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착상에 성공하면, 어머니의 혈액을 통해 제공되는 영양분 공급을 놓고 새로운 갈등이 벌어진다. 보편적인 임신 부작용 중 하나는 고혈압이다. 혈압이 너무 높아 신장에 해를 입힐 때 나타나는 증상을 전자간증前子癎症(임신 후반에 일어나는 독소혈증. 혈압 상승, 부종, 단백뇨 따위의 증상이 나타난다)이라 부른다. 임신 초기에 태반 세포는 태아에게 공급하는 혈액의 양을 조절하는 어머니의 세동맥 근육을 파괴한다. 따라서 어머니의 다른 동맥을 수축하는 것은 무엇이건 혈압을 높이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은 혈액이 태아에게 흘러들어간다. 태아가 어머니에게서 더 많은 영양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각’하면, 어머니의 혈액 속으로 동맥을 수축시키는 물질을 내보낸다. 그러면 어머니의 혈압이 높아져 더 많은 혈액(따라서 영양분)이 태아에게 흘러들어가는데, 이것은 전자간증처럼 어머니의 조직에 손상을 입힌다. 이 기제는 설사 어머니에게 손해가 돌아가더라도 태아에게 이익이 되도록 진화한 게 분명하다. - < 진화심리학, 데이비드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