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제국
이토 게이카쿠.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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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78

 

죽은 자의 제국이토 게이카쿠 x 엔조 도 / 민음사

 

 

1. “우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시체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첫 무대는 대학 강당이다. 팔각형 강당 한 가운데 해부대가 놓여있다. 이 소설의 화자인 나(왓슨)는 나름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한 노교수의 눈에 띈다. 그리고 모종의 임무에 발탁된다. 아니 포섭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임무지. 자네라면 해낼 수 있을 거야

 

 

2.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영소라는 단어가 관심을 끌었다. 영혼(spirit)이라고도 표현하는 영소. 1970년대 초반이든가, 외국의 어느 과학자가 영혼의 무게를 잰 적이 있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임종을 앞둔 사람이 운명할 때 체중의 차이를 기록하며 통계를 냈단다. 그 때 무게가 얼마였는지 잊었는데, 이 소설에선 약 21그램으로 표현한다. 이를 영소의 무게라고 부른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34세의 나이로 요절한 SF계의 신예 이토 게이카쿠가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을 문학적 절친 엔조 도가 마무리한 걸작이라는 점이다.

 

 

3. “‘영소의 사상적인 근거는 전세기의 메스머 의사가 제창한 동물 자기(紫氣)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랑켄슈타인 씨가 최초로 피조물을 낳기 전에, 이 이론은 독일의 의학자인 메스머 씨에 의해 정리되었습니다.”

 

 

4. SF 영화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티브와 스케일이 독특하고 크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1878~1881)이다. 물질세계보다 정신세계의 활동이 왕성했던 시절이 지나면서 특정 분야의 기술이 급진적인 발전이 이뤄진다. 특히 영혼에 대한 탐구가 본격화된다. 엉뚱한 생각을 하는 존재들이 꼭 생긴다. 영혼이 빠져 나간 시신의 뇌를 인스톨하는 무리가 생긴다. 작품에선 네크로웨어라고 이름 붙여진 가짜 영혼이 그 역할을 한다.

 

 

5. 허구적 상황이지만, 육체와 영혼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죽은 자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음에 대해 생각한다. 왓슨은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영국 땅을 밟는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는 법스토리텔링으로 풀어진 주제는 자연스럽게 나의 뇌리 속에도 스며든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든지 존재하는 미지와 불가지(不可知)의 혼합체.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건 단순히 내가 미쳤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더러 SF소설은 킬링 타임용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영혼과 육체, 존재와 비존재, 삶과 죽음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당신은....당신은, 당신 말고도 당신 같은 존재가 있나?” 언젠가 이 질문이 유효해질 때가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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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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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76

 

이혼해도 될까요?노하라 히로코 글. 그림 / 자음과모음

 

 

1. 2,000년대 들어서 일어난 한국사회의 변화 중 이혼율의 급증도 포함된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부부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아이 때문에..’, ‘그 넘의 정 때문에..’ 하며 견디며 살아왔던 기성세대들과 확연히 다르다. ‘서로 맞추느라 힘들게 사느니 각자 새 삶을 살자라는 것이 신세대들의 생각이다. 통계(국내 월드리서치 연구소)로 보면 18~29살의 젊은 층은 80.4%가 이혼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9. 아시아권에서는 1위다 이웃나라 일본도 만만치 않다.

 

 

 

2. 왜 이혼이야기를 꺼내는가? 이 책이 이혼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툰으로 만나는 이혼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나, 카툰의 주인공 34세의 워킹맘 시호는 매우 심각하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두 아이보다 심각한 존재는 그녀의 남편이다. 36세 회사원. 철부지에 자기중심적이라는 이미지로 소개된다. 아들만 둘이다. 아니 남편까지 하면 아들만 셋을 키우니 힘들긴 하겠다. 8, 6살 아이 중 큰애는 축구를 좋아하고, 작은애는 엄마를 매우 좋아한다.

