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터치 - 하는 일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도널드 트럼프 &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윤영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만지는 것마다 모두 금으로 바뀌는 것은 결코 행복하다고 볼 수 없지요. 요즘 같은 날씨에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어서 만지자 마자 금으로 바뀌면 무슨 소용? 그러나 금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이 마음대로 된다면 조금 부러울 것 같습니다. 아니 솔직히 많이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플것입니다. 금을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될 만한 일에 투자하고, 될 만한 일에 올인하고, 될 만한 일에 흥겹게 도전하는 것.

 

2. 이 책은 성공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두 사람의 공저입니다. 하는 일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마이더스 터치]. 우선 책의 제목이 시선을 끕니다. 부제는 이렇게 되어 있군요. '왜 어떤 사업가는 부자가 되고, 대부분의 사업가는 그렇지 못한가?!' 그러니까 성공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업가에게 전열을 가다듬는 계기로 받아들이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 이 책의 지은이 두 사람이 성공사례로 나서기 전에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경험한 성공과 실패, 실수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하는 것이 책의 내용입니다. 지은이중 한 사람이 도널드가 진행하는 리얼리티 TV 쇼 [어프렌티스]의 프로듀서 마크 버넷이 '추천의 글'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오늘날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책무를 지니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매우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세상은 일자리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있다.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술을 계발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에서 출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두 사업가가 들려주는 조언을 담고 있다."

 

4. 책의 서문을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수없이 실패했지만, 실패는 '더 영리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그러면서 묻고 있습니다. '몽상가로 남을 것인가. 사업가가 될 것인가?'

 

5. 책의 챕터를 손가락으로 표현 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1장은 엄지손가락, 그 다음 집게 손가락, 가운뎃 손가락, 약손가락, 새끼 손가락 그리고 이 손가락들이 모여서 참으로 위대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지요. 단지 사업뿐 아니라, 문학, 예술, 건축 등등 모든 분야가 이 손가락 다섯 개의 협조하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다시 엄지는 강인함, 집게는 집중, 중지는 브랜드, 약지는 관계, 새끼는 디테일로 이름 붙여집니다.

 

6. [강인함] 실제 우리 몸, 손에서 엄지 손가락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엄지 손가락을 다치면 볼펜 하나도 잡기 힘듭니다. 이를 저자들은(이하 단수로 칭함) 사물을 부여잡고 통제 할 수 있는 힘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업가는 실패해도 굴하지 말고 뚫고 나가길 권유합니다.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업가는 실패에 직면했을 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자신의 실수에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는 것이지요. 작은 실패가 이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대개 파멸의 늪으로 곤두박질치지만,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업가들은 더욱 강하고 현명해집니다.

 

7. [집중력] 저자는 리더에겐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비전은 다른 말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업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전 이상의 어떤 것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집중력입니다. 집게손가락이 엄지손가락과 가까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집게손가락이 최대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엄지손가락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고, 집게손가락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8. [브랜드] 브랜드 값이 매겨지지 못하는 사업은 단순한 상품에 불과할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브랜드의 값어치가 그 브랜드가 소속된 공장이나 회사의 동,부동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웃돌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브랜드 자체가 힘이고, 내가 갈 길을 먼저 다져놓으며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기업이 일하지 않는 곳에서도 영향력을 스스로 확장한다고 합니다. 브랜드를 갖지 못한 비즈니스는 그저 바쁘기만 한 '비즈-니스'(busy-ness)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브랜드라는 것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역시 제대로 하는 사업은 힘들 수 밖에 없겠지요.

 

9. [관계]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함께 일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집니다. 제대로 된 경영자를 만나는 것도 우리 살아가며 바라는 사항이지만, 경영자 입장에선 제대로 된 직원을 만나길 원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성장하면 기업도 따라서 성장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기업도 성장하지 못한다.'

 

10. [디테일] 모든 시작은 작은 것에서 비롯되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길 원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무엇을 잘하는가?" 실제 사례에서 성공의 신화를 쓴 사람들이 몇 사람 소개됩니다. "언제나 최저가." 월마트의 샘 월튼 , "내 삶의 목표는 여자들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얼마나 휼륭한지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메리케이 화장품의 메리 케이 애시 그리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11. 보통 우리는 사업이 잘 되어서 비교적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친구는 운이 좋았어."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 사업가는 운보다는 자신의 생각, 비전, 추진력, 좋은 동역자들의 만남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업가가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큰 잔치를 베푸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에 사업의 뜻을 '함께'에 두는 마이더스 터치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마이더스 터치는 감성을 터치하는 손과 마음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으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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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

매일 같은 비에 자칫 짜증나고 침울해지기 쉬운 장마철

여유를 조금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학은 정말 인생에 도움이 될까?

