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개설 지만지 고전선집 107
니콜라이 B. 크루솁스키 지음, 김민수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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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루셉스키는 언어학의 최종 목적이 언어 현상의 법칙들을 밝혀내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 법칙들은 자연법칙처럼 그 어떤 예외나 이탈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제시한 정태적 법칙 가운데 주요한 것이 음성 법칙이다.

 

2. 그는 모든 음성은 동일한 음향적, 생리적 조건에서 동일 시간대에 동일 방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동일하다고 했다. 당대(1880년 전후)의 학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언어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한 사람의 언어를 유일한 실재로 여긴 것과는 상반된 견해였다.

 

3. 그는 또한 생리적인 법칙 이외에 인접성과 유사성에 따른 연상 법칙이라는 심리적인 법칙도 제시했다. 그는 모든 단어는 인접성에 따른 연상 고리로 다른 단어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유사성은 음성이나 구조와 같은 외적인 측면뿐 아니라 내적인, 즉 기호론적인 유사성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4. 크루셉스키는 또한 동태적 법칙은 정태적 법칙에 기반할 때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표현하는 동태적 법칙은 음성이나 음성 결합체들의 변화 내의 단일성으로 나타난다. 이 또한 생리적 법칙이자 심리적 법칙이다.

 

5. 그는 일차적인 동태적 법칙 그룹을 음성과 조음의 경계 변화를 근거로 찾아냈으며, 화자의 생리적 활동의 총합체로서의 조음을 일차적 조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다양한 조음은 힘을 아끼거나 조음을 단순화하려는 인체의 무의식적인 노력 등의 원인으로 점차 변할 수 있다고 했다.

 

6. 왜 쓸만한 사람들은 먼저 가버리는지. 그렇다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쓸모없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크루셉스키는 1851년 12월 6일 볼린 주 루츠크 시(현재 우크라이나의 서부)에서 태어났다. 30대에 들어서며 대학의 정교수 직위를 취득했다. 비교언어학, 산스크리트어, 음성생리학, 러시아어 문법, 로망스어 비교문법, 프랑스어사, 일반언어학,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과목의 강의를 했다. 그러나 너무 열성적으로 교육과 연구 활동에 전념한 결과 건강이 악화되어 자리에 눕게 되고, 1887년 11월 1일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7. "이제 우리가 단어를 어떻게 습득하고 어떻게 기억해 내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그 많은 단어들 가운데 하나를 사용해야 할 때, 매번 그것을 아주 짧은 순간에 기억해 내야 하고 그 많은 음성 결합체들 가운데에서 해당 순간에 필요한 바로 그것을 즉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아주 빨리 그리고 아주 쉽게 언어를 구사하는 법을 배운다. 이것은 우리가 매 단어를 각각 외우는 것도 아니고 기억해 내는 것도 아니라는 점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 모든 단어는 유사성에 따른 연상 고리로서 다른 단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 유사성은 외적인 것. 즉, 음성, 구조, 형태적인 것일 뿐 아니라 내적인 것. 기호 의미적인 것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단어는 특수한 심리적 법칙에 따라 우리의 정신 속에서 유사성을 가진 다른 단어들을 촉발시키기도 하고 그 단어들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8. 크루셉스키가 언어학 영역에서 족적을 남긴 것 중 말의 세계를 개념의 세계와 일치시키는 방향으로의 언어 변화, 기호의 자의성, 기호의 양과 내용 간의 반비례 법칙 등 중요한 개념들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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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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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꽤 여러 해전 타임지에 '지구'사진이 표지화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매해 뽑는 인물이나 사물에 지구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런 타이틀이 붙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보호하자.'  사진은 지구본이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지구를 닦아낸 자리와 아직 먼지 그대로인 상태를 극명하게 비교해놓았다.

 

2. 이젠 먼지 정도가 아니라, 곪아들어가고 썩어들어간다는 표현이 지나칠까? 최근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와 옷 한 벌갖고도 일년을 버틸수 있다는 동남아 지역의 저온 현상을 그저 '이상기온'이라고 이름 붙이면 그만일까?

 

3. 이 책의 제목 '녹색 고전'은 특별히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함에 적극적인 저자가 '환경 위기 시대에 녹색 문학을 꿈꾸며'쓴 글모음집이다. 저자는 동료 문학가들도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스스로 생태주의 복음을 전도하는 환경전도사라 부른다.

 

4. 로고스에 의존하는 과학자들이나 에토스에 의존하는 정책 입안자들과는 달리 문학가들은 파토스에 호소하기 때문에 그 힘이 그들 못지 않다고,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보다 크다고 외친다.

