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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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공(成功)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다. 단지 개인마다 그 목적이 다른 뿐이다. 그러나 우리 내면에 담겨 있는 성공의 이미지는 대동소이하다. 재물, 명예, 권력 등이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2. “이렇게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냐.” 책을 열면 저자의 삶에 터닝 포인트가 된 한 사건이 그려진다. 2007년의 어느 날, 그녀는 피를 흥건히 흘린 채 홈 오피스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부러졌다.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실신한 것이다.

 

3.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버닝 아웃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규정 속도보다 훨씬 넘어 달리는 주행에선 오히려 속도감을 못 느낀다. 그 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4. 저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일단 대단한 사람이다. 저자의 이름을 딴 〈허핑턴포스트〉미디어 그룹의 회장 겸 편집인이고 컬럼니스트다. 〈허핑턴포스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블로그 뉴스다. 2005년에 창간해서 전통미디어인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등에 비해 방문자를 웃돈다고 한다. 2012년에는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타임〉은 2006년과 2011년 저자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포브스〉는 2013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5. 독자에 따라서는 저자가 새롭게 정의하는(사실 그리 새롭다고는 볼 수 없고 단지 잊고 살아가는 것뿐인) ‘성공’을 그리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 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저자가 성공의 맛을 봤기 때문이다. 아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맛 저 맛 다 보고 나니 거친 음식이 그리운가보다 했다. 그러나 반대로 통속적인 성공의 문턱에도 못 가본 사람이 성공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면 ‘ 저 포도는 실거야’한다고 역시 거부반응이 올 것임에 틀림없다.

 

6. 경로를 이탈한 ‘성공 로드’를 재검색 재설정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를 잃고 물질만 잔뜩 남겨 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보기도 전에 나는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개처럼 싸우게 만드는 상황을 어찌 설명할까.

 

 

 

 

 

 

7. 저자는 ‘웰빙’, ‘지혜’, ‘경이’, ‘베풂’ 등의 4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상당한 양의 서적들, 저자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그리고 생각들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8. 웰빙.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삶, 결국 영혼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염려하고 있다.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녹초가 되도록 우리 자신을 혹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벨기에의 철학자 파스칼 샤보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탈진을 ‘문명의 질병’이라 칭했다. 임계점에 도달한 스트레스는 다양한 중독의 올가미에 걸려서 악순환이 계속 된다. 웰빙의 수준을 높이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수면을 지금보다 30분만 더 잔다. 가능하다면 낮에 30분 정도 낮잠을 잘 것. 두 번 째, 몸을 움직여라. 걷거나 달려라. 스트레칭을 하거나 요가를 하라. 춤을 춰도 상관없다. 언제라도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움직여라. 세 번째, 5분간의 명상을 시도해보라. 궁극적으로는 하루에 15~20분 혹은 그 이상까지 명상하면 최적이지만, 몇 분만 명상하더라도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9. 지혜. 종종 인용하는 부분이지만, 내가 모는 자동차보다 나의 몸이 더 푸대접 받는 경우가 많다. 차에서 미세하지만 여느 때와 다른 소리가 나면 만사 제쳐놓고 단골 정비소를 찾아간다. 그러나 내 몸이 끊임없이 경고 신호를 보내줘도 무심하다. 저자는 이런 경우를 ‘지혜 없음’이라고 단정한다. 내가 표현을 달리하면 ‘생각 없음’이다. 지혜의 원천이 직관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직관은 내면의 지식이기도 하다. 절대로 직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연륜이기도 하다. “직관은 언제나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내면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나 있는가? 직관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저자의 권유를 들어본다. 첫째, 내면의 지혜가 속삭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에게 더 이상 필요치 않는 것을 과감히 내려놓아라. 2. 감사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3. 디지털 세계와 일정 시간 결별하라. 특히 아침에 눈뜨자마자 들여다보고, 잠들기 전까지도 들여다보는 습관을 버려라.

