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 - 나에게 힘을 주는 아들러 심리학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박미정 옮김, 오구라 히로시 해설 / 와이즈베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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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08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알프레드 아들러 / 와이즈베리

 

1. 심리학, 정신분석학 분야에서 프로이드와 융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아들러를 만나본다. 리디아 시쳐는 아들러 심리학을 깊이 스터디한 후 이런 말을 남겼다. “아들러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 쯤 읽었다. 화요일 아침,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아들러는 나에게 인생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다고 가르쳐줬다.”

 

2. 아들러 심리학은 인간성 심리학의 원류라고 불린다. 아들러 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심리학자는 셀 수 없이 많다. 아들러의 이론은 동네북처럼 여기저기서 울렸지만, 그 북소리가 아들러에게서 시작되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산뜻하게 설명이 안 된다.

 

3. “내 이름을 아무도 모르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아들러 파가 존재했다는 것조차 잊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상관없다. 심리학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마치 우리와 함께 연구한 듯 행동하게 될 테니까.”

 

4. 그렇다면 아들러가 심리학계에 깊은 공적을 남기고도 무명인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 중 설득력 있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논문이나 저서를 많이 남기지 않아 이론을 체계화하기 전에 사망했다. 둘째, 프로이드와 달리 학파의 제자들을 조직화하는데 힘쓰지 않았다. 셋째, 독일 나치의 유대인 박해로 인해 많은 아들러 학파가 학살되었다.

 

5. 책은 아들러 심리학중 10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자기 결정성, 열등감, 감정 사용법, 라이프 스타일, 대인관계, 가족, 학습, 공동체 감각, 용기, 과제의 분리 등이다.

 

6. ‘열등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라.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들러는 열등감 자체를 느끼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7. 아들러는 열등성, 열등감, 열등 콤플렉스의 열등 삼형제를 명확하게 구별해서 사용했다. 열등성이란 선천적으로 시력이 약하다든가, 키가 작다든가, 체력이 약하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사실 즉, 뒤쳐진 성질을 말한다.

 

8. 열등감이란 자신이 열등하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즉 실질적으로 열등성을 갖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열등하다고 생각하면 열등감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열등감이 되지 않는다. 열등감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다. 따라서 누가 봐도 말랐는데 본인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열등감이다.

 

9. 그렇다면 열등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사실 열등감과 열등 콤플렉스는 거의 같은 값으로 쳐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들러는 이를 명확히 구별했다. 열등 콤플렉스란 열등감을 핑계로 주어진 일에서 도망치는 것을 가리킨다.

 

10. “부모가 나쁜 유전자를 물려주어 공부를 못한다거나 집이 가난해서 기를 못 편다든가 등 현재 좋지 않은 상황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며 문제를 외면하고 도망가는 것, 그것이 열등 콤플렉스다. 문제는 열등감이 아니라 열등 콤플렉스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11.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아들러의 강연을 듣던 이가 오늘 당신이 말한 이야기는 죄다 당연한 말이잖소?”라고 물었다. 이에 아들러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당연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12.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젊은 리더들의 멘토이자 리더십 전문가, 아들러 심리학 연구가인 오구라 히로시이다. 한 꼭지 글의 분량은 딱 2쪽 분량이다. 심리학이라고 해서 미리 머리 무게를 달아볼 생각은 안 해도 된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에 꼭지 글의 제목을 보면서 필요한 부분을 읽어가는 방법도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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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키드 퓨처 - 당신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는 사물인터넷의 기회와 위협!
패트릭 터커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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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07

 

네이키드 퓨처패트릭 터커 / 와이즈베리

 

1. 페이스북엔 감시로봇이 24시간 상주한다. 잠도 안 잔다. ‘알 수도 있는 사람알고 싶은 사람으로 읽고 친구요청을 줄줄이 클릭하거나 좋아요를 너무 열심히 누르다보면 여러 날 또는 한참동안 페북을 닫고 지내야 한다. ‘좋아요클릭도 안 된다.

 

2. 내 휴대전화가 스스로 이런 메시지를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좋은 아침이예요~^^ 오늘 당신은 출근길에 옛 애인 아영씨와 우연히 마주치게 될 겁니다(당신은 3년 전에 아영씨와 교제를 했지요). 그리고 아영씨는 당신에게 곧 결혼한다고 말할 겁니다. 그럼 당신은 깜놀 하는 척 하셔요~”

 

3. 이 에피소드는 생각보다 현실에 가깝다. 점차 감시로봇이 인공지능화 되어간다. 이 책의 저자 패트릭 터커는 이와 같은 일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데이터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더 퓨처리스트 The Futurist잡지 부편집장이자, 디펜스 원 Defense One기자, 세계 미래학회정보 통신국장을 역임하고 있다.

