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최신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
헨리 뢰디거 외 지음, 김아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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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57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헨리 뢰디거 외 / 와이즈베리

 

1. 공부(工夫)또는 공부(功夫)를 영어로 풀이하면 artist이다. 또는 장인(匠人)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무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갈고 닦는 과정이다.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것을 듣고 자라면서도 그 왕의 길을 찾아보려다가 날 샌다.

 

2.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가 한 번은 바이올린 곡을 작곡한 적이 있다. 곡을 받은 연주자가 몇 주간을 연습하다가 힘이 들어 스트라빈스키를 찾아와서 말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주신 곡으로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곡이 너무나 어려워 연주하기 힘듭니다.” 이 말을 들은 스트라빈스키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의도하는 바는 어떻게든 연주를 해 보려고 애쓸 때 나오는 바로 그 소리를 원하는 것입니다.”

 

3. 애쓴다. 애쓴다고 다 될까?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된지 오래다. 우물을 파되 물이 나올만한 곳을 파야 된다. 공부도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새벽까지 앉아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은 아니다.

 

4.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최신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뭔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고 염려한다. 125년간의 학습 연구, 40년의 인지심리학 연구 성과와 11인의 학자가 10년간 수행한 교육헌장 개선을 위한 인지심리학의 응용연구를 집대성한 하버드대대학교 출간 교육학 명저라는 소개도 뒤따른다. 그러나 잘못 배우고 있다는 말 이전에 잘못 가르치고 있는 교육환경에 대한 진단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잘 가르쳐주면 잘 배운다.

 

5. 지은이들은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한 팀이 되었다. 연구를 나열하는 대신 복잡한 지식과 기술에 통달하는 법을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책은 각 장마다 새로운 주제들을 다루되 주요 학습 원리 두 가지를 책 자체에 적용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전략이란 간격을 두고 핵심 내용을 반복하기, 다르지만 관련 있는 주제들을 끼워 넣기다. 한 주제를 공부해 나가면서 주기적으로 복습하면 그 주제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주제의 내용들을 사아사이 끼워 넣는 식으로 공부하면 순서대로 하나씩 공부했을 때보다 각각의 주제를 더욱 잘 배울 수 잇다는 이야기다.

 

6. 이 책을 통해 획기적인 공부 방법을 얻어 보겠다는 생각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지식을 더 잘 익히고 오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7. 책에는 인출 연습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출몰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시험이다. 시험 때만 되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하고 기도하지만 시험이라는 과정이 없으면 사실 공부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없다. 열심을 낼 필요도 없다. 그저 하는 시늉만 내도된다. ‘노력이 필요한 인출은 학습과 기억에 도움이 된다.’

 

8. 공부에 대한 방법론 이전에 공부에 대한 자세가 우선이다. 말을 물가까지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공부에 대한 율곡 이이 선생의 말씀을 마음에 담는다. “공부란 늦춰서도 안 되고 성급해서도 안 되며 죽은 뒤에나 끝나는 것이다. 만약 공부의 효과를 빨리 얻으려 한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공부는 늦추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평생 꾸준히 해 나가야지 그렇지 않고 탐욕을 부린다면 부모가 물려준 이 몸이 형벌을 받고 치욕을 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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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 자전거 타기에서 첫 키스까지, 학교에서 이사까지 내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남경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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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56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 웅진지식하우스

 

1. 셰익스피어는 뜻대로 하세요에서 온 세상이 무대이고, 누구나 다 배우일 뿐이라고 했다. 우리의 삶은 등장과 퇴장, 각기 살아가며 맡는 여러 배역들의 이어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대는 아이가 태어남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여러 무대를 전전하다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

 

2. 이 책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공통으로 겪게 되는 여러 과정(태어남, 걸음마, 학교, 시험, 취직, 사랑, 결혼, 죽음 또는 자전거타기, 첫 키스, 순결의 상실, 운전면허, 첫 투표 등)에 철학적 의미를 담아주고 있다.

