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 <월든>에서 <시민 불복종>까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문장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캐럴 스피너드 라루소 엮음, 이지형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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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17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_헨리 데이비드 소로 / 흐름출판

 

1. “나는 인생을 내 뜻대로 살아보고 싶어 숲으로 갔다. 삶의 본질적인 요소들에 정면으로 맞닥뜨린 채, 삶이 주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나중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헛되이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2. 누구나 헛되이 살다 가고 싶어 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야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지요.

 

3.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흔히 자연주의자, 초월주의자, 조세 저항가, 개발 비판가, 철학자로 부릅니다. 비록 숲으로 가긴 했으나 그의 이름에 붙은 타이틀이 많군요. 소로가 남긴 책, 기사, 에세이, 일기, 시 등을 모두 합하면 스무 권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의 글들 중에서 간추려 뽑아 편집이 되어 있군요.

 

4. 소로는 다른 사람들이 그의 삶의 방식을 따르라고 요구하진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그 길을 따라오겠다고 하면 말리겠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소로의 방식을 익힐 때쯤이면 이미 그는 다른 삶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세상에 되도록 다양한 삶이 존재하길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의 방식, 어머니의 방식 또는 이웃들의 방식을 따르려 하는 대신, 온 주의를 기울여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 추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5. “우리는 육체를 위한 영양분을 얻고 몸에 생긴 질병을 고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신을 위한 자양분을 얻는 데는 인색하다. 우리 마을에 조금은 특별한 학교를 세워, 청소년들이 어른이 될 즈음에 배움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할 때다.”

 

6. 번잡스러운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환자분들에게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이 몰고 다니는 자동차에서 안 들리던 소리가 나거나, 연기가 나거나, 계기판에 경고 사인이 들어오면 세상없어도 차를 세우고 들여다봅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으면 카센터로 몰고 갑니다. 그러나 내 몸과 마음이 끊임없이 신호를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하고 살지요.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지요.

 

7. ‘청소년들이 어른이 될 즈음에 배움을 중단하는 일심각한 문제입니다. 배움은 꼭 학교를 의미하지는 않지요. 청소년기의 독서는 학과 공부와 시험에 밀려서 교과 이외의 책을 읽는 일이 찌질이로 분류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책을 더 많이 읽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습관이지요.

 

8. “나는 푸리족 인디언들처럼 살았다. 그들에게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나타내는 개별적인 단어가 없었다. 그들은 어제를 나타날 때는 등 뒤를, 내일을 알리고자 할 때는 자신의 앞을, 오늘을 얘기할 때는 머리 위를 가리킬 뿐이었다.”

 

9. 어제, 오늘, 내일 -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한 단어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어제입니까? 내일입니까? 과거 나의 과오와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치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진 않나요? 내일에 대한 염려와 불안에 떨며 베개를 눈물로 적시고 있진 않나요? ‘오늘을 살아갑시다. 푸리족 인디언들처럼 오늘을 상징하는 머리 위를, 하늘을 올려다보십시다. 그리고 그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십시다. 내 모습이 어떤가요. 연민의 마음으로 품어줍시다. 오늘을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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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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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16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에릭 클라이넨버그 / 더퀘스트

 

1. 얼마 전 웹 서핑 중 일본의 한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1인 고기집이다. 사진을 보니 마치 독서실 칸막이처럼 세팅된 공간에서 각기 혼자 고기를 구워먹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조만간 한국에도 상륙하지 않을까?

 

2.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 성인들의 50퍼센트 이상이 독신이며 7명 중 1명이 혼자 산다. 미국의 다수 대도시에서 1인 가구는 미국 전체의 1/3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이미 25%를 돌파했다는 통계가 발표되고 있다. 2035년이면 34%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3. ‘혼자 사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회학자들은 두 가지 과제를 던져준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그래서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이 책의 저자 클라이넨버그가 제시하는 네 가지는 참고할 만하다. 그는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혁명, 대도시의 형성, 고령화 등을 들고 있다.

 

4. 그러나 두 번째 질문인 그래서 이러한 1인가구의 비약적인 증가는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해선 이견이 많은 듯하다. 예측 가능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와 낙관이다. 그 비중을 보면 우려가 많다.

 

5. 책은 싱글턴 사회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혼자 산다는 것, 혼자 사는 능력, 갈라서기, 나를 보호하라, 따로 또 같이..등등이다.

 

6. 사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의 기본 단위는 개인이 아닌 가족임이 틀림없다. 함께 살면 안전하고, 식량을 구하기도 쉽고, 종족보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싱글턴(singleton)’이라는 용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독신인 사람들은 혼자 살 수 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독신자들은 애인이나 룸메이트 또는 자녀와 함께 산다. 그러므로 독신자라고 해서 모두 싱글턴은 아니다.

