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오케스트라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100년의 연주여행
가레스 데이비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아트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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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 2015-056

 

길 위의 오케스트라가레스 데이비스 / 아트북스

 

1. “내가 열 살 때 플루트를 처음 잡았을 때만 해도 이처럼 흥미진진한 여행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책의 지은이 가레스 데이비스는 그의 세대를 대표하는 플루티스트 가운데 한 명이라고 소개된다. 2000년부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다. 2007년부터 그는 해외 순회공연을 다닐 때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LSO)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2. LSO 기록보관소는 오케스트라 역사에서 중요한 많은 순간들을 자료로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1912년 북아메리카 순회공연을 간 사건이라고 한다. 연주자들은 하마터면 타이타닉호를 탈 뻔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그 때 그 시절의 LSO가 궁금했다. 기록보관원이 갖고 있는 자료는 주로 보도 자료와 행정문서 뿐이다. 지금처럼 개인적인 소회를 적은 글은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두드리면 열린다. 100년 전 LSO의 기록이 소포로 도착했다. 고모할머니의 다락방을 정리하던 손녀가 할아버지(그 당시 팀파니 연주자)의 유품을 발견했다. LSO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작은 공책을 보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LSO에 보낸 것이다. 몇 주 뒤에 역시 그 무렵 플루티스트의 기록도 도착한다.

 

 

3. 덕분에 지은이는 책 만드는 일이 신나졌다. 2012년 그의 글과 1912년 글들이 교차한다. 음악애호가들은 물론 시대의 흐름 속 이야깃거리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내용들이다. 개성 강한 여러 지휘자들의 뒷이야기 또는 연주자들의 일상들이 100년의 타임머신을 왕복하며 펼쳐진다.

 

 

 

 

 

 

 

4. 1912328. LSO100여 명의 음악가들은 처음 미국 공연을 떠났다. 그때까지 유럽의 어떤 오케스트라도 대서양 너머로 공연을 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음악가들만 식구들이 아니다. 악기들도 당연히 식구다. 역시 이동하는 것이 문제다. 배로, 열차로 하염없이 간다. 그래도 공연 시간은 맞춰야하니 모두 얼마나 애썼을까. 뉴욕타임스에선 배를 통해 이렇게 비싼 악기들이 여행한 적이 없었다.”라고 자랑했다.

 

 

 

5. 교통수단의 발달은 100년 사이에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다니듯 빨라졌다. 빨라진 만큼 동선도 길어졌다. 음악가들에겐 더 분주한 일상이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복 받은 사람들이다.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자신들의 연주를 듣고 감동하는 낯선 청중들을 만나는 일은 늘 기대감으로 차있을 것이다. 반면 이런 안타까움도 있다. “LSO의 혹독한 순회공연 일정은 힘들다. 일하는 시간은 길고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가족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여서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봉급이 특별히 내세울 만큼 높지도 않다. 게다가 연주가 삐끗한다거나 유통기한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를 탐내는 신예 실력자들이 줄을 서 있다. 정상급 오케스트라 자리가 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누군가가 그런 자리에 있다면.....그가 거기에 오르기까지 쌓아야 하는 솜씨를 과소평가하지 말자. 무대에서는 뭔가 잘못 되어도 숨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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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 -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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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54

 

괴물의 심연제임스 팰런 / 더퀘스트

 

1. “나는 자리에 앉아 우리 가족의 스캔 사진을 분석하다가 사진 더미 속 마지막 사진이 두드러지게 이상한 걸 알아차렸다. 사실 그 사진은 사진 임자가 사이코패스이거나 적어도 사이코패스와 불편할 정도로 많은 특성을 공유함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 사진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낸 다음에도, 나는 실수가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처음부터 아무런 실수도 없었다. 그 뇌 스캔 사진의 주인공은 나였다.”

 

 

2. 나름대로 성공한 신경과학자이자 의대 교수인 이 책의 지은이 제임스 팰런은 온화한 가정에서 자랐고, 세 아이의 아빠이자 많은 친구를 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을 보면서 깊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자신의 유전자는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을까? 그에게도 연쇄살인범의 기질이 숨어 있을까?

 

 

3. 사이코패스들의 뇌 사진은 어떻게 다를까? 이 살인자들의 뇌는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의 활동이 저조하다. 자제력이나 공감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지은이가 자신을 모두 드러내기로 마음먹은 것은 대단한 결심이다. “나 자신과 내 과거를 무자비하리만치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진리에 다가갈 것이다(내 지인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나와 의절하지 않게 되길).”

