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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 Book Review 〉
《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
_안드레아 칼라일 / 웅진지식하우스 (2025)
“노년은 잘 무장해야 진입할 수 있는 낯선 세계가 아니라 친숙하던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는 시기이다.” (p.144)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까?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춰볼 때, 2023년 기준 72세 노인의 건강수준이 10여 년 전(2011년) 65세 노인의 건강 수준과 비슷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근로 여력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노인 연령을 조정하는 정책은 집단 간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지만, 70세를 노인연령 기준으로 삼자는 것은 고령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 등과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아 칼라일은 미국의 작가이다. 저자 역시 노인대열에 합류했지만, 100세까지 산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겪는 일상과 단상을 블로그로 연재하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노모와 함께 보내 7년의 시간과 여든 살을 앞둔 자신을 바라보며, 나이 들어감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회의를 품는다. 왜 우리는 나이 들어가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은 3챕터로 편집되었다. ‘노화를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법’, ‘나는 나이든 여자입니다’, ‘오래 살아야 보이는 것들’ 등이다. 각기 제목만 봐도 노년을 살면서, 말년을 준비하는 저자의 차분하고 당당한 마음자세를 느낀다. 첫 번째 글인 ‘나이 듦은 긴 산책이다’에서 저자는 함께 나이 들어가는 여인들과 산책(또는 워킹)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시간 강가에서 살아온 여인들은 주목할 만한 일이 있을 때만 멈춘다. 즉 걷기에 진심이라는 이야기다. 건강한 노년의 삶은 걷기에서 나온다는 말이 저절로 적용되는 스토리다.
“노인들은 정말 온전한 인간인가? 사회가 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의문이 든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만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출판사로부터 쓰고 싶은 책의 목적과 특징에 관해 받은 질문에 답으로 보낸 메모라고 한다.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저자는 노인을,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하게 부정하고 비난한다. 사회적 편견과 무시는 결국 사람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마치 투명인간처럼 취급당하면서 급기야 자신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닐까 위축된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책은 에세이 형식을 취했으나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강하다. 나이 듦이 결코 약하고 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나이 듦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의 자유와 풍요로움을 얻었다는 것이다. 얼마 안가서 노인대열에 합류하게 될 독자, 이미 그 그룹에 속해있는 독자, 그리고 노인들과 한 지붕 밑에 살아가는, 아직 노인이 되지 못한 세대까지 어우러져서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가 책 속에서 언급한 도서들(주로 노년을 주제로 다른 소설들)이 부록으로 정리되었다, 국내출간도서와 미출간도서로 나뉜다. 유용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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