 

7. 혼자 살게 되는 이유가 어찌됐던 간에 각기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혼자 사는 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활방식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혼자 살기를 통해 우리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가장 가까운 관계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고 주장한다.

 

8. 이런 이야기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혼자 살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고독을 되찾을 시간과 공간이다. 다시 말하면 혼자 살기는 우리의 자아 발견을 도와주고 의미와 목적을 찾는 일을 도와준다.

 

9.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혼자 살아가면 좋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혼자 살고 싶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혼자 살아감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까 염려하는 마음이 지나쳐 예민하다 못해 과잉방어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혼자살기에 대한 내, 외적인 생각을 점검해서 건강한 혼자살기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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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능력 - 관계의 혁명을 이끄는 당신 안의 힘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김병화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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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15

 

공감하는 능력로먼 크르즈나릭 / 더퀘스트

 

1. 공감(共感)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해석으로는 남의 생각이나 의견·감정 등에 대하여 자기도 그러하다고 느낌, 또는 그런 감정이다. 그렇다면 동감이란? ‘남과 같게 생각하거나 느낌, 또는 그 생각이나 느낌이다. 고전에서 그 뜻을 찾아본다면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같지 않을까.

 

2. 사실 인간관계에서 공감이 차지하는 범주가 무척 넓다. 공감대가 깨지면서 불화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감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구식 혁명, 즉 법률과 제도, 정부를 새로 세우는 그런 혁명이 아니라 훨씬 더 근본적인 것, 인간관계의 혁명을 일으킨다.”

 

3. 저자는 공감을 이렇게도 해석한다. ‘공감은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당신의 행동지침으로 삼는 기술이다.“

 

4. 그러니까, 느낌에 충실한 것에 그치지 말고 행동지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숙제이다. ‘공감이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18세기였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도덕적 감수성은 고통 받는 자와 상상 속에서 처지를 바꿔볼 수 있는 정신 능력이라고 했다.

 

5. 의학과 과학의 발달은 공감까지도 벗겨내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두뇌 속에서 10개 구역으로 이뤄진 공감회로를 밝혀냈다. 공감회로가 손상되면 타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능력이 줄어든다는 결론이다.

 

6. 책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6가지 습관이 주 내용이다.

첫 번째 습관 : 두뇌의 공감회로를 작동시킨다.

두 번째 습관 : 상상력을 발휘해 도약한다.

세 번째 습관 : 새로운 체험에 뛰어든다.

네 번째 습관 : 대화의 기교를 연마한다.

다섯 번째 습관 : ‘안락의자여행자가 되어본다 - 예술, 문학, 영화 그리고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여섯 번째 습관 : 주변에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7. 공감능력은 개인 차이가 있다. 극히 드문 사람들이 선천적 또는 기질적으로 타인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98%) 공감과 사회적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괴테는 인간은 세계를 아는 정도만큼만 그 자신을 안다고 했다. 세계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자신도 모른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8. 책 후반부에 실린 공감도서관이 흥미롭다. 저자가 만든 온라인 공감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공감적 사고와 행동에 불을 붙이도록 영감을 주는 책, 영화, , 기사를 공유하는 디지털 보물 창고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다음 단계로 공감박물관을 꿈꾸고 있다. 어쨌든 공감이 모두의 마음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니, 잘 키워볼 일이다. 그럼 덜 피곤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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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옥편 - 늘 곁에 두고 꺼내 보는 손안의 경영비책
김성곤 지음 / 김영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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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14

 

리더의 옥편김성곤 / 김영사

 

1.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국어(國語)에 나오는 말이다. 사자성어로는 방민지구, 심어장천 (防民之口 甚於防川)이다. 요즘 상황에 적절한 말이다. 물길이 막혔다가 터지면 사람도 생물도 모두 위험에 처한다. 물길을 관리하는 자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2. 고전이 고전인 것은 그 생명력에 있다. 쓸데없는 것은 사라지고, 남아야 할 것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공자와 장자의 사상, 두보와 이백, 도연명의 시문학이 우리의 눈과 마음에 자리 잡는 것이다.

 

3. 이 책엔 사기, 한서, 전국책의 사서까지 2500년 문//철에서 캐낸 리더십의 핵심이 담겨 있다. 네 글자 속에 들어간 수천 년의 지혜를 곰씹어본다.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용인술, 조직에 해를 끼치는 가짜를 식별하는 눈, 재물을 얻고 쓰는 체계적인 방도, 진정한 혁신의 완성을 위해 리더가 갖춰야 할 비전 등을 마음에 담아본다.

 

4.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에서 한 강의를 토대로 한 원고는 6강으로 구성된다. 천하의 인재를 얻고자 한다면, 무리를 해치는 말()을 가려내라, 쇠를 녹이는 입들 뼈를 녹이는 말들, 다스림의 다섯 가지 비결, 나는 언제 봄바람처럼 따뜻한 사람이었던가, 다 왔다는 생각이 들거든. 등이다.

