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처럼 일하라 - 세계 최고 첩보 조직 CIA의 정보력, 관찰력, 분석력
J. C. 칼레슨 지음, 조자현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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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 2014-193

 

스파이처럼 일하라J. C. 칼레슨 / 흐름출판

 

1. ‘스파이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 문득 떠오르는 단상이 있다. 군복무중 일어난 일이다. 보안부대 요원 하나가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꼴이 보기 싫었다. 언제 한 번 저 친구 손을 좀 봐줘야겠다. 때가 되었다. 내가 출입통제구역의 경비를 서게 되었다. 원래 비밀스런 일을 하는 분야는 표시를 내지 말고 다녀야 정상이다. 사복차림에 라이방에 어디서든 그 친구는 눈에 확 띈다. 그날도 내가 경비를 서고 있는데 제집 들어오듯 껄떡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내가 막았다. 나는 그를 아는데, 그는 나를 모른다. 다행이다.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한다. 그러건 말건 나는 신분증이 없으면 못 들어간다. 들어가려는 목적이 뭐냐 물었다. 잠시 좀 시끄러워지고, 군의 상급자가 나와서 수습이 되었다. 나는 잘못 한 것 없다. 사태가 정리되고 동기가 다가와서 내게 묻는다. 저 친구 진짜 누군지 몰랐어?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까 그랬지

 

2. 이 책의 키워드는 정보력, 관찰력, 분석력이다. 직장인과 사업가들이 갖고 있어야 할 ()’. 이 책의 저자 J. C. 칼레슨 은 강렬한 여전사(女戰士)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실제로 CIA의 비밀 첩보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3.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무질서하고 거친 현장일수록 강한 원칙과 절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글의 템포가 빠르다. 나는 이런 흐름이 좋다. 지지부지 중언부언 하는 책들은 딱 질색이다.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첩보세계입문, 스파이기술 내부적용, 스파이기술 외부 적용.

 

4. 저자는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쓰고 이렇게 답한다. “기업이라는 환경을 감안했을 때 지금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나 승진, 대량 판매, 당신의 회사에 유리한 규제 결정 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이 당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얻게 해줄 지침서가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당신에게 그런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포섭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5. 첩보원들이 갖고 사는 엄격한 도덕률은 참고가 될 만한 사항들이다. - 명성과 진실성을 현금처럼 여겨라. - 상어는 동족끼리 잡아 먹는다 (자신의 팀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기만 한다면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래 성향이 그런 사람은 밖에 나가서 싸우게 하자). - 규칙을 분명하게 정하라(규칙은 상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적용해야 규칙이다).

-거짓말을 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이 말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살짝 비튼 것이다) - 실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해결책을 제시하라. - 사생활이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적이 될 수 있다. - 적과의 동침...하지만 한쪽 운은 항상 뜨고 있어라. -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급박하게 움직여라. -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예를 들면 경쟁 업체에서 정리 해고를 고려하고 있다면? 그때야말로 그 회사의 최고 인재들을 빼내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 공급 업체의 진실성에 책임을 져라. - 돈 관계를 명확히 하라! 첩보 세계는 현금 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6. 스파이건 액스맨이건 탄로 나면 끝이다. 반대로 뭐 한건 해놓고 생색내거나 가로채지 말자.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우선 당신이 잘 알고 있고, 하늘이 알고, 동료 선후배 또는 경쟁 업체까지 다 안다. 모두 안다는 것을 당신만 모르고 있다. 그리고 스파이는 끝까지 잘 해야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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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기회의 대이동 -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최윤식.김건주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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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2

 

2030 기회의 대이동최윤식. 김건주 / 김영사

 

1.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책이 여러 권이다. 그 중 에릭 호퍼를 생각한다. ‘거리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미국의 사회철학자인 에릭 호퍼. 1902년 독일에서 태어난 호퍼는 어렸을 때 시력을 완전히 잃어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15세 무렵 기적이 찾아왔다. 다시 시력이 살아난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은 못 받았지만 많은 책을 읽었고, 책을 쓰기까지 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급변의 시대에 미래를 이어갈 사람은 계속 배우는 학습자다. 배움을 끝낸 사람에게는 과거의 세계에서 살아갈 기술밖에 남아 있지 않다.” - 인간의 조건중에서

 

2. ‘변화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그 빠름에 놀라고 범위에 놀란다. 초초스피드, 광광대역이다. 그러나 대부분 바라보는 사람들, 그 변화의 흐름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느긋하다. 속도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니 긴박감도 없다. 그냥 살아간다.