 

 

4. 지은이는 그의 숙제를 뇌 영상, 유전학,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사이코패스도 사랑할 수 있을까? 등으로 글 제목을 달다가 끝에 가선 이렇게 마무리한다. ‘사이코패스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을 옹호하는 발언일까?

 

 

5. “사이코패스는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모든 문화권에 사이코패시가 약 2퍼센트의 비율로 실재한다는 사실은, 사이코패시가 또는 최소한 사이코패스에게서 발견되는 특성과 연관되는 대립유전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인류에게 바람직함을 시사한다. 아니라면 사이코패시는 진화 과정에서 제거 되었거나 적어도 오래전에 그 수가 줄었어야 한다.” 사이코패스와 천재는 한 끗 차이라는 견해도 있긴 하다. 성질 없는 사람 어디 있나? 성질대로 사는 사람과 성질을 달래며 살아가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을 뿐이다. 흉악범을 잡고 보니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이웃집 아저씨라고 하지 않던가. 그 성질이 속에서 발효되다 못해 빵 터지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잘 관리하는 나름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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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 여행 계획 필요 없이 무작정 GO! 티켓 한 장으로 즐기는 당일, 1박 2일, 2박 3일 기차 버스여행 완벽코칭
김남경.김수진.박은하 지음 / 길벗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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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55

 

차 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 북김남경 외 / 길벗 

 

 

1. 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바깥나들이 할 시간과 기회가 많아졌다. 그렇지만 막상 떠나려면 피로감이 먼저 몰려온다. 운전대에 앉아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괜히 나왔나. 집에서 TV나 보면서 뒹굴걸 그랬나 하는 후회감이 몰려온다. 스마트폰에서 다운 받은 네비 프로그램을 실행해본다. 그대로 따라가 본다. 더 밀린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2. 그렇다면 승용차는 쉬게 해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나들이는 어떨까? 최근 몇 년 새 확장 연결된 전철, 기차 노선이 많다. 그런데 막상 떠나보려고 하면 좀 복잡하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3. 이 책의 지은이 3사람은 여행에 맛이 들린 사람들이다. 각기 여행기자, 여행 작가로 불리길 좋아한다. 의기투합해서 발로 쓰고 찍은 글과 그림, 사진으로 책을 만들었다. “기차나 버스

안에서는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했고, 아이와 같이 떠난 취재여행에서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현지 버스 안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무거운 가방을 받아주시며 혹여나 내릴 곳을 놓칠까봐 일일이 챙겨서 알려주기도 하셨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나들던 날엔 버스 안에서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이는 진풍경을 만나기도 했다.”

 

 

4. 책의 구성은 지은이들의 성품을 짐작하게 할 정도로 매우 꼼꼼하다. 버스, 기차로 여행을 떠나기 전 꼭 준비해야 하는 알뜰 패스와 알아야 할 노선 정보. 당일, 12, 23일 외에도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를 위한 일주일 여행 플랜. 기차, 버스로 부담 없이 완벽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도시를 소개한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무작정 따라만 가도 저절로 여행이 완성되도록 코스를 자세하게 제시해준다. 그렇게 국내 베스트 여행지 46곳이 소개되어 있다.

 

 

5. 12일 코스 중 구례/곡성을 골라봤다. 아직 한 번도 못 가봤기 때문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한겨울(12월 중순~1)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이라고 한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여행지가 있다. 그런 장소는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구례 또한 그런 여행지 중 하나이다. 한쪽은 지리산의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한쪽으로는 굽이굽이 사연 간직한 섬진강이 흐른다.” 내 스타일에 딱이다. 계획이 반이다. 이제 날 잡아 떠날 일만 남았다. 화엄사, 산동면 산수유마을, 사성암, 야생화 압화 전시관,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등이 소개된다. 지은이가 찾아낸 맛있는 냉면집도 있으니 한 번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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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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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야기 2015-052

 

그림의 힘김선현 / Eight Point (8.0)

 

1. 힘들고 외로울 때 위로를 받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본인의 의지 또는 혼자 생각으론 헤어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때로 우연히 듣는 음악, 책 속 한 구절, 스치듯 보게 되는 그림 한 장이 내 마음에 꽂힐 때가 있습니다. 화폭에 담긴 색채, 음양,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이나 몸짓이 나를 끌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2. 미술치료는 다소 문제가 있는 아이들만 받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성인들도 당연히 받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 책의 지은이 김선현은 예술을 사랑해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작가로 활동했고요. 강의와 실습을 지도하던 중,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과 스트레스로부터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림이 갖는 치료적 힘에 눈을 뜨게 됩니다. 주위의 염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술치료 분야에 뛰어듭니다. 현재는 최근 세월호 사고 학생들은 물론, 천안함 사건 유족, 연평도 포격 피해 주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일본 대지진 피해 일본인까지, ‘국가적 트라우마현장에 곧바로 초빙되어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습니다.

