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함께 사는 법 - 오늘을 살리는 과거 청산의 현대사
김지방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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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벌써 느낌이 온다. 죄악, 청산, 용서, 화해 그리고 공존이라는 단어들이다.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중에서 '용서'라는 단어는 참으로 마음이 힘든 부분이다. 혹자는 용서는 나를 위해서,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먼저 풀어야 한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은 모두 공감하리라고 생각든다.

 

2. 저자 김지방은 시종일관 무거운 주제를 끌고 가는 마음의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프로필은 우선 독자를 무장해제시킨다.

"청소년신문 '트임'을 창간했다가 말아 먹고 국민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다. 금융 분야를 취재했을 때는 주가가 폭락했고, 교회를 취재할 때는 안티기독교가 창궐했다.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할 때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2008년 인터넷 생방송 뉴스를 만들고 '촛불시위 참가했다 군홧발에 밟힌 여대생'을 보도해 얼떨결에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3. 기자들이 쓰는 글은 추측보다는 사실에 입각한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상대로 저자는 이런 말을 적고 있다. "이 책에 묘사된 인물의 자세한 내용까지도 99%는 당시 언론에 혹은 그 뒤의 역사적 자료를 통해 기록된 내용에서 찾아내 옮긴 것이다."

 

4.「오늘을 살리는 과거청산의 현대사」라는 부제에 걸맞게 과거청산의 현대사 7꼭지의 글이 실려 있다. 이 땅을 휩쓸면서 아직도 그 깊은 상흔이 아물지 않고 있는 여수, 순천 사건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갈등 청산, 캄보디아의 좌파 독재 청산, 아르헨티나의 우파 군사정권 청산, 프랑스의 제2차세계대전 나치 부역자 청산, 미국의 흑인 차별 역사 청산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올린 한국의 두 가지 사건과 앞서 열거한 외국의 사례의 차이점은 한국의 두 사건은 진정한 '청산'이 붙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5. 남아공의 흑백 분규를 보느라면, 생각나는 가요가 있다.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노래한 '작은 연못'.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 살고 있었다고 전해 지지요. / 깊은 산 작은 연못  /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속에 붕어 두 마리 /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 연못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6. 아무도 살지 못할 지경이 되기 전에 다행히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가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한다. 남아공 성공회의 대주교 데스몬드 투투가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된다.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7,112명이 사면 신청을 했고 그 중 1,200여 명이 사면을 받았다.

 

7. 캄보디아의 좌파 독재는 초법적 국제 사법 절차와 특별법 도입으로 킬링 필드를 처벌한다. 아르헨티나의 우파 군사정권은 오월광장 할머니 모임의 힘이 그 빛을 발하고, 피해자들이 연대해서 과거 청산 작업에 적극 참여했다. 프랑스의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부역자 청산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의 과거 청산은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프랑스에선 과거청산보다는 숙청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흑인 차별 역사에는 마틴과 말콤이 기록되어있다. 동 시대에 태어난 두 사람은 흑인인권운동에 상이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사랑을 이야기 할 때, 말콤 엑스는 증오를 이야기했다. 마틴이 숨진 뒤에도 40년이나 지나서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성취를 가둔 것도, 흑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기도 한 역사의 책임자로서 과거의 청산과 극복을 주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8. 자, 이제 드디어 한국의 상황이다. 아직 미결의 두 가지 사건은 여전히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다. 1948년 10월 여수, 순천에서 벌어진 10월의 군사 반란 사건. 이 사건은 당시 제주도의 4.3 사태와 단독정부 수립 과정의 혼란 속에서 군인과 민간인들이 동족상잔의 토벌에 반발한 성격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들은 '반란 사건'이라는 명칭보다는 '봉기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여순사건은 당시 한반도 상황의 축약판이었던데다가, 대한민국이라는 신생 국가의 성격을 규정한 역사의 축약판이기도 했다.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조사를 펼친 진실화해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가는 군인과 경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쟁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법률과 국제인도법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시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화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화인권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관료들이 우선적으로 받아야 할 사항이다.

 

9. 1980년 5월 18일 광주. 직접 그곳에 있었던 이들은 대부분 이 세상에 없다. 남아 있는 이들은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광주 시민의 43.2%가 "5.18 민주화운동을 생각할 때 매우 강한 정서(분노, 슬픔, 죄의식)를 느낀다"고 답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과거청산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상흔을 적극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점수를 못 받고 있다.

