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의 업무는 통과의례?


‘일과’와 ‘말과’? 이해를 돕기 위해 공무원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 1개의 중앙부처엔 보통 몇 개의 실(室)이 있고, 다시 그 안엔 몇 개의 국(局)이 있다. 그리고 1개의 국은 3~4개의 과(課)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 조직도 순으로 가장 먼저 오는 과를 ‘일과’, 가장 마지막에 오는 과를 ‘말과’라고 한다.

일과는 인사, 조직, 예산 등 국의 업무를 총괄하며 국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기에 보통 승진도 잘되고 성과급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말과에 가까워질수록 대체로 승진 고과도 잘 받지 못하고 성과급도 낮게 받는다. 하다못해 을지훈련처럼 잡다한 일은 말과에서 많이 차출하고, 해외 출장처럼 좋은 일은 일과를 더 챙겨주는 식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ESuWJ9GyAwwNF4Xc6

소속된 과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에 대해 공직사회 내에선 대체로 별 문제의식이 없다. 보통 일과의 경우 각종 자료의 취합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국장을 보좌하기 때문에 훨씬 더 고생한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 개인은 소속된 과와 보직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에 맞춰 자신의 근무 행태를 최적화한다. 일과보다 말과에서 열심히 일하는 건 손해라고 생각하며, 말과에서의 업무는 일과로 넘어가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식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5g3AyYbiTyPSAwo4A

자리에서의 성과를 묻지 않고, 어떤 보직에 있었느냐로 승진 고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는 공무원을 안정적인 수비수로 키워낼 수 있어도 날카로운 공격수로 길러낼 수는 없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KCYE5SHQyhqBfNSo9

초임 때는 사업 부서에서 일하다가 중고참이 되면 일과로 자리를 옮기고, 더 시간이 지나면 기획조정실 등에서 부처의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보직을 받는 식이다. 어차피 해당 보직에서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보직 경로를 충실히 밟기만 해도 승진은 알아서 뒤따라온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공무원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순환보직에 따라 한 자리에서 머무는 기간은 길어봐야 2년이니, 그저 문제 해결을 최대한 미루거나 해결하는 척만 하다가 보직을 옮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in5NNxHKCJWxXemS7


사실 윗사람의 심기 보좌와 취합은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시간과 몸을 갈아 넣으면 그만인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현장과 소통하며, 사회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는 태도와 능력을 갖추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인사원칙은 전자를 우대함으로써 스스로 무능을 조장한다. 이러한 유인구조 아래에선 공직에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바보가 된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VoDionTQtSkFQ2jd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조식에 대한 고찰
- 수긍이 간다


정부 보고서는 가독성에 목숨을 건 문서다. 보고서의 본문은 보통 한 장이며, 복잡한 통계나 보조 자료는 붙임으로 처리한다. 글자 크기는 15포인트로 일반적인 책자보다 상당히 큰 편이고, 개조식(個條式, 번호나 도형 등을 붙여 항목을 나누고 주요 단어 중심으로 기술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어 있어 형식적으로 읽기가 매우 수월하다. 네모, 동그라미, 작대기, 별표 등의 활용은 본문 안에서도 중요한 내용과 중요하지 않은 내용 간의 위상을 한눈에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며, 하나의 문단이 두 줄을 넘지 않기 때문에 대충 봐도 문단 하나가 한눈에 들어온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f5NWBQ7S6LtqupFEA

현실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정부 보고서 작성법에 능해질수록, 정책의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사무관조차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습성을 갖게 된다. 복잡한 문제를 다양한 맥락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한 정부 보고서의 형식상의 한계 때문에 문제를 깊이 탐구하기보다는 보고하기 쉬운 틀에 맞는 적당한 통계와 자료를 짜깁기하는 데 몰두한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G2sp6mcpLAaYF6nB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투미와 코스미데스)은 학습에는 모듈화• 된 풍부한 정보가 있는 심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코스미데스와 투비를 비롯한 일군의 진화심리학자들43은 일반 목적 학습 기제(고전적 조건 형성classical conditioning••도 마찬가지이다)가 비효율적이라고 믿는다.

여러 세대가 이어지는 동안 개인들이 환경에서 비슷한 적응적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자연선택은 특정한 환경의 신호와 이에 맞는 적응적 행동 목록을 연결 짓는 특수 목적의 인지 모듈을 선호했을 것이다. 발달인지심리학에서 학습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는 물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선先개념preconception을 지니게 되며, 경험을 이용하여 주변 환경을 학습하는 데 이러한 선개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44

진화심리학자는 이와 비슷한 모듈화된 심리가 사회적 학습에 참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문화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은 다른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추측하지만, 아이들의 추측은 그들의 진화된 심리기관이 강하게 제어하는 것이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본유적인 보편 문법이 인간의 언어를 형성한다는 유명한 논의는 이와 동일한 맥락에 있으며, 진화심리학자들은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모든 문화적 영역이 비슷하게 구조화되어 있다고 본다. -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피터 J. 리처슨, 로버트 보이드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EbQ6NKsAuLrPAaxT7

사회적 학습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정보가 풍부히 담겨 있는 본유적인 심리가 필요하며, 우리가 세상의 문화에서 볼 수 있는 적응의 복잡함이 이러한 정보로부터 비롯된다 -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피터 J. 리처슨, 로버트 보이드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Juk6oX8tMdGhLhoE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육과 유전
- 발달심리학
- 마가렛 미드
- 심리인류학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기본적인 가치들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어떤 여자아이는 보수적인 부모로부터 낙태를 저주하도록 학습되며, 어떤 남자아이는 개방적인 부모로부터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옹호하도록 학습된다는 식이다. 사회과학은 오랫동안 이러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견해를 지지해 왔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연구들이 부모와 자식의 성향이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거의 대부분의 학자30가 이에 대해 어린아이들이 가정에서 사회적 성향을 학습하기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피터 J. 리처슨, 로버트 보이드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FFQqo4i1F4icaFCv9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1934)와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1935)는 심리인류학에서의 이러한 가설에 대한 가장 유명한 대변인이다. Mussen et al. 1969는 보아스(F. Boas)적인 가설의 한 형태가 극단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시기의 발달심리학을 보여 준다. -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피터 J. 리처슨, 로버트 보이드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U87TytYQdZyiK7ns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시아 혁명과 마피아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헨델만Stephen Handelman은 민족 집단과 유사한 전통적인 러시아 “마피아Mafia”의 역사에서 이를 보여 준다.25

제정 러시아에서는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소위 도둑 세계의 하위문화가 깊이 뿌리박고 있었다.

혁명기의 러시아 공산당원들은 도둑들의 세계를 원초적인 혁명가들이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마피아들이 1917년 이후에 혁명에 통합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스탈린의 공포하에서도 마피아 조직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감옥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미국이나 이탈리아에서와 같은 범죄 조직으로 기능했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경찰 관료가 그 구성원들을 통제하려는 국가에서 범죄 조직의 철칙은 공식적인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강력한 경찰국가도 그러한 조직을 해체하지 못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범죄 조직의 위기가 있긴 했다. 전쟁 동안 조직원의 상당수가 애국적인 정열에 사로잡혀서 나치에 저항하면서 군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범죄 조직에서 전통주의자와 귀향한 군인들 사이에 내전이 발생했다. 전통주의자들은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에서 봉사했더라도 합법적인 단체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철칙을 어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피터 J. 리처슨, 로버트 보이드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Rg9Ni53WtuWj6Mc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