사랑에 빠지면 왜 바보 같은 짓을 할까?
외모 가꾸기는 누구를 위해 하는 걸까?
범죄는 개인 탓일까, 사회 탓일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질문들에 
베버, 뒤르켐, 마르크스 사회학 거장들이 답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새내기 대학생 ‘밀라’는 가족과의 갈등, 친구 관계, 설레는 연애, 부조리한 세상 등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이해하고 넘어서는 데 전공인 사회학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사회학의 거장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때로는 실망도 하면서 밀라는 사회학을 정복해 가는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서 자기 삶을 이끌어 나가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사회학 입문서이자 한 편의 소설인 이 책을 밀라와 함께 읽어보실 분들!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 응모 방법 :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 완료.

 

- 응모 기간: 2013.07.22 - 2013.07.30

- 추첨 인원: 20명

- 서평단 발표: 2013.07.31 (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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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들리는 순간 - 인디 음악의 풍경들
정강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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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앞서 잠깐 소개를 해드렸던 책이지만, 오늘은 좀 더 살을 붙여서 리뷰를 올립니다. "인간의 생애란 너를 만나서 너와 헤어지는 일 / 아직 헤어짐을 짓지 않은 너에게, 음악에게" 음악은 표현입니다. 그 안에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시작과 끝이 녹아 있습니다.

 

2. 이 책의 지은이 정강현은 현재 중앙일보 취재부 기자로 재직 중입니다. 최근 몇 년전 대중음악 분야를 취재 하면서 '인디 음악'에 폭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음악이 일상의 관습을 뛰어넘은 사운드의 언어라서, 나는 음악을 사랑하겠노라 맹세했었다. 그래서 내게 좋은 음악의 첫째 조건은 관습으로부터 달아난 사운드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운드와 멜로디와 리듬을 발굴해내는 음악에 매료되곤 했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미 존재하는 사운드를 재생산해내는 게으른 음악은 내게 좋은 느낌을 주지 못했다."

 

3. 지은이는 특히 홍대 언저리에서 사귀게 된 뮤지션들이 그를 감전시켰고, 넘어뜨렸다는 표현을 하는군요, 홍대 음악가들은 흔히'인디'라고 합니다. '인디'란 말을 누가 맨 처음 붙였는지는 모른다고 하네요, 또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 '인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다고 합니다. 뭐 굳이 '사회적 합의'까지 갈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지은이의 추측으로는 1990년대 중반 홍대 둘레에서 생성된 밴드들을 기존 음악 시장과는 구별 짓기 위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인디(Independent)'라는 말의 뜻 그대로,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이들이 '인디 뮤지션'이라고 합니다.

 

4. 요즘 홍대 주변에는 수백 개의 밴드가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인근 합정동이나 문래동의 라이브 클럽까지 포함하면 1000개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이 책의 내용은 지은이가 '중앙일보' 지면에 '인디 카페'라는 연재 기사로 실었던 내용을 토대로 해서 새롭게 쓴 글이라고 합니다. 책은 4부로 되어 있습니다. 그 타이틀들이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생활 저항의 록 스피릿, 두근거리는 무한의 음악, 소박한 소리들의 풍경, 당신이라는 유일한 음악 등입니다.

 

5. 책에는 많은 인디음악 뮤지션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인디 록 밴드의 음악 풍경을 소개합니다. [크라잉넛] 을 지은이는 '개념없음'의 미학(美學)'이라고 표현하는군요. 그러나 그 '개념'의 개념이 사회에서 음악 세상으로 넘어 올 때는 예술이 된다고 합니다. 예술가 자체가 이미 좋은 의미로 '개념 없는'이들이라는 것이지요. 이들(크라잉넛)에겐 음악을 향한 열정을 그저 '재미'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이 처음 홍대앞에서 작당을 하고 모였던 때는 네 명 가운데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개념 있는 클럽사장 한 사람이 이 개념 없는 친구들에게 미래를 걸게 됩니다. 넷은 그날로 악기를 사고 연주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크라잉넛에게 록이란 무엇인가. 직설이라고 표현합니다.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대놓고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떠들지 않는 것.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면에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외부에 있다는 것이지요.

