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3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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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입혀진 과학

 

1. 가습기 살균제 사건 그 후. 도시주거의 대표적 모델인 아파트는 강제로 환기를 시키지 않는 이상 건조하기 십상이다. 특히 겨울철엔 지속적인 난방이 더욱 그 건조함을 증가시킨다. 요즈음 주변에서 가습기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보게 된다. 다름 아닌 몇 해 전 급성 호흡기 질환 사망자가 수십 명에 이르면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내에 넣어두었던 ‘가습기 살균제’가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피부에 바르거나 먹어도 안전하다고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성분 DDAC(다이데실 다아메탈 암모늄 클로라이드)는 어찌해서 호흡기에 그런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는가? 〈미국호흡기중환자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가습기살균제의 생화학 및 세포 수준에서의 독성 메커니즘을 추적한 결과를 알려주고 있다. 이들 화합물이 폐의 상피세포 점막층에 있는 중요한 항산화제인 글루타티온 같은 티올에 달라붙어 손상을 입힌다는 것이다. 실제 사망자의 폐조직을 검사해보면 상피세포층이 벗겨져 있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 금지령을 내린 후 환자는 ‘0’명으로 기록되었다고 하니 다행스럽긴 하나 가습기마저도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버렸으니 안타깝다.

 

 

 

 

2. 다짜고짜 책에 실린 한 꼭지를 토대로 글을 만들어보았다. 잘 만들어진 책을 보면 우선 저자에게 고맙고 편집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타이틀을 ‘과학’으로 잡았지만 동서남북 두루두루 돌아보는 시간을 주고 있다. 건강/의학. 영양, 생명, 신경과학. 문학/영화. 물리학/인물. 인물이야기 등 다양하다.

 

3. 저자 강석기는 화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LG생활연구소 연구원, 〈동아사이언스〉과학전문 기자로 근무했다고 소개된다. 현재 과학전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2년 출간한 에세이집 『과학 한잔 하실래요?』에 이어 2013년 『사이언스 소믈리에』가 기대 이상으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자 이번에 출간된 3편이다. 주로 동아사이언스의 인터넷 과학 신문 〈과학동아 데일리〉에 매주 연재하고 있는 ‘강석기의 과학카페’ 글들을 다듬었다고 한다.

 

4. 저자는 1년 동안 쓴 에세이들을 책으로 정리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런 글들을 썼을까?’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서? 지적 호기심(아니면 허영심)을 충족하기 위해? 물론 이런 측면도 없진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저자는 과학이 여전히 다이내믹한 분야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는 이야길 덧붙인다.

 

 

      
 

5. “물론 과학이 무척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천재가 아니라면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과학도 사실은 곳곳에 허술한 면이 여전히 많은 건축물 일뿐이다. 당신도 용기를 내 뛰어든다면(물론 끈기 있게 노력해야겠지만) 여기에 벽돌 한두 개는 쌓을 수 있다는 말이다.”

 

6. 화이트 푸드를 아시나요? 오늘 아침에도 컬러 푸드에 대한 TV프로그램을 봤다. 형형색색의 과일, 채소를 놓고 이건 어디에 좋고, 저건 어디에 좋고 하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컬러 푸드 그늘에 가려진 화이트 푸드 이야기를 들어본다. “식재료의 풍부한 색이 식탁에서 미적 즐거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건강식품임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건강 유지에 필수 성분인 비타민 대다수는 색이 없다. 컬러 푸드에 비타민이 들어 있을 수 있지만, 색 자체가 그 존재를 보증하는 건 아니다.” - 스티븐 바네스.

저자는 미 영양학회 학술지 〈영양진보 Advances in Nutrition〉에 실린 논문을 소개한다. ‘백색 채소: 잊고 있던 영양원’ 여기서 백색채소, 즉 화이트 푸드는 감자, 콜리플라워(꽃양배추), 순무, 양파, 옥수수 같이 색이 옅은 채소를 말한다. 색이 선명해야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믿게 만드는 분위기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된다.

