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앙드레 말로 지음, 김붕구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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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기장을 쳐들어 볼까? 아니면 그대로 모기장째 찌를까?" 소설의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다. 첫 등장 인물 첸은 칼을 손에 쥐고 긴장한 나머지 속이 다 뒤틀리는 것 같다. 결국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죽였다. 소설은 그렇게 시작한다. 


2. 앙드레 말로를 만난다. 말로는 1901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1923년에 앙코르와트 유적 조사를 위해 인도차이나를 방문했다. [정복자](1928), [왕도로 가는 길](1930)을 출간하고, 1932년에 이 책 [인간의 조건]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36년에 스페인에서 내란이 일어나자 참전해 반파쇼 의용군을 조직했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희망](1937)을 출간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다시 참전. 1959년에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되었지만, 1969년에 드골이 국민투표에서 패해 대통령직을 그만두자 그와 함께 은퇴했다. 1976년에 만성 폐출혈로 파리 교외 앙리 병원에서 사망했다.


3. 소설은 혁명의 소용돌이 중심에서 출발한다. 상하이(上海)가 그 첫 무대이다.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립이 플롯이다. 중국 국민당은 중화민국의 양대 정당 중 하나로 1949년 까지는 중국 공산당과 1980년대 부터는 민주진보당과 대립관계에 서게 된다. 그 중심에는 쑨원이 있다. 20세기 중화민국에서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사이에 빚어진 충돌을 '국공내전'이라고 한다.


4. 사상과 이념의 대립은 생과 사를 가른다. 첸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그의 마음에 지극히 평안함과 혼란스러움이 교차된다. "자네가 그 숙명과 함께 살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즉, 그 숙명을 남에게 전해 주는 거야." "그럴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첸은 붙들려 고문을 당하든지 사형을 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결단과 죽음의 세계 속에서 집요하고도 단호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5. 첸의 주변 혁명 동지들의 공통점은 부평초이다. 전통적인 일체의 연줄을 끊어버린 '고립된'인간이다. 이는 말로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분위기이다. 국민당 야전부대의 상하이 봉기가 성공한 뒤 장제스 사령관이 입성, 무기 반납령이 내려 혁명 진영이 초긴장 상태에 접어든다. 첸은 장 사령관 암살을 결의하고, 동지 두 명과 폭탄을 지니고 잠복한다. 그러나 실패했다.


6. 첸은 사실 이 소설에서 조연급이다. 주연급은 기요라는 인물이다. 기요의 부친 지조르는 프랑스인이다. 불온사상자로 찍혀 베이징 대학 강단에서 쫒겨났다. 기요의 모친은 일본 여인이었다. 기요의 처는 상하이에서 출생한 독일 여인이다. 말로는 어찌 이 가정을 이렇게 국제적으로 형성했는지 모르겠다. 말로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부정형, 부동(浮動)의 전형을 모아 놓은 느낌이다. 

기요가 죽고, 그 아비 지조르 역시 죽음을 앞에 두고 번민과 체념의 시간을 갖는다. "죽음은 모든 힘을 잃고 우주의 무한한 평화 속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흩어지리라. 해방은 바로 저기 있다."


7.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말로가 제목으로 정한 '인간의 조건'을 어디에서 찾아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사상과 이념을 앞에 두고 서로 죽이고, 죽어가는 인간의 군상들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방향감을 상실한 느낌이다. 전쟁이란 상황이 그렇지 않던가. 지도부는 단지 한 가지 생각만 주입시켜 줄뿐이다. 


8. 지조르가 독백처럼 하는 말이다. "...'한 사람을 만들려면 아홉 달이 필요하지만 죽이는 데는 단 하루로 족하다.'는 말이 있다. 한 인간을 완성하는 데는 아홉 달이 아니라 60년의 긴 세월이 필요한거다. 60년간의 갖가지 희생과 의지와...그 밖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가. 그런데 그 인간이 다 만들어졌을 때, 이미 유년기도 청년기도 다 지나가 버리고 정말로 그가 한 인간이 되었을 때, 그때는 이미 죽는 것밖에 남지 않는 거란다."


