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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 "투게더"  왜 이 단어를 보니까 입안에 알싸하게 뭔가 먹고 싶어지는지 모르겠군요. 요즘 오후 되면 특히 땡깁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협력'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어떻게 '협력'이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약해진 협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주제입니다.


2. "내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반응 능력, 즉 대화를 나눌 때 남의 말을 듣는 기술이다. 협력을 하나의 실기로 탐구하고자 했다.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우리는 적어도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해야 한다."


3. "관찰하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를 잘 할 수 없다."  영국의 한 변호사가 남긴 이 귀중한 말은 '대화의 본질'을 환기시킵니다. 대화라는 테크니컬한 단어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반응 능력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대부분 소통의 기술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선 더 세밀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것을 해석하고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마 이 부분이 '협력'을 위한 첫 단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4. "팀 경기나 사업상의 거래를 해보거나, 아이들을 여러 명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호 협력과 경쟁이 뒤섞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인간에게 확고하게 내재해 있는 감정인 공격성과 분노가 경쟁의 저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리허설, 대화, 제휴, 공동체, 작업장은 이 파괴적 유혹에 대항할 수 있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선의(善意)의 충동 또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이들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경험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5. 요즘 MBC '진짜 사나이' 보셨어요? 어리버리하고, 뻣뻣하던 연예인들이 '내가 꾀부리고, 잘 못하면 여러 사람이 나때문에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완전 '군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환경과 훈련과 반복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군대를 다녀와도 일편단심 민들레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스라엘처럼 전 국민의 현역, 예비역화를 만들 수도 없고..아뭏든 군대라는 조직만큼 '협력'을 뼈저리게 각인시키는 커뮤니티가 없을 것 같습니다. 


6. '협력'을 위해선 '교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모든 동물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경험이라고도 부릅니다. 자극과 반응이라는 단어로도 대체되지요. 지은이는 고등영장류 사이에선 '교환'이자의식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즉 모든 영장류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를 곰곰히 생각하며, 여러 다른 종류의 교환을 실험한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머리굴림의 역사와 전통이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7. 지은이는 젊은 사회학자였던 1970년대에 보스턴 미국인 백인 노동자 계급의 가정 약 1백여 가구를 인터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보고 있습니다. 이들 노동자들의 업무는 거의 대부분 '영혼 없는시스템'이라고도 부르는 '한 장소에 고정된 작업' 즉, 노동의 기계적 분업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러한 업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은이는 그러한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강력한 비공식적 연대를 통해 그런 고정된 작업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비공식적 관계는 사회적 삼각구도를 이루는 세 요소가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었답니다. 노동자와 관리자들의 신뢰와 존경심, 노동자들간의 격의없는 대화, 노동자들의 간의 협업.


8. 자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요? 직장 생활 해피하십니까? 일은 둘째치고 인간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벽은? 그 때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의 상황은 대체적으로 안타깝습니다. 서로 간의 업무상의 연대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은이는 이런 표현을 하는군요. "그들 중 대다수가 자기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 장소에서 맺어진 연대가 부박하고 피상적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해했다." 

 이 말에 자유로운 사람은 진짜 자유인입니다.


8. 그렇다면 약화된 협력을 어떻게 더 끈끈하게 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이를 '사회적 수리(social repair)'라는 말로 대체하는군요. 맞습니다. 고쳐 써야지요. 수리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파손된 물건을 새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기능을 개선시키거나,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를 좀 더 세련된 용어로 바꿔보면, 복원(restoration), 교정(remediation), 구조변경(reconfiguration)입니다.


9. 이 책을 2/3 이상 읽으면서 느낀 점은 비교적 진단은 잘 내리는 듯 한데, 처방이 좀 약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콧물이 질질 흐르고, 목이 부어서 침도 잘 삼키지 못하는데 '닭고기 수프' 드시고 푹 쉬세요~! 라는 진단만 나오는 듯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닭고기 수프든 꿀물이든 먹어봐야겠지요. 


10. 마지막에 건진 처방은 "사기를 복구하고 상처를 회복하라'는 수프입니다.