 

 

10. 경이. ‘인간은 높디높은 산과 깊은 바다. 그리고 별들의 운행에 주저하지 않고 경이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선 경이를 느낄 줄 모른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이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경이를 삶의 전제조건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에 무감각하며 사색하는 능력이 없거나 황홀감에 전율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이미 삶에 대해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에 죽은 시체와 다를 바가 없다‘라고 했다. 결국 삶의 경이로움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경이로움은 내가 그 문을 열기만 하면 내게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미지 하나를 정해둬라. 자식, 반려동물, 바다,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 등 경이로움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긴장되고 위축될 때마다 그 이미지를 보면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1. 베풂. ‘잠들어 꿈꾸었네, 삶은 기쁨이라는 것을. 잠을 깨서 깨달았네, 삶은 봉사라는 것을. 행하면서 보았네, 봉사는 기쁨이라는 것을. - 타고르.

웰빙과 지혜, 경이에 이어 베풂이 더해져야만 완성품이 된다. 사실 베풂과 사랑, 배려와 공감, 동정심 등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과 안락함을 포기하는 마음이다. 처음엔 자기가 남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나중엔 그 자신이 더욱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삶의 실의에 빠져 있던 중 주위 사람의 강권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돕는 일상 속에 자신의 낙심이 사치스러운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힘차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12. 책의 부록엔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12가지 어플리케이션과 방법’그리고 ‘명상과 마음챙김을 위한 12가지 애플리케이션과 방법’ , 비록 국내가 아니지만, ‘베풂과 봉사를 위한 12곳의 웹사이트’가 소개된다. 이 책은 부제로도 쓰인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생각과 실천의 밥상이다.

 

13. 다시 ‘성공’을 생각한다. 파울로 코엘료에게 한 수 배운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매일 밤 당신의 평화로운 영혼과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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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보았다 - 분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이얼 프레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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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있는 용기

 

1. 고문기술자나 나치 전범들의 변명은 한결같다.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다. 대의(大義)를 따랐을 뿐이다. 명령에 복종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한다. 나도 희생자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看過)한 사실이 있다. 인간으로서의 심성을 감추고 야수성만 드러낸 행위를 하기 이전에 그가 행하고자 하는 일이 해도 될 만한 일인가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일어나야 했다.

 

2. 데이비드 흄은 유사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연달아 일어나는 사실을 관찰하면서(특히 되풀이 되어선 안 되는 일들)인간의 행위에는 모든 민족과 세대에 두로 적용되는 제일성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본성을 발견하는 데에는 당연히 역사가 주로 많이 이용된다. 역사는 온갖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여러 정황에서 묘사해주고, 우리 자신을 잘 돌아보고 인간의 행동과 행위의 규칙적인 발생 원천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자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가 되는 기록들이나 전쟁들, 음모들, 파벌 싸움들, 혁명들은 아주 많은 경험의 집적물들이다. 이것들을 토대로 정치가나 도덕철학자는 자신의 학문의 원리들을 확정한다. 이것은 물리학자나 자연철학자가 실험에 의해 행성이나 광물들, 그리고 기타 외적인 대상들을 고찰하고 그것으로부터 그것들의 본성을 알게 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을 따른 것이다.

 

 

 

3. 이 책의 저자 이얼 프레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라고 소개된다. 1977년 〈프로그레시브 The Progressive〉기자로 일할 당시,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의 자국민 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군사 지원을 도모한 미국 정부를 폭로한 기사로 사회정의보도 부문에 수여하는 제임스 아론슨 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뉴 아메리카 재단’이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참신하고 탁월한 관점을 제안한 기자에게 수여하는 ‘버나드 슈워츠 연구기금’을 받았다. 이 책 《양심을 보았다 Beautiful Souls》에선 무관심과 비겁함이 존재하는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평범한 사람들이 왜 관습을 깨고 권위에 저항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함으로서 출간 직후 수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4. “이 책은 광포한 집단의 획일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강요받을 때,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니오’ 라고 말하는 초월적인 행동을 하는지, 수수께끼와도 같은 질문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내용이다.”