 

4. 나의 정보는 이미 인터넷 쇼핑, 통신회사, 정부, 소셜 네트워크 등과 내 손 안에 있다고 안심하고 있는 휴대폰에 잔뜩 쌓여있다. 몇 년 후면 이런 데이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이런 상황을 벌거벗은 미래(Naked Future)'라고 한다.

 

5. “20년 후가 되면 오랫동안 인간이 추론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존재한다고 여겨졌던 사건을 비롯하여 갖가지 미래 분야를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6. 인터넷은 예측을 방정식으로 바꿔놓고 있다. 수학자와 통계학자, 컴퓨터 과학자, 마케터, 해커들은 인류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끊임없이 개혁한 결과를 그 어느 때보다도 세세하게 밝히기 위해 글로벌 센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정보 수집 장치 및 앱을 사용하고 있다.

 

7. 잠재적인 인플루엔자 프로그램부터 주식 시장의 갑작스런 변덕을 예상하는 값비싼 주식 투자 상담가알고리즘(아직은 불완전하지만)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응용 예측은 어디에서나 사용된다.

 

 

8. 책은 총 11챕터로 구성되어있다. ‘사물인터넷이 만드는 글로벌 신경계를 시작으로 인간 두뇌를 본뜬 미래 예측 인공지능 시스템 그록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당신이 16개월 후 어디에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나원참. 내가 어디에 있을지 나도 모르는데.. 내가 잠든 사이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두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20103, 체코의 한 연구팀이 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중간을 생략하고 결론만 이야기하면 이들의 결과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6개월 후 당신이 어디에 있을지 정시에 한 구역 이내의 오차로 예측할 수 있다.’ 재미없다.

 

 

9. 예측 가능성은 증가하고 프라이버시는 사라진다. : 새롭게 펼쳐지는 예측 시대에 우리가 겪게 될 위험은 무엇일까? 활동가 겸 작가 일라이 패리서는 생각 조종자들이라는 책에서 몇 가지 위험을 서술했는데 그 중 핵심은 웹이 지나치게 개인 맞춤화를 추구함으로써 나타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했다.

 

10.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구글, 페이스북과 결별해야 할까? 전기도 통신도 두절되는 깊은 산 속 움막집으로 들어가 살아야할까? 난 모르겠다. 너무 깊이 들어와서 나가는 길을 못 찾겠다.

 

11. 저자는 이렇게 조언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IT)기술을 향해 저항하는 것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이런 도구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익히는 한 편 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정보 채집은 남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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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기업 - 일본을 먹어 치우는 괴물
곤노 하루키 지음, 이용택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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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 2014-205

 

블랙 기업곤노 하루키 / RSG(레디셋고)

 

1. 때로 청년실업 문제를 청년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크게 잘못된 경우이다. ‘프리터’(정직원이 되지 않고 파트타임 노동만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젊은 계층)니트족’(취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으로 몰아세운다. 물론 극히 일부 청년층에서 그런 케이스가 있을지라도 청년실업 문제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해결과 치유가 필요하다.

 

2.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블랙기업이란 명칭은 원래 일본에서 폭력조직과 결탁한 기업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광범위하게 법에 어긋나는 조건의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에게 의도적, 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 혹은 노동 착취가 일상적,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기업을 의미하고 있다.

 

3. 저자의 표현을 옮기면 블랙 기업이라는 문제를 단순히 청년 노동자가 비도덕적인 회사로부터 피해를 입는다는 측면으로만 파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사회에 실로 다양한 폐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기업은 소비자의 안전도 위협한다. 개인으로서의 청년뿐 아니라 전체 경제와 고용 시스템까지 파괴한다. 청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이나 급기야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형의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청년은 본인이 사회부적응자로 잘 못 판단한다.

 

4. 이 책이 쓰인 무대는 일본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에선 블랙기업이라는 문제에 관해, 청년 노동자가 개인으로서 피해를 입는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로서의 측면까지 다루면서 블랙 기업문제에 대한 사회의 시야를 넓히고 있다.