 

3. ‘태어난다는 것은 스포츠카를 받은 즉시 열쇠를 잃어버린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태어남은 삶은 주지만 삶에 필요한 의미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영적 성숙의 단계라고 생각한다. “출생은 존재의 두 측면인 시간과 공간의 선물이다. 출생 이전에 우리는 무()였지만, 우리가 태어났다는 것은 곧 이미 존재하는 세계와 공존함을 뜻한다.”

 

4. ‘학교는 어떤 곳인가? 지은이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타자로 느끼는 곳이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집 안에서와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체성도 분열된다. 이해되는 부분이다. 집에서 란 존재와 학교에서 란 존재는 어찌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혼란스럽다. ‘나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을 아이에게 듣는 부모는 속 터진다. 해결책은 없는가? 우리 모두의 숙제다.

 

5. ‘중년의 위기’. 중년의 위기는 새로운 것이 사라진 삶에 대한 반응이라는 표현이 있다. 대충 삶의 단맛, 쓴맛 다보고 지상전, 공중전, 수중전까지 마친 경우가 허다하다. 중년이란 나이는 그렇다. 그렇다면 중년의 커트라인이 어디인가? 중세에는 보통 마흔이면 죽었다. 중년의 위기라는 것의 맛도 모르고 갔다.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요즈음엔 중년도 점차 상향조정된다.

중년의 위기는 향수와 퇴행과 회환의 덫을 피한다면 새 출발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6. ,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죽음을 생각한다. 이런 문장을 읽는 당신의 기분은 어떠신지? “우리의 사망은 다른 사람을 살게 한다.” 보험금? 다행히 지은이는 좋은 말로 위로해준다. 이 땅을 떠나는 이들에게. “우리가 죽으면 그때까지 퍼져나가던 우리의 영향력은 소멸된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뒤에 남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 곁에 잔존한다. 여기서 잔존이란 초자연적인 의미만이 아니다. 우리는 죽은 뒤에도 한 두 세대 동안 산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남는 것이다.” 단지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갈 선한 삶을 살다 가는 것이 숙제다.

 

7. 이 글을 읽는 이나, 이 책을 읽는 이나 모두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살아가는 동안 거치는 통과의례는 지역과 인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거기서 거기다. 그 길을 잠시나마 좀 더 위에서 또는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여정이 그려있는 로드맵을 바라보듯 이 책은 그렇게 포인트별 철학적 의미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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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다반사
웹진《경제 다반사》기획팀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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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55

 

경제 다반사지식경제부 기획팀 / RSG(레디셋고)

 

1.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경제에 몰라도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불편은 없다. 그저 습관 되어진 데로 살아가도 된다. 그러나 돌아가는 경제 상황을 알아서 해가 될 것은 없다.

 

2. ‘경제를 생각하면 돈, 화폐가 먼저 생각난다. 음식과 물건이 풍족해지면서 인간의 욕구도 강해지고 나에게 없는 무엇인가를 필요하게 된다. 거래가 시작된다. 인간의 역사 초기엔 돌, 조개껍데기, 카카오 콩, 모피, 옷감, 소금, 가축 등등이 화폐로 통용되었다. 이를 물품 화폐, 실물 화폐, 자연 화폐라고 한다.

 

3. 돈을 돌같이 여긴 사람들도 있다. 옛날 어느 해적 일당이 카카오 콩을 싣고 가던 배를 습격했다. 요즘 식으로 하면 현금수송선박이다. 값어치가 될 만한 물건이 있나 뒤지던 해적들은 카카오 콩이 가득 들어 있는 큰 자루를 발견했다. 떠돌이 해적에겐 국한지역에서 통용되는 카카오 콩이 돈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다. 해적은 죄 없는 카카오 콩() 자루를 걷어차며 화를 냈다.

 

4. 지식경제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거진 경제 다반사가 책으로 엮어 나왔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직면한 경제 문제를 사회적인 현상과 세계적인 현상을 통해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경제생활을 향유 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제시합니다.”