 

5. 저자는 어떤 사람들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저항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은 계기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모습들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많이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은 그 사람의 가족 또는 주변 인물들과 배경이 되는 장소를 방문하고 여러 자료들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치우침 없는 시각으로 그들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6. 네 명의 거부자들이 주인공이다. 1장은 어느 경찰관의 이야기다. 이 경찰관은 1938년에 자기가 당연히 집행해야 했던 법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행위를 했다. 당시에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그 경찰관과 같은 수많은 법 집행자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주어진 직무를 다하는 것과 무고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목숨을 살리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7. 2장에선 그로부터 약 50년쯤 지난 뒤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전해준다. 1990년대 초 유고슬라비아를 둘로 쪼개는 인종적, 민족적 분열이 일어났을 때, 그 경계를 초월하여 행동했던 한 세르비아인의 이야기다. 3장에선 거부자의 저항이 보다 공개적으로 드러난다. 이스라엘 최정예 특수부대 대원이 이스라엘 군대가 점령한 이른바 점령지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마지막 4장에선 자기가 팔아야 하는 금융상품이 고객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판단해 그 상품의 판매를 거부한 투자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8. “만일 내가 명령을 거역해야 하는 어떤 상황에 처한다면, 신을 거역하면서 인간과 함께 있기보다는 인간을 거역하면서 신과 함께 있겠다.” 마음에 깊이 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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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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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세기 의학에서 환자 치료에 축복이 되는 중요한 발전이라면 좋은 간호이다. 좋은 간호는 환자를 위해서는 물론 그 환자를 치료하는 책임이 있는 의사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환자가 적절한 간호를 받으면 회복될 가능성이 더 많아지며 전문적인 간호가 결여되면 환자의 생명에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2. 환자를 잘 돌보는 비결은 환자를 ‘위하며’ 돌보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현 의료시스템에서 과연 그렇게 행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본다. 돌보는 것(care)보다 관리(control)이 치중하는 현실이다.

 

3. 이 책의 원제 역시 신의 호텔(God's Hotel)이다.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라 혼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여러 곳에서 2012년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되었다.

 

4. 저자 빅토리아 스위트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 임상부교수이자 역사학자다.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로 불리는 라구나 혼다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두 달간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가루나 혼다가 지향하는 인간 중심적 진료,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환자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느린 의학’에 매료되어 20여 년간 헌신적으로 일했다.

 

5. 저자는 책 서두에 첫 부검을 집도했던 장면을 그리고 있다. 심한 기관지염이 동반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던 베이커씨는 공교롭게도 저자가 처음 진료한 환자였다. 그 사체를 내려다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일어난다. 무언가가 비어 있었다. 그것은 ‘스피리투스(spiritus)' 또는 ’아니마(anima)', ‘영혼(soul)'이었다. 여기서 아니마는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아니마는 육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한다. 영적 에너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세의학에선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이지만 현대화된 의학에선 소외당하고 있다. 저자가 의사로서 새로운 관점으로 환자를 보게 된 계기가 아마 이 때였을 것이다.

 

 

 

 

6. “처음 라구나 혼다 병원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련을 받는 동안 이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킨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이 도시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의사와 마찬가지로 나도 이 병원을 직접 방문해 본 적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먼지투성이 산업지구의 콘크리트 주차건물 같은 병원에 환자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정문 수위실을 지나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 위에 조금 칙칙하기는 해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건물들이 바다를 굽어보고 있었다. 여섯 개의 병동에는 유리창이 줄지어 나 있었고, 각각의 병동 끝에는 작은 탑이 솟아 있었다. 그리고 제비들이 탑 주위를 날아다녔다.”

 

7. 이 병원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느린 의학‘이다. 환자인 뮬러 부인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78세의 뮬러 부인은 비교적 활기찬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어느 날 넘어지면서 고관절이 골절된다. 다른 종합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인공관절까지 삽입했다. 수술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부인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정신착란, 당뇨병이 체크 되었다. 항정신성 약물치료와 인슐린 요법이 병행되었다. 수술했던 병원에서는 할 일은 다했으니 이젠 퇴원해서 가택치료를 하란다.(가택치료는 팀워크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에선 이쪽의 지출이 상당하다. 그러나 병원은 일단 자신들의 입장이 우선이다). 가택치료를 하는 중에 상태가 더 나빠졌다. 고관절 주위 통증 때문에 서는 것도 걷는 것도 힘들다. 저자가 다시 환자를 보게 된다. 엑스레이를 찍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고관절이 관절와에서 빠져나와있는 것이 확인된다.(전구가 소켓에서 빠진 것과 마찬가지).