 

6. 밴드 '훌(wHOOL)'의 음악은 '두근거리는 무한'이라고 합니다. 퓨전 국악 밴드입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새 음악을 만들자"는 뜻에서 이름이 '훌'입니다. 이들은 국악에 덧씌워져 있던 온갖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이들의 생각은 국악도 대중음악이라는 것이지요. 하긴 대중과 멀리 있는 음악은 도대체 어디에 쓰임새가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그들의 음악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훌의 음악은 퓨전이 아니다. 전에 없던 한국의 새로운 음색이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

 

7. 음악은 주로 어떤 때 들으시는지요? 나는 병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소위 이지 리스닝 음악을 주로 틀어놓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연주곡이나 경음악이 종종 그 대상이 됩니다. 환자와의 대화나 치료에 지장이 없어야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단점은 계속 듣다보면 나른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땐 좀 격한 음악으로 정신을 추스립니다. '옥상달빛'이라는 밴드의 노랫말을 보는 순간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 정답을 알긴 할까 /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 나에게 실망한 하루 / 눈물이 보이기 싫어 / 의미 없이 / 밤하늘만 바라봐 //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 슬픔보다 더 큰 /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 수고했어 오늘도 / 아무도 너의 슬픔에 / 관심 없대도 / 난 늘 응원해 / 수고했어 오늘도."   리듬은 어떤지 몰라도 노랫말은 나의 정신을 다시 재정비시켜주는 힘이 느껴지는군요.

 

8. 각 챕터 말미에는 인디클래식이라는 소제목을 붙여서 산울림, 한국재즈1세대밴드, 빛과소금, 김광석 등이 소개됩니다. 음악은 교감입니다. 뮤지션들의 가슴에서 태어난 음악들이 내게로 오고, 내 귀와 가슴이 받아들이는 순간 그 뮤지션의 감성이 나의 가슴엔 떨림으로 옵니다.  그래서 '당신이 들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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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박태원 지음, 김종회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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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기억속 청계천의 모습은 196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렸을 적 살았던 약수동에서 청계천은 그리 먼거리가 아니었지요. 약수동과 청계천 중간 쯤에 위치한 국민학교를 다닌 나는 같은 반 친구가 집에 놀러가자고 하자 얼떨결에 따라나선 길이 청계천 판잣촌 동네였습니다. 생선을 담았던 나무 상자와 베니어판 그리고 다른 나무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던 집이었습니다. 좀 크면서 동남아 지역의 수상가옥을 사진이나 화면으로 보며 그 판잣집이 연상되었지요. 수상가옥은 다소 낭만적인 분위기라도 풍기지만 청계천 판잣집은 어린 마음에도 '아, 이런집에서도 사람이 사는구나'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 때가 장마철로 기억되는데, 물을 피해 다소 높은 위치에 자리잡은 집의 계단을 올라가며 바닥에 흐르는 물들과 집과 바닥을 지탱해주는 기둥 이곳 저곳에 오물과 쓰레기들이 걸려 있는 모습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더군요.

 

2.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내가 본 청계천의 모습에서 3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1938년 2월 초부터 다음 해 정월 말까지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청게천변의 복잡다단한 삶을 50개의 절로 분절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30명을 웃도는 인물들이 등장해 식민지 도시 경성을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삶의 행태와 도시의 음영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이 책의 지은이 박태원(朴泰遠)은 1910년 서울 수중박골(지금의 종로구 수송동)에서 출생합니다. 필명으로 몽보(夢甫), 구보(九甫, 丘甫, 仇甫)등을 썼습니다. 10대 후반부터 작문, 시, 평론 등을 신문과 문학잡지에 발표합니다. 19세 때 춘원 이광수에게 문학 개인지도를 받습니다. 1929년에 일본 동경 법정대학 예과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는 중에 영화, 미술 등과 모더니즘 문학에 큰 관심을 갖습니다. 학교를 중퇴하고 귀국해서 '신생' 10월 호에 단편 [수염]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합니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이 책 [천변풍경]과 함께 자전적 소설인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 있습니다.

 

4. [천변풍경]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기법이 최고조로 발휘된 박태원의 대표작으로 소개됩니다. 이 소설이 출간된 당시 평단에서 세태소설 또는 리얼리즘 논쟁을 일으킨 문제작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몇 절만(목차에 각 이야기 꼭지가 '절'로 표시)간략하게 옮겨 봅니다.