  사기(士氣, 씩씩하고 굽힐줄 모르는 마음가짐).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사기에 대해 상당히 엄격했다는군요. "정신 똑바로 차려! 허우적대지 말고 제대로 해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고서를 통해 우울증이라 규정된 사기 저하가 전염병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진국 인구의 거의 4분의 1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구의 15퍼센트가 그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의학적 우울증 환자의 치료법으로 '협동적 행동'이 제안되기도 하지요. 이는 프로이트가 생각하고 실행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다른 환자들과 함께 어울려서 노래를 부르거나 청소를 하게 하는 처방이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11. 리뷰 마무리는 프로이트 영감님에게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한 인물에 대해 감정적으로 강렬하게 집착하는 경우 우리는 그 다정한 사랑 배후에 무의식 상태로 은폐된 적대감이 있음을 발견한다."  [토템과 터부]


12.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투게더]는 결국 내가 어떤 공동체(가족, 학교, 직장 나아가서 사회)에서 유리되었다는 존재감에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로 회복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시지요? '자기 존재 감각'은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이고, 합류할 때 회복되는 것이지요. 이런 그림을 함께 그려보시지요. 긴 줄넘기 줄이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10사람 정도 줄을 서 있군요. 한 사람 한 사람씩 발이 걸리지 않게 합류해야 합니다. 자, 다음은 내 차례 그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뛰어듭시다. 그리고 함께 갑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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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몸젠의 로마사 1 -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몸젠의 로마사 1
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성중모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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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철학자인 헤이든 화이트는 역사가들의 저작을 분석하면서 역사 서술에 나타난 이미지의 패턴과 사료의 설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역사 서술에서 역사가들의 시각을 반영한 이미지, 상징, 알레고리를 찾아 분석하는 일이 과제라고 한다. 

      (메타역사 / 헤이든 화이트 / 지만지)


2. 국내에 번역 소개된 '로마사' 관련 서적만 해도 80여 권이다(아동서적 포함). 절판된 서적까지 포함하면 100권은 족히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로마사'관련 서적 중 테오도르 몸젠의 [로마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3.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은 19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던 고전문헌학자이자 역사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 책 [로마사]는 독일 최초로 190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역사 연구서가 문학상을 받았다는 점은 [로마사]가 가진 의미, 즉 [로마사]가 역사 연구서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교양의 결실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4. 아울러 몸젠은 로마법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자였다. 그는 로마 금석학과 관련된 연구 사업을 이끌 만큼 로마 고고학과 역사에 조예가 깊었고, 로마 고전문헌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학자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15장으로 편집되어 있다. 고대역사, 이탈리아의 역사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에서 라티움인의 확장 및 정착, 로마의 초기 국가 체계, 로마의 영토 확대, 이탈리아와 주변 민족들, 법과 법정, 종교, 농업, 상업과 무역, 측량과 문자 그리고 예술 등이 주요 주제이다.  전체적으로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이다.


5. 몸젠은 이 책에서 로마의 역사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이유는 국가 체계의 형태를 갖추고 난 이후 로마라는 도시 공동체가 이탈리아 반도를, 이후 세계를 지배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그렇게 주장 할 수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흔히 로마 인에 의한 이탈리아 정복이라고 불리는 것은 기실 이탈리아 반도에 살던 전체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6. 최초로 이탈리아로 이주한 인류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없지만, 이탈리아 반도에서 유구한 세월을 살아온 민족들의 언어를 통해 즉, 언어 유사성과 상이성에 대한 역사 연구와 그에 따른 개별 언어 내지 민족들을 확인할 실마리를 찾게 된다.


7. 신약 성경에서 사도 바울을 통해서 언급된 로마 시민권은 로마 시민에게만 국한된 엄격한 제도였다. 시민과 비시민의 구별은 매우 분명하며, 시민들 간의 법적 평등은 매우 철저했다. 로마 인만큼 시민과 비시민의 구별을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게 실행한 민족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국가 존망이 시민에 기초함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시민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군역이었다. 오로지 시민만이 무기를 잡을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시민은 동시에 병사였다. 


