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나라와 주나라 문화의 핵심적인 차이를 밝히기 위해 장광즈 교수는 관련 사료를 꼼꼼하게 정리했으며, 마침내 하나는 ‘연속성’을 띤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단절성’을 띤 문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상나라인은 현실 세계와 조상(죽은 자)의 세계 사이에 절대적인 경계가 없다고 보았다. 그들은 죽은 자를 편안히 쉬도록 두지 않았다. 그들의 일상은 죽은 자와의 소통을 위한 의식으로 가득했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빌리면, “죽은 자에게 산 자를 위해 일하도록 강제”했던 것이다. 상나라 문화의 가장 중요한 유물인 복골卜骨, 복갑卜甲, 청동기 등은 모두 산 자가 죽은 자와 소통하기 위해 사용한 물건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다시 빌리면, “그들은 죽은 자가 같은 방법으로 산 자를 대한다고 여겼다. 또 산 자가 죽은 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죽은 자 역시 산 자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산 자를 대하는 태도가 갈수록 무례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죽은 자를 매우 공경했고, 모든 일에 대해 죽은 자의 의견을 물었다. 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영역을 더욱 공고하게 연결해 주었다.
상대적으로 주나라 문화에서는 산 자를 강조했고, 죽은 자는 산 자의 세계에 관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관계가 죽은 자의 도움이나 명령이 아니라 그가 생전에 남긴 귀감과 모범, 기억과 기록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상나라인은 죽은 자의 의견을 전달하는 무당이나 점술사를 중요시했다. 반면 주나라인은 역사를 중시했으며, 사관史官은 죽은 자가 생전에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보존하려 했다.
주나라가 상나라를 대체하면서 훗날 2천 년간 지속된 중국 문화의 기본 특질이 결정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중국 문화는 주나라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하고 생사의 구분이 분명치 않았던 상나라 문화는 주나라에 억눌려 중국 문화의 주류에서 배제되었고, 결국 주변부나 밑바닥의 소소한 전통으로 전락했다. - <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 지음, 박민호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