 

5. - 청계천 빨래터 -
"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는 말이 있다. 따는 간간이 부는 천변 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그래도 이곳, 빨래터에는 대낮에 볕도 잘들어, 물속에 잠근 빨래꾼들의 손도 과히들 시립지 않은 모양이다." 빨래터에 한 식경만 앉아서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온 동네 집집의 숫가락 숫자와 반찬의 종류까지도 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집안에 사는 사람들의 면모까지도 그려질 것입니다.

 

6. - 시골서 온 아이 -
시골 '가평'에서 동경해 마지않던 서울로 올라온 소년의 이야깁니다. 청량리에 들어서서 전차
를 보고 한번 올라 타봤으면 하지만, 동행한 아비는 들은척 만척입니다. 시골 구석에서 단순한 모든 것에 익숙해 있던 눈과 귀가 정신을 못차리는군요. 전차도 전차지만, 웬 자동차가 그렇게 많은지, 어디에 '장'이 선 것 같지도 않은데, 사람은 어찌 이리도 많은지, 또 집들하며 간판하며 시골 아이의 혼을 쏙 빼놓는군요. 이 당시 서울의 명칭은 '한성'이었지요. 아비는 '마소 새끼는 시골로, 사람 새끼는 서울로'의 속담 하나만 믿고 아들을 한성에 두고 갈 작정입니다. 아비가 아들을 데리고 찾은 곳은 청계천변, 한약국입니다. 아비는 다시 고향으로 되잡아 내려가고, 소년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깁니다.

 

7. 한성에는 어찌어찌 개인적인 사정으로 할 수 없이 올라온 사람들이 많군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몸으로 때우는 일밖에는 주어지지 않는 현실. 작가는 이런 정경을 그저 무심 한 듯 그려가고 있습니다. 남의 집 고용살이를 하는 여인도 등장합니다. 같은 조선 사람의 생활이면서도, 시골에서 경영해 오던 살림과 한성의 그것은 다르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무척 많습니다. 

 

8. "천변을 등 장사가 지난다. 등은 무던이나 색스럽고, 풍경은 그의 느린 한 걸음마다 고요

하고 또 질거운 음향을 발한다. 날도 좋은 오늘은 바로 사월 팔일 - "  다시 또 빨래터가 나옵니다. 작가의 이런 표현이 참 정겨우면서도 예리합니다. "얼마 동안 계속되는 개인 날씨에, 빨래터는 역시 언제나 한가지로 흥성거렸다. 아낙네들은 그곳에 빨래보다도 오히려 서로 자기네들의 그 독특한 지식을 교환하기 위하여 모여드는 것이나 같이. 언제고 그들 사이에는 화제의 결핍을 보는 일이 없다."

 

9. 책을 읽다보니 마치 1930,40년대의 한성(서울)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보는 듯 합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에겐 가물가물 기억에 남아 있는 서울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젊은 세대들에겐 사료적인 면에서 볼 수 있는 글들입니다. 일본 동경이나 경성 내 일본인 거주 지역이 상징하는 근대 도시의 보편적 삶과 대비되는 식민지 도시 경성의 특수한 삶, 청계천변의 조선인들의 생활상을 그려내면서 작가는 반성적 의식과 윤리적 자각을 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소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읽는 재미를 느낍니다. 이 점이 박태원이라는 작가가 지닌 문장력의 특징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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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 - 진옥섭의 사무치다
진옥섭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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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 풍기는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책의 제목, 마치 춤을 추듯 날아오른 글씨, 그리고 사.무.치.다..는 표현까지 그렇다. "뭘 봤으니까 저 수선을 떨겠지." 도대체 뭘 봤을까? 그리고 봤다치고 표현할 능력과 재주가 없으면 그만일텐데 그 무엇일까? 궁금점에 불이 붙는다. [노름마치]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 '노름'이라는 것을 연상해서 얼핏 이 땅의 역사상 대단한 '겜블러'에 대한 내용인가도 생각했다.

 

2. [노름마치]라는 뜻이나 제대로 알고 책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저자가 책머리에 독백처럼 풀어놓은 글 중에서 그 뜻을 알아본다.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고 한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마쳐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고 한다. 요즘 말로 바꾸면 '끝판왕'이다.