 

10. 다시 '용서'란 단어를 생각해본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투사이자 제2차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재판에 참여하기도 했던 스테판 에셀은 이런 말을 했다. "용서라는 낱말은 희생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 덧붙여 유신정권때 금지곡에 오르기도 했던 김민기의 '작은 연못'은 날이 갈수록 좌,우로 치우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의 현시점에서 다시 불러야 할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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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 - 척추, 관절, 허리, 일상의 통증을 이기는 법
황윤권 지음 / 에이미팩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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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얼마 전 사당역 인근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렀습니다. 신,구간 도서중 읽을만한 책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오프라인 서점을 들립니다. 인문, 사회, 역사코너를 지나 문학 잡지코너를 들른 후 습관적으로 건강, 의학 코너를 들렀지요. 단연 척추, 관절 질환에 대한 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2.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마치 한 집 건너 하나씩 늘어나는 척추, 관절 전문 병원이라는 간판을 보는 듯 합니다. 그 중에서 과연 몇 권이나 독자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 저자가 자신이 쓴 책을 찾으려해도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새로 출간되는 서적에 밀려서 슬그머니 자리를 뺏길 수도 있지요.

 

3.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소박한 장정과 함께 제목이 우선 맘에 들었지요.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 - 척추, 관절, 허리, 일상의 통증을 이기는 법. 아마 이 책의 저자도 책을 쓰면서 망서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척추, 관절 서적에 한 권 더 보탠다는 부담도 가졌겠지요.

 

4. X-ray 기계도 MRI 장비도 없는 이상한 병원, 약 처방도 거의 하지 않는 병원, 10여 년간 10만 명의 환자가 알음알음으로 찾은 병원, 그 병원을 평화롭게 운영하던 의사는 왜 이 책을 썼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궁금해졌습니다.

 

5.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손으로 만지고 환자의 호소를 귀로 듣는 일에는 소흘하고, 천편일률적인 약물 처방만 하거나 심지어 값비싼 진단과 무리한 치료법을 강권하는 의료 현실이 답답했다. 증세의 원인을 제대로 알려주고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대신, 다짜고짜 위협하고 겁을 주어 지갑을 열게 하는 관행에 화도 났다. 또한 그러한 진료 형태에 익숙해져 도리어 약물이나 주사, 수술 등으로 증세만 없애는 치료, 득과 실을 재지 않은 수술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을 보고 안타까움도 느꼈다."

 

6. 아마 이 부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은 환자가 아닌 같은 의료인이겠지요. 환자나 보호자 신분으로 소위 척추, 관절 전문 의료기관에 들렀던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7.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황윤권(정형외과 전문의)은 어떻게 환자를 진료하고 지도하고 있는가. 책은 정형외과 주요 질환인 무릎, 허리, 근육과 힘줄, 머리와 상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무릎에서 가장 흔한 병인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1)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환자가 증세를 느끼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것입니다.  2)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환자 스스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8. 치료방법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관리 방법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병의 '실체를 아는 것'에 역점을 두고 비교적 쉬운 문체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이해를 돕고 있군요. 비슷한 류의 책과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전혀 사진이 없습니다. 오직 간단한 그림만이 전부입니다.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아마 저자는 수없이 그리고 다시 그리고 했겠지요. 

 

9.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자가치료법에선 연부조직 두들기기와 관절 체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연부조직 두들기기는 자칫 오해 소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저자는 자신있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습니다.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 중 두꺼워지고 부드럽지 않은 곳을 두드려 봅니다. 먼저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 중에서도 가장 아픈 곳을 찾아냅니다. 대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슬개골 하내측 '중심'이 제일 아플 것입니다. 아픈 곳인지 아닌지는 한두 번 눌러봐서는 알기 어렵고, 반복해서 깊게 눌러보아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장 아픈 곳을 찾아냈으면, 이제 두들겨봅니다. 손에 쥐기 적당한, 부엌에서 쓰는 작은 나무방망이나 바닷가에서 주운 매끈한 돌멩이 등을 이용해서 집중적으로 두들겨봅시다. 이때는 '아프다'할 정도로 두들겨주는데, 도마 위에 마늘을 올려놓고 나무방망이로 찧을 때의 느낌 정도로 해봅니다. 두들길 때마다 입에서 조금씩 비명이 흘러 나오고 두들긴 곳이 부어오르고 멍이 들 정도가 되어야 더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10. 차라리 아프고 말지. 어떻게 부어 오르고 멍이 들 정도로 두드리라는 것인가? 사실 의학 본류에선 벗어난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가족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뭔가 전문적이고 수준 높고 세련된 치료를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설령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보호대를 차거나 약물을 복용하거나 활동에 제한을 두는 등의 치료법이 당연하다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석기시대에나 했을 법한 돌이나 방망이로 두들기기를 권했다니 어리둥절해질 따름입니다."  이 말 역시 다른 사람이 아닌 저자가 쓴 이야깁니다.

