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는 원래 독재적이고 잔인한 군주의 지배를 시민이 참고 견디는 이유는 그가 질서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무질서 상태보다는 군주가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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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지도자와 시민 사이의 이런 암묵적 계약이 때때로 와해되어 폭력적인 혁명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이 분야의 주요 학자인 대런 에이스모글루Daron Acemoglu,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은 정부가 실패하는 이유가 불평등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혁명의 역사를 보면, 특권계층이 불평등 격차를 너무 벌려놓아 사회불안이 야기되고 결국 혁명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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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연구는 불평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법이 무너진다고 역설한다. 노동계급의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배계급이 부의 분배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믿으므로 힘들어도 참고 견딘다는 것이다. 즉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에는 어떤 암묵적인 계약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는 지배계급이 권력을 누리는 대가로 자신들의 이익을 돌봐줄 거라고 믿는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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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웨 저우Xinyue Zhou, 스테판 마이어Stephan Meier, 원원 셰Wenwen Xie 등과 같이 실시한 연구에서 사람들이 불평등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를 해소하기보다는 차라리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71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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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세계에서도 한 집단 내의 동물군은 쪼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 싸움이라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꼭 쪼는 동물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한번 서열이 정해지면 동물들은 그 순서를 지키려고 하며 다른 동물이 질서에 도전하는 것을 막는다. 그 이유는 도전이 계속되면 무리 전체가 외부 침략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급격하게 기존 질서를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만 불평등 해소에 찬성한다. 갑자기 질서가 변하면 힘든 혼란의 시기가 온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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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이 세 계급 간의 간섭이나 위치 변화는 도시국가에 가장 커다란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최악의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라고 했고, 공자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미국부터 중국, 인도, 호주까지 어디서나 유효하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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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는 주장했다. 시민이 성실하게 거래하고 세금을 내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처벌 가능성을 내세워 은연중에 가해지는 정부의 위협이 두려워서다. 협박을 받으면서도 견디고 사는 것은 그나마 정부가 없는 사회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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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점은 신뢰와 인간관계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이 현대생활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그 첫 번째 반박 증거는 사람들이 법이 두려워 질서를 유지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엔스밍어 연구팀이 시장경제 전의 부족사회를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상기해보자. 이 실험은 두 가지 결과를 내놓았다. 하나는 전근대적 경제 시스템하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과의 경제 게임 실험에서 덜 협조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의 경제 시스템하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과의 경제 게임 실험에서 상당히 협조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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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롬은 안정성과 법에 의한 통치가 반드시 톱다운top-down 방식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안정성을 확립하게 위해 정부의 포고령이나 독재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밑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협조와 질서와 법률이 생길 수 있다.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개인 간의 관계를 잘 이용하면 훨씬 크고 복잡한 형태의 사회가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규칙을 만들어 아래에 있는 시민에게 질서를 강요하는 권력기관으로 정부를 볼 것이 아니라 시민을 연결하는 관계를 기반으로 사회가 형성되고 이 관계가 반영되어 설립된 것이 정부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오스트롬의 관점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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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거래는 위험하고 신뢰 없이 할 수 없었다. 강도 때문에 몸에 돈을 지니고 다니지 않았으며 지불은 장이 끝날 때 이루어졌다. 선불금이 모자라면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상품을 먼저 인수받고 지불은 다음에(보통 다음 장이 설 때) 하기로 약속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도받은 상품을 고국으로 가져가 판매하고 다음 장이 설 때 미지불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여기에 내포된 위험은 운송에 걸리는 시간이다. 계약 체결 후 상품과 대금을 맞바꾸기 전까지 계약을 어길 기회는 많다. 판매자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매자를 만날 수도 있다. 또는 구매자가 대금을 ‘분실’할 가능성도 있다. 판매자가 질 낮은 상품으로 바꿔칠 수도 있다.60
상인들이 샹파뉴에 모인 이유는 많은 무역로의 중심지라는 편리한 위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를 쉽게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 < 트러스트 Trust, 벤저민 호 / 조용빈 > 중에서

내시 균형의 최종 목적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규칙 준수다. 규칙을 어겼을 때 경찰이 나를 투옥한다면 규칙을 준수할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를 잡아넣을 경찰이 없는데도 규칙을 잘 지키고 정직하게 행동한다면 그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관이 있지만 이들이 왜 공정한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상인들이 제재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 비용이 든다면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 왜 제재를 받아야 하는 상인만 제재를 하는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밀그럼 팀은 내시 균형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 < 트러스트 Trust, 벤저민 호 / 조용빈 > 중에서

개인적 친분관계로부터 샹파뉴 시장 같은 시스템으로 신뢰의 기본이 바뀐 이유 중 하나는 거래에 따른 위험성과 취약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당시의 당사자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신뢰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순은 정부처럼 공공성을 갖춘 제도가 발전하면 더욱 커진다. 안정적인 제도가 신뢰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가 너무 강력하면 신뢰의 구축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다음에서 신뢰와 법률의 갈등을 조명해보자. - < 트러스트 Trust, 벤저민 호 / 조용빈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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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예나 지금이나 여론에 민감하다. 마차·철도 업계와 시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영국 의회는 먼저 증기자동차에 대해 마차보다 10~12배나 비싼 도로 통행세를 물렸다. 이어 의회는 1861년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내에서 시속 5마일8㎞, 교외는 10마일16㎞로 제한하는 ‘기관차량조례The Locomotive on Highway Act’를 제정했다.

이것도 모자라 1865년에는 기존 조례를 대폭 강화한 ‘적기조례Red Flag Act’를 만들어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으로 공표했다. 적기조례란 명칭은 위험을 알리는 붉은 깃발赤旗에서 유래했다.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적기조례의 내용을 보면 첫째,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내에서 시속 2마일3.2㎞, 교외에서 시속 4마일6.4㎞로 제한했다. 이런 속도는 사람이 걷거나 가볍게 뛰는 정도다. 둘째, 증기자동차는 운전수, 기관원, 붉은 깃발을 든 신호수 등 3명으로 운행해야 했다. 신호수는 차량의 60yd55m 앞에서 걸어가며 마차나 말이 접근할 때 운전수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이었다. - < 보이는 경제 세계사, 오형규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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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한 그룹으로 신뢰해야 할지 말지 쉽게 알 수 있다면 신뢰는 조직 내에 공유되는 자원이 된다. 그라이프는 중세 말기에 길드나 도시의 구성원 중 한 명이 신뢰하지 못할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이 속한 길드나 도시의 다른 모든 구성원과 관계를 끊도록 하는 사례를 발견했다.35 속한 집단의 어떤 사람이 좋거나 나쁜 행동을 하면 그 집단의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 그룹은 도움은 주지 못하면서 그룹이 쌓아놓은 명성에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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