 

5. 책은 사회, 세계, 우리, 문화 등의 4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융합과 소통의 경제학,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고민, 스마트한 소비생활에 대한 팁, 경쟁과 행복 사이에서 소박한 행복 찾기 등 경제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6. ‘융합과 소통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되고 있다. 작정하고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데이터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패턴을 시각화하는 빅 데이터. 이미 IT 분야의 선도 기업들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클라우드, SNS와 접목한 전자 상거래 소셜커머스, 전혀 다른 학문이 결합해 뛰어난 작품을 만들거나 폭발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등은 이미 우리의 경제생활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7. 특정국가가 외국에서 빌린 빚을 못 갚아서 발생하는 디폴트(Default), 국가의 채무 상환 능력의 유예 모라토리움(Moratorium), 0.1퍼센트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블랙 스완(Black Swan)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8. 지름신이 강림하사. 찰나족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찰나족의 공통적 특성은 스마트한 소비를 하면서도 현재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찰나족을 붙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소비자와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새롭고 또 새로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9. 챕터 중간에 들어있는 숫자 이야기도 흥미롭다. ‘4는 과연 불길한 숫자일까? 하루 12에 숨겨진 비밀, 변화의 중심에는 88이 서 있다.’등도 유익한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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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스 백 - 공처럼 다시 튀어 오르는 사람들의 비밀
김현중 지음 / 김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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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54

  바운스 백김현중 / 김영사

 

1. 누구나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한 줄기 빛도 허용되지 않는 어둠의 터널 한 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 할 수도 있다. 절벽 끝에 서서 깊은 계곡만 내려다볼 수도 있다.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받아들고 어떤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느냐가 문제다.

 

2. 실패와 역경을 겪어도 다시 회복하여 본래의 목적과 궤도를 되찾아 더 큰 성과를 내는 것, 무릎에 힘이 빠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바닥을 친 공이 튀어 오르는 것을 바운스 백이라고 한다.

 

3. 하버드 대학 졸업생들을 70여 년 동안 추적하여 인생의 행복조건을 밝힌 연구가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메커니즘이었다.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의미한다.

 

4.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바운스 백에 대한 탐구는 두 가지 질문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누가 바운스 백 할 수 있는가?(Who)어떻게 바운스 백 할 수 있는가(How)'. 같은 조직에서 생명과 관계될 수도 있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함께 겪은 후 누구는 일어서고 누구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5. 책은 Bounce 1~5로 구성된다. 실패 이후의 성공을 결정하는 바운스 백. 나와 조직을 살리는 바운스 백의 기초. , 스토리 그리고 여행의 리더십을 통한 새로운 리더십. 오디세이아일리아스로 보는 리더십 여정 그리고 바운스 백 실천과 적용을 위한 7원칙 등이다.

 

6.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나이 마흔에 소아마비에 걸렸지만 운명에 무릎 꿇지 않고 눈물겨운 분투를 거듭하여 1933년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이다.

 

7. AQ(Adversity Quotient)라는 개념이 있다. 역경지수라고 번역된다. 시련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정도를 지수로 표현한 것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스톨츠 박사가 1997년 그의 책 역경지수 AQ를 출간하면서 등장했다. 스톨츠 박사는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면서 역경지수를 설명했다. - 포기하는 사람(Quitter) : 아예 등반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다. - 그냥 머무는 사람(Camper) : 산에는 가지만 캠프에 머물며 거기서 그친다. - 도전하는 사람(Climber) : 어떠한 환경에도 정상까지 올라가는 도전을 시도한다.

 

8. 조직회복력 전문 컨설턴트로 소개되는 지은이 김현중은 바운스 백을 순우리말로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살아있네!!’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을 이 책에선 호랑이의 눈이라고 했다. 또한 바운스 백하여 위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것을 독수리 날개라고 했다. 지은이는 독자들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꼭 바운스 백 하십시오. 호랑이의 눈과 독수리 날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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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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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53

 

토우(土偶)의 집권여선 / 자음과모음

 

1. “나는 그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내 몸에서 나온, 그 어린 고통조차 알지 못한다. 고통 앞에서 내 언어는 늘 실패하고 정지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어린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위해 이제껏 글을 써왔다는 걸. 그리하여 오늘도 미완의 다리 앞에서 직녀처럼 당신을 기다린다는 걸.”

