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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와 왕국 ㅣ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4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평점 :
〈 Book Review 〉
《 적지와 왕국 》 |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4
_알베르 카뮈 (지은이), 김화영 (옮긴이) 책세상(2023)
“이 책의 제목에서 문제시되는 ‘왕국’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가 마침내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되찾아야 할 자유롭고 벌거벗은 삶 같은 것과 일치한다. ‘적지’는 그것 나름대로 우리에게 그런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물론 우리가 그 ‘적지’에서 예속과 동시에 소유를 거부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_알베르 카뮈
위 문장에서 키워드를 찾는다면, ‘자유’가 될 것이다. ‘벌거벗은 삶’은 무엇인가? 옷을 다 벗고 살아도 부끄럽지 않는 일상이란 뜻인가? 아니다. 나는 ‘가면’을 벗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이라 이해한다. ‘적지’에서의 삶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예속되지도 소유에 얽매이지도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적지도 왕국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알베르 카뮈의 단편집이다. 6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특징적인 것은 보통 단편집의 제목은 책에 실린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을 선정해서 붙인다. 그런데 6개의 단편 중 이 책의 제목인 『적지와 왕국』은 없다. 간혹 책 제목이 번역출간 되는 과정에서 바뀌긴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원제 그대로 번역되어있다. ‘적지와 왕국’은 이 책에 실린 6편의 단편의 배경화면쯤 되지 않나 생각 든다.
〈간부(姦婦)〉라는 단편이 있다. 제목만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출판사입장에선 당시 너무 파격적이고 대담한 제목이라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자 카뮈가 “걱정마세요. 내 이름이 붙은 작품이니까. 이 제목이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작가의 대단한 자신감에 경의를 표한다).
〈간부(姦婦)〉엔 자닌이라 여인이 등장한다. 무심한 일상을 보내던 도시여성이다. 마르셀이라는 남성과 결혼하면서 그녀의 삶에 권태가 스며든다. 남편은 포목거래상이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포목 거래를 위해 떠나는 남편을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남부지방으로 생전 처음 여행을 떠난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좀체 적응이 안 된다. 단편소설이 끝나가도록 색깔 있는 이야기는 안 나온다. ‘적지와 왕국’의 의미가 한껏 담겨있는 스토리이다. 오히려 〈간부(姦婦)〉라는 단편제목이 생뚱맞다. 타지, 낯선 환경은 때로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된다. 자닌은 막연한 일탈을 꿈꾼다. 남편 마르셀이 깊이 잠든 사이 새벽에, 호텔 주인이 정보를 준 요새의 망루로 올라간다(일단 대담하다). 망루에 오르는 즉시 “난간 벽에 몸을 붙이고 있자니 배가 뿌듯하게 눌려왔다.” 단지 그뿐이다.
이 책의 옮긴이인 김화영 교수는 7년 째 알베르 카뮈의 작품들을 새롭게 해석, 번역해서 전집을 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이는 특히 이 책의 번역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카뮈가 이 단편들을 쓰기로 계획한 때는 1952년이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극에 달한 시점이기도 했다. 한국은 치열한 전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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