 

 

 

 

7. “최근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팀이 숨만 내쉬면 당뇨병이나 폐암 같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장치를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화제다. 이 ‘날숨 진단센서’는 백금 나노입자가 코팅돼있는 다공성 산화금속

(Sn0₂) 소재로, 공기 중에 존재하는 아세톤이 달라붙으면 전기저항 값이 바뀌면서 그 존재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때 농도에 비례해 저항 값도 커지므로 상대적인 농도까지도 알 수 있다.” 아세톤은 매니큐어를 지우는 리무버 맞다. 우리 몸이 아세톤을 만드는 생체공장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우리가 호흡하는 날숨(내쉬는 숨)에 아세톤의 함량이 높을수록 당뇨병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8. 이 책에서 앨리스 먼로를 만나게 될 줄이야.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의 소설가 앨리스 먼로가 화제가 된 것은 단편소설가로는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먼로가 소개되는 사연은 학술지 〈사이언스〉덕분이다. 소설을 읽으면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논문의 제목은 ‘문학소설을 읽으면 마음의 이론이 향상된다.’라고 되어 있다. 바로 이 연구에 먼로의 단편 ‘코리’가 텍스트 가운데 하나로 쓰였다고 한다. ‘디어 라이프’(문학동네)에 실린 14편중 7번째 단편이다. 끝부분에 이런 문장이 눈에 띈다. “어디에나 구멍이 있다. 특히 그녀의 가슴에..” 평소 독서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겹쳐져서 기분이 좋다. ‘책을 통해 나를 안다. 나를 알면 당신을 이해한다. 당신을 통해 세상을 본다.’

 

 

 

 

9. 과학 에세이집이라고 해서 가볍고 만만히 읽을 내용들은 아니다. 특히 인문학적 사고에 익숙해있는 뇌는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과학용어가 외계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과학과 떨어져서 살아 갈 수가 없다. 과학에 스토리가 입혀진 이러한 책들이 과학과 조금이라도 친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점에 콜이다. 적절히 자리 잡고 있는 사진들과 설명에도 높은 점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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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다 - 궁극적 암 치료는 항암보다 영양요법!
필립 빈젤 지음, 김정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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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앎으로 치료가 시작된다

 

1. 암이라는 불청객은 환자가 암이라는 사실을 ‘앎’으로써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여전히 암이라는 진단을 환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은지, 감춰야 할지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정확한 병명을 알려줌으로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치료에 동참하게 하는 일은 바람직하나 꼭 좋은 결과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서점에는 ‘암’과 관련된 책이 차고 넘친다. 대부분은 현재 각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암치료법과 다른 시각으로 암을 해석하고 치료의 방향까지도 설정해주고 있다. 비교적 유익하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미처 검증 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환자와 가족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기에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된다. 자칫하면 암환자를 두 번 죽이는 결과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3. 이 책의 저자 필립 빈젤은 1955년 가정의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40여 년간 암환자들을 치료해왔다고 소개된다. 보수적이고 고식적인 치료 방법에서 벗어나 1974년부터 영양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궁극적 암 치료는 ‘항암보다 영양요법’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비타민 B17로 말기암을 치료한 의사의 절규와 투쟁의 기록이다. 그 밑에 쓰여 있는 문장이 더 리얼하다. ‘의사들은 왜 레지스탕스처럼 숨어서 말기 암환자를 치료해야 했는가?’. 그리고 책제목은 암 환자는 물론이고 아픈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된다. 원제는 “Alive and Well"인데 번역제목이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4. 책을 열면 저자가 한 재판에 참여하는 사연으로 시작된다. FDA(미 식품의약국)가 암 치료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레이어트릴(비타민 B17의 다른 명칭)이 미국에 반입되는 것을 방해하려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레이어트릴을 적극적으로 암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던 저자가 법정 진술의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법정은 개콘의 한 꼭지였다. FDA에서 선정한 변호사는 레이어트릴이 유해하다고 소송을 걸었는데, 그 유해함의 대상이 문제다. 환자가 아닌 정부에 유해하다고 한다. 그러자 기가 막힌 판사가 변호사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레이어틀이 정부에 유해하단 거요?’ ‘정부가 통제력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재판장님!’. 이 말에 화가 난 판사는 판사 봉을 세게 내려쳤다. “이 소송을 기각합니다!”.