 

3. 그래서 저자들이 나섰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가 이 책의 존재 이유들이다.

 

4. 그렇다고 이 책에서 굉장한 답을 바라는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 변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변화를 바라보는 제대로 된 시선을 갖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 책은 크게 세 묶음으로 구성된다. 1땅의 이동은 지구촌 단위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거대한 힘의 이야기다. 모든 나라, 지역에 공통된 사항이지만 한반도, 한국사회 역시 지구촌의 거대한 변화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땅의 이동을 읽어내는 눈, 시야가 필요하다.

 

6. 2과녁의 이동은 거대한 땅의 이동 위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러 요소에 관한 이야기다. 가까운 미래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끼칠 변화의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모습이 어떠한지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3의 이동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준비에 관한 이야기다.

 

7. “기회는 사라지거나 축소되지 않는다. 단지 이동할 뿐이다.” 내게 행운이 코앞에 왔다가 사라졌다. 아주 없어졌는가? 아니다. 다른 곳(사람)으로 갔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긴가민가 했을까. 의심을 했을까? 내게 온 행운에 대해 말이다.

기회 역시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8. “모든 지식이 변화의 방향과 속도 등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는 기존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판단을 흐리게 한다. 지금까지 부를 창출했던 지식이었는데 돌연 부를 잃게 하는 지식으로 변한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부의 이동을 추적하고 선점하려면 지식에 냉정해져야 한다. 새롭게 부를 창출하는 지식과 부를 잃게 하는 지식을 구분해야 한다.”

 

9. 내가 변화에 대해서 궁금해 하건 무심하건 간에 변화는 앞질러간다. 그 변화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미래가 보일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는 한 라인에 있다. 단지 속도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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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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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1

 

헤르만 헤세의 사랑베르벨 레츠 / 자음과모음

 

1. 중학생 땐가, 고등학생 땐가 읽었던 문학잡지의 글 한 꼭지가 생각난다. 어느 신입 문화부 여기자가 한 여류작가를 인터뷰하려고 작가의 집을 방문했다. 작가의 집 문을 두드리는 기자의 마음은 설레다 못해 진정이 안 될 정도였다. 아직 문학소녀의 기질이 파릇파릇한 여기자에게 그 여류작가는 롤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무심코 여류작가의 발을 보는 순간 기분이 묘해졌다. 여류작가의 스타킹에 제법 큰 구멍이 나있고 뜯어진 부분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 여기자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구멍 난 스타킹의 충격이 컸다. 스타킹이야 구멍도 날 수 있고, 뜯어질 수도 있는데 마치 그 여류작가를 향한 로망이 노망이라도 난 듯 그렇게 마음이 심란한 상태로 변했다. (구멍 난 스타킹은 확실하고, 나머지는 다시 그림)

 

2.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라는 책을 읽다보면 구멍 정도가 아니라 싱크홀을 본 듯 아득해질 수도 있다. 헤세를 향했던 애틋한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면’. 이 책의 관건이다.

 

3. 시인 헤세와 함께한 여인들의 이야기다. 제도와 사람에게 구속받기를 퍽이나 싫어했던 헤세가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의 여인에게 그의 삶의 일부를 맡겼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어차피 사람은 모순 덩어리긴 하지만 말이다. 헤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명확한 여성상을 그려놓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 여성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여성을 만나야했을까?

