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요청을 받은 프랑스의 총재 정부는 식량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1만 2,000프랑이라는 상금을 내걸고 모집했다. 당시의 입선자가 맥주 제조업자 출신의 과자 상인인 니콜라 아페르(1750~1841)였다.
1804년, 그는 시행착오 끝에 유리병에 가열한 식품을 넣고 코르크 마개로 밀봉한 후, 100도로 끓는 물에 담가 30분에서 60분 동안 가열하여 살균하는 방식의 병조림을 고안했다. 아페르는 부패의 원인이 공기에 있다고 생각했고, 공기를 빼면 식품을 장기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생각대로 밀봉된 병조림은 해군 함정에 실려 130일간 상하지 않은 채 항해를 마쳤고, 아페르는 상금 1만 2,000프랑을 거머쥘 수 있었다. 당시 신문에는 “아페르 씨가 계절을 보존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는 병 속에 봄과 여름, 가을을 담았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아페르는 이후에도 식품 보존 기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1822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인류의 은인’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사명감에 불타오른 아페르는 상금을 모두 새로운 연구에 쏟아부었을 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특허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가 고안한 고온 살균법은 그의 이름을 따서 아페르티자시옹(appertisation)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식문화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 <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미야자키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중에서
생우유를 마시려면 우유가 상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부패의 과정이 먼저 밝혀져야 했다. 1861년, 프랑스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S 자로 휘어진 백조목 플라스크를 만들어 고기 국물을 넣고 펄펄 끓인 결과 내용물이 썩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공기 중의 미생물이 부패와 발효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이다. 아페르가 경험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 결과 식품 보존 기술은 아페르가 썼던 공기를 빼는 진공 방식에서 미생물을 없애는 살균 방식으로 극적으로 변화했다. 통조림 제조 방법도 파스퇴르가 발견한 원리에 따라 다시 만들어졌다.
1880년에 파스퇴르는 아페르의 기술을 응용한 저온 살균법(pasteurize, 파스퇴라이즈)을 개발했다. - <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미야자키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