 

11. 이런 이야기만 올려놓으면, 이 사람 의사 맞나? 의심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의사 맞습니다. 실력있는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처방을 줄까? 바로 저자가 환자의 증상만 가라 앉혀주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 내 몸의 병을 이해하고 관리해서 병원에 가서 진통제, 근육이완제, 값비싼 검사, 수술 요법 등의 과정 후에도 찾아오는 재발을 염려해서 나온 처방이라고 이해됩니다.

 

12. 이렇게 이야기는 허리, 목, 어깨, 팔, 손, 두통, 이명, 가슴 통증,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턱관절 통증 등등  그리고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근육, 힘줄로 이어집니다. 다행히 돌멩이로 두드리라는 이야기는 무릎에만 국한 되는군요. 건강한 관절과 척추를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권해드리고 싶은 건강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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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
배명진.김명숙 지음 / 김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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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주변의 수많은 소리와 함께 눈을 뜨고, 감습니다. 그 중에는 듣기 좋은 소리도 있고, 듣기 싫은 소리도 있고, 듣고 싶어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소리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겠지요.

 

2. '소리공학'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소리공학은 주변의 모든 소리를 분석하고 규명해서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소리가 우리와 함께 있는 한, 소리와 소리공학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고, 소리공학 또한 발전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평화롭게 사는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소리공학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며 우리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3. 방송을 통해 소리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자문 및 실험에 참여했던 '소리박사' 배명진 교수는, 소리공학자의 입장에서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에 대한 분석과 활용 위주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공저자인 언어학자 김명숙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소리와 얽힌 일화로 풀어냈군요. 공학자의 실용적이며 과학적인 접근과 인문학자로서의 감성적인 시각이 함께 어우러진 융합 연구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4.  책은 3부로 구성됩니다. 소리를 만나다. 소리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미래의 소리와 소리공학 세상. 저자는 '나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사랑한다'는 타이틀로 시작합니다. 사람의 오감 중 청각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갖게 되는 감각이고,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감각이라고 합니다.

 

5. 소리와 관련된 한 꼭지 단상이 떠오릅니다. 지난 일요일 이제 막 백일을 지난 손녀를 보러갔었지요. 시간과 거리상 자주 못 보다가 딸이 아빠 생일이라고 집으로 올까. 밖에서 만날까 하길래, 날도 추운데 애기 데리고 밖에 나서는 것 마음이 편치 않으니, 아빠 엄마가 딸집으로 가마 했지요. 그리고 오랫만에 만난 손녀를 품에 안으니 아이가 긴장을 하더군요. 그래서 산후 조리차 집에 와 있을 때 퇴근후 품에 안고 불러주던 노래(허밍에 가까운)를 나지막히 들려주자 그때서야 생긋 웃더군요. 다행히 아이의 뇌리에 제 목소리가 입력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6. 저자가 묻습니다. "당신의 첫소리는 무엇이었나요?". 즉, '당신이 기억하는 첫소리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군요. 심리학에서는 인생의 첫 기억이 개인의 자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여 무척 중요시하는데 소리공학자인 저자에겐 사람들의 첫 소리가 무엇이었는가가 자못 궁금하고 중요하게 생각든다고 합니다.

 

7. 가청 주파수 아시지요?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20,000 헤르츠입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귀로 듣기에 좋은 목소리는 남자의 경우 110~130 헤르츠, 여자는 210~240헤르츠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목소리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니까 기왕이면 듣기 좋은 언어와 강도가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목소리 큰 사람들은 단어의 선택이나 말의 내용도 별로인 경우가 많더군요. 공감하시지요?

