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면 진상이 펼친 논리의 모순이 명확해집니다. 맹자는 재차 묻지요. “그렇다면 유독 국가와 천하를 다스리는 일만이 경작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대는 각각 다른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각자 다른 일을 맡는다는 걸 모르십니까?” 맹자는 분담하고 협력하는 사회 원칙을 일깨웁니다. “우리 개인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다수의 각각 다른 장인에게 의지해야만 구비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물건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을 분주하게 뛰어다니게 하여 쉴 새 없이 바쁘게 하겠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마음을 쓰고 어떤 사람은 힘을 쓴다. 마음을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솔하고 관리하며, 힘을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통솔되고 관리된다. 통솔되고 관리되는 사람은 먹을 것을 제공하고, 통솔하고 관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먹고산다’라는 말이 있는 겁니다. 천하의 공통 법칙이지요.” - < 맹자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결 옮김 > 중에서

우임금이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먹고사는 것’을 그가 농부를 착취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우임금이 이렇게 고생하며 어렵사리 물길을 터놓은 후에야 범람하는 홍수가 물러가고 물에 잠겼던 토지가 드러나 경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우임금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먹고살지’ 않았다면, 누가 이런 일을 나서서 할 것이며 농부는 어디에서 경작을 할 수 있겠습니까? - < 맹자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결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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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말하였다. “허자는 반드시 곡식을 심은 다음에 드십니까?”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허자는 반드시 길쌈을 한 후에 입으십니까?” 답하였다. “아니요. 허자는 삼베옷을 입으십니다.” “허자는 관을 쓰십니까?” 답하였다. “쓰십니다.” 말하였다. “무슨 관입니까?” 답하였다. “흰색 관입니다.” 말하였다. “스스로 그것을 짭니까?” 답하였다. “아니요. 곡식으로 그것과 바꿉니다.” 말하였다. “허자는 어찌하여 스스로 관을 짜지 않으십니까?” 답하였다. “경작에 방해가 됩니다.” 말하였다. “허자는 가마솥과 시루로 밥을 하시고, 쇠로 경작을 하십니까?”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말하였다. “그것을 스스로 만드십니까?” 답하였다. “아니요. 곡식으로 그것과 바꿉니다.”



孟子曰 “許子必種粟而後食乎?” 曰 “然.” “許子必織布而後衣乎?” 曰 “否, 許子衣褐.” “許子冠乎?”曰 “冠.” 曰 “奚冠?” 曰 “冠素.” 曰 “自織之與?” 曰 “否, 以粟易之.” 曰 “許子奚爲不自織?” 曰 “害於耕.” 曰 “許子以釜甑爨, 以鐵耕乎?” 曰 “然.” “自爲之與?” 曰 “否, 以粟易之.”

- < 맹자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결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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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은 흥분하면서 새롭게 스승으로 모신 허행이 한 말을 설명합니다. “등 문공은 확실히 현명한 군주이지만 아직 진정한 이치를 깨닫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지요. 진정으로 현명한 군주는 평민과 함께 농사를 지어 자기 자신을 부양하며, 손수 밥을 지으며 나라를 다스립니다. 그러나 지금 등 문공은 자신이 경작하지도 수확하지도 않으면서 등나라에 곡식 창고와 재화 창고를 두고 있으니, 이는 백성을 착취하여 자기 자신을 봉양한 것인데 진실로 현명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진상이 맹자에게 전한 말이 바로 농가의 기본 주장입니다. 농사를 일체의 근본으로 삼아, 심지어 한 나라의 군주마저도 땅으로 돌아가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이 경작합니다. 이렇게 누구나 자신의 힘으로 생활하고 누구나 평등하며 누구도 타인의 생산물을 빼앗지 않으면, 천하는 태평해집니다 - < 맹자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결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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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병할 때 주나라는 상나라가 가진 천하 공주共主*의 지위를 탈취하겠다는 목표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천만 뜻밖에도 상나라 군대가 허무하게 격파되어 주나라는 하루 만에 조가에 입성했습니다. 그들 자신도 믿지 못할 만큼 손쉬운 승리였지요.

이것이 바로 주나라 초기에 그들이 “상나라는 어째서 패망한 것일까?”라고 끊임없이 자문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주나라 초기 문헌들은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탐구했습니다. 첫째 질문은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이긴 것일까?”, “본래 우리 위에 군림하고 우리를 다스렸던 상나라는 어째서 패한 것일까?”였습니다. 둘째 질문은 “이긴 뒤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 얻은 지위를 어떤 방법으로 지켜야 거꾸로 화를 당하지 않을 것인가?”였지요. 셋째 질문은 “지고무상至高無上의 새 지위를 얻은 지금, 패망한 상나라 유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그들과 어떤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였습니다.

이 세 가지 큰 문제를 둘러싸고 고대 중국 최초의 정치적 대계몽이 일어났습니다. 그 핵심 인물이 바로 주공이었지요. 확실히 주공은 주나라의 새로운 정치의식과 정치적 가치 형성을 주도했습니다. 세 가지 큰 문제에 대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답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답에 상응하는 행위와 제도, 규범까지 설계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주공이 예악禮樂을 만들었다”는 중국의 전통 견해를 이해하는 한 방식입니다. - < 상서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중에서


* 부락 연맹체에서 각 부락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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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서주 시대의 것으로 간주되어 온 문헌들에 대해 우리는 경각심을 갖고 과연 어느 시대의 인물이 그런 주장을 했는지 살펴봐야만 합니다. 비록 엄밀한 이론은 아니지만 근대에 구제강顧頡剛이 『고사변』古史辯에서 제기한 ‘고사층루구성설’古史層累構成說은 여전히 우리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 < 상서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중에서

구제강의 견해는 간단히 말해 춘추전국시대에 중국에서 대대적인 고대사 창조 운동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당시는 대토론의 시대여서 다양한 의견이 무수히 쏟아져 나와 서로 경쟁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 의견의 신뢰도를 높여 논적을 제압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고대의 권위를 날조해 그것에 의지했던 것이지요. 또한 “옛것을 존중하고” “옛것을 숭상하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나중에 등장한 의견일수록 더 오래된 고대사의 권위에 의지하려 했다고 구제강은 설명합니다. - < 상서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중에서

시간적으로 더 오래된 인물, 사건, 사상일수록 흔히 더 나중에 창조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 고대사는 역방향으로 계속 더 오래된 내용이 보태졌지요. 이것이 바로 ‘고사층루구성설’의 기본 관점입니다. - < 상서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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