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166호 - 2014.겨울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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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22

 

계간 창작과 비평166- 2014년 겨울

 

이번 호에는 특집으로 소설에서 현실만나기가 실렸다. 이중 염상섭의 작가 정신과 한국 근대라는 임형택 교수의 글을 정리해본다.

 

삼대(三代)가 사는 중산계급의 한 가정을 그려보려 합니다. 한 집안에서 살건마는 삼대의 호흡하는 공기는 다릅니다. 즉 같은 시대에 살면서도 세 가지 시대를 각각 대표합니다.” '삼대'의 신문연재가 시작되기 직전에 나온 작자의 말이다. 작중의 조씨가() 삼대에서 조부 조의관은 3.1운동 이전 시대, 부친 조상훈은 3.1운동 직후 시대, 손자 조덕기는 눈앞의 오늘을 대변하고 있다.

 

 

삼대서사를 통해서 작자가 전하려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1대 조의관은 3.1운동 이전 시대이다. 그 후 좌냐 우냐로 갈라지게 된다. 작자(염상섭)는 치우침 없이 우와 좌를 동시에 그려 넣고 있다. 2대 조상훈은 부친 조의관 과의 갈등으로 상속자의 권한을 잃는다. 그는 말로가 비참해진 어떤 애국지사를 후원하고 유족을 보살피다가 그 집 딸을 농락하게 된다. 3대 덕기는 이를 목도하면서 동정심이란 위선에 가깝고 나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이미 예정된 방향전환이었다. “손자의 대에 와서 비로소 새 길을 찾아들려고 허덕이다가 손에 잡힌 것이 그 이른바 '심퍼사이즈(sympathizer)'라고 하는 즉 좌익에의 동조자 혹은 동정자라는 것이다.

 

 

글쓴이 임형택은 염상섭의 소설 삼대의 평가 문제에서 시작해서 사상적, 문학적 입장, 삼대에 나타난 서사의 의미와 함께 염상섭 문학의 자연주의 논란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글쓴이의 텍스트가 되고 있는 2013, 2014년에 발간된 염상섭 문장전집(1~3)을 위시리스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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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상식사전 - 최신 개정판
이기태 지음 / 길벗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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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9

 

와인 상식사전이기태 / 길벗

 

1. 와인이 귀하던 중세 유럽. 남편이 귀가하면 문이 열리자마자 아내에게 깊은 키스를 한다. 애정 표현이 아니라, 아내가 몰래 와인을 마셨나 안 마셨나 체크하는 것이다. 최근 매스컴에서 새삼 와인의 위력이 뜨고 있다. 겨울철 노로 바이러스는 일반 세균과 달리 영하의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생존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노로 바이러스의 감염이 레드 와인에 의해 효과적으로 차단된다는 사실이 우리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덕성여대 정미숙 교수와 고려대 김경현 교수 연구팀이 노로 바이러스와 함께 레드 와인을 1% 정도 넣어 세포 실험을 했더니, 감염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2. 와인 애호가를 제외하곤 와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나 역시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 먹을 때, 레드 와인은 고기 먹을 때 좋다는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다. 그리고 잔을 잡지 말고 잔의 다리 부분을 잡아서 와인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줘야 좋다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 보다. 자타가 인정하는 와인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 이기태 역시 와인에 대해 받는 질문 중 빈도수가 높은 것은 와인은 비싼 술이잖아요. 집에서 보관하려면 와인 셀러 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요?’ ‘소주와 맥주는 그냥 마시면 되는데, 와인은 이름부터 사람 기를 죽여요. 읽을 수도 없는 꼬부랑글씨로 도배된 와인 병을 집어 들면 눈앞이 캄캄해져요.’ ‘와인을 마실 때 맛과 향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요?’ ‘제 혀는 와인을 마시기엔 너무 무딘가 봐요. 와인에 대해 어설프게 아는 척하다가 중요한 자리에서 망신이라도 당하면 큰일이잖아요.’ 등등이다.

 

 

3. 와인과 친해지고 와인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준비마당에서 출발해 넷째 마당으로 안내한다. 와인 매너, 와인 고르기와 보관법, 레이블 해독법, 와인에 대한 좀 더 깊은 정보, 국가별 & 지역별 와인 정보, 아는 척하기 좋은 와인 상식에 이르기까지 가히 와인의 모든 것이 이어진다.

 

 

4. ‘와인 잔, 잘못 건배하면 민폐!’ 그렇긴 하다. 박력도 박력 나름이다. 기분도 기분 나름이다. 좋은 글라스일수록 크리스털 소재로 되어 있고 두께도 매우 얇다. 물론 값도 비싸다. 소주잔 부딪히듯 건배!’ 하다간 !’하고 분위기도 깨뜨릴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오래 될수록 좋은 것 중에 와인이 안 빠진다. 그런데 와인도 상할 수 있다고 하니 조심 할 일이다. 코르크가 주범이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주변 환경이 건조해서 코르크가 수축되거나 코르크 자체의 품질이 좋지 않아 손상되면 와인에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와이너리