 

 

5. 현재까지 밝혀진 ‘암’의 정체는 복합변수를 지닌 질병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만성대사성 질환(당뇨병, 괴혈병, 악성 빈혈등)은 단일 결핍변수에서 비롯된 질환이다. 반면 암 환자에겐 대체적으로 다양한 결핍이 존재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메커니즘에서 영양의 균형 곧 생체의 균혐감을 회복시켜 주는 일이 진정한 치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영양소를 전체적으로 고르게 섭취하려면 음식, 비타민, 무기질, 효소와 레이어트릴로 이뤄진 영양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

 

6. 저자가 이러한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한지 3년이 되었을 때 그동안 영양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기록을 살펴본 결과 암 환자들 중에 전이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사실 암 치료과정에선 ‘전이’가 가장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7. ‘증상이 아닌 원인을 고쳐라’. 대부분의 의사들이 ‘종양’과 ‘전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1) 의료계는 자신들이 잘못 된 방향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계속 종양만을 치료한다면 지금처럼 나쁜 결과만 반복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 의료계는 암 환자의 삶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영양요법이 현존하는 어떤 치료법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쉽게 말해 영양요법을 실행하는 환자들은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8. 이러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영양요법이 훌륭한 치료법이라면 왜 모든 의사들이 그 방법을 안 쓰는가?” 미묘한 문제가 얽히고 설켜있다. 의료계만큼 보수적인 동네도 없다. 아무리 첨단의학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할지라도 마인드 자체가 변하기는 쉽지 않다. 영양요법으로 암 환자를 치료한다? 그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지배적일 것이다. 좀 더 솔직하게 ‘돈이 안 된다’가 답이다. 그리고 정치적인 의료인들과 거대 제약회사들의 특별한 친밀감이 불편한 진실로 따라붙는다.

 

9. 저자가 암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영양요법’은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실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보다 의료인들이 더욱 참고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암이 점령한 곳을 자르고 들어내는 것만이 상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삶의 질은 무시당한 채 벽과 천정만 바라보고 주렁주렁 매달린 링거에 의지하는 삶보다는 ‘몸과 마음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사는 삶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자 역할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게 된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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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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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상으로 살펴본 ‘예수’ 그 이름

 

1. 1세기 팔레스타인, 로마 제국의 통치하에 많은 수난을 당하며 여러 차례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예루살렘이 함락되며 멸망에 이르는 역사적 배경속의 예수를 만난다.

 

2. 저자 레자 아슬란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자 종교학자로 소개된다. 1972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1979년 이란 혁명 때 미국으로 갔다. 10대 시절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다시 가족의 종교인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력이 있다.

 

3. 이 책 『젤롯』은 저자가 20년 동안 신약성서와 초기 기독교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예수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본 결과물이다. 책은 3부로 구성된다. ‘또 다른 종류의 희생제의’, ‘주님의 집을 생각하는 열정’, ‘육신을 입은 하나님’, ‘참 하나님’ 그리고 ‘참 하나님에게서 온 하나님’으로 마무리 된다.

 

4. 저자는 신앙의 관점에서 성서를 읽던 중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하나? 그러던 중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성서를 깊이 연구하게 된다. 진실을 파헤치는 학자의 마인드로 성서읽기가 시작된다. 역사적 예수의 삶과 예수가 살았던 격동하는 세계, 또 그가 저항한 로마 제국의 잔혹한 압제에 대해 공부할수록 그동안 소원했던 예수에게 더 끌리게 된다. “유대인 시골 청년으로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의 통치에 정면으로 맞선 혁명가 예수가 교회에서 배운 역사와 단절된 비현실적인 존재로서의 예수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5. 예수가 태어나던 시기는 예언자들이 부침(浮沈)하던 때였다. 예언자들은 대부분 로마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민심을 동요하고 지엄한 권력에 도전한다는 죄명이었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어수선한 시점에 예수의 등장은 또 하나의 희생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리라. 저자는 이런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복음서 기자들이 ‘혁명가 예수’의 모습은 감추고 ‘구원자 예수’만 부각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감한다.

 

 

 

6. 저자는 이 책에서 실존 인물로서의 예수, 즉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 예수의 모습을 되도록 많이 찾아내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바로 정치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로서의 예수의 모습이다. 아울러 그의 추종자들이 예수의 활동과 정체뿐 아니라 유대교 메시아의 본성과 정의를 어떻게 재해석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7. 1세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메시아의 이미지는 어땠을까? 왕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겠고 제사장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메시아가 나타나서 제발 그 삶의 질곡(桎梏)에서 벗겨주길 간절히 소망했을 것이다. 또 하나 확고부동한 것은 유대인들 사이에서 메시아의 존재는 다윗왕의 후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외세의 지배라는 멍에에서 유대인들을 해방시키며 예루살렘을 하나님의 통치하에 두기 위해 온다. 따라서 예수를 메시아로 부르는 것은 현존하는 권력과의 갈등, 혁명, 전쟁의 길로 냉혹하게 내모는 것이다. 이 길은 예수 이전에 실패한 예언자들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8. “나는 내 마음대로 여기 온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시오. 당신들은 그분을 잘 모르지만, 나는 그분을 잘 알고 있소. 나는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은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오.” (요한복음 7:28~29)