9. 말로 이야기를 좀 더 적어야겠다. 책 말미에 역자인 김붕구 선생이 '앙드레 말로 연구'를 제법 긴 분량으로 적어 놓은 것을 참고한다. 말로의 정신적 편력과 섭렵의 깊이는 참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20대 청년기에 벌써 프랑스 망명 중인 트로츠키와 이데올로기와 에술에 관해 거침없이 대화, 논쟁을 교환했고 지드, 발레리도 번번이 수세에 몰려 당황을 금치 못하게 했다고 한다. 날쌘 사고의 속도라는 표현을 한다. 후반기(제2차 세계대전후)에는 몇천 년간의 고대 예술을 통해 크메르, 이집트, 그리스, 로마 문화는 물론이고 잉카, 비잔틴 문화, 힌두, 불교 문화와 종교, 중국 일본문화 등을 거침없이 넘나들며 탐색했다고 한다. 말로의 다른 작품을 좀 더 섭렵하다보면 그의 생각을 읽고 정리해 볼 계기가 될 듯하다. 말로를 더욱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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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럴 땐 이렇게 - 분야별, 상황별, 주제별 영어 번역 강의
조원미 지음 / 이다새(부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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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평은 많을 수록 좋다". "가치있는 책의 번역은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번역이라는 과정은 인간의 특별한 수고를 필요로 한다. 인류 최초의 번역은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 귀족들의 묘비에 두 개 언어로 동시에 새겨진 비명(碑名)이라고 알려져있다. 


2. 번역에 대한 아포리즘도 많다. "번역은 반역(反逆)이다"라는 말에서 시작해 "번역이란 거꾸로 뒤집어 놓은 양탄자 같을 것이다 - 세르반테스", "번역이란 사생결단의 결투로 거기서는 번역되는자 아니면 번역하는 자 둘 중 하나가 죽게 되어 있다 - 슐레겔" 같은 살벌한 말도 있고, "번역으로 인하여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 - 볼테르" 는 비교적 온건한 표현도 있다. 


3. 이 책은 오랜 기간 통번역 분야에서 꾸준한 길을 걸어 온 저자 조원미의 치열함이 묻어 있는 글들이다. 우선 영어와 한국의 구조적 차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 다음 영어식 표현과 구성에서 벗어나 우리말 표현을 구사하는 방법 그리고 정치, 경제, 문학, 과학, 예술, 정보통신, 기타 분야의 번역 강의를 통해 좋은 번역의 세계로 이끌어주고 있다. 


4. '풍부한 표현력이 충실한 번역을 만든다는 말'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저자가 학생들에게 번역을 잘하려면 표현력이 필요한데 이를 기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다.  독서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 표현력을 기르는 것은 어느 정도 독서를 통한 내공이 쌓이기 전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In put 만큼 out put 하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래서 이런 말을 해주고 있다. "좋은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주변의 모든 것이 공부다'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책이나 영화를 보던, TV에서 예능 프로를 보던 간에 내게 감동을 주는 글귀가 있으면 잘 기억해두고 있다가 활용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 


5. 영한 번역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초등학생도 알 만한 쉬운 단어의 번역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Be independent."를 직역하면 '독립적이 되어라.'가 되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생명력이 없다. 저자는 이를 '알아서 하세요.'라고 번역하는 것이 그 의미를 훨씬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쉬운 단어임에도 적당한 우리말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우리가 영한사전에 수록된 하나의 뜻만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럴 때는 '영영사전'을 참고하길 권유한다.


6. 전문 번역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이 있다. "번역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반적인 배경지식입니다. 지식과 정보 제공은 기본적으로 저자의 몫이지만 번역사는 지식과 정보의 올바른 전달을 위해 자신이 먼저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배경지식입니다."