8. "이탈리아 사람들, 특히 로마 사람들에게서 원시 상태의 것들이 여타 인도, 게르만 어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남아 있다. 활과 화살, 전차, 여성의 사유재산, 부인의 매매, 윈시적 매장 형식, 피의 복수, 공동체 권력과 투쟁하는 씨족 체제, 생생한 자연 상징체계 등, 그리고 이와 유사한 수많은 현상은 이탈리아 문명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전제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이를 관찰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이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단지 여타 민족들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이런 것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 역사는, 예를 들어 희랍이나 독일의 역사와 비교해서도 오히려 진보된 문명 단계로부터 시작한다고 하겠으며 그 자체적으로도 비교적 현대적 성격을 지닌다."


9. 몸젠은 로마 신들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희랍 종교와 로마 종교의 본질은 추상화와 의인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희랍의 신은 자연현상이나 추상개념에서 나온 반면, 로마 인들은 신들을 인성으로 표현하여 각각 남성이나 여성으로 파악했으며, 알 수 없는 신들에게 기도할 때조차 "그대 남신 혹은 여신이여"라고 불렀다. 


10. 이탈리아 인의 예술적 재능에 대해 몸젠은 이런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가 예술 일반을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정신성이라는 영역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갖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완벽하게 이해하는 아름다움은 정신적 이상(理想)이 아니라, 오로지 그의 눈앞에 나타난 감각이었다. 이탈리아 인은 건축과 조형예술에서 타고난 역량을 발휘했는데, 이 분야에서 고대 예술을 통틀어 희랍 예술의 최고 제자였으며, 근대 예술을 통틀어 다른 민족의 최고 스승이었다."


11. 다시 헤이든 화이트의 견해를 추가하면, 몸젠을 낭만주의 사가이며 위대한 서술적 역사가로 명명하고 있다. 역사 서술, 역사의 다양성과 명암과 생동감을 역사 연구의 주된 과제로 받아들인 역사 서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1. 역사철학자인 헤이든 화이트는 역사가들의 저작을 분석하면서 역사 서술에 나타난 이미지의 패턴과 사료의 설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역사 서술에서 역사가들의 시각을 반영한 이미지, 상징, 알레고리를 찾아 분석하는 일이 과제라고 한다. 

      (메타역사 / 헤이든 화이트 / 지만지)


2. 국내에 번역 소개된 '로마사' 관련 서적만 해도 80여 권이다(아동서적 포함). 절판된 서적까지 포함하면 100권은 족히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로마사'관련 서적 중 테오도르 몸젠의 [로마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3.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은 19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던 고전문헌학자이자 역사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 책 [로마사]는 독일 최초로 190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역사 연구서가 문학상을 받았다는 점은 [로마사]가 가진 의미, 즉 [로마사]가 역사 연구서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교양의 결실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4. 아울러 몸젠은 로마법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자였다. 그는 로마 금석학과 관련된 연구 사업을 이끌 만큼 로마 고고학과 역사에 조예가 깊었고, 로마 고전문헌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학자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15장으로 편집되어 있다. 고대역사, 이탈리아의 역사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에서 라티움인의 확장 및 정착, 로마의 초기 국가 체계, 로마의 영토 확대, 이탈리아와 주변 민족들, 법과 법정, 종교, 농업, 상업과 무역, 측량과 문자 그리고 예술 등이 주요 주제이다.  전체적으로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이다.


5. 몸젠은 이 책에서 로마의 역사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이유는 국가 체계의 형태를 갖추고 난 이후 로마라는 도시 공동체가 이탈리아 반도를, 이후 세계를 지배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그렇게 주장 할 수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흔히 로마 인에 의한 이탈리아 정복이라고 불리는 것은 기실 이탈리아 반도에 살던 전체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6. 최초로 이탈리아로 이주한 인류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없지만, 이탈리아 반도에서 유구한 세월을 살아온 민족들의 언어를 통해 즉, 언어 유사성과 상이성에 대한 역사 연구와 그에 따른 개별 언어 내지 민족들을 확인할 실마리를 찾게 된다.


7. 신약 성경에서 사도 바울을 통해서 언급된 로마 시민권은 로마 시민에게만 국한된 엄격한 제도였다. 시민과 비시민의 구별은 매우 분명하며, 시민들 간의 법적 평등은 매우 철저했다. 로마 인만큼 시민과 비시민의 구별을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게 실행한 민족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국가 존망이 시민에 기초함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시민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군역이었다. 오로지 시민만이 무기를 잡을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시민은 동시에 병사였다. 


