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Doge’라 불리던 당시 베네치아의 최고 지도자는 그 선출 방법이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복잡했다.
도제는 약 100명의 지도자로 이루어진 대평의회에서 선출했고 종신직이었으니, 선거에 부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항상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선거제도가 1268년에 마련되었다.
베네치아의 도제 선출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우선 대평의회 의원 중에서 제비뽑기로 30명을 가린다. 이 30명 중에서 다시 제비뽑기로 9명을 정한다. 이 9명이 의원 중 40명을 선출하고, 이 40명 중에서 제비뽑기로 12명만 추려낸다. 이 12명은 25명을 선출하고, 그중에서 제비뽑기로 9명을 다시 추려낸다. 이 9명이 45명을 선출하고, 또 제비뽑기로 11명을 추려낸다. 이 11명이 마지막으로 41명을 선출하면, 마침내 그 41명이 도제를 선출하게 된다.
읽기만 해도 숨차다.
이건 누가 봐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베네치아의 정치 평론가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려면 진땀을 뺐을 것이다. 하지만 베네치아의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었던 모양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1797년 나폴레옹에게 정복당할 때까지 500년 이상의 번영기를 보냈고 계속 이 제도를 - < 인간의 흑역사, 톰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