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증권과 신뢰

1982년 매사추세츠주 그레이트배링턴에 사는 프랭크 토토리엘로는 식당을 이전하고 싶었지만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델리달러Deli Dollars’라고 불린 10달러짜리 샌드위치 쿠폰을 만들어 8달러에 판매한 후 식당을 옮긴 뒤에 샌드위치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돈을 빌려준 대가로 고객에게 2달러의 이자를 지불한 셈이었다. 은행은 그를 신뢰하지 않았지만 고객은 그를 신뢰했다.
보통 우리는 저축을 할 때 대출받을 사람을 은행이 알아서 하도록 하지만, 토토리엘로는 은행이 별로 필요하지 않으며 단지 중개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델리달러는 연방유가증권법federal securities regulations에 저촉되지 않았다. 그가 채권을 발행한 것은 맞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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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달러가 세상에 나온 후 흥미로운 일들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지불 용도로도 사용했고 교회 헌금에 사용하기도 했다.26 즉 미래에 샌드위치를 보장하는 종이 쿠폰을 현재의 재화와 서비스 구입에 사용한 것이다. 우리는 이를 ‘샌드위치본위제’를 기초로 운용되는 화폐로 보아도 될 것이다. 맨 처음 델리달러를 받거나 준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이를 사용한다면 2차시장•에서 사용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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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대 계약

Falk, A., and M. Kosfeld (2006). The Hidden Costs of Control. American Economic Review, 96(5):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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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궁금한 것은 법으로 강제되는 계약이 신뢰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 여부다. 또한 역으로 신뢰가 법적 계약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의 여부도 궁금하다. 경제용어로 신뢰와 계약이 보완재complements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당사자 간에 서로 신뢰할 때 계약은 제대로 작동하며, 탄탄하고 완벽한 계약은 신뢰를 높인다. 반대로 만일 신뢰와 계약이 대체재substitutes라면 한쪽이 다른 쪽을 몰아내거나 더 안 좋은 경우에는 서로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강력한 계약서가 있다면 신뢰에 투자할 필요가 없고, 강력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다면 계약을 강제하는 법률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협정을 맺을 때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끝까지 계약을 이행하거나 불이행 시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계약에 의존해 계약을 이행하는 방법이 있다.
신뢰와 계약은 둘 다 좋은 것이므로 둘 다 갖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계약은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결혼계약서나 혼전합의서를 생각해보면 법률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의무사항을 나열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될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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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이 연구 내용을 발전시켜 계약은 불완전할 때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내용에 신뢰가 작용할 여유가 있을 때가 더 좋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매니저가 직원들을 일일이 간섭해야 할지, 권한을 위임하고 직원들의 판단력을 신뢰해야 할지를 놓고 갈등할 때와 같은 상황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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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hion, P., and J. Tirole (1997). Formal and Real Authority in Organization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05(1): 1–29.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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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에는 어떤 악순환이 있다. 환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의사를 고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노이며, 의사로부터 사과라도 들었으면 분노가 훨씬 줄어들 텐데 단 한 번도 사과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 역시 사과하기 어려운 게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일단 잘못을 인정하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지 않으니 환자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이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6개 주(2009년 연구 진행 당시)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과를 법정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발상이 너무나 효과가 좋아서 두 명의 초선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주축이 되어 연방사과법federal apology legislation을 통과시키려 하였으나 당시는 이들의 영향력이 미미해 실패했다.59
사과를 장려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 것 같지만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어떤 행동의 신뢰성은 그 대가에 비례하여 드러난다. 사과할 때 의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법적 소송의 직면 가능성이다. 사과법은 사과의 가치를 낮추어 의사가 치를 대가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해 환자가 사과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개선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과는 분명히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개선한다. 정부가 보관 중인 의료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와 동료인 일레인 류Elaine Liu는 사과를 하면 분쟁 해결 속도가 19퍼센트에서 20퍼센트까지 빨라지고 수만 달러의 소송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을 발견했다(정확한 금액은 상해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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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많은 시간을 투자한 한 연구에서는 동일한 환자를 180명의 치과의사에게 보내는 실험을 했다. 환자가 한 사람이고 치아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치료 방법이 처방될 것으로 예상하겠지만 28퍼센트의 의사가 환자가 원치 않는 치료 방법을 처방했으며 예약률이 저조할 때나 환자가 저소득자라고 신고했을 때 특히 과잉진료가 더 많았다54(내 동료인 헨리 슈나이더Henry Schneider도 카센터에 관한 연구에서 비슷한 수준의 과잉 수리 비율을 확인했다55).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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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ris, S. (2001). Political Correctnes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09(2): 231–265.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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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게임이론가가 되도록 만든 수학 모델은 스티븐 모리스Steven Morris가 발표한 정치적 올바름•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우리에게는 서로 배우려고 하며, 속한 사회적 그룹 내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는 조언이 필요한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불순한 동기에서건 가치관이 달라서건 우리에게 좋지 않은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동시에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확인시켜주는 조언도 있지만 우리의 성향과 반대되는 조언도 필요한 법이다. 조언이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왔다면 그 조언은 도움이 되겠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왔다면 무시하는 게 낫다.29 모리스의 모델은 우리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답이 아니더라도 중요도가 낮은 이슈에 대해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우선 신뢰를 쌓은 다음에 중요한 문제에서 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원하는 조언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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