 

재수술후 그동안 습관적으로 복용시켜왔고 복용해왔던 약을 모두 끊었다. 몇 주 후 알츠하이머와 당뇨에 대한 재검을 해본 결과 전혀 이상 증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 사례에 대해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수술했던 병원에선 모든 일이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었단 것이다. 응급 치료를 요하는 부분은 그렇다 치고 정신적인 것과 당뇨문제는 좀 더 신중한 처방이 뒤따라야했다. 또 재택치료 중간에 재검 과정없이 같은 처방만 반복된 것이 문제가 된다. 라구나 혼다 병원은 다행히 환자의 입원치료기간에 강한 규제를 받지 않은 것이 환자가 받은 큰 축복이었다. “내가 절약해준 보건의료계의 돈이 상당하다는 것과 거기에 들어간 노력이 너무 작은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투자한 것은 오직 환자를 위한 마음과 시간의 배려였을 뿐이다. 그래서 ‘느린 의학’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8. 이외에 많은 환자의 사례와 동료들 이야기, 관료주의의 횡포와 단순무지함의 과정 등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환자 치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물론 존 매키의 표현처럼 인체의 ‘정비공장화’되어가고 있는 현 의료의 실태를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자의 권리와 의료진의 의무에 대한 평가는 우선멈춤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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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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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의 삶은 드라마틱했고 그가 남긴 저작들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선과 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학》에 흐르는 일관된 주제 역시 ‘고통’이다. 특히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고통에 당당히 맞서서 힘에의 의지로 충만한 새로운 창조적 도덕의 원리를 제시하고자 했다.

 

2. 언더그라운드 철학자로 불리는 이 책의 저자 고병권은 니체의 저작중 《서광》을 중심으로 그의 생각을 풀어나가고 있다. 왜 《서광》이 선택되었을까? 그 이유는 저자의 새로운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3. 저자는 2010년경 한 낱말에 ‘필’이 꽂혔다.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모든 근거들이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 없음이 드러나는 곳. ‘언더그라운드’는 이제 철학자 고병권을 붙드는 고유한 개념이 되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언더그라운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개념으로 ‘마르크스’를 공부하고 있다.

 

 

 

4. “언더그라운드는 내 안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는 식물이다. 이 어린 식물을 벗 삼아 공부를 시작했다. 이 책은 이제 겨우 몇 걸음을 뗀 공부길의 표지이다. 내게 ‘강독’은 저명한 학자들처럼 원숙한 공부의 결과물이 아니라 공부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방편이다. 《서광》은 내게 공부의 길을 보여주었다. 아직 아이는 없었다. 거기 서 있는 것은 임신부였고, 고독이었고, 침묵이었다. 그것은 철학자였다.”

 

5. 1장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6장 ‘정신의 비행사’로 마무리된다. 지하에서 비행까지다. 저자는 《서광》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 제목을 하나 떠올렸다. 《니체와 철학》이다. 들뢰즈는 ‘니체의 철학’이 아니라 왜 ‘니체와 철학’이라고 했을까. ‘의’와 ‘와’가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니체와 철학’이라는 말은 니체의 철학이 서로 ‘바깥’에 있으면서 동시에 ‘와’라는 접속사를 통해 연결된다. ‘니체의 철학’에서 느껴지는 ‘소유’와 ‘소속’의 의미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저자는 니체와 철학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긴 하나 서로의 소유물도 아니고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6. 니체의 철학은 다양한 형태의 비(非)철학적 외관을 하고 있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니체는 어려서 예술, 특히 음악에 재능을 보였는데 열 살 때 다성(多聲)의 무반주 악곡인 모테토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열다섯 편의 시를 쓰기도 했다. 자신이 열두 살 때 영광으로 가득한 신을 보았다고 적고 있다.

 

7. 《서광》에 국한시켜 니체를 이해할 때 철학자보다는 심리학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도덕적 행동위에 숨겨진 심리적 책략, 꿈에 대한 분석, 자아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분석.’등에서 그런 면모가 보인다.

 

 

8. 《서광》140절에 실린 다음 글은 니체가 언급했던 그 시기보다 더 강한 공감을 느낀다. “아주 많은 경우 우리는 이웃들에게 멋대로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끌려 다닌다.” 좀 심한 표현이긴 하지만 나는 타인을 통해서 투영된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구절이다.