8. "이탈리아 사람들, 특히 로마 사람들에게서 원시 상태의 것들이 여타 인도, 게르만 어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남아 있다. 활과 화살, 전차, 여성의 사유재산, 부인의 매매, 윈시적 매장 형식, 피의 복수, 공동체 권력과 투쟁하는 씨족 체제, 생생한 자연 상징체계 등, 그리고 이와 유사한 수많은 현상은 이탈리아 문명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전제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이를 관찰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이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단지 여타 민족들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이런 것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 역사는, 예를 들어 희랍이나 독일의 역사와 비교해서도 오히려 진보된 문명 단계로부터 시작한다고 하겠으며 그 자체적으로도 비교적 현대적 성격을 지닌다."


9. 몸젠은 로마 신들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희랍 종교와 로마 종교의 본질은 추상화와 의인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희랍의 신은 자연현상이나 추상개념에서 나온 반면, 로마 인들은 신들을 인성으로 표현하여 각각 남성이나 여성으로 파악했으며, 알 수 없는 신들에게 기도할 때조차 "그대 남신 혹은 여신이여"라고 불렀다. 


10. 이탈리아 인의 예술적 재능에 대해 몸젠은 이런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가 예술 일반을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정신성이라는 영역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갖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완벽하게 이해하는 아름다움은 정신적 이상(理想)이 아니라, 오로지 그의 눈앞에 나타난 감각이었다. 이탈리아 인은 건축과 조형예술에서 타고난 역량을 발휘했는데, 이 분야에서 고대 예술을 통틀어 희랍 예술의 최고 제자였으며, 근대 예술을 통틀어 다른 민족의 최고 스승이었다."


11. 다시 헤이든 화이트의 견해를 추가하면, 몸젠을 낭만주의 사가이며 위대한 서술적 역사가로 명명하고 있다. 역사 서술, 역사의 다양성과 명암과 생동감을 역사 연구의 주된 과제로 받아들인 역사 서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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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루 다른 행복 - 부처 핸섬, 원빈 스님과 함께 가는 행복의 길
원빈 지음 / 이지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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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제목이 반입니다. [같은 하루, 다른 행복]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다른 행복을 찾는 것은 순전히 나의 몫입니다. 그 누가 내게 택배로 보내주길 기다리면 안 되겠지요.


2. 지은이는 법명이 영화배우 원빈과 같아서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원빈(圓彬)스님. 은사 스님이 지어주신 법명 원빈은 '해나 달처럼 둥글게 빛나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3. '행복의 나라'로 반드시 가겠다고 다짐하는 서원(誓願)과 행복을 향해 직접 움직이는 행원(行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웰빙을 지나 요즘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힐링입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이 뜰수록 상대적으로 마음 깊숙히 자리 잡아서 아물고 있던 상처가 도드라지게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4. 지은이는 우리 모두가 힐링의 끝자락에 서 있다고 표현합니다. 많은 이들이 삶의 고속도로 위 휴게소에 멈추어서 힐링의 커피 향기에 취해 있다는 표현도 덧붙입니다. 우리는 이미 커피를 충분히 마셨고, 휴식했으니 이제 각자의 마음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야 할 때라고 합니다. 하긴 휴식이 너무 길어지면 몸이 너무 이완되어 버리지요.


5. 책에서 지은이가 하는 말을 마음에 담으며 떠오르는 단상을 붙여봅니다.


6. "가슴이 말하는 그 뜨거운 것을 좇는 삶을 산다면, 자유로워지지 않을까요?"

   -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내 가슴이 말하는 뜨거움을 외면하고, 남의 머리와 가슴이 말하는 차가움에 몸을 움츠리며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7.  "이기고 지는 마음을 초월 할 때, 이기는 것에 더 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 경쟁 사회에 살면서 느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짐짓 표현을 안 할 뿐이지요. 내가 조금 앞서간들, 내가 조금 뒤진들 그것이 과연 나의 삶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겠지요. 