 

5. 저자는 이미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한국의 녹색문화] [시인은 숲을 지킨다] [생태학적 상상력] [적색에서 녹색으로]라는 저서를 잇달아 출간했다. 단행본 다섯 권을 써낸 후 '이젠 그만'하려던 참에 미국에서 여름을 보내며 여느 때에 겪어보지 못한 이상 기후를 겪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점점 예측 불허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시 펜을 들었다. 이 책은 한국의 고전,근대,현대 문학 작품 속에서 생태주의와 관련된 글들을 모았다. 저자는 이 책에 이어 동양편, 서양편 출간 계획을 갖고 있다.

 

6.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조선시대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시조다. 저자는 이 시조를 이렇게 풀어간다. 시적 화자인 '나'는 푸른 산이나 푸르고 맑은 물 같은 자연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중장은 자연 속에서 자란 '나'도 어디까지나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종장에 이르러 '나'는 이런 자연의 순리나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늙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7.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자연의 순리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대저 만물이 운운해도 각각 그 뿌리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성서에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했는데 내가 돌아갈 본향인 그 '흙'은 안녕한지?

 

8. "딸아, 아무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 그럴 때일수록 / 제의(祭儀)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 올리고 /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속의 강물이 /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 내 귀한 여자야"   _ 물을 만드는 여자 / 문정희

 

9. 이 시에서 연결되는 키워드는 '물', '흙', '딸'이다. 물과 흙은 생명체에 매우 소중한 물질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이 흙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 시에서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은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이다. 그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며든다.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대지가 되고, 대지는 나를 키워준다.

 

10. 환경보호에 대해 이 말처럼 깊이 남는 것이 없다. 인디언 속담이다. "이 자연을 후세대에 물려준다 생각하지마라. 우리가 그들에게서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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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 전 로비스트가 알려주는 설득의 숨은 비밀
폴커 키츠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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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해를 맞이해서 후배가 카톡으로 연하장을 보내왔다. 마침 커피 타임을 갖고 있던 참이라 답장을 보냈다. 나 - "그래 고마워. 새해 복많이 받고 건강하구." 그 후배는 개인의원에 근무하고 있다가 준종합병원으로 옮긴지 얼마 안 되었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어때. 지낼만 해?"  후배- "선배님, 여긴 모두 이상한 사람들만 있어요"  나- "그래? 그럼 모두 치과로 보내~!"  후배 - "예? 아...예..ㅎㅎ"  다독거리는 말을 전하려다 돌직구를 날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안해봤나?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들이 오히려 김선생을 보고 '진짜 이상한 넘이네..'한다고 생각하면 어쩔텐가?"  잠시 뜸을 들인 후 후배가 답을 보내왔다. "옙..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는 것보다.  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빠르겠습니다."  지혜로운 친구라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2. 사실 우리 모두는 심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내가 하는 실수는 '그럴 수도 있지'고 남이 하는 실수는 '그럴 수가 없지'다. 내가 하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 될만한 말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도무지 이해불가의 말들만 늘어놓는다. 모 정신과의사 말마따나 '가끔 제정신'이기도 하다.

 

 

3. 살아가며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한 지붕밑에서 살며, 같이 일을 해나가는 것도 큰 복이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 이 책의 제목이 근사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말이 잘 통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한술 더떠 '상대를 움직이게까지 한다'니 호기심이 동할 수 밖에 없다.

 

4. 저자 폴커 키츠는 심리학과 법학을 전공하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는 가운데 특히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많은 법안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로비스트 경험담에서 설득의 특별한 노하우들을 뽑아내 엮었다. 책을 읽다보니 '과연 고수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5. 책은 크게 3파트로 구성되어있다. 논리, 감정, 인물, 트릭 등이다. 논리 부분의 소제목을 연결시켜보면 이렇게 된다. '당신이 하는 말은 아무도 안 듣는다.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6. 그럼 어떻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경쟁적으로 논리를 펼친다. 상대를 설득시켜 한방에 훅 보낼 방법을 궁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노력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우리 일상에서는 논리가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다. 하나의 올바른 해결책이 존재하리라 믿는가? 한쪽에게 유익한 것은 다른 쪽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상처 받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삶은 원래 불공평하다. 이 진리를 깨친 사람들은 그 깨달음을 조용히 활용하고 있다."

 

7. 앞서 후배와의 대화에서 나 자신에게도 무엇보다 '나를 먼저 돌아본다'는 메시지를 마음에 담았다. 후배에게 주는 조언이지만, 나에게 주는 다짐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타인을 어떻게 조종할 것인가? 라는 답을 주기 전에 각자 스스로를 들여다보길 원한다.

