락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손 치더라도 김우중 회장의 스피드 경영(단기간에 광범위한 해외 현지공장설립 등)이 브레이크 파열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스피드의 DNA에 기반을 두다보니 품질경쟁력, 기술경쟁력 등 핵심 역량이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만약 김우중 회장이 속도를 조금 희생시키더라도 기술과 품질 역량을 다져가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면 그 결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는 평가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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