8.  "아직 행복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행복을 선택하고 행복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 웹 친구들에게 종종 이런 글을 남깁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그러나 정작 나는 '행복'의 실체를 알고 있는가?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를 수시로 점검해봐야겠습니다. 


9. "다름은 축복입니다. 그러니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해주세요."

   - 여전히 오른손(오른손잡이)은 '바른손'이라고 꿋꿋하게 이름 붙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보세요~ 당신 오른손만 '바른손'이면 왼손 쓰는 사람은 '틀린 손'입니까?"


10. "무엇이 되든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오래 전에 유행어로 돌던 말이 있었지요. '먼저 인간이 되어라' 아마 이 말은 생명력이 길것 같습니다. 나도 얼른 사람이 되어야하는데, 어떤 때는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밥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지요. 간혹 내 안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뚜껑이 열리려고 할 땐..완전 밥그릇에 머리박고 정신 없이 밥을 흡입하고 있는 개의 꼬리가 잡아 당겨진 것처럼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도 이제 그만 사람으로 머무르고 싶습니다. 


11.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나에게 맞는 것을 할 때 행복합니다. 행복한 척이 아니라 정말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 목구멍이 포도청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즐기면서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지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표가 납니다. 몸과 마음이 늘 긴장해있고, 예민해져 있습니다. 


12. "겸손이 미덕인 시대입니다. SNS가 발달할수록 겸손은 더더욱 중요해집니다. 소통의 기본이 겸손이기 때문입니다."   - 타인을 통해서 나를 돌아봅니다. SNS 중 페이스북을 주로 이용합니다. 상대방은 '우리 친구아이가~!'하면서 댓글을 아주 편하게 던집니다. 그런데, 참 나는 불편합니다. 뭐 굳이 나이를 들먹거리긴 뭐하지만, 어떤 땐 내 딸보다 어린 친구가 또래에게 글 남기듯 할 땐 화가 납니다. 대응은 안 합니다. 그렇다고 친구사이를 끊는 것은 좀 그렇고, 타임라인에서 그 젊은 친구의 소식을 안 보이게 설정합니다. 안 그럼 언제라도 부딪힐지 모르니까요. 우리 겸손합시다. 제발 예의를 갖춥시다~!


13. "나를 사랑하는 꼭 그 만큼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 혼자 살 수도 있는 사람이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내가 보듬어 안아주지도 못하면서 남을 안아줄 수는 없지요. 나는 안길 생각만 하니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하다가 그냥 도망가버리지요. 


14. "정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싶다면 마음의 평화를 배워야 합니다." 

 - 포커페이스. 그 페이스가 어떤 페이스인지 거울을 봐야겠습니다. 종종 거울을 들여다보며 '아에이오우]를 크게 몇 번 해봅니다. 은연 중 내 얼굴 근육이 굳어 있진 않나 점검합니다. 얼굴의 어원은 '얼꼴'이라고 합니다. 얼이 꼴로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마음이 밖으로 드러난 모양이 얼굴입니다. '별꼴이야' 소리는 안 듣고 살아야겠지요.


15. "병이 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들려주는 경고 메시지입니다."