 

 

9. 그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선 자기 나름대로 ‘열심’인 유대인들이 많았다고 한다.(그 때 그 시절에만 국한시킬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지금은 안 그런가?) 그 중에는 자신들의 ‘열심’이라는 이상을 수호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극단적인 폭력의 힘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로마인과 이방인뿐 아니라 로마에 빌붙어 아첨하는 동료 유대인들에게도 응징을 내렸다. 사람들은 이들을 ‘열심’을 의미하는 ‘젤롯(Zealots)’이라고 불렀다.(이 책의 제목인 ‘젤롯’이 처음 등장하는 대목이다)

 

10. 저자는 문헌학적 고찰을 통해 예수가 태어나기 전후의 로마 정세는 물론 경제, 문화, 종교적 배경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다. “유다 항쟁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예루살렘이 붕괴된 이후 초대교회는 끔찍한 전쟁의 원인이 된 젤롯의 민족주의에서 예수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다.”

 

11. 아울러 젤롯의 최종적 의미는 절대 굴복을 모르는 의지, 하나님의 나라가 기어코 오리라는 열정적인 신념으로 정리된다. “예수의 진면목이 궁금한 이들, 그러나 예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나 예수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역자 민경식 교수의 추천글에 공감 되어 그대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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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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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에게 ‘불안’의 개념은 의학과 철학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두려움이란 특이한 상황이 아니다. 크던 작던 우린 모두 두려움 앞에 직면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이고 정상적인 방어기전인 ‘합리적 두려움’이 있는가 하면, 거의 공포에 가까운 ‘비합리적 두려움’이 있다.

 

2. 이 책은 바로 비합리적 두려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다. 책제목은 ‘그대 앞에만 서면 난 왜 작아지는가.’를 연상하게 된다. “사람을 떠나지 말고 불안을 떠나보내라.” 저자인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말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라고 소개된다. 그동안 열여덟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음악, 미술 치료,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신 건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출간해왔다. 학술적인 면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실용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그의 저서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3.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생각’이다.” 공저자인 파트릭 레제롱의 말이다. 역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다. 크리스토프 앙드레와 직장(병원)동료이다. 인지행동 심리치료사이다. 직장 스트레스 전문의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4. 책은 4부로 편성된다. ‘누군가의 시선이 불편한 순간’, ‘불안의 네 가지 얼굴’,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는 법’등이다.

 

 

 

 

 

5. “의사와 심리학자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두고 ‘사회 불안’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때로 질환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거나 고통스러운 형태를 띠기도 한다. ‘사회 공포증’이 그런 경우다. 사회 공포증 환자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공포를 느낀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먹고 있을 때 남이 쳐다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차라리 먹지 않는 쪽을 택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회피성 인격 장애’라고 부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회피하거나 몸을 도사리고 접촉을 피한다.”

 

6. 이에 비하면 다른 형태의 사회 불안은 일상적이고 단순한 불편함에 속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대 공포증과 수줍음이 그런 경우다. 그렇다면 병적인 것과 정상적인 경계는 무엇일까? 그 표시는 극히 미미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가 그 경계에 걸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7. 불안감이 몸을 통해 표현되는 과정 중 ‘안면 홍조증’과 ‘적면공포증’이 있다. 안면 홍조증은 매우 쉽게 빨개지는 것을 뜻하고, 적면 공포증은 빨개지는 것에 대한 강박적인 불안을 말한다. 적면 공포증은 안면 공포증이 실질적인 공포의 대상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모든 사람이 적면 공포증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적면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얼굴이 빨개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욱 안면 홍조증을 악화 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무심히 넘기겠지만, 적면 공포증이 치료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이런 말이 덧붙여진다. “우리는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적면 공포증을 치유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빨개지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빨개진 것 때문에 더 이상 안정을 완전히 잃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고 설명한다.”

 

 

 

 

8. 그렇다면 사회 불안의 주요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각각의 경계는 어떻게 정해질까? 그리고 사회 불안은 일상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보편적인 불안인 무대공포증, 뒤로 물러서는 존재 방식인 수줍음, 도피의 신인 회피성 인격 장애, 차가운 가면 뒤에 가려진 두려움인 사회 공포증 등에 많은 사례와 견해를 밝히고 있다.