 

8. 2부 '소리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재밋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군요. 물론 그 중엔 안타까운 사연도 들어있긴 합니다만, 아뭏든 '소리 세상'은 의외로 넓더군요.  소리로 TV를 켜는 이야기, 소리가 무너뜨린 거대한 다리(미국 시애틀 근교의 타코마 브리지가 바람이 아니라 바람의 공명으로 흔들리다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는군요)에서 힌트를 얻어 사람 목소리 만으로 와인잔을 깨는 실험에 대한 스토리가 재밋더군요. KBS [스펀지]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9.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자연의 소리를 잘 활용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집중력을 높이는 자연의 소리란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을 말한다고 합니다. 비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갈대밭에서 들리는 소리, 나뭇가지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 파도소리 등등. 실제로 자연의 소리를 남녀 중학생들에게 들려주면서 집중력과 뇌파 반응 검사를 시행해본 결과 매우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합니다. 좀 산만하다고 여겨지는 자녀들에게 적용해 볼 만한 사항이라 생각듭니다.

 

10. 사건, 사고에 대한 뒷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녹차 재배지로 유명한 보성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었지요. 2007년 추석 무렵, 광주에 사는 남녀 대학생이 보성에 놀러갔던 중, 고깃배를 손질하는 칠순 할아버지에게 사례를 할 테니 해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배에 태워달라고 부탁합니다. 배를 타고 가던 중 한적한 곳을 지나게 되자 갑자기 노인이 남학생을 밀어 바다에 빠트리고, 남아 있는 여학생의 손을 뒤로 묶은 다음 좁은 조종실에 가둔 후 성추행을 하기 위해 다른 장소로 배를 몰았지요. 이 때 여학생은 기지를 발휘하여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를 시도했습니다. 네 차례 전화를 했지만,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고 저항하던 여학생도 결국 바다에 내던져져 사망하고 말았지요. 이후 같은 지역에서 다른 여성 두 명의 시신도 추가로 발견됩니다. 일명 '보성 어부 살인사건'입니다.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노인에게서 증거를 찾고자 저자에게 사건이 의뢰됩니다. 여대생의 휴대폰을 통해 119에 기록된 네 번의 짧은 휴대폰 통화 기록이 그 자료가 됩니다. 1.2초의 어부 목소리와 선박의 엔진소리를 토대로 분석을 한 결과 결국 노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어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집니다.

 

11. 북한이 쏘아올린 광명성 3호가 인공위성이 아니라 미사일이라는 것이나,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세광의 총에 맞아 운명한 것으로 알려진 육영수 여사가 사실은 경호원의 총에 맞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저자의 치밀한 소리공학적 분석이 입증되는 이야기기도 담겨 있군요.

 

12. 소리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고 싶고, '소리 체험 박물관'과 '사운드 테마파크'를 설립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꿈이 실현되도록 응원합니다. 아울러,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어드바이스 해주는 부분을 옮겨봅니다. "어깨를 꼿꼿이 세우고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하루 5분 정도는 복식 호흡을 하고 성대 마사지도 틈틈이 해주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랜 시간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소리를 질러 성대에 무리를 주는 것은 피한다.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것도 성대에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 내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를 잘 관리하자. 내가 하는 말은 내 귀가 제일 먼저 듣는다. 내게 좋은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듣기 좋은 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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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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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로는 짧은 글귀가 마음에 민들레 홀씨처럼 내려앉아서 호흡할 때 마다 조금씩 자라납니다. 눈에는 익숙하지만, 마음 상태에 따라 큰 울림으로 다가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책은 잔잔한 터치가 큰 울림으로 화답하는 그런 내용들입니다.

 

2. 매일 향기로운 메일을 꽤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는 향기가득한 우체부들이 있습니다. 행복한 문화나눔터 사색의향기문화원은 '문화나눔'과 '사랑나눔'의 정신으로 이 일을 기꺼이 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문화단체입니다. (www.culppy.org)

 

               

 

3. "이 책은 그간 발송된 '향기메일'의 컨텐츠 중에서 가장 순도 높고 완성도 높은 글만을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삶을 사랑하고 현재에 충실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4. 프랑스의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답니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물론 나는 가만히 있어도 주변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됩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체가 내가 되어야하는 것이지요. 변화되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5. 책은 4부로 구성됩니다. 사람의 향기-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희망의 향기 : 다시 일어서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마음의 향기 - 어떤 마음을 남겨놓고 가시렵니까. 사랑의 향기 - 사랑은 밑지는 법이 없습니다. 책에서 인용하는 짧은 글에 역시 짧은 단상을 붙여봅니다.