7. 굳이 번역사의 영역까지 안 가더라도 나는 리뷰를 쓰면서 애매모호한 표현은 자제하는 편이다. 단어하나를 쓰더라도 내가 확실히 알고,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를 쓴다. 공연히 많이 아는 척 어려운 말을 집어넣고 누군가 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볼 때 우물쭈물할 것 같은 단어는 아예 쓰지 않는다. 그냥 쉬운 말을 쓴다. 


8. 학생들이 자신의 번역에 왜 그렇게 오역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탄식하는 소리가 종종 들린다고 한다. 저자는 가장 큰 이유는 원문 분석 시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문을 여러 번 읽으면서 전반적인 의미를 먼저 파악하길 원하고 있다. 의미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왜'라는 질문과 함께 앞뒤를 계속 반복하여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9. 여러 분야의 강의 중 문학 분야 글 번역에서 주의해야 할 표현에 시선이 머문다. 번역된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활자는 우리말인데 선뜻 그 의미가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되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의 번역은 역시 표현력이다. 독자가 한국 소설을 읽듯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번역 작품을 만나는 것도 읽는이의 복이다. 몇 가지 번역의 예를 옮겨본다. 

- It is a powerful story.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다.)

- There will be nothing that can be done about it. (속수무책이다.)

- He makes the first move. (그는 솔선수범형이다. / 그는 앞장을 선다.)

- He caused unnecessary fear. (그는 사람들을 괜히 불안하게 만든다.)

- Her beauty is hard to miss. (눈에 띄는 외모다.)


10. 이 책은 번역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책 중간에 '번역 학습에 유용한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부록으론 저자가 강의를 하던 중 학생들에게 받은 질문 중 다른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질문을 추려서 정리했다. 비록 번역사의 꿈까지는 아니지만 보다 좋은 번역을 꿈꾸고자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정보와 공부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세르반테스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거꾸로 뒤집어 놓은 양탄자'처럼 모든 무늬는 다 있지만 본래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없는 번역의 운명처럼 뒤집어 놓는 번역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가짐으로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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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 맘대로 베스트5


1) 죽음이란 무엇인가

2) 사이언스 이즈 컬처

3) 건축을 위한 철학

4) 국가

5) 몸젠의 로마사


- 내맘대로 베스트 5 중에 단 한권만을 고른다면?

 

 


@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이 책을 보면 이미 오래 전 이 땅을 떠난 마르틴 부버가 흐뭇해할 것 같습니다. 책에 소개되는 2인 1조의 대화를 보면, 한 테이블에서 서로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각기 입맛에 맞는 음식에 젓가락을 자주 움직이면서 정겹게 식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과학과 문화'입니다. 과학이니 인문학이니 구분을 둔 것은 완전히 인간의 편의상 구분이지요. 과학 속에 인문학이 있고 인문학 속에 과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사람들이 과학 그룹에 속하면 과학적으로, 인문학 그룹에 들어가면 인문학적인 사고로 생활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사는 것이지요. 안 그러면 왕따가 될지 모르니까요.



- 알라딘 12기 신간평가단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게 여러모로 유익했습니다.

제 주변에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선망하는 리뷰어들이 많습니다.

서평 서적을 무작위로 받는 것이 아니라, 신간평가단들이 희망하고 선정한 도서들이 손에 쥐어지기에 

책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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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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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처음 시작이 흥미롭다. 제대로 읽어보기 전에 제목만 보고 흔하디 흔한 '자기 계발서' 형식으로 짐작했다. 책의 지은이 에란 카츠가 아시아권,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호감이 간다. 스토리가 스릴러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 지은이 에란 카츠는 이스라엘 태생이다. 천재적인 기억술로 유명하다. 500자리의 숫자를 한 번 듣고 기억하여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의 재능을 발휘하여 다국적 기업 및 기관에서 기억력 증진에 대한 강연과 세미나를 2,000회 이상 진행했다고 한다. 