 

9. 사회 불안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날카로운 자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문제를 너무 의식하고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10. 타인을 마주할 때 느끼는 불편함은 낮은 자존감과 지나치게 높은 자의식의 합작이다. 이 책이 밑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불안, 두려움 나아가선 공포에 대한 이해와 치료의 방향을 위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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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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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60년 6월 15일에서 7월 15일까지 한 달간이다. 도쿄지방법원 형사 제30호 법정. 무라타 가즈히코라는 은퇴한 신극배우가 피고로 등장한다.

 

2. 피고 무라타 가즈히코는 두 건의 살인과 시체 유기라는 죄명을 쓰고 있다. 이 법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도요 신문 법정 기자로 법원에 출입하는 요네다 도모이치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3. 재판은 종종 연극에 비유하기도 한다. 각기 맡은 배역을 얼마나 멋지게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대부분이 비극이지만, 이따금 희극도 되고 외설극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강간 사건 재판이 열리면 건조하고 딱딱한 법률 용어의 표현이 어떤 면에서는 도색잡지보다 난잡하고 묘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4. 피고를 가운데 두고 노련하고 치밀한 중견 검사와 침착하면서도 지혜로운 젊은 변호사의 한 판 대결이다. 피고는 두 건의 살인과 사체 유기에 대한 죄가 목에 걸려 있다. 그러나 피고는 첫 번째 살인사건 후 시체 유기에 대한 부분만 인정할 뿐이다.

 

 

 

 

5. 출신성분. 법정 심리와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고의 출신 성분이 드러나고 이슈화된다. 그는 이른바 신평민 출신이었다. 신평민(新平民). 이는 일본이 구 호적법을 제정하면서 화족, 무사, 평민과 함께 호적에 등재된 하나의 호칭이라고 한다. 신(新)이라는 글자 하나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비록 법적으론 평등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네들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과 불이익은 이루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골이 형성되어 있다. 실제로 피고가 군에서 5년 동안 복무 중 그의 출신 성분 때문에 진급을 못하고 온갖 고초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6. 작가는 변호사의 입을 통해 민족 간, 인종간의 차별의식을 고발한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야기와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평소 학대받았던 조선인이 지진이 난 기회를 이용해 폭동을 일으킨다,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아무 죄도 없는 재일 조선인2천600명~6천600명이 학살당했다.

 

7. 책의 제목으로 쓰인 《파계》는 시마자키 도손이라는 일본의 대문호의 역작에서 따왔다. 차별의식이 주제이다. 도손은 그의 작품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설령 어떤 꼴을 당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코 출신을 밝혀서는 안 된다. 한때의 비분에 이 금제를 잊는다면, 그때가 바로 사회에서 버림받는 순간이라 생각해라.’

 

8. 피고 무라타 가즈히코는 한 여인을 사랑했다. 야스코라는 유부녀였다. 한 때 신극에서 같이 활동을 했던 여인이다. 그녀는 무라타 가즈히코에겐 거의 여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의 출신 성분을 안 그의 아내조차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유산시키고 친정으로 가버린 가슴 아픈 기억이 남아 있을 때 야스코라는 여인은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야스코라는 여인을 위해선 목숨까지도 버릴 각오를 할 정도다. 그러나 야스코라는 여인은. 이미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가 야스코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어쨌든 그녀는 남편이 상해당한 후 철로에 던져졌고, 같은 장소에서 역시 살해 된 채로 발견되었다. 그 죄에 대한 모든 혐의는 무라카 가즈히코에게 돌려져있다.

 

9. 소설의 중반까지는 피고의 죄가 벗겨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화자이자 관찰자인 기자의 눈에는 무언가 기대를 걸었던 변호사의 파워가 좀체 상승되질 않다보니 답답하다.

 

10. 소설의 3분의 2정도 지났을 때쯤 급격한 반전이 찾아온다. 나른하던 참에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책을 읽던 자세가 달라질 정도다. 국내에도 법정 소설을 쓰는 법조인이 있다. 간혹 비법조인이 쓰는 소설도 있지만, 아무래도 박진감, 치밀함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의학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용어하나만 잘 못 써도 현장감이 여지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법조계와 전혀 관계없는 일본의 한 작가가 오직 그가 공부한 자료로만 토대로 썼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다소 따분한 기분도 드는 전반전을 잘 넘기면 후반전에서 ‘읽을 만한 스토리’로 남겨지는 소설이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작가는 특별 변호사로 선임되어 실제 법정에 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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