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과학사는 기본적으로 성공의 서사로서, 인류(특히 유럽인)가 어떻게 몽매함을 극복하고 진리를 발견했는지 묘사했다. 그러한 서사에는 명확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었다. 진리 추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는 좋은 사람이고, 여타 비과학—종교, 미신 등—적 태도로 과학적 지식을 거부하고 과학적 진보를 저해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었다. 과학사는 우리에게 좋은 사람이 어떻게 굳센 마음으로 힘을 쏟아 마침내 나쁜 사람으로부터 승리를 거두었는지 말해 준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과학사는 이와 같은 전제를 수정해 과학—과학적 지식, 방법, 과학자—을 역사 속에 위치시켜 해석해야 할 특수한 현상으로 본다. 과학이 인류의 수많은 지식 체계 속의 한 갈래라면, 과학과 다른 지식은 왜 그렇게 상이한가? 과학은 어째서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에서 생겨났는가?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