3. "나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능력, 혹은 이미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능력과 관련해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원치 않는 기억과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유용한 정보를 채워 넣으며, 치명적인 실수를 예방하고 충동과 욕망을 통제하는 한편, 성공률이 90퍼센트에 달하는 비법을 동원해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4. 제롬. 이 스토리의 중심 인물이자, 지은이의 분신 같은 인물이다. 제롬은 티셔츠 회사를 운영해서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다. 그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대학 교수가 되었다. 어느 날 '아시아 학생의 선물'이라는 편지를 받는다. 사실 선물이 아니라, 제롬에게 주는 '과제물'이었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는 것이 익숙한 교수에게 풀어야 할 '숙제'가 던져진 것이다.


5. '인간의 두뇌에 숨겨져 있는 보물과 관련된 다섯개의 과제'가 그것이다. 그 보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불가능한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즉 인간에게는 숨겨진 능력, 평소에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숨겨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제롬 교수가 증명해주길 원한다. 정작 그 과제물을 내는 '아시아 학생'은 존재를 감추고 있기에 스토리에 궁금점을 더해주고 있다.


6. 그 감춰진 존재와 제롬 교수 사이에 한국 여학생 '미선'이 개입된다. 이 책의 부제는 '아시아 학생에게서 온 미션'이라고 되어 있다. 컴퓨터에서 무언가 좋은 메모리, 영양가 있는 정보를 입력하려면 우선 쓸모없는 파일을 정리하고 삭제해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PC 최적화가 필요하다. 제롬 교수는 그 첫 번째 미션을 '망각'으로 시작한다. 필요하지 않은 정보와 원하지 않는 기억을 삭제하는 방법이다. '기억을 지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그 기억에 수반된 감정을 지워버린다.' 좋지 않은 기억, 건강하지 못한 기억을 의미한다. 제 아무리 강렬한 감정이라 하더라도 두뇌에 명령을 내리는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삭제가 가능해진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우리는 누구나 좋지 않은 감정이나 기억을 잊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지만, 마음 한 구석 용서를 못하는 부분이 그것을 지우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7. 두 번째는 '실수를 방지하고 의사 결정을 개선하는 법'이다. 그릇된 실수와 옳은 실수를 구별해야겠다.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실수는 옳은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계속 반복적으로 실수를 저지르다면 그건 그릇된 실수이다.". 고집과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이 덧붙여진다. '피곤할 때 절대로 결정을 내리지 말 것.', '정보량이 늘어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는 말은 마음에 담아 둘 필요가 있다. 정보량이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직관이 자리 잡을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8. 세 번째는 '욕망 관리의 선물'이다. '자제력을 발휘하고 압박감에서 벗어나 후회없는 삶을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 죄책감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죄책감을 못 느끼고 사는 사람은 매우 선한 삶을 살아가던가, 그 반대일 것이다. "결과를 받아 들일 수 있고 자신의 행동이 자신을 비롯한 어떤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겁니다." 


9. 네 번째는 '설득의 선물'이다. 중국인의 지혜가 담긴 5단계 비즈니스 전술과 유대인의 비결이 주제이다.  1단계는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라'이다. 갤러리에서 아름답고 예술적인 티셔츠를 판매하도록 갤러리 관계자의 마음을 움직인 영업사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2단계는 미엔즈 - 체면, 이미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3단계는 관시 - 인맥을 형성하라. 공자가 설파한 '호혜'를 예로 든다. 호의를 주고 받는다는 뜻이다.  4단계는 공략 - 소진 전략을 활용하라. 소진은 기원전 380년부터 기원전 284년까지 생존했던 정치 전략가이다. 그는 네 개의 핵심적인 설득의 원칙을 활용했다. 

목적의 명확성이 요구되는 결과, 상호 관심, 탄력성, 타이밍이 그것이다. 