 

4. 세 여인의 간략한 면모는 이러하다. 바젤의 학자 집안 출신인 사진작가 마리아 베르누이, 젊은 성악가 루트 벵거, 미술사학자 니논 돌빈. 나는 이 책을 통해 헤세의 작품 하나하나가 어느 여인과 함께 할 때였나에 주목하련다. 작품은 영감이고, 그 영감은 여인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 “나의 사상이나 예술관 때문에 내 인생에서, 혹은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어려움에 봉착한다. 나는 사랑을 부여잡을 수도, 인간을 사랑할 수도, 삶 자체를 사랑할 수도 없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쨌든 상당이 이기적인 발언이다. 줄줄 모르는 사람이니 그저 받고 싶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6. 첫 번째 신부인 마리아는 36, 헤세는 27살이었다. 헤세는 편지에서 마리아를 거친 야생마같은 여인이라고 표현했다. 결혼 전 두 사람이 교제 중일 때 페터 카멘진트가 태어났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페터 카멘진트를 읽고 헤세에 대해 아주 나쁜 인상을 갖게 되었다고 염려하는 마리아의 편지글도 보인다. 수레바퀴 아래서도 이 무렵에 태어났다.

 

7. 페터 카멘진트는 헤세를 일약 유명작가로 만들었다. 팬레터도 상당했다. 그 중 열다섯 살짜리 여고생이 보낸 편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니논 아우슬렌더 였고, 16년 후 헤세는 그녀를 만나고, 그 후 5년이 지나 그녀와 결혼을 한다.

 

8. 이 당시 헤세의 정서상태는 불안정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심리치료, 정신분석을 받은 기록도 있다. 게르트루트』 『크놀프』 『길가에서』 『데미안』 『싯다르타가 출간되다. 헤세는 마리아와 이혼 후 루트와 결흔을 한다. 그리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다. 요양객 : 바덴에서의 요양에 관한 기록』 『황야의 이리가 출간되다.

 

9. 그리고 니논과 결혼하다. 위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 순례』 『정원에서의 시간』 『신시집』 『유리알 유희』 『꿈의 발자국등이 출간되다.

 

10. 오직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할 뿐이다. 독자는 작가의 사생활에까지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자제할 일이다. 물론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면은 예외로 하자. 이 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아낀다. 헤세를 더욱 이해해주고 싶다. 그리고 읽었던 작품, 읽어야 할 헤세의 작품들을 대하며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 너는 그때 태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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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판미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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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이야기 2014-184

 

인문학에 묻다행복은 어디에』 백성호 쓰고 권혁재 찍다 판미동

 

1. 세상에 많이 돌아다니는 단어 중에 행복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얼굴이 몇이나 될까나에겐 행복이 그대에겐 불행이요그 반대인 경우도 있으니 이를 어찌 설명해야하나?

 

2. 행복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17개의 목소리울림을 모았다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굳힌 17인의 면모는 익숙한 사람도 낯선 사람도 있지만 각기 그 학문과 심성의 깊이는 측량할 길이 없다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힘과 혼이 담겨 있다.

 

3. 행복을 만나기 전에 만나봐야 할 존재가 있다행복의 반대편엔 불행이라는 이름 대신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그런데 그 상처란 존재는 내가 뭘?’ 하는 뻔뻔스런 표정이다그 이유는 그 상처를 만든 이의 심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그 상처는 마음의 병으로 자리 잡는다.

 

4.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상처에 대해 이런 조언을 해준다. “(단순한)위로는 따뜻한 속임수일 수도 있는 거죠유교는 무엇을 하라고 얘기하지, ‘너 힘들지?’하고 위로하진 않습니다중용이나 대학에 이런 말들이 나와요. ‘화살이 과녁을 빗나가면 과녁을 탓할 게 아니라 자기를 탓해야 한다.’ 바깥에 대고 징징대지 말라는 얘기죠문제의 근원이 자기였으니 이 때 무엇을 하라라는 말은 자기를 혁신하라는 말과 동의어가 됩니다어차피 시련이나 상처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들이죠원망만 하고 있으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안 돼요.”