 

9. 저자가 《서광》을 텍스트로 삼았기에 함께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니체의 다른 작품들을 중간 중간 소개한다. 니체를 아직 못 만나 본 독자도 대충 그(니체)의 이미지가 그려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10. 《서광》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는 나 자신을 기다려야하지. 내 자아의 샘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는 항상 시간이 걸리네. 그리고 자주 내가 인내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오래 갈증을 참아야만 하지. 이 때문에 나는 고독으로 들어간다네. 모든 사람을 위한 물통에서 물을 마시지 않기 위해.” 좀 더 깊은 사유는 골방에서 이뤄진다. 수 없는 말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진정 내 안에서 깊은 숙성 기간을 거친 말의 향기만이 나를 살리고, 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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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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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물보다 간수하기 힘든 것이 내 마음이다. 내 딴엔 신중하게 살아간다 하면서도 때로 대책 없이 튀어나오는 말과 겁 없이 달려 나가는 행동 뒤에 후회를 해본들 이미 열차는 떠난 뒤다. 주변을 통해서도 흔히 목격된다. 수십 년간 쌓아온 명예가 말 한마디와 행동거지 하나로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2. 수신(修身). 참으로 힘든 과제다. 평생의 숙제이다. 나는 닦을 생각도 안하면서 타인의 몰골을 안팎으로 들여다보기 바쁘다. 저자는 수신(修身)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할지도 모른다. ‘생활의 부담과 압박이 이렇게 큰데 수신을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3. 이 책의 저자 팡차오후이는 칭화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학과 및 사상문화연구소 교수이다. 젊은 시절, 서양 철학을 공부했으나 박사 졸업 후 점차 중국 사상사로 연구 주제를 전환했다. 유가 사상을 정신적인 귀착지로 삼는다고 한다. 저자가 칭화 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강의한 〈유가경전입문〉은 지난 10년간 칭화 대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시에 가장 주목받는 과목으로 꼽힌다.

 

4.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덕과 지식을 본질적으로 구별했다. 지식은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미덕은 실천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 덕성은 무엇보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덕성은 하루아침에 내 것이 될 수 없다. 반복적인 실천과 훈련을 통해서만 변화 될 수 있다.

 

5.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제9강까지 이어진다. 수정(守靜)에서 치성(致誠)까지다. 수정(守靜)은 무엇인가?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이다. 靜而後能安 (고요해진 이후에야 편안해질 수 있다).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그대, 꿈꾸었던 미래를 살고 있는가’ 젊었을 때 꿈꿨던 호기로운 꿈들은 단지 꿈에 불과했던가? 명나라 학자 여곤이 쓴 《신음어, 呻吟語》의 일부를 인용하며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준다.

 

우주 자연의 정묘함과

인성과 천도의 오묘함은

오직 고요하게 바라보는 자만이 알 수 있고

오직 고요하게 기르는 자만이 부합할 수 있다.

 

 

 

6. 자성(自省, 패러다임을 깨고 한계를 허무는 힘). 너무 뒤를 자주 돌아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것 역시 위험한 질주다. “만약 진정으로 자성하고자 한다면 시간은 많습니다. 인터넷을 하고, 동료와 잡담을 나누고 게임을 할 시간은 넘쳐 나면서, 어찌 자성을 할 시간이 없겠습니까?”

 

바쁜 가운데에서도 일을 해야 할 때에는

항상 틈을 내어 미리 점검해 두면

실수가 절로 줄어들고,

수시로 잡념이 떠오를때에는

고요할 때 미리 확고히 생각을 붙잡고 있으면

잘못된 마음이 절로 사라진다.

 

              《채근담》

 

 

7. 신독(愼獨,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힘). 저자는 오늘날의 중국 사회가 심각한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는 원인을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현재 중국인의 생리적 욕구가 너무 강해서 이드가 초자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많은 도덕규범과 현실 조건의 제한을 가하여, 즉 초자아가 지나치게 강해서 이드가 장기간 억압받는 상태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다.

 

중(中)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和)라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달성해야만 할 길이다.

중과 하에 이르게 되면 하늘과 땅이 제 자리에 있게 되고,

만물이 자라게 된다.

 

                             《중용》

 

 

 

8. 나를 나답게 만드는 삶은 매일 점을 찍어서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때로는 쉼표도 있다. 그러나 마침표는 아껴둬야 한다. 그 때까지는 계속 그림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 남을 따라 그리는 그림이 아닌 나만의 그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그림에 점을 찍는데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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