 

2. 권여선 작가가 소설 말미에 붙인 작가의 말중 일부를 우선 옮겼다. 고통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작가는 어린 고통을 안아주는 것은 큰 고통이라고 했다. 선뜻 이해가 안가는 듯 하지만 맞는 말이다. 고통을 모르고 이해 못하는 큰 품은 그저 공간의 차이로 그친다. 사랑도 없다. 따뜻함도 없다. 물론 평안도 없다.

 

3. 소설의 무대는 국민교육헌장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쯤으로 추측된다. 산꼭대기에 바위 세 덩어리가 우뚝 솟아있는 그곳. 삼악산이라 부른다. 삼악산 남쪽 면을 복개해 산복도로를 만들면서 생겨난 동네 삼악동. 삼벌레고개라고도 부른다.

 

4. 이 삼벌레고개 동네도 층하가 있다. 재산의 등급과 등고선의 높이가 반비례한다. 아랫동네에는 크고 버젓한 주택들이 들어서있다. 아랫동네 주민은 대부분 자기 소유의 집에 산다. 세도 안 놓는다. 마당도 넓고 자동차도 있고 식성이 까다로운 아이들도 있다. 그러니 정원사에 운전기사에 음식 솜씨 얌전한 식모나 보모도 있어야 한다.

 

5. 중턱부터는 주택의 소유자와 거주자의 관계가 복잡해진다. 제집 사는 사람, 전세 사는 사람, 월세 사는 사람이 섞여 있다. 식모를 부리는 집도 더러 있었지만, 중간동네 식모들은 아랫동네 식모들과는 급이 달라 어딘가 조금씩 하자가 있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윗동네는 집값이 싸지만 제집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 전세나 월세도 못 내 일세를 사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식모를 두기는커녕 몸소 식모살이를 나가야 할 판국이었다.

 

6. 작가가 표현한 이런 부분은 삼벌레고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네 살아가는 모양은 이렇게 세 부류로 구분될 수 있다. 살아가는 지역적 위치는 바뀔지언정 내부 사정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인생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배움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명예가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권력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땅을 떠날 때까지 어깨를 못 펴고 바닥만 쳐다보다 술 한 잔 들어가면 하늘 향해 빈주먹 날리다 만다.

 

7. 그러나 그 고통이 한 대에서 끝나면 다행인데 삶의 고통, 차별의 서러움이 대물림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치고 그 정도면 괜찮아 할 사람 없이 모두 우울하다. 아프다.

 

8.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표현한 것처럼 이 소설에 일관되게 흐르는 기운은 고통이다. 작가는 소설을 진행하는 화자로 7살짜리 소년, 소녀를 설정했다. 은철과 원이가 그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계는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서로 속이고, 감추고, 해치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꿈을 잃지 않으려고 하지만 뜻대로 안 된다. 아이들의 운도 결국은 어른들의 그 기운에 묻혀가기 때문이다.

 

9. ‘고통을 그리는 작가의 손끝은 섬세하고 가슴은 따뜻하며 촉촉하다. “은철은 차창에 다가가 정면을 보고 앉아 있는 원의 옆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원은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은철은 알았다. 자기가 병실에서 느꼈던 것처럼, 원도 날카로운 고통이 사방에 철창을 두른 작은 방 속에 갇혀버렸다는 것을,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그 방에 원 혼자 갇혀 있다는 것을..”

 

10. 토우(土偶)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다. 책의 제목인 토우의 집은 너와 내가 살아가는 이 공간이다. 구조물이다. 단지 크고 작고 화려하고 그렇지 않고의 차이다. 물론 그 기준과 구분도 너무 피상적이다. 공통적인 것은 나와 당신 역시 이 땅에서 마지막 큰 숨 몰아쉬고 떠나면 흙으로 돌아간다. 생기가 있을 때만 구체관절 인형이다. 단지 무대에서 맡겨진 역할만 다를 뿐이다. 끝까지 잘 해야 할 역할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얼른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역할도 있다. 어쨌든 못되고 나쁜 역할은 오래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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