 

5. 시인 도종환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했다시인 랭보는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했다. ‘오히려 상처를 모른다는 사람이 무섭다.’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말이다. ‘나는 여태껏 상처받은 적이 없어라고 한다면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한다그 이유는 그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는 이야기다이나미는 이렇게 마무리 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세상에 나오면 당연히 행복한 존재가 돼야 할까요헛소리죠사르트르식으로 얘기하면 인간은 그냥 세상에 던져진 존재고불교식으로는 연기(緣起)에 의해 이 땅에 온 인연일 뿐이에요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낮이 있으면 밤도 있어요불행 없이 행복이 성립 할 수 없습니다그러니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아요오히려 자기 안의 행복과 불행을 잘 볼 수 있느냐를 물어봐야 하는 것이죠.” 말이 쉽다실제론 어렵다내가 남을 보는 것은 참 세밀히 보는데나를 보는 것은 거의 눈을 감는다다 아는 척한다그러나 남이 나를 바라보는 것의 반쪽이라도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6. 이제 보니 나는 매일 저녁 을람(乙覽)을 했다을람은 제왕의 독서시간이다9시에서 11시까지다이 시간을 제일 충실하게 지킨 왕은 정조이다그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정국을 파행으로 몰고 가지 않으면서도 노론(사도세자를 죽인 그 노론집단)을 이기려면 그들보다 높은 가치와 탄탄한 논리를 갖춰야 했다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당시에는 왕이라고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었다제대로 된 왕은 제대로 업무를 보기 위해서 빠듯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오후 9시나 돼야 겨우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한다나의 독서시간은 왕보다 길다9시부터 12시까지다.

 

7. 이덕일(역사학자)을 통해 정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정조는 치열했다고 한다. “그는 분초를 쪼개어 책을 읽었다단지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었다세상을 다스리는 군주이니세상에 대한 이치를 터득해야 했기 때문이다이치를 궤고 있어야 세상을 굴릴 수 있다.” 정치가가 될 것도 아니고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든 상관없다는 생각은 버리자책을 멀리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정치가들이 득실거리다 보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이덕일은 행복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들려준다. “역사학자로서 제가 보는 행복이란 올바른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추구하는 겁니다좌파다우파다 하는 게 아니에요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를 위해 올바른 길인 거죠그리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비판적 견지를 유지하며 불평지명(不平之鳴)’을 하는 겁니다돈과 권력이 아니라 그런 가치를 추구할 때 인간은 행복합니다.”

 

8. 이덕일은 다른 글에서 불평지명(不平之鳴)’을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이 평()의 세상이 돼야 하는데 아닌 거다그래서 울음을 우는 거다그게 불평지명이다개인을 위해서 우는 작은 울음이 아니고천하를 위해서 우는 큰 울음이다그게 역사학이고 인문학이다.”

 

9. 느닷없이 내 손을 쳐다본다만약에 우리 손가락이 모두 같은 길이같은 굵기였다면 쓰기가 편했을까내 생각은 아니다젓가락 두 짝은 길이가 같으면 편하지만 손가락은 아니다물론 처음부터 그리 생겼으면 적응하고 지냈겠지만어쨌든 효율적인 디자인은 아니다각기 다른 전문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과 지혜의 향기가 다르지만행복과 상처라는 화두에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주고 있다.

 

10. 인문학에 묻다행복은 어디에』 인문학에서 보물찾기 하듯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 말자무엇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상처와 불행과 고통을 바라보는 위치를 바꿀 일이다상대방을 바꾸려고 열을 내는 그 에너지를 내 안으로 돌려서 나를 바꾸는 동력으로 쓸 일이다그 자원은 인문학에 있다.

 

11. 책 말미엔 이 책에 등장한 17명의 게스트들이 뽑은 내 인생을 바꾼 책을 각기 3권씩 추천해주고 있다귀한 북 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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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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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이야기 2014-183

 

건너편 섬』 이경자 자음과모음

 

1. “저 돌아왔어요.” “저요김금자요돌아왔습니다아.”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그 여자는 수많은 소리를 들었다그 여자가 하나하나 장만한 가구들말린 꽃송이로 만든 액자주방의 그릇들옷과 화분들모두 인사를 받았다.