10. 마지막 다섯 번째는 '미의 선물'이다. 완벽한 감탄의 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일본의 신경미학 법칙이 적용된다. 신경미학은 일본의 예술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 종이접기, 서예, 꽃꽂이 등의 공통점은 나무랄 데 없는 완벽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균형, 조화, 대칭, 간결성 으로 표현된다. 신경 미학은 신경 연구와 시각적인 미학을 결합한 것이다. 보편적인 미의 법칙, 혹은 원칙을 찾아내려는 과정이다. 


11. 이 소설의 주인공 제롬 교수는 한국 여학생 미선과 함께 또는 혼자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세계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을 정리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시작해 미국 보스톤, 인도의 뭄바이, 타이의 방콕, 중국의 베이징 그리고 일본 도쿄에서 그 여정을 끝낸다. 


12. 책 제목에 '뇌(Brain)'가 들어가면 먼저 머리가 아파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뇌시리즈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스토리의 빠른 진행이 책을 덮지 못하게 한다.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에는 못 미치지만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여정에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다. 이 훗훗한 여름에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책 제목엔 [뇌를 위한 다섯가지 선물]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이 다섯가지는 뇌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아직 내게 도착한 줄도 모르고, 풀지도 못한 채로 있는 선물보따리라고 생각든다. 그 선물을 풀어서 진정 내것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고 역시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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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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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를 내다보고 염려하는 사람들은 '종이책'이 사라질까 걱정한다. 이미 세계의 많은 도서관들은 종이책의 보관 한계를 인지하고 전자책으로 파일로 여유로운 보관 환경을 앞다퉈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책은 일단 눈에 들어와야 한다. 책의 제목도 장정도 질감도 느껴야 한 권이라도 더 읽게 된다. 종이책 이외의 것들은 이미 책으로의 생명을 상실했다. 그저 보관용이다.


2. "오직 독서뿐! 온 세상이 책을 멀리하는데 오직 독서뿐이라니, 무슨 말인가? 아이들은 글자를 익히고 사물을 인지하기도 전에 게임기를 놀리는 재간부터 배운다. 글도 기계 장치로 배우고, 생각도 기계에 의존한다. 버튼만 누르면 답이 나온다. 서랍에 넣어 두었다 꺼내는 것처럼 없는 것이 없고 못할 일이 없다. 반응 속도를 얼마나 단축하는가가 기업들의 지상 과제다. 삶의 속도는 날로 가파르게 빨라진다. 행복지수도 그러한가?"   - 저자의 서문에서.


3. 현대인의 가파른 삶에 쉼표가 필요하다. 생각할 틈이 필요하다. 나를 나답게 만들 시간이 필요하다. 좀 덜 후회하는 삶. 감정에 너무 충실하다가 브레이크리스한 삶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나 역시 오직 독서뿐! 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 다른 방법을 못 찾았다.


4. 저자 정민 교수는 이 책에서 "책 읽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한다. 책만 읽으면 될까? 된다. 어떻게? 그 대답은 옛 선인들이 이미 친절하게 다 말해두었다. 왜 읽고, 어떻게 읽고, 무엇을 읽을까? 여기에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이 책은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등 아홉 분 선인의 글 속에서 독서에 관한 글을 추려내 옮긴이(저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5. 선인들의 글에 저자가 생각을 덧붙였지만  리뷰에선 나의 생각을 간단히 덧붙인다. 같은 이야기가 될지언정 저자의 글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원문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밤은 낮의 나머지다. 비 오는 날은 갠 날의 나머지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다. 이 세 가지에는 사람의 일이 마땅히 조금 뜸하므로 내가 뜻을 모아 학문에 힘을 쏟을 수가 있다."    - 허균(許均)

...책 읽기를 방해하는 일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하기로 한다. 폰으로 e-book을 다운받아 보는 사람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자.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본다는 이야긴 하지말자. 책은 시간을 내서 보는 것이다. 시간이 나서 보는 책은 결국 킬링 타임용 책에 불과하다. 워킹을 해도 최소한 30분 이상을 꾸준히 걸어야 운동효과가 나타난다. 딴짓하지 않고 30분 이상을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봐야 그때부터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책읽기 모드로.


