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가 수립한 구조언어학은 여전히 하나하나의 언어계통을 연구 단위로 삼는다. 그러나 야콥슨에 이르러 연구 방식이 보다 확대되었다. 그는 한 언어계통의 구조를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교 대조와 직관을 통해 모든 언어계통을 관통하는 공통 구조를 암시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야콥슨은 이러한 계통 간의 구분을 무시하기 시작하면서 서로 다른 계통 사이의 공통된 현상에 주목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나아가 노엄 촘스키는 언어의 구조가 선천적으로 내재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언어가 관계 구조를 지니는데, 각 언어의 관계 구조는 서로 대단한 유사성과 중첩성을 지닌다. 또한 언어의 근본 구조는 단지 하나일 뿐으로, 모든 인류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그것을 갖고 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8개월의 여정이 끝난 뒤 그는 더 이상 그처럼 고된 방식으로 인류학을 연구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보다 중요한 구조를 탐구하는 데는 현존하는 자료만으로 족했다. 그 이상 인류 문화를 기록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것은 인류학의 진정한 임무가 아니다. 인류학자는 그저 외딴 지역의 자극이 자기 문화에도 그것과 유사한 구조가 있음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체득하면 된다. 기이하고 다채로우며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현상과 우리에게 낯익고 우리가 보고도 못 본 체했던 현상은 동일한 구조의 논리를 따른다. 그러므로 진정 신선하고 특별한 발견이란 바로 구조의 발견이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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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온 후 레비스트로스는 야콥슨 그리고 그의 언어학과 밀접하게 교류했다. 인류학과 구조인류학, 언어학과 구조언어학은 거의 비슷한 과정을 통해 변천했다. 언어학 역시 인류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고, 언어의 표본을 열정적으로 수집하던 단계를 거쳐 결국 각각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이 공허하다는 점을 깨닫고 구조에 대한 탐구로 전환했던 것이다.

구조언어학이 번성하기 이전에 언어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과는 음성학이었다. 음성학에서는 인류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성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새로운 언어의 발견과 수집에 따라 음성학의 자료 창고가 점차 확충되었고, 서로 다른 음성 요소가 그곳을 채웠다. 그러나 구조언어학이 성립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있었다. “부단히 확대되는 음성학은 우리에게 인류 언어에 대한 어떤 지식을 줄 수 있는가? 그토록 광대한 자료 창고는 인류 언어가 대단히 많은 음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외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만약 언어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바가 단지 인류의 언어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점뿐이라면, 우리는 그토록 멀리까지 가서 그처럼 많은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한 구조언어학은 음성학과 상반된 길을 걸었다. 음성학은 확장적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 요소와 음성 규칙을 끊임없이 찾아내며 인류 언어 경험의 광범위함을 강조했다. 반대로 구조언어학은 수습적이었고, 인류 언어의 형성 방식이 무한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인간은 음성을 활용해 의미를 형성하고 표현하는데, 그 음성의 결속 방식은 유한하며 우리는 그것을 귀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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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연과 사회,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근본적인 대립 관념이었다. 방대한 『신화학』의 연구 체계에서 그는 인류의 모든 신화를 그러한 근본적 대립을 다루는 수단으로 간주했다.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는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자연에서 벗어난 후, 자연에 대한 기억을 처리하고 자연으로부터 오는 긴장, 자연과의 대립을 해석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각 문화는 천변만화하는 신화를 낳았지만, 그러한 변화무쌍함은 하나의 근본 원리로 환원될 수 있다. 그것은 자연과 사회의 대립을 해소하고, 신화를 믿는 사람에게 위안을 준다. 그들은 신화를 통해 대립 중인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을 떨칠 수 있는 것이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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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와 주나라 문화의 핵심적인 차이를 밝히기 위해 장광즈 교수는 관련 사료를 꼼꼼하게 정리했으며, 마침내 하나는 ‘연속성’을 띤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단절성’을 띤 문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상나라인은 현실 세계와 조상(죽은 자)의 세계 사이에 절대적인 경계가 없다고 보았다. 그들은 죽은 자를 편안히 쉬도록 두지 않았다. 그들의 일상은 죽은 자와의 소통을 위한 의식으로 가득했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빌리면, “죽은 자에게 산 자를 위해 일하도록 강제”했던 것이다. 상나라 문화의 가장 중요한 유물인 복골卜骨, 복갑卜甲, 청동기 등은 모두 산 자가 죽은 자와 소통하기 위해 사용한 물건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다시 빌리면, “그들은 죽은 자가 같은 방법으로 산 자를 대한다고 여겼다. 또 산 자가 죽은 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죽은 자 역시 산 자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산 자를 대하는 태도가 갈수록 무례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죽은 자를 매우 공경했고, 모든 일에 대해 죽은 자의 의견을 물었다. 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영역을 더욱 공고하게 연결해 주었다.

상대적으로 주나라 문화에서는 산 자를 강조했고, 죽은 자는 산 자의 세계에 관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관계가 죽은 자의 도움이나 명령이 아니라 그가 생전에 남긴 귀감과 모범, 기억과 기록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상나라인은 죽은 자의 의견을 전달하는 무당이나 점술사를 중요시했다. 반면 주나라인은 역사를 중시했으며, 사관史官은 죽은 자가 생전에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보존하려 했다.

주나라가 상나라를 대체하면서 훗날 2천 년간 지속된 중국 문화의 기본 특질이 결정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중국 문화는 주나라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하고 생사의 구분이 분명치 않았던 상나라 문화는 주나라에 억눌려 중국 문화의 주류에서 배제되었고, 결국 주변부나 밑바닥의 소소한 전통으로 전락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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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질서와 기능

우리는 모두 상징 질서 안에서 살아간다. 문화 통합을 이루는 가장 큰 힘은 상이한 현상 배후를 관통하는 상징 질서다. 그러므로 구조기능학파가 기능의 각도에서 사회구조를 보는 것은 완전하지 않다. 많은 문화 현상이 명확한 기능을 지니지 않음에도, 그들은 ‘기능 구조’ 속에 집어넣을 수 없는 것을 구조 밖에 남겨 둔 채 단지 우연으로 치부해 버린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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