 

 

3. 책은 우리의 일상과 함께 돌아가는 일, 사람과의 관계, 재정문제, 시간의 흐름 그리고 나 자신의 리듬 등의 5파트로 나누어집니다. 지은이가 그림을 놓고 조곤조곤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그림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상담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맨송맨송 얼굴만 쳐다보고 이야기하기엔 불편한 마음을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그림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고 듣는 과정이 곧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되겠지요. 그림을 앞에 두고 상담자의 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그 심리상태를 짐작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달라진 뇌파로도 확인도지요. 내 몸과 마음이 최상의 리듬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4. 얼마 전 다른 북 리뷰에서 모네의 그림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새벽 아침부터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루앙 대성당을 그린 모네. 그 그림을 이 책을 통해 만났습니다. 지은이는 이 그림을 과거에 사로잡힌 당신에게라는 타이틀로 소개합니다. 6장의 그림 중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보게 하는군요. 마음의 병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6개의 작품 중 뚜렷하고 선명한 작품보다는 안개에 가린 것 같은 불투명한 건물 이미지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중충한 날씨에 마음의 병이 도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런 날씨를 좋아한다는 점이지요. “모네의 루앙 대성당연작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통해 치유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화가에 의해 루앙 대성당의 모습에 변화가 왔을지라도 성당의 본모습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어요?”

 

 

5. 하나만 더 소개해볼까요?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라는 그림입니다. 지은이는 이 그림을 자신감이 부족할 때 보면 좋은 그림이라고 소개합니다. 이 그림을 보면 복잡하고 어수선했던 마음이 단순하고 행복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으실 거라고 합니다. “이 그림은 특히 자신감이 떨어질 때 보면 좋습니다. 색깔과 형태가 과감하여 에너지와 역동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엔 89장의 명화가 담겨 있습니다. 지은이가 소개해주고 싶은 그림이 여전히 수백 장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림의 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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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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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 2015-053

 

차단제바스티안 피체크 외 / 단숨

 

1. “도대체 어디니?”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혹한의 기온만큼 냉랭했다. 피오나의 휴대전화에 연결된 이어폰은 추위 때문에 마치 자석처럼 귀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귀는 이미 감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여서 이어폰이 귀 안에 꽂혀있는지조차 느낄 수 없었다. “곧 집에 도착해요, 엄마시작부터 긴장감을 준다. 그녀는 집에 잘 도착했을까?

 

 

2.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이들의 모습이 익숙한 법의학자이자 검시관의 딸이 납치를 당했다. 납치자들의 매뉴얼 그대로 그는 딸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절 죽일 거예요. 앞으로 아빠가 하는 모든 일은 그가 하나도 빠짐없이 통제할 거예요.”

전화를 받은 아빠는 몸의 평형감각을 잃고 서 있을 힘조차 없을 지경이다.

 

 

3. 딸의 소식으로 받은 충격을 빨리 수습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여전히 높은 바위 언덕에서 차가운 얼음 바다로 뛰어든 느낌이었다. 충돌은 엄청났고,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날뛰는 소용돌이 아래로 그를 잡아 당겼다. ‘진정해야 해. 딸아이를 돕고 싶다면 네가 먼저 침착해야 해.’

 

 

4. 그렇다면 벙커에 갇힌 딸아이는? 극심한 공포는 오히려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녀 자신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억들은 고통이라는 기억에 의해 그 자리를 뺏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당한 학대는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떠오르는 어디선가 읽은 글. ‘희망이란 발에 박힌 파편과 똑같다. 결국 그걸 빼내기 전까지 영원한 고통을 안겨준다.’ 비록 지금은 희망이 고통이지만, 탈출하기 위해, 살아있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

 

 

5. 스토커, 강간자, 살인자, 사이코패스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출판사 이름처럼 단숨에 달려가게 만든다. 독일 사이코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와 천재 법의학자라는 닉네임이 붙은 미하엘 초코스가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이다. 두 사람은 2009년 텔레비전 방송에서 우연히 만나 상대방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다시 만났다. (피가 흐르는) 스테이크 음식을 먹으며 공동으로 책을 기획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6. 세상살이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사건, 사고가 끊어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 실종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단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만 6초에 한 사람씩 납치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책 말미엔 등장인물을 통해 납치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GPS 송신기를 이식해주는 사업 아이디어가 펼쳐진다. 황당하지만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는 부분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예전엔 모두 황당하다는 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스토리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 정상과 비정상, 법의 역할과 한계, 인간 윤리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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