 

2. 여인은 혼자 산다낮 동안 비워놨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소리친다그 적막감이 두려움으로 바뀔까봐 그럴 것이다한 10년 전 쯤혼자 지방에 내려가서 한 2년 정도 있었던 적이 있다완벽한 혼자는 아니었다함께 근무하는 직원과 같은 숙소에 머물 때였다그래도 가끔 혼자 숙소로 들어갈 때는 그 적막감이 선뜻 적응이 안 되긴 했다번잡스러움은 더욱 싫지만 내 발자국소리숨소리 까지도 내 귀에 예민하게 들리면 내 마음까지도 덩달아 예민해지곤 했다그렇다고 누구처럼 보온밥통에서 흘러나오는 녹음된 소리에 답을 하고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그 적막감이 떠올랐다.

 

3. 이경자 소설가의 글은 처음 읽는다. 1973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하니 오래되었다소설집도 꽤 많이 출간했다이 소설집엔 앞서 인용한 여인의 이야기이자 표제소설 건너편 섬외에 7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4. 모든 소설에 일관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지독한 외로움이다그러나 그 외로움이 궁색해보이진 않는다오히려 당당하다지독히 아프긴 해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물론 그 중엔 감당 못할 무게를 덜어버리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긴 하다.

 

5. 콩쥐 마리아」 에서 마리아는 한인 미주 이민 백 주년 되는 해에 주목할 만한 인물로 소개된다.마리아를 통해 한국인이 백열아홉 명이나 미국으로 이민을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마리아는 그 백열아홉 명이 자신의 몸을 밟고 지난 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그만큼 그녀의 삶은 힘들었다가고 싶어 간 미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그리고 마리아를 통해 미국 땅에서 자리를 잡은 그녀의 오빠들은 마리아의 희생이 알려지면 자신들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철저히 그녀를 거부한다오히려 상처를 줄 뿐이다그 상처를 가만히 감싸 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평온해 보인다.

 

6. “명희의 혼란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보호와 억압이 제도화된 역사 이래 생기게 된 정신질환 중의 하나일지 몰랐다.” 남북 분단의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오늘 아침 뉴스만 하더라도 김정은은 그 애비 김정일을 더욱 우상화시킴으로 자신의 자리를 더욱 굳히고 싶어 한다북 아나운서 입에서 깨부순다는 표현이 거침없이 나온다기분이 과히 안 좋다언니를 놓치다는 이 땅의 유일한 혈육인 자매가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만난 스토리를 담고 있다얼마나 섬세한 묘사를 했는지 글을 읽다 저절로 숨이 죽어진다나는 잘 모르겠다그분들(남북이산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정말 모르겠다조심스런 말이지만 남북이산가족 상봉 후 또 다른 무거움이 자리 잡지나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일어선다.

 

7. 남북 분단 후 남겨진 쓰라림은 박제된 슬픔에서 이어진다사상(思想)이 사람을 살려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혼자만 고초를 겪는 것이 아니라 가족친지들까지도 함께 휩쓸려간다이름 하여 연좌제(連坐制)봉건사회의 왕조국가에서 시행하던 법이 여전히 기세를 부리고 있다.

 

8. 이 땅에서 소설가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가고독의 해자(垓字)는 한 여류 소설가와 그 주변(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물론 모두 이러하진 않을 것이다이혼 후 딸 둘을 성장시킨 소설가 엄마는 딸들에겐 쇠붙이 같았다차갑다 못해 무서웠다이혼하기 전 남편의 마음속에 비쳐진 아내의 모습은 그녀에게 애인이 생긴 줄 알았다한 지붕 밑 한 이불을 덮고 살지만 더욱 더 낯선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아내. “아내에겐 애인보다 더 질긴다른 사람들그러니까 소설 속의 인물들이 있었다그건 보이지 않아서 그가 질투할 수도 없었다그 여자는 한 번도 아내인 적이 없었다아이를 낳아서도젖을 먹일 때도 아마 아내는 젖을 빠는 아이의 무언가를 관찰했을 것이다.”

 

9. 살아가며 고독그리움이란 단어를 마음에 안고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짐짓 태연하게 아닌 척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그러나 어쩌랴 그 단어들도 내 삶의 일부인 것을 어찌하랴그저 주저 않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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