 

3. 책의 내용은 총 6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을 마당으로 표현하면 한 마당마다 세 분의 예인(藝人)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이 분들을 공연을 중심으로 또는 살아온 직업, 이 땅에서 비슷한 시기에 함께 호흡하던 분들을 모두어 한 마당에 모셨다고 한다. 많은 분들을 소개하다보니 한 분 한 분 깊이있게 소개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단다. 저자는..

 

4. 이 책에 소개되는 분들은 전통예술계에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분들보다는 변방에서 묵묵히 본인의 길을 가던 분들인 듯 하다. 그 분들의 평균 연령이 80세라고 하니 저자가 참으로 바빴겠다. 만사가 그러하지만, 시간을 붙들어매놓고 할 수 없는 작업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5. 각 마당의 이름. 그 명칭만 봐서는 감(感)이 잘 안 오지만, 이렇게 명명 되어있다. 예기(藝妓), 남무(男舞), 득음(得音), 유랑(流浪), 강신(降神), 풍류(風流)등이다. 아, 이렇게 열거만 해놔도 웬지 숙연해진다. 그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보기도 전에 그 분들의 삶이 어떠했을까 헤아려진다. 물론 그 분들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예(藝)의 한 끈을 붙잡고 살아오셨고, 살다 가셨음이 분명하건만 그래도 웬지 가슴이 애틋해진다.

 

6. "진작 좀 오잖구."  중고제의 마지막 소리라 이름 붙여진 심화영님을 만나본다. 여든아홉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국악교습소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가 뵙기를 청하고 찾아가자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 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는 '춘향가'중 한 대목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중고제는 충청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전승된 판소리라 한다. 2009년 11월 향년 96세로 별세하셨다는 대목이 이 분의 기록 마지막에 남아 있다.

 

7. 2번째 마당에선 남무(男舞), 춤추는 처용아비들을 만나본다. 예나 지금이나 춤추는 남자는 화제의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우선 현 시대의 이야기부터 꺼낸다. 남학생이 '무용학과' 다닌다고 하면, 대뜸 '무역학과'로 알아듣는다고 한다. 애써 '무용학과'라고 힘주어 말하면, 힐끗 보며 피식 웃는다. 웃음이 덜된 짧은 '피식'에는 '멀쩡한 놈이 무용(無用)한 놈일세'라는 의도가 삽입되어 있다고 하니 흘러간 시간 속 그 분들의 삶은 어땠을까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마지막 동래 한량이라 소개되는 문장원 선생을 만나본다. 동래에서는 한 해를 춤으로 열고 닫아 삼백예순날이 춤판이었다고 한다. 문장원 선생은 그의 (춤)소질이 '못된 소질'이었다고 회고한다. 1990년 초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지만, 그 스스로 이름 붙인 못된 버릇인 춤을 통해 잊혀진 근육과 혈관을 일깨우며 발을 내디뎠고, 현역 춤꾼으로 다시 춤추고 춤 일을 보고 계시다고 한다.

 

8. 마지막 유랑광대 강준섭 선생. 선생은 전남 진도군에서 대대로 무업(巫業)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국민학교를 마친 열세 살에 무명 세 필을 훔쳐 여수를 향했다. 굿판에서 썩고 싶지 않았고, '당골네'소리보다 '예술'소리를 듣고 싶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긴 여정이 시작된다. 유랑단체에 합류되어 걸어온 삶의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9. 칼춤 곧 '검무(劍舞)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가 법도와 볼품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그 검무의 무대 중앙에는 김수악 선생이 자리잡고 있다. 그녀는 고령의 나이에 걷는 것이 두렵지만, 춤추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한다. 오장육부의 감각이 음악으로 움직이는지라, '춤 들린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10. 책을 통해 많은 예인(藝人)들을 만나봤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도 있고, 다행히 전수 받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어 가르침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시는 분들도 있지만, 예(藝)라는 것이 단지 가르침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라는 공간에는 6,000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이를 깊이 연구하는 언어학자 니컬러스 에반스는 전 세계 언어의 수가 10년 안에 50퍼센트 정도로 줄어 들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언어도 문화이고, 이 책에 소개되는 예인들의 소리와 몸짓도 문화이다. 그 문화들이 소리없이 사라져간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 오직 물질에만 촛점을 맞추며 살아가는 삶이 되고 말것이라는 우려심이 생긴다. 이 책 [노름마치]가 그 분들의 '끝판 놀음'으로만 그쳐지지 않게 되길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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