 

6. "아침에 일어나 파란 하늘을 본다 / 너무나 많은 인생의 놀라움에 / 방금 배달된 갓 구운 스물네 시간에 /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 해가 떠오르고 있다 / 햇살로 목욕한 숲이 눈에 들어온다.".  _틱낫한 '갓 구운 스물네 시간'중에서.
..영어 present에 현재라는 뜻과 선물이라는 뜻이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의미있습니다. 올해 나의 생일을 지나면서 생긴 유일한 소망은 내년에도 생일 주세요..였습니다. 하루하루가 고맙고 감사한데 일년을 다시 주신다면 나에겐 더 없는 감동입니다.

 

7. "외부를 바라보는 자는 꿈을 꾸고 내부를 바라보는 자는 깨어난다.' ..좌냐 우냐 가르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습니다. 꼭 그래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명백하게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꿈많은 우리 10대들을 일찌감치 이과(理科)니 문과(文科)니 나눌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이렇게 구분하기 전에 삶을 살아가며 밖으로 내다보는 시선과 안을 들여다보는 균형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 "인간은 세상에 나올 때 신으로부터 자신만의 달란트를 한 가지씩 부여받는다고 한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만이 훌륭한 게 아니다. 바늘로 할 수 있는 일을 큰 칼이 대신할 수 없듯 큰일을 하는 사람에 비해 작은 본분에 충실한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_ 박도영 '비온 뒤 햇살이 더 눈부시다' 중에서....나이가 어렸을 땐 꿈도 많고, 욕심도 많았습니다. 해보고 싶고, 되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가자 한 가지라도 끝까지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든 것이 평준화되어 간다는 것도 받아들여야겠지요.

 

9. "당신이 비록 지금은 어둡고 좁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로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날 것을 믿고 있습니다. 드높은 삶을 '예비'하는 진정한 '합격자'가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어디쯤에서 당신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_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중에서....사족이 필요없는 글입니다. 우리도 어디쯤에서 만나야지요.

 

10.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법이 없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_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장영희 교수 이분을 생각하면 어찌 그리 마음이 애틋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가신 분에 틀림없습니다. 이분 말씀대로 투자를 잘 하신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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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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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한 젊은이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이 친구, 어둡고 긴 터널 한 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현재는 빛도 한 점 안 들어오고 있답니다. 사뮈엘 베케트의 [이름 붙일 수 없는 것(Unnamable)]의 마지막 구절이 딱 들어맞는 상황입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 모르겠어. 아마도 끝까지 모를 테지. 너는 알지 못하는 정적(靜寂)에 잠긴 채. 너는 반드시 계속해야 해. 나는 계속 할 수 없어. 나는 계속 할 거야."

 

2. 첫 무대는 정신병원입니다. 이 젊은이의 이름은 프랜시스구요. 프랜시스의 어머니가 입원해있습니다. 어머니 곁에 앉아서 프랜시스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눈을 감고서 자신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바닷속 깊숙이 입수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자유란 바로 그런 걸 말하는거지."

 

3. 불면증과 피해망상의 그의 어머니. 어머니의 나이는 마흔 살입니다. 프랜시스는 18살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지요. 그에겐 이부(異父 兄第)가 있군요. 얼마 전까지 함께 살던 의붓아버지와 그의 아들이자 프랜시스의 동생은 따로 살고 있습니다. 좀 멀리서..

 

4. 프랜시스에게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은, 도대체 내 친아버지는 누구냐입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군요. 딱 한 번, 아주 멀리 있는 어떤 사람과 잠시 연애 관계에 있었다고 말했지요. 더 이상 들려주는 이야기가 없자. 나름대로 상상을 합니다. '아주 멀리'라는 말 뒤에는 로스엔젤레스에 놀러 왔다가 레이커스 경기를 관람하고 나서 어머니와 하룻밤을 보내고 떠난 여피족 건달 녀석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합니다.

 

5. 사는 형편이 궁색합니다.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있고,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이혼한 의붓아버지가 생색내며 보내주는 얼마 안 되는 돈은 어머니 치료비로 다 들어가고, 참 한심합니다. 수업이 끝나면 알바로 일을 해야하니 공부가 될리가 없지요.