 

8. '입장'이란 단어가 나온다. '입장'은 심리학의 전문개념으로, '확신'이나 '의견'보다 훨씬 많은 뜻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입장'은 심리학에서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평가를 말한다. 이 평가는 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상대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입장 바꾸기'란 단순한 '설득'이상의 것이다."

 

 

 

9. 입장은 네 가지 요인에 바탕을 둔다고 한다. 유전적 소인, 애정, 인지, 태도 등이다. 애정의 요인은 감정이다. 우리는 특정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다. 우리가 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그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10. 저자의 로비스트 활동장면을 들여다본다. 정치인과 로비스트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식자리인지라 로비스트들이 더욱 분주하다. 거물급, 영향력있는 정치인들과 접촉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정치인이 혼자 있는 틈새 시간을 가로채기 위해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치인에 고정되어 있다. 그대가 잠시 그 정치인의 역할을 맡는다. 오는 녀석들마다 자기 이야기만 하기 바쁘다. 모두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한다.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한다. 이젠 듣기도 싫고, 꼴도 보기 싫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외면하면 평판이 안 좋아지니 그럴 수도 없다. 간담회가 얼른 끝나 집에 가서 뜨끈한 물에 푹 담그고 싶다. 또 한 녀석이 내게로 온다. 지겹다. 그런데 이 친구 보게 첫 마디가 맘에 드네. "어려운 점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허~ 그래? 맞아. 귀는 닫고 입을 열고 싶었어. 입이 근질근질했단 말이야. 모처럼 실컷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그 뒤로 저자인 이 로비스트와 그 거물 정치가는 절친이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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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정석 - 일이 훨씬 편해지는
조세형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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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상위나 서랍 또는 서가를 정리하고 나면, 어수선한 마음도 정리 되는 듯 하다. 해놓고 나면 편하고 좋기만한데 왜 그리 손대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떤이들은 뭐 꼭 그렇게 깔끔 떨 필요있나 '대충 살지'하면서 그저 편하게 살아가고 있긴 하다. 나 역시 정리정돈 안 된 상태가 처음엔 눈엔 거슬리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별로 신경이 안 쓰일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인 '깨진 유리창 법칙'은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 주변 정리가 게을러질 때마다 내 마음에 떠올리는 스토리가 있다. 사실 그리 밝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생각을 꺼낼때마다 그 분의 생전 모습을 그려보며 인사를 건넨다. 오래 전 이야기다. 벌써 1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보다 10년 쯤 연상이셨던 내과 과장. 어느 날 갑자기 댁에서 새벽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창졸간에 장례를 치룬 그분의 미망인이 고인의 소지품을 챙기려 병원에 들르셨다. 서랍이나 책장에서 고인의 유품중 쇼핑백 하나에 몇 가지 담고는 간호사에게 한 마디 남기고 떠나셨다. "나머진 다 버리세요."

 

3. 아니 한 깔끔, 한 까칠하셨던 그 분이 그럼 여태 쓰레기를 모시고 살았단 말이야? 그렇다, 지금 내게 소중한 것이 다른 사람에겐 쓰레기로 생각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미망인은 꼭 쓰레기라고 생각했다기보다 어차피 집에 갖다 놓아봐야 별로 도움이 안되기도 하고, 고인의 유품은 집에도 많기만하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대여..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오. 그대 떠난 빈자리에 잡동사니만 잔뜩 남겨놓지 마시구려. 치울 사람 생각도 해줍시다.

 

4. 내 생각, 내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책과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정리의 정석'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들어가본다. 사전적 의미로 '정리'는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하는 일이고, '정돈'은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규모 있게 고쳐놓거나 가지런히 바로 잡아 정리하는 일이다.

 

5. 정리, 정돈은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생각이나 마음도 정리, 정돈 대상이다. 저자는 첫 챕터에서 '왜 정리하는가?" 묻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단 정리하면 당장 효과를 본다.'이다. "정리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정리정돈을 잘하면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반면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으면 쓸데없는 서류들을 뒤적이거나 물품을 찾는 데 시간을 뺏겨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일상을 잘 정리하는 사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도 얻는다고 한다.

 

6. 저자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다섯 가지다.  버려라! 더 좋은 것들로 다시 채울 수 있다. 버리지 않으면 채울 기회도 없어진다.  줄여라! 버릴 수 없다면 결코 더하지 말라. 스트레스와 업무 부팅 속도는 줄일수록 좋다. 정하라! 고민 없이 곧바로 실행에 옮길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과 프로세스를 정해두라.  나눠라! 한군데 무조건 몰아두는 것이 정리가 아니다. 잘 분산하면 시간을 번다.  바꿔라! 기존에 잘못된 관행이나 나쁜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바로잡아라.

