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비유하면, 두 번째 분리가 어떻게 세계화의 영향을 그렇게 철저히 변모시켰는지 설명하기 좋다. 두 개의 축구팀 감독이 앉아 선수 교환을 상의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거래가 성사되어 각자 쓸모가 적은 선수를 내주고 쓸모있는 선수를 얻는다면, 두 팀 모두에 이득일 것이다.
이제 전혀 다른 방식의 거래를 생각해보자. 최강팀의 감독이 주중에는 자신의 팀을 훈련시키다가 주말에는 약팀을 훈련시킨다고 치자. 그러면 틀림없이 약팀의 전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리그의 경쟁력도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최강팀의 감독은 자신의 전문지식을 한 팀 대신 두 팀에 전수함으로써 수당을 두둑이 챙겼을지 몰라도 그 최강팀이 이 거래에서 이득을 본다는 보장은 눈곱만큼도 없다.
세계화도 모름지기 이와 비슷하다. 1차 세계화는 선수 교환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해외이전 지역에 있는 기업을 약팀으로 보면, 2차 세계화는 약팀 훈련시키기와 비슷하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1990년대 거래비용이 내려간 방식으로 대면접촉비용이 급격히 내려갈 경우, 3단계 제약조건을 요약해서 설명한 그래프(〈그림 3〉)를 보면 세 번째 분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대면접촉비용의 급락은 두 가지 기술의 개발에 달려 있다. 첫 번째는 ‘머리로 하는 서비스’를 공유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로 알려진 그 기술을 활용하면, 해외 공장으로 가지 않고도 현장에서 회의하는 효과를 거의 그대로 낼 수 있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비싸서 그렇지 지금도 존재하는 기술이다. 두 번째는 손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멀리 이동해야 하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텔레로보틱스telerobotics’∬라 부르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한 장소에 있는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과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이 기술 역시 현재 존재하지만, 아직 비쌀 뿐만 아니라 로봇이 그리 유연하지도 못하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이 두 가지 기술을 통해 노동자는 다른 나라에 가지 않고도 자기 나라에서 서비스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한 ‘가상 이민virtual immigration’ 또는 ‘국가 간 텔레커뮤팅telecommuting∫’은 국가 간에 직접 경쟁하는 업무의 범위를 크게 넓혀줄 것이다. 부자 나라에서는 보잘것없거나 전문적인 과업을, 가난한 나라의 일반 노동자나 전문가가 (원격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나아가 부자 나라 전문가는 자신의 재능을 더 폭넓은 분야에서 써먹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엔지니어는 도쿄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정교한 일본제 로봇을 수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새로운 경쟁/기회 속에서 승리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무언가 더 할 일을 찾아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세 번째 분리는 한 나라의 노동자가 다른 나라에 물리적 존재가 현장에 있어야 하는 서비스를 포함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일 것이다. 혹은 분리라는 단어를 활용한다면, 세계화의 세 번째 분리는 노동자와 노동 서비스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일일 것이다. - <그레이트 컨버전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599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볼드윈은 세계화의 새로운 국면은 기술의 변화로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세 가지 기술이 이 변화를 이끈다. 상품의 이동 비용을 낮추는 기술, 지식의 이동 비용을 낮추는 기술, 사람의 이동 비용을낮추는 기술이 그 세 가지다.
세계화의 1단계는 ‘대분기 국면인 1820년부터 1990년까지 진행됐다. 이 시기의 세계화는 상품을 옮기는 데 드는 물류 비용이 줄어드는 과정이었다. 증기기관 기술이 시작이었다. 동력선과 철도에이어 자동차가 뒤를 이었다. 점점 더 좋은 배와 자동차와 비행기가만들어지면서 상품의 이동 비용은 더 낮아졌다. - P57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지식의 이동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다. 전화와 전신만으로는 원거리에서 지식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없었고,
따라서 혁신은 주로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지식이 교환되면서 일어났다. 따라서 생산 기지는 모여 있어야 했다. 핵심기술과 제조 역량이 모인 ‘클러스터‘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시장은 전 세계로 확장되었지만, 생산은 특정 지역으로 몰렸다. - P58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상품 생산은 이전되었지만 지식은 이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상품 제조의 핵심 지식이 들어 있지 않은 단순 조립 업무만일부 맡았는데, 이 영역에만 집중해서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했다. 부가가치는 핵심 지식에서 나왔고, 소득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요소 역시 지식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 개발도상국 노동자와선진국 노동자의 소득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제품은 쉽게 대양을 건너 이동했지만, 지식은 쉽게 이동하지 못했다. 혁신의 성과는선진국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 P58