   - 제가 존경하는 은사 한 분은 70세 중반의 연세에도 테니스 치실 때는 40~50대 상대방이 질 때가 많습니다. 예의상 져주는 것 아닌가?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더군요. 그런데, 그 분의 건강 철학은 딱 한 가지입니다.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기. 마음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원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서 그 분은 몸 컨디션이 안 좋다 싶으면 주위에서 아무리 꼬드겨도 절대 테니스채를 안 잡습니다. 나도 그 분의 건강철학을 따르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발 몸이 보내주는 사인을 절대 무시하지 마시길. 목, 어깨가 아프다고 치료 받으러 온 사람이 누워서 스맛폰으로 게임이나 카톡을 합니다. 내게 걸리면 나이를 불문하고 혼납니다. 목과 팔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 하겠지요. "치료 받는 동안만이라도 제발 좀 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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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아포리아 - 뻔한 도덕을 이기는 사유의 정거장
사토 야스쿠니 & 미조구치 고헤이 엮음, 김일방.이승연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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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1927~1987)는 인간의 도덕성 단계를 확인할 수 있는 채점 방법을 개발하는데 30여 년의 반평생을 바치면서 연구를 거듭한 결과 저 유명한 '3수준 6단계'설을 이론화해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도덕성은 1단계에서 6단계로 발달해가는데 6단계는 좀처럼 이르기 어려운 단계로 극히 일부 사람들만이 이룰 수 있고, 5단계에 이르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도덕교육의 목표를 제4단계, 즉 '법과 질서' 지향 단계에 두는 것으로 만족했다. 적어도 세상 사람들이 법과 질서를 지향하는 도덕성만이라도 제대로 갖춘다면 지금보다 휠씬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 왜 다시 '도덕'이 강조되어야 하는가?  예전에는 밀실에서 이뤄지던 비도덕적인 일들이 백주 대낮에도 버젓이 일어나고,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 만큼 '도덕'이 예민한 화두가 되고 있다. 도덕이란 나만을 위한 규범이 아니다. 너와 내가 행복하게 공존하는 데 필요한 규범이다. 사회의 안정과 신뢰감을 확보하는 주춧돌이다.


3. 이 책의 원제는 [모럴 아포리아 : 도덕의 딜레마] (2007)다. 제목 그대로 도덕적 난제 또는 난문이다. 나카니샤 출판사가 기획한 윤리학 총서 가운데 제 1권이다.  이 책의 특성은 첫째, 주제가 다양하면서도 주제별 집필자를 전부 다르게 함으로써 주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둘째, 기술 방식이다. 각 글 서두에 주제를 좀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안티노미(antinomy, 이율배반) 형식의 물음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이 책의 활용도이다. 철학, 윤리학 관련 강좌나 교양 강좌에서 교재로 활용할 만하다. 


4. 오늘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성(性)과 관련된 스캔들을 비롯해서 금전과 특혜가 오간 과정이 드러난 밀실거래등이 노출 될 때마다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들은 그들이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은닉하고 변명하기 바쁘다는 사실에 거듭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5.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차별인가?  :  테제 - 남녀 간의 어떤 차이도 인정해선 안 된다.

  안티테제 - 남녀의 차이(특성)를 인정한 평등이라야 한다. 

오래 된 주제이다. 오토 바이닝거(1880~1903)는 인간이 자웅동체의 본성을 지니고 있음을 최초로 인식하고 연구했다. 그는 최초로 육체와 영혼의 '양성 이론'을 만들어 냈다. 바이닝거에게 양성이란 인간의 원래 성향이 양성적이라는 것이며,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 요소 중에서 어느 요소가 많은지에 따라 남성 또는 여성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6. 그렇다면 이 책의 필자들은 어떤 논리를 펼치는가?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필자는 요코하마 국립대 교수 가나이 요시코다. 밀(J.S. Mill)과 루소를 등장시킨다. 이성은 인간 모두에게 평등하게 배분되어 있으므로 성차(性差)는 무화(無化) 내지 극소화할 수 있다는 사고는 밀의 것이다.  루소는 성차는 자연에서 유래하는 본래적인 것이라고 한다. 여성을 위한 기능평등주의의 원형을 만든 사상가이다. 자연적으로 주제는 페미니즘으로 넘어간다. 페미니즘은 그 성립 초기부터 평등론과 특성론의 상반된(그러나 긍정과 부정의 상보적 관게에 있는) 원리를 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같다'는 원칙을 적용하는 데 있어 평등화를 주장하는 흐름과, 반대로 여성의 고유성을 보존, 존중하는 의미에서 '다르지만 같음'의 평등이 있다는 페미니즘의 두 가지 주장은 여성 해방 전략을 차별화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7. 도덕적 행위는 보상받을 수 있는가?  : 테제 - 도덕적 행위는 보상받을 수 있다.  

 안티테제 - 도덕적 행위는 현세에서든 내세에서든 보상받지 못한다.  이 글의 필자는 도쿄대 세키네 세이조 교수다.