 

7. 정리 정돈을 하다보면 제일 어려운 일이 버리는 일이다. 버리는 것을 지혜롭게 하지 못하면 정리 정돈은 흩어져 있던 물건들을 대충 쌓아놓는 것으로 그친다. 저자가 '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3개월 이내에 사용한 적이 있거나, 사용할 계획이 있는가? 없다면 버려라. '언젠가 사용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가? 그러면 버려라. 아주 가끔 활용하지만 남에게 쉽게 빌려 사용할 수 있는가? 그러면 버려라. 기능이 비슷한 물건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가? 그러면 버려라.  회사나 사무실에서는 필요 없는 물건인가? 그러면 버려라.

 

8. 물건만 줄일 것이 아니라, 안 좋은 습관도 줄여야 한다. 버릴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입버릇처럼 하는 비난이나 불평 불만도 줄이거나 없애야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은 뭐가 있을까? 그것이 없다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인생이란 바다에서 무인도에 자리 잡을 때 뭐가 있어야 할까? 내 몸에 지닌 것 하나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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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 법을 무기로 세상 바꾸기에 나선 용감한 변호사들 이야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부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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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할 두 곳이 있다. 병원과 경찰서다. 안 가고 살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이런 말이 뒤따른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의사나 판, 검사가 한 사람쯤 있어야한다.

 

2. 우리 서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들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곳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하는 삶만 없다면, 다행으로 생각해야할까.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갇히고 고통받는 존재가 다른 사람 아닌 '나'라면 어찌해야할까.

 

3. '인권(人權)'을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대는 어떠한가. 의무만 주어져있지 권리만 남아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 그 자체이다.

 

4.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있는 단체가 있다.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인 '공감'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에서 실컷 돈맛을 보고, 쬐끔 시간을 내서 봉사하는 변호사들이 아니라, 아예 전업으로 공익과 인권을 향해 힘을 모아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5. 공감의 특징은 그들의 활동 자금(?)이 정부의 지원금에 전혀 기대지 않고, 개인과 로펌 등의 기부로만 운영된다는 것이다. 나랏돈이라는 것은 한푼이라도 쓰게 되면, 간섭이 뒤따른다. 현명한 선택이다. 공감은 영리 활동도 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법조인에게 보장된다는 부나 특권이 딱히 싫은 것은 아니지만, 공감 변호사들은 그들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참 좋다고 한다.

 

6. 공감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영역으로 보면 여성 인권 / 장애 인권 / 이주와 난민 / 빈곤과 복지 / 취약노동 / 성소수자 / 국제인권 / 공익법 일반 / 공익법 중개와 교육 등 9개 영역으로 나뉜다.

 

7. 공감의 많은 활동 내역 중 베트남 여성 후안마이(가명)의 사례가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사회가 어찌 이지경까지 갔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후안마이는 2007년 1월 국제결혼 중개업체 소개로 건설일용자인 장 아무개씨를 만나 결혼해서 5월에 한국으로 입국했다. 한국에 와보니 중개업자와 남편이 말한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다. 스물일곱 살 많은 남편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거주지는 월세 18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이었다. 남편은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후안마이의 요청을 외면했고, 바깥출입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후안마이에게 돌아온 것은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8. 후안마이는 남편의 구타로 갈비뼈 18개가 부러진 사체로 발견되었다. 검거된 장 씨는 "돈 들여 아내를 데려왔는데 자꾸 자기나라로 돌아간다고 해 홧김에 때렸다."고 했다. 그녀가 죽기 전에 남긴 편지가 있었다. 유서가 되고 만 그녀의 편지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어린 소녀였지만 '결혼이주'의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헤아렸던 성숙한 여인을 만날 수 있다.

 

9."...저도 한 여자로서, 아내로서 나중에 더 좋은 가정과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당신은 아세요?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견딜 수 없어하고, 그럴 때마다 이혼을 말하고, 당신처럼 행동하면 어느 누가 서로 편하게 속마음을 말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10. 공감 같은 인권법재단이 필요한 것은 그만큼 보통사람들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법조인이 마음에 크게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보니 이런 풀뿌리 단체가 생기는 것이다. 공감이 생각하는 법은 '테두리'이다. 테두리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허물고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게 힘찬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대들 덕분에 이 사회는 살아갈만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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