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공무원의 거리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광화문에 청사가 있던 시절이 일하기 좋았다고 회고한다. 자신들이 실무자였던 시절에는 매일 점심과 저녁 시간 등의 틈을 활용하여 교수, 각종 협회 관계자, 현업 종사자 등 업계의 전문가를 만나 치열하게 토론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가다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으로 청사가 이전한 이후에는 매일 치열한 토론은커녕 현장의 전문가와 시간을 내어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벅찬 게 중앙부처 사무관이 처한 냉정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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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업무의 외주화
- 공무원 업무의 외주의 외주


직접 정책을 집행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 다시 그 역할을 외주로 주는 시스템이 현장에선 너무 흔해졌다. 공공보다 민간에 더 전문성이 있기에, 민간이 정책 집행도 더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신화를 등에 업고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신화와 달랐다. 컨설팅 업체에서 대관 업무를 주로 하는 본부장과 팀장의 전문성은 둘째치더라도, 대학을 갓 졸업한 8개월짜리 인턴에게 무슨 대단한 전문성을 기대하겠는가?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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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정책 집행의 외주가 늘어나는 건, 관련된 모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잡다한 일과 민원을 줄이고, 컨설팅 업체 등은 ‘정책의 집행을 운영, 관리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잘만 포장하면 민간을 활용하여 전문성 있게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회와 언론 등에 전달할 수 있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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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낭비보다 더 큰 문제는 직접 해보아야 습득하는 지원 사업의 암묵지(Tacit Knowledge)가 공공부문에는 전혀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어르고 달래가며 사업을 이끌어야 지원이 더 필요한 사안과 축소하거나 없애도 될 부분에 대한 판단이 서는데, 컨설팅 업체에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같은 사업을 10년 동안 지속해도 공공부문에 지원 사업의 전문성이 쌓일 수가 없는 구조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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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고백하자면, 나는 지원 사업의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구조를 인지하고 나서도 이를 뜯어고치지 못했다. 더 정확히는 뜯어고치지 않았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원 사업의 구조를 효율화하여 예산을 감축하면 오히려 질책을 받는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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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은 평소엔 갑을 관계로 보이지만, 공공기관은 위기 상황이 오면 노련한 전관을 활용하여 중앙부처를 압박한다. 전무니, 본부장이니 하는 공공기관 최상위에 포진하고 있는 중앙부처 출신의 전관이 자기 후배인 국장, 과장에게 서운하다며 은근히 감정을 드러내는 식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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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게 예산을 감축하기 위해선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예산의 내밀한 비밀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비밀은 대체로 실제 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만이 알고 있다. PMO 등에 정책 집행을 재하청하여 소요되는 쓸데없는 예산처럼 말이다. PMO에 돌아갈 몫을 없애거나 줄인다고 해서 예산을 지원받는 업계가 반발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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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민원제도의 문제점
- 왜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할까?


정부 홈페이지에서 일반 대중에게 공무원의 이름과 직급, 전화번호까지 모두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민원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악성 민원인만 앙심을 품어도 전화 폭탄에 공무원은 다른 일을 못 할 지경에 이른다. 일종의 행정력 낭비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번호나 이메일만 공개하기도 한다. 원활한 민원에 대한 대응과 행정력 낭비 사이에서 우리나라 행정기관들도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이다(행정안전부는 2024년 5월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통해 홈페이지상 공무원의 성명, 직위 공개를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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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아닌 한 사람의 민원인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현재의 구조에선 개인이 민원을 제기하는 형식으로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아무리 합리적인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제기해도 민원에 지친 실무자의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사회에서 뭘 좀 안다는 사람들은 민원이 생기면 연줄이 닿는 대로 언론, 의원실, 권력기관, 전관(前官)에 줄을 대고 해당 관공서의 높으신 나리들에게 압력을 넣는다.

높으신 나리들에게 들어온 민원은 어느새 실무자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탈바꿈한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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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의 인센티브
- 국민은 멀고, 상급자는 가깝다


관료는 ‘정책 대상’의 입장이나 처지, 감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감하다. 정책 대상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그들의 요구는 관료의 의사 결정에서 먼 배경음처럼 흐릿하게 취급된다. 반면 관료는 자신이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대해선 대단히 예민하다. 그래서 모든 관료들은 명시적인 지시 없이도 조직의 상급자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최대한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 대상의 평가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관료에게는 사실상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근 30년간 한 조직에 근무하며 사실상 계급이 역전되기 어려운 관료제에서 조직과 상급자의 평가는 관료 개인의 평판, 승진, 유학 등 일생의 모든 걸 좌우한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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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바쁜 이유
- 온콜
- 국민을 향한 연출



언론 대응 역시 다를 게 없다. 기사의 내용이 타당하면 차분히 숙고하여 반영하면 될 일이고, 터무니없는 거짓을 담고 있다면 반론 사항을 담아 정정 보도를 요청하면 된다. 댓글 하나 달리지 않는 인터넷 기사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며 퇴근 시간 이후에도 대응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요구하는 공직사회의 오래된 습관은, 그저 간부들이 장관을 향해 언론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연출을 하고 싶어서 아니겠는가.

공무원은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공직사회의 일이란 그저 관습에 따르거나 기관장을 빛내기 위한 거대한 비효율의 반복일 뿐이라는 학습된 무기력을 체득한다. 주말과 밤낮없이 일하는 자신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공무원 스스로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owXH24b9fqfp8mq36

온콜에 시달리는 모든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소극 행정을 지향하게 된다. 근무 시간 내내 열심히 일해도 위에서 시키는 거대한 비효율과 관습을 감내하기 벅차기에, 스스로 일을 벌여가며 무언가 해보겠다고 나설 시간과 의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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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를 포장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이상(理想)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된 의미의 공익은 흐려진 채 무수한 비효율적 관습이 일상화된 ‘이상(異常)한 세계’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ezCPepVDEKqjfWr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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