두 목소리 : 고교 동창생의 자동차가 우연히 터널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아침에 돌아가는 여성이 타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출근 중인 성싱한 청년이 타고 있었다. 그 때 한순간 낙반 사고가 일어나 여성은 간발의 차로 터널을 빠져나가 구출되었지만 청년은 터널에 부딪혀 암반 밑에 깔리고 말았다. 1996년 2월 훗카이도 도요하마 터널 붕괴 사고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이 동창생 가운데 어느 쪽이 '도덕적'이었는가?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 아니, 굳이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어야 할까?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언론은 운명의 장난, 성실한 청년이 '보상받지 못하는' 모순, 신도 부처도 없는 것인가 하는 논조로 보도했다고 한다. 이 물음에 대해서 도덕적 행위는 보상받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렇지 않다의 두 목소리가 있다. 


8. 도덕적 행위의 보상 문제에 대해선 신앙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구약 성경의 테제는 도덕적 행위는 보상을 받는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소돔 사람들의 멸망, 70명의 형제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아비멜렉은 그 대가로 여자가 떨어뜨린 맷돌에 머리가 으스러져 숨졌다. 이에 비해 히즈키야는 역대 왕 가운데 특히 경건한 왕으로 알려져 있으며(열왕기하 18:3-6), "부와 명예의 혜택을 입었다." 구약에는 이런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9 그렇다면 안티테제의 입장은?  헬레니즘 시대의 니힐리스트 코헬렛은 이런 말을 남겼다.

"악인들의 행동에 마땅한 바를 겪는 의인들이 있고 의인들의 행동에 마땅한 바를 누리는 악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또한 허무라고 말한다."  니힐리스트 저변에 깔린 것은 '신은 죽었다'라는 인식이다. 도덕적 행위가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코헬렛 당대부터 일상적으로 경험해온 것이다. 대규모 전쟁의 살육, 광범위한 질병, 천재지변 등을 내세우며 니힐리스트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낸다. 그런데 니힐리스트들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내세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인가? 내세가 있다는 것은 '불확실'하지만, 그것이 없다는 것 역시 '불확실'하지 않은가? 


10. 사회, 좋은 삶, 자유, 도덕의 존재에 대한 아포리아(aporia)등의 4부로 편성되어 있다.

(아포리아 ;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같은 것을 말한다. 원래는 '막다른 골목'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점을 명확히 한다는 의미에서 아포리아의 발견을 중시하는 경우도 있다.)로 편성된 이 책은 총 19개의 소주제를 놓고 주제마다 각기 다른 필진이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길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단지 독자에게 사유(思惟)의 길을 터줄 뿐이다. 어느 쪽에 마음을 기울이느냐는 전혀 독자의 몫이다.


11. 필진을 대표해서 도쿄대 사토 야스쿠니 교수는 이런 말을 서문에 남겼다. 

"이 책은 오늘날 사회문제로서 주목받고 있는, 또 보통의 삶 속에서 쉽게 마주치는 생생한 '윤리학적 난제'에 대해 윤리학 전문가들은 어떻게 대답하는지 혹은 대답할 수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 문제점을 정리하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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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졸우교 - 소설 인문학 수프 시리즈 1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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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양선규 교수의 인문학 수프 시리즈 중 첫 권인 '소설'에 대한 이야기. 지은이는 독자가 이 글 전체를 한 편의 소설로 읽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장졸우교(藏拙于巧)라는 말은 '자신의 졸렬함을 기교로서 감추다'라는 뜻. 채근담에 나오는 장교어졸(臟巧於拙 : 교묘함을 졸렬함으로 감추다)을 패러디한 말이라고 함. 지은이는 소설도 아니고, 소설론도 아닌 이 책의 글쓰기가 그런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 "킬링 필드, 고해(告解), 죄 많은 내 청춘, 그 순간 내게는 그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광주에서의 무력감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글쓰기 공부에 나서면서도 나는 그 단어들을 내 연습장에서 종내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2년 뒤, 어렵게 작가가 된 수상 소감 말미에 "문학은 나의 종교다"라고 썼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글쓰는 사람들에게 문학이 종교가 되는 것은 '쓸 만한 이유'이다.


3. "헤밍웨이가 주는 감동은 무엇보다도, 그가 묘사하는 '행동의 깊이'에서 나온다. 그 부분은 언제나, 단연코 압도적이다. 소설은 묘사라는 것을 그는 확실히 보여준다. 묘사의 힘이 모든 관념을 압도한다."  