 

5. 1) 블랙 기업이 개인에게 어떻게 마수(魔手)를 뻗치는지, 2) 개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3) 사회적인 해악으로서 블랙 기업의 실태와 폐해는 무엇인지, 4) 블랙 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대처법은 무엇인지가 주요 내용이다.

 

6. 여러 이야기 중 블랙기업의 패턴과 구분법에 눈길이 머문다.

- 대량 채용과 대량 해직 : 오랫동안 일할 수 없다.

1) 월수입을 과장하는 꼼수 : ‘고정 잔업 수당혹은 정액 잔업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기본급여에 포함시켜 월수입을 부풀리고 과장하는 방식.

2) ‘정규직 채용이라는 위장 : ‘수습 기간을 이용한 속임수. 3, 6, 9개월 또는 1년간 수습기간이란 명목으로 단기 고용 계약을 맺는다.

3) 입사 후의 성별 경쟁 : 일단 대량으로 직원을 뽑고 회사 내규에 예선이라는 시스템을 적용시켜 입사 동기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킨다.

4) 전략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그만 두도록유도한다 : 열 받아 나가게 만든다.

5) 잔업 수당 미지급.

6) 과로사에 이를 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인 형태로 시키는 회사도 있다.

7) 회사 측이 아쉬우면 직원들을 퇴직시키지 않는다 : 국내에선 급여를 몇 달치 깔아놓는(일부러 체불시키는)경우를 자주 본다.

8) 직장인지 조폭 집단인지 모를 수상한 회사 :신체 상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7. 그렇다면 어떻게 블랙 기업을 퇴출시킬 것인가? 저자는 두 가지 사회적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이나 NPO에 가입하고 상담해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노동법 교육을 확립하고 보급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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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심훈 지음, 최도식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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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02

 

심훈 시선심훈 / 지만지(지식을 만드는 지식)

 

1. “, 깊은 밤 / 바람이 뒤설레며 / 문풍지가 운다.

, 텅 비인 방 안에는 등잔불의 기름 조는 소리뿐....//

쥐가 천정을 모조리 써는데/ 어둠은 아직도 창밖을 직히고,

내 마음은 무거운 근심에 짓눌려/ 깊이 모를 연못 속에서 자맥질한다.//

아아 기나긴 겨울밤에/ 가늘게 떨며 흐느끼는 고닲은 령혼의 우름소리/

별 없는 하눌 밑에 들어 줄 사람 없구나!” 1923년 겨을 검은 돌집에서

- 서시 전문

* 초판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림.

 

.... 일제하 암울한 땅과 하늘에서 행동하는 양심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부끄러움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했던 시인 심훈. 그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에서 무거운 근심이 어깨를 누르는 가운데 연못 속으로 잠겨든다. 별도 하나 안 보이는 하늘은 하늘도 아니다.

 

2. “날마다 불러 가는 안해의 배,

나는 날부터 돈 들 것 꼽아 보다가

손가락 못 편 채로 잠이 들엇네

 

속에 꼬물거리는 조그만 生命

에나 긔를 펴고 잘살어라!’

한마듸 祝福밖에 선사할 게 없구나.

 

아버지소리를 내 엇지 들으리

나이 三十에 해 녾 것 없고

물려줄 것이라곤 鮮人(센진)’밖에 없고나.

 

給仕封套 속이 부럽든

月給날도 다시는 안 올 상 싶다

그나마 失職하고 스므닷새 날.

 

電燈 끊어 가든 날 밤 불 밑에서

나 어린 안해 눈물지며 하는 말

시골 가 삽시다, 두더지처럼 흙이나 파먹게요’.

 

五官으로 숨여드는 봄

가을바람인 듯 몸소리 처진다

朝鮮 八道 어느 구석에 봄이 왓느냐.

 

불 꺼진 火爐 헤집어

담배 꼬토리 찾어내듯이

식어 버린 情熱을 더듬어 보는 봄 저녁.

 

獄中에서 妻子 잃고

길거리로 미처 난 머리 긴 친구

밤마다 百貨店 기웃거리며 휘파람 부네.

 

선술 한잔 내라는 걸

주머니 뒤집어 털어 보이고

돌아서니 카페-의 붉고 푸른 불.

 

그만하면 神經도 죽엇스렷만

알뜰한 新聞만 펴 들면

불끈불끈 주먹이 쥐어지네.

