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존중한 탓에 중국 문화는 일정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옛사람에게 의지해 말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겁니다. 옛날 중국 문헌은 대부분 전주傳注 형식에 속합니다. 이것은 단계별로 고대 문헌을 해석하는 동시에 역시 단계별로 옛사람에게 의지해 말하는 형식입니다. ‘경經-전傳-주注-소疏’가 그 기본 단계인데, 전의 용도는 경을 해석하는 것이고, 주의 용도는 경과 전을 해석하는 것이며, 소의 용도는 경, 전, 주를 해석하는 겁니다.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겹쳐지며 그 내부에서 해석의 권한이 명확히 안배되어, 아래 단계의 해석은 위 단계의 해석을 의심하거나 변경할 수 없습니다.
요컨대 “옛것을 존중하여”尊古 “옛것을 숭상하는”崇古 데 이르렀고, 엄격한 권위적 지식 체계를 수립함으로써 나중에 나온 지식을 오래되거나 먼저 나온 지식 아래 배치해 양자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후대 사람은 아무리 똑똑하고 학문이 뛰어나도 주나 소, 집해集解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희 같은 대유학자도 송나라에 태어났던 탓에, 그가 중국 학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저작은 자신의 개인 저서나 어록이 아니라 고대 경전을 대상으로 집필한 집해였습니다. - < 상서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