묘사를 잘 한다는 것은 나의 일상에 배인 행동의 깊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치열한 관찰력과 함께 묘사에는 생명력이 부여되어야 한다. 대가는 공연히 대가가 아니다. 


4. "책의 진정한 가치는 보통 재독(再讀) 때 발견된다. 사람 만나는 이치와 같다. 초대면만으로는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초독(初讀)은 그저 상대의 얼굴만 알아보는 정도다. 첫인상이 좋다고 꼭 좋은 반려자가 되라는 법은 없다. 살아 봐야 좋고 나쁘고를 알 수 있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내용을 겪어봐야 제대로 책을 알 수 있다."  

나도 가끔 재독을 한다. 리뷰를 쓰면서 한 귀절쯤 인용해보고 싶어서 다시 꺼내본다. 그런데 읽으면서 느낀다. 이런 대목도 있었나? 그래서 책을 방출할 때마다 심사숙고한다. 다시 볼 수도 있는 책. 다시 안 봐도 될 책을 구분한다.


5. "대학 1학년 때 차라투스트라를 처음 만났다. 우연히 만났다. 아직은 많이 어리고 미숙한 때였다. 정을 나눌 친구, 사랑을 주고 받은 연인, 가르침을 줄 스승이 필요한 때였다. 차라투스트라, 그가 어떤 자격으로 내게 왔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때까지 책에서 무엇을 배운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스승다운 스승도 없었다.(....)차라투스트라를 만나긴 했지만, 그는 종내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아직 내게 니체는 먼 그대이다. 내게 차라투스트라는 스트라우스의 음악으로 만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보통의 클래식은 처음엔 조용히 시작하다가 고조되다가 다시 잔잔해졌다가 치솟아 오르곤 한다. 그런데 스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으면 시작이 만만치 않다. 산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며 차라가 달려 내려오는 것 같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맨발로 나무를 징검다리 삼아 밟으며 날아오듯 내려 오는 것 같다. 


6.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정글 속의 짐승]은 한 남자의 불운과 불민(不敏)을 그린다. 그에게는 남모르는 고통이 있다. 그는 늘 자신의 모든 행동은 결국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예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그는 한 번 지나온 길이 아니면 발을 내디디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의 앞장을 서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야 안전하다."  

이 증상을 요즘 병명으로 붙이면 '공황장애'쯤 되겠다. 의외로 주변에 이런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다. 눈빛을 보면 안다. 시선이 한 군데 오래 고정되어 있지를 못한다. 그리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려한다. 치료의 50 퍼센트는 그 사람 몫이다. 그래서 치료가 쉽지 않기도 하다.


6. "대학 1학년 때,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었다. 그 소설의 주제처럼 그때는 사랑과 야망 그 두 가지 주제가 내 인생의 전부인 양 여겨졌다. 그것 이외의 삶은 잘 상상되지 않았다. 희생이니 구원이니, 아니면 몰입을 통한 구도적(求道的)자기 실현이니 하는 것들은 아직 인생 목록에 오를 때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의 존재를 전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랑과 야망을 제외한 것들이 내게 자리잡기 전에 팍팍한 일상이 먼저 들어온다. 나머지 것들은 안타깝게도 몸으로 때우던 시기를 지나서 이젠 몸을 좀 아껴야 할 때 슬금슬금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 이젠 어쩌라고? 그냥 받아들이며 살란다. 크게 놀랄 일도 화날 일도 낙심할 일도 없이 그냥 받아주란다.


7. 지은이가 소설, 소설가, 시인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버무려 써 놓은 글에 그저 몇 자  얹는다. 문학이라는 매개체가 있으니 크게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시나 소설이나 모두 작가들이 영적,육적 에너지를 소진해가며 쓴 글들이다. 그들에게 힘을 주는 일(크게 기대도 안 하겠지만..)은 많이 읽어주고 느낌을 공유하면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일이다. 글쓰는 사람들에겐 글 쓰는 일이 그들의 '종교'이기도 한다기에 더욱..그러면 독자는 신자(信者)가 되는 것인가? 문학교(文學敎)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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