 

 

 

3. 주인공 시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식구들의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그 시간에 남편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 아내가 보기엔 업무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 전혀 사적인 컴퓨팅이다. ‘이 남자는 눈앞의 가족보다 컴퓨터 너머의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아내 시호의 속이 거북해진다. 아침부터. 시호도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 학교 준비물 챙겨주느라 정신없다. 남편은 마치 하룻밤 자고 나가는 손님처럼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면서 안 해도 될 말을 한다. “아침부터 시끄러워 죽겠네. 나 나간다. 정신 좀 챙겨남편의 말,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도 괜찮다. 남편은 필요 없다. 이혼을 생각한다.

 

 

 

4. 이혼을 아주 깊이 생각한다. 그런데 누가 시호에게 왜 이혼했는데?” 하고 물어보면 뭐라고 하지? 양말을 뭉쳐서 벗어놔서? 세면대 쓰고 안 닦아놔서? 컴퓨터만 들여다봐서? 잔소리하면 오히려 더 성질내서? 화가 나면 물건에 화풀이를 해서? 남편을 위한 작은 기대가 차례차례 부서져서 따끔따끔 찌르듯이 그녀의 안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좋아했던 것을 싫어하게 되면 두 번 다시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하루하루 갈등의 연속이다. 남편은 아내의 생각을 모른다. 사실은 남편이 싫은 것보다 아내 시호의 마음속에 채워지지 못한 욕구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5. 카툰 후반부에 이들 부부에게 반전이 있었다. 잠시 시호의 침울한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것이 있다. ‘반드시 언젠가 이혼을 꿈꾼다. 이 책의 지은이 노하라 히로코는 코믹에세이 푸치 대상을 수상했다. 출산을 계기로 프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이는 이렇게 묻는다. “꼭 심각한 이유가 있어야만 이혼 할 수 있는 걸까요? 결혼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혼해야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행복해질 수 없었던 것처럼 이혼해서 행복해질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최악이라고 판단한다면? 만일 당신이 시호라면, 무엇을 가장 우선하겠습니까?”

 

 

P.S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시비를 걸 사람들이 꼭 있다. “왜 이혼하고 싶어?” 그래서 준비했단다. 표지를 뒤집으면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위장 표지가 나타난다. 행복의 이면(裏面)은 이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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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아 지만지 희곡선집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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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75

 

중국 고아볼테르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막이 열리면, 중국 관리이자 유학자인 잠티의 아내 이다메의 비탄 담긴 대사가 공간을 메운다. “비탄의 시간이여, 학살과 파괴의 날이여! 피에 젖은 궁전 문이 몽골족에게 열리고 온 세상이 야만족 손아귀에 떨어졌네. 이 참혹한 광경에 더하여 새로운 고통이 내게 덮쳐 오다니!” 이다메와 그녀의 하인이 머무르는 곳은 궁전 한 구석 비밀의 장소다. 정복자들에게 살해된 관리가 살아있는 관리보다 많다.

 

 

2. 이 희곡에 등장하는 정복자. 몽골의 권력자는 칭기즈칸이다. 볼테르는 이 희곡의 모티브를 원대 희곡 작가 기군상이 지은 잡극 조씨 고아에서 따왔다고 한다. 조씨 고아는 기원전 6세기 초, 춘추시대 진나라의 충신 조순과 간신 도안고에 관한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그러나 볼테르의 이 희곡은 조씨 고아의 내용과 많이 다르다.

 

 

3. 궁전 비밀의 공간에 숨어 있던 잠티 부부는 절박한 상황이다. 중국 왕조가 몽골에 멸망당하고, 칭기즈칸의 수하 장수에 의해 중국 황제와 그의 가족이 시해된다. 이러한 모티브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 전체적으로 흐름이 빠르면서 긴박감이 느껴진다. 잠티는 황제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정복자들에게 내놓는다. 자신의 아들을 희생하면서 황제의 손을 구하기 위함이다. 특징적인 것은 이 때 고려인이 등장한다. 고려인이 실체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극중에선 기다리는 존재다. 구원군이다. 황제의 아들을 조상의 무덤 속에 숨겼다가 고려군이 오면 그 장수에게 넘기라고 하인에게 지시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탄로 난다.