 

百 年이나 묵어 구멍 뚫린 古木에도

가지마다 파릇파릇 새 엄이 돋네

뿌리마저 썩지 않은 줄이야 파 보지 않은들 모르리.

_ ‘토막생각 - 生活詩전문. 1932. 4. 24

 

....무슨 사족이 필요하랴. 이 시절에 태어났으면 분명 나의 자화상이리라.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가운데에서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달래고 그려 낸 일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3.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三角山이 이러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漢江 물이 뒤집혀 룡소슴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한울에 날르는 까마귀와 같이/ 鐘路人磬을 머리로 드리바더 울리오리다/

頭蓋骨은 깨어저 散散조각이 나도/ 깃버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이 남으오리까..”

_ ‘그날이 오면부분. 1930.3.1.

 

....그러나 그는 그날을 못 보고 1936916. 장티푸스로 치료받던 중 36세의 나이에 무거운 마음만 잔뜩 안고 이 땅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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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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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00

 

미궁나카무라 후미노리 / 자음과모음

 

1. “너는 선택을 해야 해. 사람들과 그럭저럭 어울려 사는 존재가 되느냐, 아니면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 존재가 되느냐.....” 나와 격이 맞지 않는 사회가 싫다고 은둔형으로 사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한 번 이 상황에 빠지면 다시 사회라는 흐름에 합류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사회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사회를 떠난 것이라고 자위를 해보지만 별 차이가 없다. 마음에 자리 잡았던 힘든 그늘이 어두움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2. 크나큰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겨진 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일 것이다. 그것도 가족의 마지막 모습이 살인사건으로 죽음으로 변한 모습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3. 소설의 화자(話者)이자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힘겹게 씨름하는 는 은둔형이 되느니 적당히 사회 속으로 기어들어가 살고 있다(본인은 이런 표현을 싫어하겠지만 내 느낌에는 그렇다).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한다.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만 몇 년이다.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준비 중’.

 

4. 여자가 생겼다. 술집에서 우연히(아닌) 만난 중학 동창이다. 가끔, 요즘은 거의 매일 그녀의 원룸에 가서 그녀와 몸을 섞는다. 마음이 섞인 것은 그 뒤로 한참이다. 소설 속 와 성향이 비슷하다. 마치 친남매지간처럼 닮았다. 자라온 환경, 각기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켜준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수호악()까지도.

 

5. 1988년에 세간을 뒤흔들었던 히오키 사건. 도쿄 네리마 구의 민가에서 히오키 다케시라는 남성과 그의 아내 유리. 그리고 그의 장남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12세의 장녀만 살아남았다. 당시 이 가옥은 밀실 상태였다. 현관, , 모든 곳이 잠겨 있었다. 다만 한 군데, 화장실 창은 열려 있었으나 작은 환기용 창이어서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가 아니면 드나들 수 없었다.

 

6. 내가 지금 만나는 여자가 그 유일한 생존자. 그 불운한 가족의 장녀였다. ‘는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녀와 같은 나이인 12살이었다. 부쩍 그 사건이 궁금해진 는 그 미궁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혼란스럽다.

 

7. 뒤늦게, 서류상으로도 나의 여자가 된 그녀가 그날의 상황을 소상하게 전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나나 그녀나 내면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사실 말고는 인정되는 것이 없다. 나의 내면 어둠의 장소에는 오래전부터 R이라는 존재가 살고 있었다. R , 내 안에서 일어나는 어둠의 기운은 누군가에게 오더를 내려서 내 대신 사건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끔찍한)살인사건이나 테러, 방화 등. 물론 안 좋은 생각이란 것은 잘 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그 생각. ‘저 인간만 세상에 없으면’, ‘누가 내대신 없애줘졌으면..’하는 마음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8. “R은 너에게서 떨어져 어딘가 먼 곳의 진흙탕 속으로 갈 거야. 너의 음울한 모두를 등에 짊어진 채로, 그리고 그 넓고 더러운 진흙탕 속에 묻혀버려. 다시 나올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어디 이래도 버티나보자, 라고 할 만큼 떡이 되게 두들겨 패고, 참혹하게 쓰레기처럼 묻어버려. 그리고 너는(그냥 살아).” ‘어렸을 적 나를 담당했던 정신과 의사가 해 준말이다.

 

9.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지만, 심리소설에 가깝다. 일어난 사건과 그 주변 상황은 마음 한편이 시리고 선뜻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가슴이 아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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