6. 학사 한 사람이 책을 보다가 반도 못 보고는 땅에 던지며 말했다. "책만 덮으면 바로 잊어버리는데, 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현곡 조위한이 말했다. "사람이 밥을 먹어도 뱃속에 계속 머물려 둘 수는 없다네. 하지만 정채로운 기운은 또한 능히 신체를 윤택하게 하지 않는가. 책을 읽어 비록 잊는다 해도 절로 진보하는 보람이 있을 것일세." 말을 잘 했다고 할 만하다.   - 이익(李瀷)

... 집중력이 문제다. 운전을 하면서 딴 짓, 딴 생각하다간 십중 팔구 사고를 직면하게 된다. 집중을 못 하는 것은 생각이 너무 많던가 아예 없던가 둘 중 하나이다. 처음엔 내가 책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나중엔 책이 나를 보고 있다. "그대, 뭐하고 계시나요?" 


7. 일찍이 독서가 사람을 기쁘게 할 때가 있고, 사람으로 하여금 손과 발이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할 때가 있음을 알았다. 어떤 이가 물었다. "옛사람의 뜻과 선생의 뜻이 서로 합치된 뒤라야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 양응수(楊應秀)

.... 몸치인지라 책을 읽다가 기뻐서 춤을 춘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가 저자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합해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이 참 기쁘다.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는 것 같다는 마음도 갖게 된다.


8. 인생 백 년의 사이에 근심과 괴로움이 자주 침범하니 편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진실로 진즉에 스스로 각오해서 노력하지 않고, 구차하게 그때그때 대응해 나가다가는 쓸모없는 재주로 마치게 될 뿐이다. 늙은 나이에 궁박한 살림을 탄식해 본들 장차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 홍대용(洪大容)

... 어떤 때는 마음이 심란해서 책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요즘 사실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에 앉아 독서대에 책을 올려 놓고 오직 책만 생각하고 글을 따라간다. 그러다보면 내 안의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진 않지만, 최소한 작아진다. 은연중 해결책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독서는 젊어서부터 훈련이 되어야 한다. 나이 들어갈수록 책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시력도 기력도 딸린다. 헬스장에가서 초콜릿 복근, 식스팩 만들기엔 열심이나 마음 근육 단련을 소흘히하면  하루 아침에 무너진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 근육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9. 군자의 아름다운 말도 간혹 뉘우침이 있음을 면치 못한다. 착한 행실도 때로 허물이 있을 수가 있다. 독서에 이르러서는 1년 내내 해도 뉘우칠 일이 없고, 1백 사람이 말미암아도 허물이 없다. 명분과 법이 비록 훌륭해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맛이 좋아도 많이 먹으면 해가 생긴다. 많을수록 더욱 유익하고, 오래되어도 폐단이 없는 것은 독서뿐이다. 

                              - 박지원(朴趾源)

...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잘 못 되었다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책을 많이 읽긴 했지만 잘 못 읽었을것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목에 힘이 들어가거나 교만된 마음이 일상에서 묻어나온다면, 이 또한 책의 잘못은 아니다. 같은 술을 마시고도 개가 되는 사람이 있고, 시인이 되는 사람이 있다. 


10. 이 책에 소개되는 선인들은 백프로 한자 세대이다. 그래서 같은 책을 수십, 수백 번 읽으라고 하기도 하고, 소리내어 읽으라고 권유한다. 요즘 세대엔 사실 안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에 대해선 한 목소리다. 한 꼭지당 한 장(2쪽)분량이다. 그저 아무곳이나 펼쳐서 책 읽기에 대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그 분들이 책을 그만큼 읽었기에 지금까지 아름다운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분들의 이름은 영원히 남겨지고 기억될 것이다. 나의 이름도 선(善)하게 기억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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