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실수는 지구 둘레의 계산에 9세기 페르시아 천문학자 알파르가니의 연구를 참고했다는 것. 그건 좋은 참고 자료가 아니었다. 일찍이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 수학자 에라토스테네스도 제대로 구해냈고, 그 밖에도 꽤 정확한 추정값이 많이 나와 있었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따로 있었다.
콜럼버스의 가장 큰 실수는 알파르가니가 언급한 ‘마일’이 당연히 로마 마일(약 1,500미터)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알파르가니가 사용한 단위는 아랍 마일(약 2,000~2,100미터)이었다. 즉, 알파르가니가 언급한 거리들은 콜럼버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길었다.
콜럼버스는 세상의 크기를 실제의 약 4분의 3으로 착각했다. 게다가 일본의 위치를 실제보다 수천 킬로미터 더 가깝다고 착각했으니, 결과적으로 항해 일정을 실제 필요한 일정보다 훨씬 짧게 잡고 그에 맞추어 식량과 물자를 준비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네 세상 크기를 잘못 안 것 같은데” 하며 의문을 표했지만 콜럼버스는 자기 계산을 꿋꿋이 믿었다. 그러니 콜럼버스가 카리브 제도를 덜컥 맞닥뜨린 건 사실 천만다행이었다(아시아까지 가기 전에 웬 다른 대륙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 < 인간의 흑역사, 톰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