에서도 장기 보관해야 하는 와인들은 비정기적으로 코르크를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와인을 봉한 코르크 자체가 상하는 것을 코르키화 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프랑스어로 부쇼네라고 한다.” 코르키화가 진행되면 코르크 자체에서는 물론 와인에서도 신문지 냄새 비슷한 곰팡내가 나게 된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와인 들 중에서도 코르키화를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끓어오른 흔적이 없고 코르크 마개 윗부분에 곰팡이만 끼어 있다면 오히려 보관이 잘 되어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5.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붉은 물방울, 와인!’이라는 저자의 표현에 공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와인이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전쟁까지도 불사하지 않았는가. 프랑스 와인의 대명사이자 전 세계 와인의 모델인 브로드 와인. 브로드 와인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것이 바로 100년 전쟁이다. 그러고 보니 사랑과 전쟁의 붉은 물방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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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임흥준 지음 / 더퀘스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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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8

 

나는 세계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임흥준 / 더퀘스트

 

1. 전철(前轍)을 밟는 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반복되리라 생각한다. ‘난 너 같지 않아라는 교만 된 마음 때문이다. 추측운전이 일상화 되어있는 운전자는 다른 사람들이 저러다 대형 사고를 일으키지하는 추측을 완성시켜준다. 역사에서도 똑같은 과오와 실수가 반복된다. 몰라서 못 비킨 것이 아니라, 나는 피해갈 것이라는 자만심 때문이다.

 

 

2. 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운다는 생각이 좋다. 이 책의 지은이가 전문역사가가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역사를 배우고 공부하는 일이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그 마인드를 높이 산다. 스위스 용병의 직업 정신과 목숨을 걸고 떠났던 자신의 출장 경험을 이야기하고, 둘리틀 폭격 작전과 자신이 수주했던 프로젝트 과정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맨땅을 옥토로 바꾼 지은이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지은이는 20대 후반에 영업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자신의 업계에서 세계 최고가 된 인물이라 한다. 그가 판매하는 미니프린터는 주로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금전을 다루는 일에 사용되기에 우수한 품질과 안정적인 사후 서비스가 필수적인 제품이다. 그는 이 분야에서 신생업체를 당당히 세계 2위 업체로 만들었다.

 

 

3.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 : 승부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 :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 : 싸우기 전에 생각하라 등이다. “영업사원은 매 순간 크고 작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어느 부서에서보다 직관력과 통찰력을 요구받는 곳이 영업부서다. 다른 실무 감각은 노력을 통해서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영업 감각은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그 영업 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마케팅 서적들을 미친 듯이 읽어댔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거시적인 얘기나 원론적인 얘기들만 늘어놓을 뿐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복잡 미묘한 상황에 적용할 만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그 때 접하게 된 것이 역사서였다.”

 

 

4. 지은이는 역사서중 특히 전쟁사(戰爭史)에 관심을 갖게 된다. 개별적인 전투에서 펼쳐진 구체적인 상황들은 영업 현장에 대입해도 손색이 없는 케이스 스터디가 되었다. 인류의 역사에 차고 넘치는 전쟁 기록들 속에서 정보전, 심리전, 기만술 등 경쟁사를 상대할 때 활용할 만한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면전, 게릴라전, 우회전술과 기습공격의 사례를 통해 약자의 입장에서 시장에 침투하는 영업 전술을 배울 수 있었다. 역사 속 전장을 지은이가 처한 삶의 현장으로 대입했다. 자신이 지휘관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럴 땐 어떻게 했었을까 고민했다. 초대된 지휘관들은 동서양을 넘나든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순신 장군, 레오니다스왕, 태조 이성계, 칭기즈칸, 광해군, 김영옥 대령, 둘리틀 대령 등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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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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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5

 

디 마이너스손아람 / 자음과모음

 

1. “여자들은 운다. 남자들은 웃는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짐짓 상스러운 입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사람 되어서 돌아와, 병신아!’” 입영 전야 또는 입영을 앞둔 부대 근처 어디쯤이다. 군대라는 동네가 과연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는지 더 망가져서 오는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을까? 군대 가기 전부터인가? 군에 가서 문제가 생기는가? 소설의 첫 부분을 보며 떠오른 단상이다. 소설은 콩트가 꽁지를 물고 이어진다. 한 꼭지 한 꼭지 독립된 글맛이 나는 형식의 소설이다.

 

 

2.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화자이자 주인공 태의는 스스로 서울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소개한다. 자랑은 아니라고 극구 강조한다. 서울대학교는 그저 괴물 같은 고유명사라고 밝힌다. 미학(美學)과 출신이다. ‘미학(美學)이 뭐 하는 학문입니까? 종종 사람들이 묻는다. 신입생도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는 선배의 선배에게 물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학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 과 이름 중에선 제일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3. 태의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념이 이념을 몰아내는 때다. 누구에겐 찬란한 시절이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 누구들에겐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태의가 대학 안으로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여전히 그 흔적과 탄내가 남아있었다. 마르크스의 자만 발음해도 잡아갔다. 여럿이 모여 있는 꼴도 못 봐주는 때였다. 놀려면 각자 놀아라 하던 그 시절을 겨우 벗어난 그 때 태우는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가 묻는 말에 잠시 당황한다. “마르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꽤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4. 글을 읽다보니 나의 젊은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물론 작가가 그린 그림 저 편의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이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희한한 향수병에 젖어있는 무리들이 상당히 많다. 회색하늘 밑 화장실에서 웃던 사람들일까? 뭐가 좋은지 그저 싱글벙글 다니던 사람들일까? 고통 받는 내 이웃들은 별나라 사람이었을까?