 

 

4. 갈등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잠티의 아내 이다메는 칭기즈칸의 옛 애인이다. 칸은 아직도 그 여인을 못 잊고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자신에게 오면 살려주겠다고 한다. 아마도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라고 봐야겠다. 칸이 이다메를 설득하고, 이다메는 칸에게 간청한다. 이다메는 칸에게 잠시 자신의 남편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한 후 남편이 들어오자 함께 자살을 권유한다. 칸에게 들켜서 자살은 실패로 돌아간다. 칸은 그들 부부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대들이 나를 진정한 왕으로 만들어 주었소. 여기서 그대들의 도덕의 수호자가 되어 주시오. 다른 사람들도 그대 같은 성인이 되게 해주시오. 이성과 정의와 좋은 풍속을 가르치시오. 정복당한 백성들이 정복자를 다스리도록, 지혜가 용기를 다스리도록 해 주시오. 법과 도덕이 주먹을 이기게 하시오.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겠소.”

 

 

5. 볼테르의 중국 고아18세기 내내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프랑세즈 코메디 극단은 1756년 리옹 극장 개장 기념 공연으로 이 작품을 올렸고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궁전에서 어전 공연을 하기도 했다. 특히 머피의 중국 고아는 미국으로 건너가 1767년 필라델피아 공연을 시작으로 1842년 뉴욕에서 마지막으로 공연될 때까지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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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플랜 - 건강한 영성을 위한 40일 플랜 다니엘 플랜 시리즈
릭 워렌 외 지음, 고성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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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74

 

다니엘 플랜릭 워렌 외 / 21세기북스

 

1. “와우~ 완전 뚱뚱하군!” 827명의 교인에게 세례를 베풀던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릭 워렌 목사는 세례 예식을 마친 후 깊은 상념에 잠겼다. 목사가 세례를 베풀고 나서 할 영적인 생각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베푸셨던 방식, 즉 사람들을 물속에 눕혔다가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방식으로 세례식을 거행했던 릭 워렌 목사는 엄청 피곤했다. 그날 세례를 받은 이들을 미국인의 평균 체중을 근거로 계산했을 때 대략 65,771킬로그램 이상의 무게를 들어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릭 워렌 목사도 과체중이었다. 아마 하나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다. “아들아, 너부터 어떻게 좀 해봐라!” 이 당시 릭 워렌 목사의 체중은 130킬로그램이었다.

 

 

2.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니엘 플랜인가? 성경 속 믿음의 조상 다니엘은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인물이다. 건강 대결로 왕에게 도전하기도 했다. 교인들에게 이 플랜을 설명하면서 동참을 권유했다. 기껏해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12,000명 이상의 새들백 교회 교인들이 서명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플랜은 단순하고, 비싸지 않고, 측정 가능한 계획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릭 워렌 목사는 이 플랜이 혼자 힘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공교롭게 자문의사 삼인 중 한 사람의 이름이 다니엘 에이먼이다.

 

 

3. 다니엘 플랜은 다이어트 이상의 뜻을 품고 있다. 성경적 원칙들과 다섯 가지 필수 요소를 담고 있다.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음식(Food), 운동(Fitness), 집중력(Focus), 믿음(Faith) 그리고 친구(Friends). 5F이다. 이 중 믿음친구는 다니엘 플랜을 효과적으로 이끌어주는 비밀 소스라고 이름 붙는다.

 

 

4. 비만도 생활습관병에 속한다. 습관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은 많은 자기계발서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당신은 오랫동안 건강하지 않은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습관들과 친근하다. -당신의 건강하지 못한 습관은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를 정의한다. -당신은 건강하지 않은 습관들 때문에 값을 치러야 한다. -당신이 낙심하길 원하는 적은 바로 당신이다.