 

5. 명군으로 칭송받는 당 태종에겐 직언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신하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위징(魏徵)은 가히 독보적인 존재였다. 위징에 대한 태종의 신뢰는 대단했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비통이 극에 달하여 대성통곡을 하며 좌우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나에게는 거울이 셋이 있었소. 동으로 만든 거울로는 내 의관을 바로 잡을 수 있었고, 옛 역사로 된 거울로는 고금의 흥폐를 볼 수가 있었으면, 사람으로 된 거울로는 내 과실을 알 수가 있었소.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나는 거울 하나를 잃게 되었소!”

 

6. 위징이 태종에게 한 말 중에 겸청즉명(兼聽則明) 편신즉암(偏信則暗)이 있다. 두루 들으면 명군이 되고 한쪽 말만 믿으면 혼군이 된다는 뜻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리더들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 할지도 모른다. 내가 높은 리더가 아니라고 무시해야 할까? 지금부터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듣기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에만 충실하면 결국 나는 큰 위기에 직면했을 때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조언을 해줄 사람 역시 너무 멀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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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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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09

 

공허한 십자가히가시노 게이고 / 자음과모음

 

1. “이구치 사오리. 그녀에게는 엄마에 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안타깝게 시작된다. 모든 이들에게 대체적으로 엄마라는 존재는 몸과 마음의 고향이다. 사오리의 엄마는 그녀가 철이 들 무렵 이미 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와의 추억이 있을 리가 없다.

 

2. 사오리의 고교 2학년. 학교 밖에서 우연히 한 해 선배 남학생 후미야를 만난다. 운명적인 만남이다. 하긴 살아가며 운명적이지 않은 만남이 있겠냐만. 그 만남이 이 소설의 기초를 만들어주고 있다.

 

3.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건의 연속과 갈등이다. 8세 소녀가 강도에게 살해를 당하는 것으로 긴장감이 형성된다.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일보다 더한 일이 어디 있으랴. 가해자가 한 명, 피해자 역시 한 명일지라도 실질적인 피해자는 수십 명이 될 수도 있다. 그 가족과 주위 사람들 모두의 마음에 무거운 그림자와 불안감이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4. 피해자는 여러 번 운다. 사고를 당해서 황망한 마음에 혼이 빠져나가며 울고, 수사 과정 중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오인 받는 경우도 있다. 내 자식,형제, 부모가 비록 참혹한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어도 내 마음껏 끌어안아 볼 수도 없다. 법정 공방은 어떤가. 살인자의 변호사는 비록 그의 역할이 그렇다 치더라도 고의적이 아닌 우발적이라는 점, 정상 참작을 해달라는 점을 부각시키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5.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현재 인간 사회의 사법제도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갱생제도의 문제점, 사형제도 등. 그러나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도 않으면서 독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으로 유도하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이다.

 

6. 달리면서 생각하는 숙제이다. 사건 주변의 상황이 시선을 붙잡아 두기 때문에 그렇다.

 

7. “부디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아니, 그렇게 해도 피고는 죗값을 치룰 수 없습니다. 그만큼 피고는 무거운, 아주 무거운 죄를 저지른 겁니다.”

 

8.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의 사형이 확정되고 판결이 종료되면, 자신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응어리를 날려 보내고, 가슴에 매단 무겁디무거운 연자 맷돌을 내려놓게 되길 바란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란 희망감도 생긴다. 그러나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상실감만 더해질 뿐이다. 그때까진 범인이 사형 판결을 받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오지만, 막상 사형이 집행되고 나면 이젠 무슨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다. 가해자가 사형을 당한다고 해서 내 가족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9. 그렇다고 그 반대로 가보면 어떤가? 가해자가 유기 징역이나 종신형을 받고 살아간다면, 그 상실감은 또 어떻게 채울 것인가. “왜 범인은 살아 있는가? 왜 범인에게 살아 있을 권리를 주는가?” 범인은 살아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매일 밥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어쩌면 취미 생활도 할지 모른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유족에게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10. 책의 제목으로 쓰인 공허한 십자가는 작가의 극 중 인물이 쓴 글 에서 따왔다. 흔히 죄를 지은 사람은 평생 십자가를 등에 지고 산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더 무거운 십자가와 연자 맷돌까지 발목에 달고 살아가는 것은 살인자가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유족이 아닐까? 그래서 공허한 십자가이다.

 

11. 히가시노 게이고. 대단한 작가다. 글의 구성력이 탄탄하다. 허투루 쓴 문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적 이슈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넣어주고 있다. 마치 편식하는 아이의 반찬속에 골라내기 쉬운 식재료를 넣은 듯 만 듯 그렇게 상차림을 해주고 있다. 마지막 한 점이 남을 때까지 수저를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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