 

6. 프랜시스는 그저 모든 것에서 놓여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뭘 해보고 싶어도 방법이 안 떠오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결정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유급이 확정되는군요. 나름대로 말썽없이 학교 생활은 했지만, 성적이 협조를 안 해줬군요. 잠시 정신이 돌아온 어머니가 그것을 알고 다음 해에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늘어놓자. 프랜시스가 이렇게 답합니다. '이 지겨운 클레이몬트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니느니 차라리 군에 자원입대해서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의 전쟁터로 나가겠다'. 돈이라도 벌겠다는거지요. 프랜시스는 사실 이 말을 농담반 진담반 뱉어놓은 말이지만, 어머니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7. 그리곤 잠시 맑은 정신의 어머니가 프랜시스에게 편지를 써놓곤 다시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그 편지엔 프랜시스가 그리도 궁금해하는 출생의 비밀이 적혀 있군요. 이 소설의 진입부가 좀 지루한 듯 하던 참에 분위기가 바뀌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편지의 키워드는 "넌 시험관 아기였단다, 프랜시스" 프랜시스의 어머니는 단지 이 말을 전해주고 싶어서 지난 과거를 해명합니다. "나는 이 사실을 너에게 차마 알려줄 수가 없었어. 그러나 넌 평범한 시험관 아기가 아니었어. 만약 이것이 너에게 위안이 된다면 말이야. 너는 특별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단다."

 

8. 이 때부터 프랜시스는 그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장본인인 정자 제공자인 그의 아버지를 찾아나섭니다. 아, '정자 은행' 들어보셨지요? 국내에도 공식, 비공식으로 추진되는 부분이지요. 문제는 불임 부부이기 때문에 시험관 아이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돈많은 어느 야심가의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기 때문이지요. 불임부부도 포함되긴 했지만, 이를 주도한 먼로라는 백만장자는 단지 우생학적인 면에만 관심이 컸지요. 그러니까, 똑똑한 아이들만 낳아서 세상을 바꿔보자는 어찌 보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지요. 먼로이야기론 천재들은 후손이 없는 반면 멍청이들은 자식들을 줄줄이 낳는다나 어쩐다나..

 

9. 그래서 태어 난 겁니다. 프랜시스가 정자제공자인 아버지를 찾아나섭니다. 긴 여행을 떠납니다. 웬지 그 아버지는 머리도 좋고, 건강하고, 잘 생기고 아뭏든 그를 만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행길엔 프랜시스의 친구인 그로버가 동행합니다. 학교에서 왕따인 그를 프랜시스가 살갑게 대해주다보니 절친이 되었군요. 그리고, 엔메이라는 또래 아가씨가 함께 합니다.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에서 알게 되었지요. 엔메이는 자살을 기도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요. 프랜시스의 여행길에 합류하기 위해 병원에서 탈출합니다.

 

10. 프랜시스는 아버지를 만났을까요? 예..물어물어 힘들게 만나긴 했습니다. 그러나 해피 엔딩이 아니네요. 자, 이젠 프랜시스는 다른 꿈을 꿉니다. 그가 자주 꾸는 꿈이 있습니다. 잠들어있을 때 말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큰 돈을 따는겁니다. 아버지를 찾아 나섰을 때 4천 달러를 날렸지요. 다시 그는 그곳에서 배팅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2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합니다. 드디어 5천 달러를 손에 쥐고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갑니다. 드디어 배팅. 50만 달러까지 법니다. 그리고 50만 달러 모두를 한 곳에 겁니다. 100만 달러를 만드느냐 다시 무일푼이 되느냐입니다. "검은색과 빨간색 숫자 칸을 들락거리던 공은 딸깍 하며 공이 최종적으로 어떤 칸에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프랜시스는 숨을 멈춘 채 눈을 떠봅니다.

 

11. 젊은 작가 베네딕트 웰스는 이 소설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나는 두 가지로 축약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세 젊은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도 있는 캐릭터입니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구요. 아무리 노력하면 뜻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한계는 있지요. 미국을 '꿈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하루 아침에 신분상승도 이뤄질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분이지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느냐가 평생을 가고, 자손들에게도 대를 물려주게 되지요. 좋은 자질, 좋은 여건만 물려준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운명이려니 받아들여야 할까요? 주인공 프랜시스의 삶의 여정을 들여다보면서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생각하며 더욱 겸손해지렵니다. 올려다보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몸도 낮추고 마음도 낮추렵니다.

 

12. 또 하나는 유전자조작과 변형이 날로 더해가는 현대 유전공학의 위기감을 함께 느껴보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더하면 더하지 절대 덜해지지 않을 상황이지요. 우수한 두뇌들로만 채워지는 이 세상이 편해질까요? 나는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닮은 꼴이라곤 전혀 없는 자갈로 이뤄진 담장 보셨지요? 그런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고, 세상의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면서 어우러져 가는 삶이면 되었지. 더 뭘 바랍니까. 그 이상의 것들은 모두 허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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