 

 

5. 크리스쳔들은 영육간에 강건함을 구하는 기도와 기원을 많이 한다. 정크푸드를 먹어가며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숨 쉬는 운동조차 옳게 못하면서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변화되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변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지은이의 조언을 옮겨 본다. 요한복음 8장과 에베소서 4, 그리고 성경의 많은 다른 장에서 뽑은 내용이다. 1) 지속적인 변화는 진리 위에 당신의 삶을 세우라고 요구한다. 2) 지속적인 변화는 현명한 선택을 필요로 한다. 3) 지속적인 변화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4)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당신의 삶에 하나님의 성령이 필요하다. 5) 지속적인 변화는 정직한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다니엘 플랜후 워렌 목사의 체중은 77킬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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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이근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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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73

 

전략프랑수와 줄리앙 / 교유서가

 

1. “나의 뿌리는 철학이다. 즉 고대 그리스다. 하지만 나는 중국을 통해 나아가는 선택을 했다. 오늘 저녁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와 중국의 간극이다. 내가 볼 때 중국은 유럽 사유 바깥에서 발전된 큰 문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지은이 프랑수와 줄리앙이 기업가들과 경영자들에게 효율성과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초두에 한 말이다.

 

 

2. 이 책은 강연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온전히 집필된 저작으로 평가된다.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연치곤 상당히 깊은 편에 속한다. 키워드는 전략, 효율성이다. 프랑수와 줄리앙은 현존하는 프랑스 철학자로서 파리7대학 교수다. 줄리앙은 항상 중국과 서양을 비교하는 논의를 펼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조차 중국학 연구가로 일컬어질 때가 많지만, 사실 그는 중국학 연구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는 철학을 새롭게 하기 위한 도구로서 중국을 소재로 삼기 때문에 자신의 작업은 철학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을 단지 텍스트로서만 스터디 한 것이 아니라 20대 초반에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연구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높이 사줄만 하다. 그 후 중국의 문학가 루쉰 연구로 고등사범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후 30년이 넘는 동안 줄리앙은 40여 권의 철학 저작을 내놓았다.

 

 

3. 지은이의 손자병법고찰은 확실히 철학적이다. 유럽에는 손자병법같은 책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스에 전술에 관한 기술 개론서들이 있지만 단지 군대의 배치 방법, 방향전환 방법 등이 있을 뿐이다. 각도와 형태 등 언제나 기하학이 관건이다. 포위전이나 병참학(보급)책도 있긴 하다. 그러나 손자병법같은 중국의 위대한 텍스트에 비견 될 만한 책은 발견되지 않는다. (....) 유럽에서나 일본 등지에서 많은 경영자들이 손자병법의 저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일차 책임은 번역에 있다). 이들은 손자(孫子)방식의경영자들이다.”

 

 

4. 지은이의 관심사는 손자병법의 전략적 사유를 정신적 지도자들’(비학문적 처세술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철학에 되돌려주는데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은이는 손자병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첫째 개념은 상황’, ‘지세’, ‘지형(地形)’이고, 둘째는 내가 제안하는 번역으로 상황의 잠재력()이다. 손자병법은 전략가에게 상황에서 출발 할 것을 권고한다.(....) 그 상황 한가운데서 잠재력이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그것을 활용할 것인지를 내가 포착해내고자 하는 그런 상황을 말한다.”

 

 

5. 자칫 지은이는 중국에 폭 빠진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사유의 맹점(盲點)과 유럽 사유의 가치 재발견 사이에서 균형감을 잘 잡고 있다. 이 책의 옮긴이 이근세 교수가 해설 말미에 남긴 글은 철학을 사유해야하는 당위성이라고 이름 붙여도 되겠다. “철학은 고인 물을 뒤흔들어놓을 수 있는 분란의 정신이다. 안일한 컨센서스(consensus)에 맞서 깨어 있는 정신으로 디센서스(dissensus)를 일으키는 작업이 철학이다. 프랑수와 줄리앙의 이 작은 책이 사유의 분란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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