세계화의 2단계는 ‘거대한 수렴‘ 국면인 1990년 이후에 일어났다. 이때의 세계화는 이전과는 달리 커뮤니케이션 비용, 즉 지식의이동 비용이 빠르게 줄어드는 과정이었다. 인터넷과 이메일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들자 지식 외주화가 가능해졌다. 더 이상 하나의 공장/산업 지역에서 생산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선진국에 몰려 있던 생산 클러스터는 분해되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줄줄이 엮인 국제가치사슬이 만들어지고, 기존 클러스터에 있던 각 기능은 여러 국가로 흩어졌다. - P59

1단계 시기 세계화란 국경을 넘는 상품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는현상이었다. 생산을 맡은 선진국들은 집적과 혁신을 이뤘고 세계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나 2단계 시기 세계화는 상품뿐 아니라 전문 지식의 장벽이 낮아지는 과정이었다. 생산공정은 국제화되었다. 개발도상국이 제조업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 선진국은 차차 탈산업화했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도, 영국도, 스페인도, 스웨덴도, 탈산업화의 길을 피해갈 수없었다. 한때 조선업이 번성했던 스웨덴 말뫼는 마지막 대형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한국에 넘기고 조선소 문을 닫았다. 스페인 바스크 주의 주도인 빌바오는 철강산업중심지에다 대형 조선소가자리잡은 곳으로 지역의 경제 중심지였지만, 철강산업은 경쟁력을잃고 조선소는 문을 닫았다. 미국의 자동차 3사가 모두 공장을 지어두고 자웅을 겨루던 미시간과 오하이오 지역은 공장 문을 줄줄이 닫으면서 녹슨 공장이 줄지어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로 ‘러스트벨트 rust belt ‘라 불린다. 산업혁명이 시작됐던 영국에서는 사실상 제조업이 사라져 버렸다. -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대법원은 2018년 4월, 유사한 다른 사안과 함께선고한 판결에서 원심을 깨고 새로운 판단을 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제125조에서 근로자는 아니지만그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며 산업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집단의 사람들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시행령에서 명시하는 직종에 해당할 경우 재해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약칭 특고)라 한다. 대법원은 음식 배달 앱의 배달원을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특고에는 해당하므로 산재보상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 P94

특히 배달원이 특고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하는 전속성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지 않은 점은 디지털 노동 종사자들의 보호를 위해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보다 조금 앞선 2017년, 고용노동부는 디지털 노동이 증가하는 최근의 이러한 동향을 반영하여 ‘퀵서비스기사의 전속성에 대한 고용노동부 고시‘를 마련한 바 있다. 배달원이 비록 어느 한 기업에 고정적으로 채용된 근로자는아니더라도, 특정 업체에서 소득의 과반을 얻거나 업무 시간의 과반을 쓸 경우 산재 보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경영사항인지는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예컨대 과거 자본주의 초창기의 사용자들은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조차 ‘경영사항‘이라고 주장하며 이에대해 근로자와 협상하는 것을 회피하려 했다. 그러나 오늘날임금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노동법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확립되어 있다. 경영사항의 범위 또는 내용은 결코 고정적이거나 절대적이지 않으며, 역사적으로 계속 변화해 왔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