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의 업무는 통과의례?
‘일과’와 ‘말과’? 이해를 돕기 위해 공무원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 1개의 중앙부처엔 보통 몇 개의 실(室)이 있고, 다시 그 안엔 몇 개의 국(局)이 있다. 그리고 1개의 국은 3~4개의 과(課)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 조직도 순으로 가장 먼저 오는 과를 ‘일과’, 가장 마지막에 오는 과를 ‘말과’라고 한다.
일과는 인사, 조직, 예산 등 국의 업무를 총괄하며 국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기에 보통 승진도 잘되고 성과급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말과에 가까워질수록 대체로 승진 고과도 잘 받지 못하고 성과급도 낮게 받는다. 하다못해 을지훈련처럼 잡다한 일은 말과에서 많이 차출하고, 해외 출장처럼 좋은 일은 일과를 더 챙겨주는 식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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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된 과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에 대해 공직사회 내에선 대체로 별 문제의식이 없다. 보통 일과의 경우 각종 자료의 취합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국장을 보좌하기 때문에 훨씬 더 고생한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 개인은 소속된 과와 보직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에 맞춰 자신의 근무 행태를 최적화한다. 일과보다 말과에서 열심히 일하는 건 손해라고 생각하며, 말과에서의 업무는 일과로 넘어가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식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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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의 성과를 묻지 않고, 어떤 보직에 있었느냐로 승진 고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는 공무원을 안정적인 수비수로 키워낼 수 있어도 날카로운 공격수로 길러낼 수는 없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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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때는 사업 부서에서 일하다가 중고참이 되면 일과로 자리를 옮기고, 더 시간이 지나면 기획조정실 등에서 부처의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보직을 받는 식이다. 어차피 해당 보직에서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보직 경로를 충실히 밟기만 해도 승진은 알아서 뒤따라온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공무원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순환보직에 따라 한 자리에서 머무는 기간은 길어봐야 2년이니, 그저 문제 해결을 최대한 미루거나 해결하는 척만 하다가 보직을 옮긴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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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윗사람의 심기 보좌와 취합은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시간과 몸을 갈아 넣으면 그만인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현장과 소통하며, 사회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는 태도와 능력을 갖추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인사원칙은 전자를 우대함으로써 스스로 무능을 조장한다. 이러한 유인구조 아래에선 공직에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바보가 된다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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