 

 

5. “한 청춘이자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한 인간이자 한 세계의 모형을 창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에 대한민국을 다 담으려는 탐욕을 부렸다. 느슨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 의해 쓰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전적인 회고록도 아니다.” 작가의 말이다.

 

 

6. 작가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표를 그리며 잃어버린 10이라 표현했다. 누군가에겐 잃어버린 10년이 누군가에겐 운 좋게 챙긴 10년이다. 그리고 잃음과 챙김은 이웃하며 함께 간다. 우는 사람은 눈물을 감추고 싶지 않으나 웃는 사람은 밀실이 필요하다. 아니 요즘은 드러내놓고 웃더라. 목에 힘까지 줘가며 웃더라. 우는 사람보다 웃는 인간들이 더 많아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손아람 작가. 기대감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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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아도 정거장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육필시집
황학주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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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4

 

카지아도 정거장황학주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뻘 앞에 세워진 우리의 살림집/ 라이터 불을 켜서/ 두 사람 신발을 마루 밑에 넣으면/ 말꼬리 치는 눈보라 공중에 뱃삯을 내고/ 지상에 떨어진 두/ 상처의 별똥/ 용서해 줄 텐가/ 딱히 더 내디딜 곳 없음을//흙집 밑동 남루한 불에/ 뻘밭이 무늬를 굽는다

_뻘 앞에전문

뻘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잘만 찾으면 게도, 낙지도 잡힐만하다. 그러나 뻘도 뻘 나름이다. 물이 와서 다독거려준다면 모를까 쓸모없는(생산성 없는)땅이기에 그 살림이 더 옹색해 보인다. 그래도 이 땅에 올 때 거저 안 왔다. 뱃삯은 내고 왔다. 용서를 누구한테 비는가. 그저 멋쩍은 마음에 품는 생각이다. 뻘밭에 생기는 무늬처럼 이들의 일상에도 피어나는 무늬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2. “아침에겐/ 아침이 되기 전의 바스락거림이 있다// 짐작건대/ 세간엔 많은 슬픔이 되기 전/ 자작나무 껍질에 닦은 눈동자가 있다/ 입 딱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바위 위에 잠시 앉았다 떠난 새에겐/ 초록의 입술 한 점 물어 올린/ 날기 전의 비틀거림이 있다// 산마루가 보이기 전에/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게다

_아침에겐전문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징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솜털하나도 흔들지 못하는 바람 일수도 있다. 공중에서 꽃잎이 하나 떨어져도 그 사연은 깊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수도 있다. 살아가며 어떤 일과 마주할 때 나는 어떤 마음 자세로 받아들이는가가 관건이다.

 

 

3. “숲길이 막 어두워져 더 걸어 들어갈까 말까 하는 갈피에서/ 무슨 빛인가 발그레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숲이 항아리를 씻어 두었는지/ 무슨 빛인가,// 여름날 길을 달리는 모든 가지들 위에/ 밥 묻은 손바닥처럼 얹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은 언젠가 두 사람이 걸어/ 이끼 앉은 돌 틈에서 목탑(木塔)을 들어내던 곳/ 찬 이슬을 지닐 때까지 구부러들어야 했던/ 어둠의 설움의 친정이었을,// 숲에선 하루해를 핥아 준 냄새가 나고/ 지하대수층에 다니러 가는 해가 밤나무 밑으로 접어들면/ 마른 새가 엎드려 있어도 좋을/ 눈동자 같은 둥지가 밝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오 숲길은,/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때가 있어서/ 두고 가는 사람을 짐작하지 않지만/ 사람과 다른 과일도 있다는 말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_ 막 어두워지는 숲길전문

막 어두워지는 숲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일면 무모하다. 그러나 살아가다보면 무모함을 따질 마음의 여유 없이 그저 발길을 내디뎌야 할 경우가 있다. 뒤돌아가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무슨 빛인가 발그레하니 떠오른다. ‘밥 묻은 손바닥’. 시인은 늘 배가 고프다. 육의 배가 아니라, ()의 배라고 생각하련다. 찬 이슬을 맞도록 밤새도록 들어내고 싶은 마음의 무거움이 있다. 가슴에 매달린 돌덩어리가 있다. 어두운 밤 숲길을 혼자 가도 빛이 있고, 과일도 있답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4. 시인의 시()는 가난하다. 그러나 궁색하지 않다. 좀 불편하긴 해도 그리 힘들어보이진 않는다. 어둡다. 그러나 걸어갈 만하다.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릴 만 하다. “그리움이 깊고 부드러우면/ 이런 시간엔 반드시 어디쯤에서/ 내 사랑을 기다리게 된다/ 아직은 가질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사랑” _나는 밤 두시에도 버스를 기다린다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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